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9월 2일 · 변호사 김영빈

범인도피, 구형 3년이 집행유예가 되기까지 — 변호인이 한 일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 범인도피 사건에서 검사는 법정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기록을 읽은 뒤의 인정, 기소 직후의 보석, 석방된 시간, 양형 자료의 순서까지, 구형과 선고의 차이를 만든 변호인의 4가지 판단을 적었습니다.

다툰 것이 하나도 없는 범인도피 사건, 구형 3년과 선고 사이에 변호인이 한 4가지 판단입니다.

검사는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범인도피죄의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니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형을 구한 것입니다. 법원의 선고는 집행유예였습니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입니다.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했고 증거에도 모두 동의했습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였는데, 구형과 선고는 이만큼 벌어졌습니다.

1. 친구를 도운 일이 범인도피가 되기까지

오랜 친구가 체포영장이 나온 채 쫓기고 있었고, 피고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급하다는 친구의 부탁에 자기 명의로 휴대전화를 하나 더 개통해 건넸고, 돈을 몇 차례 보내 줬으며, 다른 지역까지 차로 데려다줬습니다. 도피를 계획한 것은 친구였고, 피고인은 부탁받은 일만 했습니다.

형법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사람을 숨겨 주거나 도피하게 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숨겨 주는 것만 도피가 아닙니다. 휴대전화를 마련해 주고, 돈을 보내 주고, 이동을 도와 붙잡히는 일을 어렵게 만들면 전부 도피입니다. 밥 한 끼를 사 주거나 안부를 묻는 정도는 아니지만, 부탁을 하나씩 들어주다 보면 어느새 그 이상이 되어 있습니다. 예외는 하나뿐입니다. 친족이나 함께 사는 가족이 그 사람을 위해 한 일은 처벌하지 않습니다. 친구는 아무리 가까워도 예외가 없습니다.

얼마 뒤 피고인은 참고인으로 경찰에 불려 갔습니다. 휴대전화 개통 기록과 계좌 이체 내역, 통화 내역이 맞춰지자 신분은 피의자로 바뀌었고, 며칠 뒤 체포됐습니다. 영장심사에서 저는 도피의 고의를 다퉜습니다. 친구 사이의 연락과 도움이었을 뿐 수사를 방해할 뜻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장은 발부됐습니다. 수사기관은 피고인을 도피를 주도한 사람으로 적고 있었습니다.

2. 기록을 읽은 뒤, 전부 인정으로

기소된 뒤 수사기록을 열람·복사했습니다. 통화 녹취, CCTV 영상, 관련자들의 진술, 압수된 휴대전화의 내용이 전부 있었습니다. 이 기록 앞에서 고의를 계속 다투면 형은 낮아지지 않고, 재판부에는 반성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공소사실 전부 인정, 증거 전부 동의. 의견서에는 사실을 다투지 않고 양형에 관한 의견만 적었습니다. 유리한 결과를 바라서가 아니라 잘못을 변명 없이 시인하고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인정이 다음 단계의 전제였습니다. 자백한 사건에서는 증거를 없앨 염려도, 도망할 실익도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3. 기소 직후, 보석 청구

구속된 채 재판을 받으면 재판 준비가 어렵고, 어렵게 마련한 주거와 생활을 잃습니다. 그보다 큰 문제가 있습니다. 구속 상태에서는 반성을 말로만 할 수 있습니다. 석방되어 성실하게 지내는 모습은 밖에 있어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의견서와 보석허가청구서를 같은 날 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95조는 6가지 제외사유가 없으면 법원이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필요적 보석입니다. 청구서에서 6가지를 하나씩 짚었습니다.

① 범인도피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라, 사형·무기·장기 10년을 넘는 중죄가 아닙니다.

② 범죄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이라, 누범도 상습범도 아닙니다.

③ 핵심 증거가 이미 전부 수사기관에 있어, 없앨 증거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④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 사건이라, 도망하여 얻을 것이 없습니다.

⑤ 임대차계약을 맺고 사는 일정한 주거가 있습니다.

⑥ 사건 관련자에게 해를 가할 이유가 없고, 접촉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기에 곁을 지켜 온 가까운 사람의 출석보증서를 붙였습니다. 피고인이 재판에 빠지면 보증인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무는 문서입니다. 법원은 청구 이튿날 보석을 허가했습니다.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주거를 제한하는 조건이었고, 피고인은 구속된 지 한 달이 되기 전에 석방됐습니다.

4. 석방된 시간을 증거로

석방된 날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전자장치를 부착했고, 선고까지 준수사항을 하나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반성문 한 장보다 이것이 강합니다. 풀어 줬더니 달아나지도,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재범 위험이 낮다는 가장 확실한 자료이고, 구속된 상태로는 만들 수 없는 자료입니다.

보석으로 얻은 시간에 만든 이 사실이 형을 낮췄습니다.

5. 양형 자료를 3개의 질문으로

결심에서 검사는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변론요지서에 낼 자료는 반성문, 학교생활기록부, 지켜본 사람들의 탄원서, 병역과 봉사활동과 자격의 기록이었습니다. 이것을 3개의 질문에 답하는 순서로 구성했습니다.

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 피고인은 어린 시절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를 오래 지켜본 어른 한 분은 탄원서에,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휘둘리기 쉬운 사람이라고 적었습니다. 친구의 부탁을 끝내 뿌리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② 그 환경에서 무엇을 해 왔는가. 그런 환경에서도 병역을 마쳤고,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했으며, 자격증을 땄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담임교사가 학년마다 적은 평가도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③ 이 사건 이후 어떻게 지내는가. 전자장치를 부착한 채 준수사항을 지키며 지냈고, 곁에는 그가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살피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①이 왜 그랬는지를 설명하고, ②가 어떤 사람인지를, ③이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입니다. 같은 서류라도 이 순서로 읽히면 재판부는 한 사람의 재기 가능성을 봅니다.

6. 구형 3년, 집행유예 선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 피고인이 한 일도, 그것이 범인도피라는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것은 4가지입니다. 기록을 읽고 인정으로 바꾼 판단, 기소 직후의 보석 청구, 석방된 뒤의 생활, 양형 자료의 순서.

범인도피로 조사를 받게 되셨다면, 먼저 하지 마실 것 하나. 수사기관이 이미 가진 증거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형을 낮추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기록만 남깁니다. 진술하기 전에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부터 정하십시오. 구속됐다면 보석부터 청구하십시오. 석방된 시간에 만든 사실이 반성문보다 강합니다. 양형 자료는 재판부가 물을 질문의 순서로 내십시오.

구속된 사람이 이 4가지를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기록을 읽고 인정 여부를 정하는 일부터 변호인과 함께 하셔야 합니다. 그 판단이 이를수록 구형과 선고의 차이도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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