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절차 · 2026년 8월 22일 · 변호사 김영빈
탄원서 작성방법 — 재판부가 모르는 사실을 쓰셔야 합니다
형사재판 탄원서는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보다 재판부가 아직 모르는 생활을 직접 본 제3자가 전하는 양형자료입니다. 가족·직장·친구별로 어떤 사실을 쓰고, 선처 뒤 역할을 어떻게 구체화하며, 방어방향과 충돌하는 표현을 어떻게 걷어낼지 정리했습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보다, 누가 무엇을 보았고 선처 뒤에 무엇을 맡을지를 적어야 합니다.
형사재판을 앞두면 가족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탄원서를 부탁하는 것입니다. 며칠 뒤 받은 서류를 펼쳐 보면 대개 비슷합니다.
피고인은 평소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이번 일로 깊이 반성하고 있으니 부디 관대한 선처를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쓴 사람은 다른데 문장은 거의 같습니다. 열 장을 모아도 이름과 서명만 바뀌어 있고, 재판부가 새로 알게 되는 사실은 별로 없습니다.
탄원서는 장수만 늘린다고 힘이 커지는 서류가 아닙니다. 재판부가 아직 모르는 피고인의 생활을, 그 생활을 직접 본 제3자가 전하는 양형자료입니다. 가족이라면 가족만 아는 사실이 있어야 하고, 직장 동료라면 직장에서 직접 본 장면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처를 받았을 때 누가 무엇을 맡을지도 보여야 합니다.
아래 내용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기준으로 적겠습니다.
1. 양식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법원 전자민원센터에도 형사 탄원서 기본 양식이 올라와 있습니다. 다만 그 양식은 사건번호와 사람을 특정하는 껍데기입니다. 실제 내용은 결국 작성자가 채워야 합니다.
탄 원 서
사 건 : ○○지방법원 20○○고단○○○ ○○죄
피고인 : ○ ○ ○
탄원인 : ○ ○ ○
주소·연락처 : ○○○
피고인과의 관계 : ○○○탄원취지
피고인에 대하여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관대한 처분을 내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탄원이유
- 저는 피고인을 언제부터 어떤 관계로 알고 지냈습니다.
- 제가 직접 겪고 본 피고인의 평소 생활은 이러했습니다.
- 이 사건 이후 확인한 변화와 현재의 상황은 이러합니다.
- 선처를 받는다면 저는 구체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맡겠습니다.
20○○. ○. ○.
탄원인 ○ ○ ○ (서명 또는 날인)
○○지방법원 형사○단독 귀중
양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탄원이유’에 무엇을 적느냐입니다.
법으로 정해진 주문 같은 것은 없습니다. 어려운 법률용어를 쓸 필요도 없습니다. 사건번호, 피고인, 탄원인의 신원과 관계, 작성일, 서명 또는 날인을 갖추고 본인이 직접 아는 사실을 쓰면 됩니다.
분량에도 마법은 없습니다. 반복 없는 한두 장이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길어져도 새 사실이 없다면 읽을 내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부탁이 늘어날 뿐입니다.
2. 탄원서는 ‘좋은 사람 증명서’가 아닙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탄원서가 들어갈 자리는 여기입니다. 피고인의 가족관계와 생활환경, 평소의 모습, 사건 뒤의 변화, 다시 같은 잘못을 막을 사람과 계획을 재판부에 보여 주는 것입니다.
“착한 사람입니다”는 결론입니다. 재판부가 필요한 것은 그 결론에 이르게 된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사람이라면 언제부터 어떤 관계였는지, 그 기간에 직접 본 행동이 무엇인지 적어야 합니다. 성실하다고 생각한다면 성실하다는 형용사를 반복할 게 아니라, 그렇게 판단하게 된 구체적인 장면을 써야 합니다. 가족을 책임져 왔다면 누구를 어떻게 돌봐 왔는지, 피고인이 자리를 비우면 실제로 어떤 어려움이 생기는지를 적어야 합니다.
피고인 본인이 자기 입으로 “저는 원래 성실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면 변명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람이 자신이 직접 본 사실을 적으면 그제야 다른 무게가 생깁니다. 탄원인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3. 그런데 왜 실제 탄원서는 전부 비슷해질까
좋은 탄원서의 원리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써 오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게을러서도, 피고인을 별로 아끼지 않아서도 아닙니다. 부탁받은 사람이 쓸 수 있는 재료를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탁하는 말은 보통 여기서 끝납니다.
재판에 낼 건데, 좋게 좀 써 주세요.
