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절차 · 2026년 8월 5일 · 변호사 김영빈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 혼자서도 잘 하시겠지만
세 명뿐인 단톡방의 말도 공연성·특정성이 인정되고,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이 됩니다. 그런데 사건을 멈춰 세우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 비방할 목적. 불송치와 불기소를 지나 고등검찰청 재기수사명령으로 사건을 되살린 기록으로, 온라인 명예훼손 고소가 실제로 어디에서 멈추는지 보여드립니다.
고소장은 혼자서도 쓰실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사건이 어디에서 멈추는지는, 멈춰본 사람만 압니다.
고소를 마음먹으면, 대개 인원수부터 셉니다
누군가 나에 대해 없는 말을 만들어 퍼뜨렸다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은 곧바로 법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신기할 만큼 비슷한 순서로 걱정을 시작합니다.
몇 명이 보고 있었나. 단톡방에 세 명뿐이었는데 그것도 죄가 되나. 스무 명이면 되고 세 명이면 안 되는 건가. 내 이름을 직접 쓴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라고만 했는데 나를 가리킨 걸로 볼 수 있나.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저쪽이 한 말이 아주 없는 이야기는 아닌데, 사실을 말해도 죄가 되기는 하나.
이 셋을 며칠씩 저울에 올려놓고 재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접는 분이 많습니다. 상담에 오시는 분들도 대개 셋을 이미 검색해보고 오십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세 명이면 공연성이 안 된다던데요”라는 말부터 꺼내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게 알아보고 오지 않으셔도 된다는 이야기는 〈말 잘 못하는 사람은 없다〉에 따로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 저울은 처음부터 엉뚱한 데 놓여 있습니다.
그 세 가지를 그대로 적어 고소장을 냈습니다
오래전에 붙잡고 뛰었던 사건이 있습니다. 지역의 작은 단체에서 살림을 맡아보던 분이 의뢰인이었습니다. 그분을 두고 돈을 챙겼다더라, 업체하고 짜고 일을 넘겼다더라 하는 말이 오갔습니다. 오간 곳은 사람 셋뿐인 단톡방이었고, 그중 한 사람이 대화를 캡처해 밖으로 내보내면서 결국 의뢰인의 귀까지 들어왔습니다.
캡처 한 장을 들고 오신 그분이 가장 먼저 물으신 것도 똑같았습니다. 세 명인데 되겠느냐고요.
고소장에는 그 세 가지를 정면으로 적었습니다. 대화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 이름을 대지 않아도 주변 사람이라면 누구를 말하는지 안다는 것, 그리고 오간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각각을 뒷받침할 자료를 붙여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접수했습니다.
불송치 통지서에는, 세 가지가 전부 인정되어 있었습니다
몇 달 뒤에 온 것은 불송치 통지서였습니다.
그런데 결정서를 펴보니 이상했습니다. 거기에는 게시글이 허위사실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공연성도 인정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특정성도 인정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의뢰인이 몇 달 동안 재고 또 재던 세 가지가 결정서 안에서는 전부 통과되어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결론은 혐의없음이었습니다.
수사기관을 탓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셋은 원래 잘 넘어가는 편입니다. 단톡방에 셋만 있어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밖으로 옮길 수 있으면 공공연한 것으로 봅니다. 이름을 대지 않아도 주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으면 그 사람을 가리킨 것이 됩니다.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은 성립합니다. 검색창 앞에서 밤을 새우게 만드는 세 가지가, 정작 실무에서는 문턱 축에 끼지도 못합니다.
걸린 곳은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자리였습니다
사건을 멈춰 세운 것은 비방할 목적이라는 요건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명예훼손은 형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으로 다루고, 이 법은 형법에 없는 조건을 하나 더 답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말을 한 사람의 마음속에 상대를 해칠 뜻이 있었어야 합니다.
결정서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그 방은 셋뿐이었고 서로 비밀을 지킬 것을 전제로 유지되던 방이다. 거기서 오간 말은 험담이라기보다 담소에 가깝다. 대화가 밖으로 나간 것은 방에 있던 한 사람이 마음을 바꿔 유출했기 때문이지, 애초에 퍼뜨릴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 그러니 비방할 목적이 없다.
읽으면서 의뢰인이 한참을 말을 못 했습니다. 세 명이라 안 될까 봐 걱정하던 그 숫자가, 공연성 자리에서는 문제없이 넘어가더니 마지막 요건에서는 오히려 상대를 구해주는 근거로 쓰였습니다.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결정서 끝에는 고소인에게 무고 혐의가 있는지도 살펴봤다는 문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지만, 고소한 사람이 조사 대상 자리에 잠깐 올라갔다 내려온 것은 사실입니다. 혼자 고소장을 쓰시는 분들이 거의 모르는 대목입니다.
통지서를 받은 날이 끝은 아닙니다
경찰이 불송치로 끝낸 사건에 대해 고소인은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의를 신청하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갑니다. 이 절차를 어떻게 밟는지는 〈불송치 이의신청 — 경찰이 무혐의로 끝냈습니다, 여기서 끝인가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의신청서 한 장만 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결정서가 어디에서 끊어졌는지를 짚고, 그 판단이 왜 유지될 수 없는지를 자료로 붙여야 합니다. 그 사건에서 낸 이의신청 이유서는 스무 면이 넘었습니다. 방이 정말 비밀유지를 전제로 굴러가던 방이었는지, 오간 말이 담소로 볼 만한 것이었는지, 같은 사람이 다른 자리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고 다니지 않았는지를 하나씩 세웠습니다.
검찰의 결론도 같았습니다. 혐의없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는 고등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절차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이의신청이 마지막 기회인 줄 알고 거기서 손을 놓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항고이유서는 단편소설 급으로 두툼해졌습니다. 대화가 오간 앞뒤의 시간대, 같은 사람이 다른 곳에 남긴 흔적,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확인서를 전부 붙였습니다. 처음 고소장에 담겼던 이야기와 뼈대는 같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는 판단을 정면으로 겨냥해서 다시 세웠습니다.
고등검찰청의 결정은 재기수사명령이었습니다. 다시 수사하라는 뜻입니다. 두 번 막혔던 사건이 세 번째에 되살아났습니다.
혼자였다면 어땠을까를 가끔 생각합니다. 아마 첫 통지서에서 끝났을 겁니다. 그 종이에는 혐의없음이라는 말과 함께 이유가 빼곡히 적혀 있고, 그 이유들은 하나같이 그럴듯하게 읽히니까요. 걱정하던 세 가지가 이미 인정되어 있었다는 것도, 그러고도 마지막 하나에서 멈췄다는 것도, 바로 그 하나를 겨냥해 다시 다툴 수 있다는 것도 모른 채로 접었을 겁니다.
고소장은 혼자서도 쓰실 수 있습니다. 요즘은 양식도 흔하고 설명도 넘칩니다. 다만 그 사건이 어디에서 멈추는지, 멈춘 자리에 아직 남은 수가 있는지는 같은 자리에 여러 번 서 봐야 알게 되는 것들입니다.
통지서 한 장을 들고 오시면 됩니다. 거기 적힌 이유 중에 무엇이 이미 넘어간 것이고 무엇이 아직 다툴 수 있는 것인지, 그것부터 같이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