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7월 20일 · 변호사 김영빈

12대 중과실 : 개문발차 — 버스에서 넘어졌다고, 다 개문발차는 아닙니다

버스에서 넘어졌다고 다 개문발차(승객 추락방지의무 위반)가 아닙니다. 12대 중과실 중 가장 놓치기 쉬운 이 죄는 '승객이 두 발을 딛고 하차를 마쳤는가'로 성립 여부가 갈립니다. 이미 내린 승객의 치마가 문에 걸린 경우도, 어깨가 문에 부딪힌 경우도, 버스를 뒤쫓다 넘어진 경우도 개문발차가 아니라며 공소기각된 실제 판례들(대법원 96도3266 외)로 본, 종합보험 가입자가 형사재판을 피하는 지점.

12대 중과실 중 가장 놓치기 쉬운 하나입니다. 그런데 ‘두 발이 어디에 있었는가’로 죄가 달라집니다.

열두 가지부터 펼쳐 봅니다

교통사고를 내고 가장 먼저 듣는 무서운 말이 “이거 12대 중과실이에요”입니다. 무서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의 접촉사고는 종합보험에 들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사처벌까지 가지 않는데, 12대 중과실에 걸리는 순간 보험도 합의도 소용없이 형사재판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열두 가지가 뭔지 정확히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표로 한번 펼쳐 봅니다.

12대 중과실이런 경우입니다
신호위반정지·신호 지시를 어기고
중앙선 침범중앙선을 넘어서 (불법 유턴·후진 포함)
20km/h 초과 과속제한속도보다 시속 20km 넘게
앞지르기·끼어들기 위반금지 구역 추월, 이른바 ‘칼치기’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건널목에서 일단정지 등을 어기고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건너는 보행자를 보호하지 않고
무면허 운전면허 정지 중 운전 포함
음주·약물 운전술·약물에 취한 상태로
보도(인도) 침범차가 인도로 올라가
승객 추락방지의무 위반’개문발차’ — 문을 닫기 전에 출발
스쿨존 안전운전의무 위반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화물 낙하방지 위반실은 짐을 도로에 떨어뜨려

익숙한 것도, 낯선 것도 있으실 겁니다. 신호위반·중앙선·과속·음주·무면허·횡단보도·스쿨존은 뉴스에 자주 나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앞지르기·끼어들기, 철길건널목, 인도 침범, 개문발차, 화물 낙하 다섯은 “이것도?” 싶은 것들입니다.

이 중 가장 놓치기 쉬운 하나 — 개문발차

낯선 다섯 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개문발차입니다. 버스나 택시가 승객이 채 타거나 내리기 전에 문을 닫지 않고 출발해서 승객이 떨어지는 사고죠.

가장 놓치기 쉬운 이유가 둘입니다. 하나는, 매일 운전하는 버스·택시 기사조차 이게 음주운전과 같은 무게의 12대 중과실인 줄 모른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 이게 진짜인데 —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눈대중으로 짚기가 가장 어렵다는 겁니다.

‘두 발을 딛었는가’가 결론을 바꿉니다

법원은 개문발차를 아주 좁게 봅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승객이 두 발을 땅에 딛고 하차를 마쳤는가.

대법원이 오래전에 다룬 사건이 기준이 됐습니다. 종아리까지 오는 긴 치마를 입은 승객이 시내버스 뒷문으로 내려 인도로 올라서려는데, 치맛자락이 채 빠져나오기 전에 기사가 문을 닫아 치마가 끼었습니다. 승객은 차체를 두드리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지만 기사는 듣지 못한 채 출발했고, 끌려가지 않으려 버티다 치마가 찢어지며 인도로 넘어졌습니다. 다쳤죠. 그런데 대법원은 이걸 개문발차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문이 닫히기 전에 승객은 이미 두 발을 도로에 딛고 있었으니, ‘떨어질 승객’이 아니었다는 겁니다(대법원 96도3266). 버스가 공제에 가입돼 있어 공소는 기각됐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이 기준이 실제 사건들을 정반대로 나눕니다.