가. 작성자가 사건 정보를 거의 받지 못합니다
무슨 죄로 재판을 받는지, 혐의를 인정하는지 다투는지, 재판부가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다른 탄원인은 어떤 내용을 쓰는지 알려 주지 않습니다. 부탁받은 사람은 빈 문서 앞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보증하는 것” 정도로 짐작합니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양식을 찾아 “성실하고 착하다”는 문장을 꺼내게 됩니다.
나. 사건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사건을 자세히 말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가족에게 형사사건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고, 직장에 알려질까 두렵고, 가까운 친구에게도 죄명을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탄원서에는 구체적인 사실이 필요하지만, 그 사실을 얻으려면 먼저 숨기고 싶은 사건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 모순 앞에서 사람들은 설명을 줄이고, 설명이 줄어든 자리를 형용사로 채웁니다.
다. 구체적으로 쓰면 책임도 생깁니다
구체적으로 쓸수록 작성자에게도 책임이 생깁니다. “제가 매일 연락하며 치료를 챙기겠습니다”라고 쓰면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직장에 복귀하면 제가 직접 관리하겠습니다”라고 쓰려면 회사에서 그 약속을 할 권한이 있는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반면 “평소 착한 사람입니다”는 틀렸다고 확인하기도 어렵고, 나중에 지키지 못할 약속도 아닙니다. 도와주고는 싶지만 책임까지 떠안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가장 안전하고 추상적인 문장을 고르게 합니다.
라. 너무 늦게 모으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탄원서는 대개 너무 늦게 모으기 시작합니다. 결심공판이나 선고가 가까워져서야 가족 단체대화방에 양식이 돌고, 누가 몇 장을 받을지가 먼저 정해집니다. 그때의 목표는 내용이 아니라 장수입니다. 한 사람씩 만나 무엇을 보았는지 물을 시간도, 서로 겹치는 내용을 걷어낼 시간도 없습니다.
결국 판박이 탄원서는 성의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 방식의 결과입니다. 사람이 다른데도 모두 같은 질문을 받았고, 사실은 주지 않은 채 좋은 말만 부탁받았으니 같은 문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4. 관계가 다르면 쓸 수 있는 사실도 달라집니다
탄원서를 부탁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나누어 보셔야 합니다. 누가 더 높은 지위에 있는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생활을 직접 보았는지로 나누는 것입니다.
가. 가족이 직접 본 것
가족은 집 안의 생활을 압니다. 피고인이 실제로 누구를 부양해 왔는지, 사건 이후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선처를 받으면 어디에서 누구와 지낼지, 치료나 상담이 필요하다면 누가 동행할지를 쓸 수 있습니다. “가장이어서 필요합니다”라는 한 줄보다, 피고인이 빠지면 어떤 생활이 실제로 멈추는지를 적는 편이 낫습니다.
나. 직장이 직접 본 것
직장 동료나 사용자는 일하는 모습을 압니다. 근무기간, 맡아 온 업무, 동료들과의 관계, 사건 이후에도 일자리가 유지되는지, 복귀할 경우 누가 지도하거나 감독할 수 있는지를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보장할 수 없는 복직이나 감독을 약속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 명의의 화려한 문서보다, 작성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먼저입니다.
다. 친구와 이웃이 직접 본 것
친구와 이웃은 오래된 관계 속의 모습을 압니다. 어려운 시기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 평소 사람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사건 뒤에 무엇을 함께하고 있는지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십 년 지기라 누구보다 잘 압니다”에서 멈추면 기간만 길 뿐 내용은 없습니다. 그 십 년 중 재판부가 알아야 할 하루를 꺼내야 합니다.
누구에게 부탁하든 세 가지를 먼저 물어보면 됩니다.
- 피고인을 언제부터 어떤 관계로 알고 지내셨습니까?
- 피고인에 관하여 직접 보고 겪은 사실 중, 다른 사람이 대신 쓸 수 없는 것은 무엇입니까?
- 선처를 받는다면 앞으로 직접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의 답이 서로 다르다면 탄원서도 달라집니다. 답이 모두 같다면 사람 수를 늘리기 전에 질문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5. 선처 뒤의 계획에는 주어가 있어야 합니다
탄원서에서 자주 나오는 문장이 “가족들이 잘 보살피겠습니다”입니다. 마음은 알겠는데, 재판부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가족 중 누가, 무엇을, 언제부터 맡는지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잘못을 막기 위해 치료가 필요하다면 누가 예약하고 동행할 것인지, 생활관리가 필요하다면 어디에서 누구와 살 것인지, 취업이 중요하다면 실제로 돌아갈 자리가 있는지, 금전관리가 문제였다면 통장과 대출을 누가 함께 관리할 것인지가 적혀야 합니다. 죄명과 사건의 원인에 따라 계획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 계획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작아도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담센터 예약내역, 재직 또는 복직을 확인할 자료, 함께 거주할 곳, 이미 시작한 치료나 교육처럼 말 밖의 자료가 붙으면 더 분명해집니다.
