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8월 27일 · 변호사 김영빈
모욕죄 성립요건 - 욕을 먹어도 죄가 안 되는 이유
욕을 먹었다고 모두 모욕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모욕죄는 공연성·특정성·경멸적 표현의 세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고, 단순한 무례나 저속한 표현, 정당한 비판은 처벌되지 않습니다. 모욕죄가 어디서 성립하고 어디서 성립하지 않는지, 명예훼손과의 차이와 친고죄 6개월의 고소기간까지 짚습니다.
욕을 먹었다고 모두 모욕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성립을 가르는 3요건, 그리고 고소가 패배하는 이유.
이 정도면 모욕죄 아닌가요?
단톡방에서 누가 나를 “한심한 놈”이라고 불렀습니다. 가게 리뷰에 “장사를 이따위로 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인터넷 댓글에 차마 옮기기도 싫은 욕이 달렸습니다.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화면을 캡처하고, 그대로 PDF로 저장해 두고, 답글을 남깁니다. “PDF 떠놨음. 경찰서에서 봅시다.” 이 정도면 당연히 모욕죄로 처벌되겠지 싶어, 고소장을 씁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경찰이나 검찰에서 “혐의없음” 또는 “각하” 통지가 옵니다. 분명히 욕을 먹었는데, 처벌은 되지 않았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홧김에 한마디 했을 뿐인데 모욕죄로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명예훼손이 진실을 말해도 성립하는 죄라면, 모욕죄는 정반대입니다. 대놓고 욕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려면, 모욕죄가 무엇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명예훼손과의 결정적 차이
형법 제311조는 이렇게 정합니다.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명예훼손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명예훼손은 “그 사람이 언제 무엇을 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퍼뜨려 평판을 떨어뜨리는 죄입니다. 반면 모욕죄는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사실 없이, 오직 경멸적인 감정과 평가만을 드러내는 것 — “쓰레기 같은 놈”, “인간 이하다”처럼 상대를 깔아뭉개는 표현이 모욕입니다.
그래서 판례는 모욕을,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핵심은 사실의 유무입니다. 사실을 적시하면 명예훼손이고, 사실 없이 경멸만 드러내면 모욕입니다.
공연성·특정성·그리고 경멸
모욕죄의 성립 요건은 세 가지입니다. 공연성, 특정성, 그리고 경멸적 표현. 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첫째, 공연성입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들은 욕은, 그 자체로는 공연성이 없습니다. 다만 단 한 사람에게 한 말이라도 그 사람을 통해 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전파가능성).
둘째, 특정성입니다. 그 표현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특정되어야 합니다. 대상이 분명치 않은 허공의 욕설, 혹은 “요즘 젊은것들”처럼 지나치게 넓은 집단을 싸잡은 표현은, 특정한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는 상대가 특정되지 않아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셋째, 경멸적 표현이어야 합니다. 이 요건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그저 무례하거나 듣기 거북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표현이어야 합니다. 욕을 먹고도 처벌되지 않는 경우는 대개 이 세 번째 요건 때문입니다.
욕을 먹어도 죄가 안 되는 이유 — 좁아진 처벌의 문
법원은 오랫동안 모욕죄의 성립 범위를 좁혀 왔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함부로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판례는, 상대를 불쾌하게 하는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경멸적 표현에 이르지 않으면 모욕죄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감정이 상하는 것과 죄가 성립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경우도 있습니다. 표현 자체는 다소 모욕적이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의견이나 비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사회 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라면,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습니다(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특히 온라인 토론이나 리뷰처럼 서로 의견이 오가는 곳에서는, 다소 거친 표현이라도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감정이 실린 험한 말이라고 해서 곧바로 모욕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 말이 특정한 사람을 겨냥했는지, 여러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였는지, 단순한 무례를 넘어 경멸에 이르렀는지 — 세 요건이 모두 갖춰졌을 때에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이라고 더 무겁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욕설이니 더 무겁게 처벌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명예훼손은 실제로 그렇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형법보다 무겁게 처벌됩니다. 그러나 모욕죄에는 그런 가중 규정이 없습니다. 한때 ‘사이버모욕죄’를 따로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입법에 이르지 못했고, 그래서 온라인에서 벌어진 모욕도 여전히 형법 제311조로 처벌합니다. 화면 속의 욕이든 면전의 욕이든, 처벌은 다르지 않습니다.
온라인 명예훼손이 왜 더 무겁게 다뤄지는지는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 혼자서도 잘 하시겠지만〉에, 진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이야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 진실을 말해도 죄가 됩니다〉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고소를 생각한다면 — 6개월
한 가지 더, 고소하는 쪽이 놓치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모욕죄는 친고죄입니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죄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친고죄의 고소에는 시한이 있습니다.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아무리 명백한 모욕이라도 더는 처벌을 구할 수 없습니다. 범인을 알면서도 분을 삭이며 미루는 사이에 6개월은 금세 지나갑니다.
그래서, 선을 넘었니?
결국 모욕죄에서 다투는 것은 처벌할 수 있는 말과 없는 말의 경계입니다. 문제의 말이 단순한 무례인가 경멸인가, 대상이 특정되었는가, 여러 사람이 알 수 있었는가, 의견을 밝히는 과정이었는가 순수한 인신공격인가.
고소하는 입장이라면 상대의 표현이 왜 그 경계를 넘었는지를 세 요건에 비추어 짚어야 합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입장이라면 그 말이 왜 아직 경계 안에 있는지 — 특정되지 않았거나, 공연하지 않았거나, 무례를 넘지 않았거나, 정당한 비판이었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같은 한마디를 두고 검사와 변호인이 정반대로 해석합니다.
“이 정도면 당연히 모욕이다”라는 확신도, “이런 말로 무슨 처벌이냐”는 항변도, 법정에서는 이 세 요건에 비추어 다시 검증됩니다. 그 검증을 혼자 준비하기가 버겁게 느껴지신다면, 그때가 변호인과 상의할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