형사 · 2026년 8월 28일 · 변호사 김영빈
사이버불링, 어떻게 고소하나요
캡처 하나에 걸리는 법이 다섯 개입니다. 같은 캡처도 어느 법으로 고소하느냐에 따라 수사 방향, 처벌 수위, 고소 기한이 전부 달라집니다.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형법 모욕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스토킹처벌법, 학교폭력예방법 — 사이버불링에 적용되는 다섯 법의 시나리오별 결과 차이와 모욕죄 6개월 고소 기한까지 짚습니다.
억울하면 됩니다, 캡처 하나에 걸리는 법이 다섯 개입니다
단톡방에서 내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인스타 DM으로 욕이 왔습니다. 게임 채팅에서 성적 비하를 당했습니다.
캡처를 보면 압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억울하면 됩니다. 사이버불링은 법률 용어가 아니고 형법에 ‘사이버불링죄’도 없지만, 온라인 괴롭힘에 적용되는 형사법이 다섯 개입니다.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형법 모욕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스토킹처벌법, 학교폭력예방법. 그 억울함은 이 중 어딘가에 걸립니다.
문제는 고소할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같은 캡처도 어느 법으로 고소하느냐에 따라 수사 방향, 처벌 수위, 고소 기한, 합의 가능 여부가 전부 달라집니다.
1. 지금 하실 일은 캡처입니다
고소하기 전에 먼저 하실 일이 있습니다.
캡처를 찍으십시오. 다만 욕설 메시지만 잘라서 찍으면 증거로 쓰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 상대방 ID와 프로필 화면. 대화 화면과 별도로 프로필을 눌러서 계정 정보가 보이는 화면을 따로 찍으십시오.
- 메시지가 표시된 시각. 날짜와 시간이 함께 보여야 합니다.
- 전후 대화 맥락. 욕설만 잘라내면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할 여지를 줍니다. 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찍으십시오.
- 단톡방이면 참여자 목록. 몇 명이 있는 방인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참여자 목록이 보이는 화면을 반드시 별도로 확보하십시오.
캡처보다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화면 녹화입니다. 캡처는 조작 주장이 나올 수 있지만, 화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한 영상은 조작 주장을 차단합니다.
여기까지가 직접 하실 몫입니다.
2. 같은 캡처도 결과가 다릅니다
가. 단톡방에서 내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회사 동기 40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누군가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김 대리가 거래처에서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 허위 사실입니다.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명예훼손이 적용됩니다. 법정형이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법원은 단톡방에서 수십 회에 걸쳐 허위사실을 반복 적시한 사건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내용이 4명짜리 단톡방에서 나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공연성’이 필요합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4명이면 다수가 아닌 것 같지만, 법원은 참여자 수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참여자 사이의 관계, 내용의 자극성, 외부 전파 가능성을 종합합니다. 실제로 4명의 단톡방에서 반복적으로 모욕한 사건에서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된 판례가 있습니다.
반면 SNS에 비판 게시글을 올렸는데도 ‘비방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나온 사건도 있습니다.
같은 플랫폼, 같은 표현인데 사람 수와 맥락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나. 1:1 DM이면 다릅니다
인스타 DM으로 욕이 왔습니다. 1:1입니다.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 둘뿐입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고소하기 어렵습니다. 공연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1:1 대화는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DM의 내용이 성적이면 다른 법이 적용됩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입니다. 전화, 메시지, SNS 등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이나 사진을 보내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합니다. 공연성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1:1이어도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게임 1:1 채팅에서 성적 비하 표현을 반복한 사건에서, 그 표현이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 같은 단어인데 유죄와 무죄가 갈립니다
같은 성적 표현이라도 ‘분노 표출’이면 무죄입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분노해서 욕을 한 것은 이 목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게임 중 분노해서 성적 욕설을 한 사건에서 법원은 “성적 욕망이 아니라 분노의 표출”이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인스타 DM으로 성적 비하를 반복한 사건에서도 “교제 중 감정적 갈등에서 비롯된 분노”라며 무죄가 나왔습니다.
같은 단어입니다. 같은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그 단어가 나온 맥락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갈립니다.
라. 차단해도 계속 옵니다
차단했는데 새 계정으로 메시지가 옵니다. 번호를 바꿔서 전화가 옵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됩니다. 법원은 SNS DM을 수십 회 보낸 사건에서 스토킹을 인정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횟수로 연락한 다른 사건에서는 “반복성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몇 회부터 반복인지, 법은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횟수, 기간, 연락의 양태, 상대방의 거부 의사 표시 여부를 종합해서 사건마다 판단합니다.
3. 학생이면 경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온라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형사 고소와 별도로 학교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단톡방 따돌림, SNS 비하 게시물, DM 괴롭힘을 ‘사이버폭력’으로 정의합니다. 학교에 신고하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리고, 가해 학생에게 접촉금지,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절차는 형사 고소와 별개이므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보통 형사 절차보다 결과가 빠릅니다.
가해 학생이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학폭법 절차가 사실상 유일한 대응 수단이 됩니다.
4. 고소 기한이 있습니다
모욕죄는 친고죄입니다.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가 취소됩니다. 합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스토킹처벌법과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이런 제한이 없습니다. 고소 기한도 없고, 피해자가 합의하더라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습니다.
어느 법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고소 시기까지 달라집니다. 캡처를 확보하면 즉시 움직이십시오.
5. 캡처를 찍고 경찰서로 가십시오
고소장은 가까운 경찰서 민원실에서 접수합니다. 캡처가 있으면 됩니다.
죄명을 미리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대방 ID, 시각, 전후 맥락, 참여자 목록이 담긴 캡처를 가져가십시오. 어느 법에 해당하는지는 그 캡처에 답이 있습니다.
모욕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입니다. 늦으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 캡처를 확보했으면 즉시 움직이십시오.
혼자 정리가 안 되면 전화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