피고인이 “앞으로 잘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는 것과, 그 약속을 함께 지킬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역할을 적는 것은 다릅니다. 탄원서의 무게는 간절한 표현보다 책임질 사람의 이름에서 생깁니다.
6. 오히려 쓰지 말아야 할 말도 있습니다
탄원인은 피고인을 오래 알 수는 있어도 사건 현장을 직접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선처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면 사건 자체까지 단정하게 됩니다.
“피고인이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오해한 것입니다”, “피해자도 이제는 이해했을 것입니다” 같은 말은 피하셔야 합니다. 직접 보지 못한 사실을 추측하는 데다, 피해자를 탓하는 문장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탄원인이 맡을 부분은 유무죄 변론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아는 사람과 생활을 전하는 일입니다.
사건의 방어방향과 충돌하는 말도 위험합니다. 혐의를 다투고 있는데 탄원서마다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적혀 있으면, 재판부에는 유죄를 전제로 선처를 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에서 “억울하게 연루되었다”는 가족의 문장이 들어오면 피고인의 반성 태도와 부딪힙니다.
다음 네 가지는 내기 전에 걷어내는 편이 낫습니다.
- 인터넷 양식을 그대로 옮긴 문장
- 작성자가 직접 보지 못한 범행 내용과 피해자에 대한 평가
- 피고인의 법정 진술이나 변호인의 방어방향과 충돌하는 표현
- 실제로 지킬 수 없는 복직·치료·감독 약속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실이 적다면 차라리 짧게 끝내는 편이 낫습니다.
7. 탄원서는 모을 때부터 사건 전략과 맞춰야 합니다
탄원서 열 장을 다 받은 뒤 변호사에게 가져와 “좋은 것만 골라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도 중복과 위험한 문장을 걷어낼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미 서명까지 받은 사람에게 전부 다시 써 달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때는 부탁하기 전입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인지 다투는 사건인지, 양형에서 부족한 자료가 무엇인지, 가족·직장·친구가 각각 무엇을 직접 알고 있는지 먼저 나누면 됩니다. 한 사람에게 완성된 문장을 건네 베껴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질문을 건네야 합니다.
변호인이 할 일도 탄원인의 감정을 대신 써 주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물을지 정하고, 탄원서끼리 같은 말만 반복하지 않는지, 사건기록 및 피고인의 입장과 충돌하지 않는지, 그 약속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받은 탄원서는 변호인의견서에서 양형 쟁점에 맞게 정리하고, 재판부가 각 서류의 의미를 놓치지 않도록 묶어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탄원서 작성은 양식 다운로드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을 고르고, 질문을 나누고, 사건의 다른 자료와 한 방향으로 맞추는 일입니다. 이 설계가 없으면 좋은 사람이 많이 등장해도 사건에는 한 문장만 남습니다.
8. 탄원서가 대신할 수 없는 것
탄원서는 피고인의 가족과 주변 사람이 쓰는 서류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처벌불원서와는 전혀 다릅니다. 탄원서가 여러 장 있다고 해서 피해회복이나 합의가 된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피고인의 반성문도 대신하지 못합니다. 탄원인은 자신이 본 피고인을 말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과 변화에 관하여 직접 말해야 합니다. 변호인의견서가 해야 할 법률적 설명을 탄원서가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탄원서를 냈다고 형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범행의 내용과 피해, 합의 여부, 전과, 재범 위험, 사건 이후의 태도와 다른 자료들을 함께 봅니다. 탄원서는 그중 재판부가 기록만으로 알기 어려운 사람과 환경을 채우는 한 부분입니다.
이미 받아 둔 탄원서가 있다면 먼저 장수를 세지 마십시오. 전부 펼쳐 놓고 같은 문장에 줄을 그어 보시면 됩니다. 줄을 긋고도 남는 사실이 무엇인지, 그 사실을 누가 직접 책임지고 말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아직 부탁하기 전이라면 양식부터 돌리지 마십시오. 사건의 입장과 양형에서 필요한 자리를 먼저 정한 뒤, 그 자리를 실제로 아는 사람에게 서로 다른 질문을 건네셔야 합니다. 좋은 탄원서는 문장이 유려한 글이 아니라, 그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사실이 남아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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