  • 하차하려던 승객의 오른쪽 어깨와 팔이 닫히는 문에 부딪혀 다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검사는 “추락할 위험이 있었으니 개문발차”라고 했지만, 법원은 문에 부딪힌 것은 ‘추락’이 아니라며 개문발차를 부정했습니다(대구지법 2024노1484).
  • 버스를 타려고 뒤쫓아 오며 차체를 두드리다 넘어져 바퀴에 팔이 밟힌 사건도, 아직 ‘타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개문발차가 아니라고 봤습니다(수원지법 안양지원 2019고단1597).
  • 도로에 두 발을 딛고 선 뒤 이번에도 긴 치마 끝이 문틈에 끼여 넘어지면서 바퀴에 손을 크게 다친 사건 역시, 이미 하차를 마친 뒤라는 이유로 개문발차가 아니었습니다(춘천지법 2015고단842).

반대로, 개문발차가 맞다고 본 사건도 있습니다. 여든여섯 살 승객이 버스 뒷문으로 내리며 한 발은 도로에, 다른 한 발은 아직 버스 계단에 있던 순간 문이 닫혔습니다. 놀라 뒤로 넘어져 대퇴골이 부러졌죠. 1심은 “문을 닫는 과정일 뿐”이라며 개문발차를 부정했지만, 항소심이 뒤집었습니다. 두 발을 딛고 균형을 잡아 하차를 마치기 전에 문을 닫았으니 개문발차가 맞다는 겁니다(전주지법 2022노546).

한 발이 아직 계단에 있었으면 개문발차, 두 발을 다 딛은 뒤였으면 아니다. 종잇장 한 장 차이 같지만, 유죄와 공소기각을 나눕니다.

여기에 하나 더 — 문이 닫혀 있었다면

버스에서 내리려고 일어나 걸어 나가던 승객이,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버스가 급하게 출발하는 바람에 버스 안에서 뒤로 넘어져 다친 일이 있었습니다. 얼핏 개문발차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은 닫혀 있었고, 승객은 아직 버스 안에 있었습니다. 이건 개문발차가 아니라 급출발, 즉 안전운전의무 위반입니다. 개문발차가 아니니 12대 중과실도 아니고요.

이렇게 모아 보면 — 이미 두 발을 딛었는가, 아직 타거나 내리는 중인가, 애초에 ‘승객’이긴 한가, 추락인가 부딪힌 것인가, 문이 열려 있었는가 닫혀 있었는가. 같은 “버스에서 넘어졌다” 안에 이 모든 경우가 들어 있고, 각각 결론이 다릅니다.

그래서, 직접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 순간을 넘어진 본인도, 운전한 기사 본인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경황이 없으니까요. 결국 CCTV를 프레임 단위로 돌려, 발이 언제 땅에 닿았는지, 그때 문은 어떤 상태였는지를 초 단위로 따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스스로 짚어 넘기면 틀리기 쉽다는 말은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그저 사실입니다.

그 판단은 어디서 나오나

이 구분을 해내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하나는 판례입니다. 방금 본 사건들처럼, 어느 사실 하나가 유죄와 공소기각을 나누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사실을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 CCTV·블랙박스·목격자 진술을 모아, 흐릿한 ‘넘어진 사고’를 초 단위로 복원해 냅니다. 이 두 가지는 사고를 당한 본인도, 기사 본인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호인이 하는 일

개문발차로 몰린 사건에서 변호인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형량을 깎는 것이 아닙니다. 이게 정말 개문발차가 맞는지부터 따지는 것입니다. 승객이 두 발을 딛고 내렸는지, 그때 문은 닫혀 있었는지, 애초에 그 사람이 ‘승객’이긴 했는지, 추락이었는지 그저 부딪힌 것이었는지. 여기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개문발차가 아니고 — 종합보험에 들어 있는 한 — 공소가 기각됩니다. 앞서 본 사건들이 실제로 그렇게 끝났습니다.

물론 모든 사건을 다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이 열린 채 출발한 것이 명백하면 다툴 여지가 없고, 그때는 정직하게 다른 길을 찾습니다. 하지만 “개문발차입니다”라는 낯선 한마디를 듣고 스스로 포기하기 전에, 그 말이 정말 맞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그 판단은, 넘어진 본인도 기사 본인도 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같은 12대 중과실이라도, 백색실선을 넘은 비접촉 사고가 종합보험 특례로 어떻게 공소기각까지 가는지는 이 글에 적었습니다.

사건의 다음 결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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