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9월 7일 · 변호사 김영빈
문콕 뺑소니 — 문 열다 긁고 그냥 왔습니다
주차장에서 문을 열다 옆 차를 긁고 그냥 왔다면 그것도 물피도주가 됩니다. 세워둔 차만 손괴한 경우의 범칙금 12만 원과, 그 조건이 깨져 형사재판으로 가는 경계를 조문과 판례로 나눴습니다.
대부분은 범칙금 12만 원과 벌점으로 끝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따로 있습니다.
마트 지하주차장에서 내리다가 문이 옆 차에 닿았습니다. 내려서 보니 상대 차 문짝에 흰 자국이 길게 나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차 주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깐 서 있다가 그냥 괜찮겠지 싶어서 차를 몰고 나왔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면 ‘물피도주’라는 말이 나옵니다. 5년 이하 징역이라는 글도 있고, 문콕은 해당이 없다는 글도 있습니다.
먼저 결론을 드립니다. 문을 열다 긁은 것도 물피도주가 맞습니다. 다만 뉴스에 나오는 그 뺑소니와 같은 조문으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1.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연락처를 남기고 오셨다면… 좋겠지만-_-;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대체로 안 남긴 경우일 테니, 그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 그때 상황 | 어떻게 됩니까 |
|---|---|
| 상대 차가 세워져 있었다 | 범칙금 12만 원(승용차 기준)·벌점 15점. 내면 그것으로 끝나고 전과가 남지 않습니다 |
| 상대 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형사재판입니다 |
| 문에 부딪힌 것이 사람이었다 | 물피가 아니라 인사사고입니다.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문콕은 거의 전부 첫 줄, 범칙금 12만 원입니다. 세워둔 차 옆에서 문을 열다 생기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이 글에서 실제로 확인하실 것은 ‘상대 차가 움직이고 있었는지’ 하나입니다.
2. “주차장인데요”, “문만 열었는데요”
주차장에서는 물피도주 같은 형사처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정보가 꽤 퍼져 있습니다. 운전 중이 아니라 문만 열 때는 괜찮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지요.
가. 주차장이 도로가 아닌 것은 맞습니다.
주차장 안에서는 신호위반도 없고 중앙선 침범도 없습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은 ‘운전’을 정의하면서 괄호를 하나 열어, 사고를 내고 어떻게 했는지를 따지는 조문에 대해서만은 도로 아닌 곳도 포함시켜 놓았습니다(제2조 제26호).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이 대목에서는 도로입니다.
나. 문을 여는 것이 운전이냐는 것도 이미 정리되어 있습니다.
김해의 한 도로에서, 운전자가 로또를 사려고 차를 세우고 내렸다가 다시 타서 운전석 문을 닫으려던 중 옆을 지나던 승용차의 우측면을 문으로 들이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고인이 차량을 출발시키기에 앞서 운전석 문을 열고 닫는 행위는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로서 도로교통법 제54조에서 정한 ‘차의 교통’에 해당한다. — 창원지방법원 2015. 7. 8. 선고 2015고단614 판결
엔진을 껐는지, 내 차가 움직이던 중이었는지는 기준이 아닙니다. 타고 내리면서 문을 여닫는 것까지가 차를 쓰는 일에 들어갑니다.
3. 12만 원으로 끝나는 조건
사고를 내면 법이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다친 사람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그리고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를 알려 주는 것입니다.
문콕은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결국 남는 것은 연락처를 남겼는가 하나입니다. 제발, 연락처 하나 남기기를 권합니다…
세워둔 차만 긁은 것이 분명하고 빠뜨린 것이 연락처 하나라면,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가 적용됩니다. 그리고 이 위반은 범칙행위여서 경찰서장이 범칙금 납부통고서를 보냅니다. 시행령이 정한 금액은 승용차 12만 원, 승합차 13만 원, 이륜차 8만 원입니다. 벌점표에는 물적 피해가 난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경우 15점이 적혀 있습니다.
납부기한은 통고서를 받은 날부터 10일입니다.
범칙금을 낸 사람은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 받지 아니한다. (도로교통법 제164조 제3항)
범칙금을 내면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전과가 남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한 안에 내지 않으면 20퍼센트가 더 붙고, 그래도 내지 않으면 즉결심판으로 넘어갑니다.
4. 12만 원이 아니라 재판이 되는 경우
앞의 김해 사건은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같은 ‘문 열다 낸 사고’인데 액수가 다른 이유는 하나입니다. 부딪힌 상대가 세워둔 차가 아니라 지나가던 차였습니다.
대법원은 두 조문의 경계를 이렇게 그었습니다.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사람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고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만 적용되지만, 그 밖에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도로교통법 제148조가 적용된다. —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9도1503 판결
‘세워둔 차만’이 깨지거나, 빠뜨린 것이 연락처 하나가 아니면 12만 원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5. 앞으로 벌어질 일
주차장에는 CCTV가 있고, 세워둔 차에도 주차 녹화가 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신고하면 차량이 확인되고, 며칠 뒤 경찰에서 연락이 옵니다.
그 연락을 받았을 때 인정하시면 통고처분으로 갑니다. 12만 원과 벌점입니다. 다만 경찰이 통고처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성명이나 주소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 달아날 우려가 있는 사람, 통고서 받기를 거부한 사람입니다. 부인하다가 이 셋 중 하나로 분류되면 12만 원으로 끝날 일이 즉결심판이나 정식 절차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범칙금은 국가에 내는 돈이지 상대에게 가는 돈이 아닙니다. 차를 고쳐 주는 일은 그것과 별개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