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13일 · 변호사 김영빈
개문발차 — 버스에서 넘어졌다고, 다 개문발차는 아닙니다
법원은 개문발차를 좁게 봅니다. 승객이 두 발을 딛고 내린 뒤의 사고, 닫히는 문에 부딪혔을 뿐 떨어지지 않은 사고, 아직 버스에 오르기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 다친 사고를 개문발차가 아니라고 본 판결들을 정리합니다. 개문발차가 아니면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가 아닌 한 공제 가입으로 공소권없음이나 공소기각으로 끝나는 구조와, 기억이 아니라 블랙박스를 초 단위로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12대 중과실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먼저 두 발과 문을 봅니다

1. 12대 중과실이면 무엇이 달라집니까
운전하던 버스에서 승객이 넘어져 다쳤고, 경찰에서 이런 말을 들으셨을 겁니다. 「개문발차라서 12대 중과실입니다. 공제에 들어 있어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개문발차를
아주 좁게 봅니다.
승객이 두 발을 땅에 딛고 내린 뒤에 일어난 사고, 닫히는 문에 부딪혔을 뿐 떨어지지는 않은 사고, 아직 버스에 오르기 시작하지도 않은 사람이 다친 사고는 개문발차가 아닙니다. 개문발차가 아니면,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가 아닌 한 버스가 공제에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형사처벌 없이 끝납니다.
이 차이가 큰 이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구조에 있습니다. 사람이 다친 교통사고는 보통 차가 보험·공제에 들어 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재판에 넘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신호위반·중앙선 침범·음주운전처럼 법이 따로 적어 둔 12가지에 해당하면 이 보호가 사라집니다. 개문발차는 그 12가지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공제에 들어 있었고 피해자와 합의까지 했는데도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된 개문발차 사건이 있습니다(전주지방법원 2022노546).
합의는 형을 가볍게 할 뿐,
재판 자체를 막지 못합니다.
공제가 있어도 재판을 받느냐, 공제로 끝나느냐가 「개문발차입니다」라는 한마디에 걸려 있습니다.
2. 법이 기사에게 요구하는 것
개문발차라는 이름은 「문 열고 출발」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조문은 이름보다 넓습니다.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운전 중 타고 있는 사람 또는 타고 내리는 사람이 떨어지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하여 문을 정확히 여닫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39조 제3항)
출발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버스가 서 있는 동안 문을 닫다가 승객을 떨어뜨려도 개문발차가 됩니다.
그렇다고 문을 다루다 난 사고가 모두 개문발차인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문을 여닫는 과정의 「일체의 주의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대법원 96도3266). 타고 있거나 타고 내리는 사람이 떨어지지 않게 할 의무를 어긴 사고만 개문발차입니다.
3. 내리던 승객 — 두 발을 디뎠는가
종아리까지 오는 긴 치마를 입은 승객이 시내버스 뒷문으로 내려 인도로 올라서려는 참이었습니다. 치맛자락이 채 빠져나오기 전에 기사가 문을 닫았고, 치마가 문에 끼었습니다. 승객은 차체를 두드리며 문을 열어 달라고 했지만 기사는 듣지 못하고 출발했습니다. 끌려가지 않으려 버티던 승객은 치마가 찢어지며 인도로 넘어져 다쳤습니다.
이 사고는 개문발차가 아니었습니다. 대법원은 승객이 차에서 내려 도로에 발을 딛고 선 뒤에 일어난 사고는 승객의 추락을 막을 의무를 어긴 사고가 아니라고 했습니다(대법원 96도3266). 버스가 공제에 들어 있었으므로 공소는 기각됐습니다.
두 발을 딛고 선 뒤 긴 치마 끝이 앞문 아래 틈에 끼어 넘어지면서 바퀴에 손을 크게 다친 사건도, 하차를 마친 뒤의 사고라 개문발차가 아니었습니다(춘천지방법원 2015고단842).
한 발이 아직 계단에 있을 때 문을 닫았으면 개문발차, 두 발을 다 디딘 뒤였으면 아닙니다. 86세 승객이 버스 뒷문으로 내리며 한 발은 도로에, 다른 한 발은 아직 버스 계단에 둔 순간 문이 닫히기 시작했습니다. 들고 있던 짐이 문에 걸렸고, 승객은 놀라 뒤로 넘어져 대퇴골이 부러졌습니다.
1심은 이 조항이 문을 닫는 과정의 주의의무까지 정한 것은 아니라며 공소를 기각했지만, 항소심이 뒤집었습니다. 승객이 두 발을 딛고 균형을 잡고 서기 전에 문을 닫았으니 추락을 막을 의무를 어겼다는 것입니다(전주지방법원 2022노546). 앞에서 본 벌금 500만 원이 이 사건입니다.

떨어진 것이 아니라 문에 부딪힌 경우도 따로 봅니다. 내리려던 승객의 오른쪽 어깨와 팔이 닫히는 문에 부딪혀 다친 사건에서, 검사는 실제로 떨어지지 않았어도 떨어질 위험이 생겼으니 의무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법원은 문을 안전하게 조작할 주의의무를 어긴 사고일 수는 있어도 승객이 떨어질 위험을 만든 사고는 아니라고 봤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4노1484).
4. 타려던 사람 — 승객이었는가
버스를 타려고 뒤쫓아 오며 차체를 두드리다 넘어져 바퀴에 팔이 밟힌 사건이 있습니다. 법원은 출발하는 버스를 뒤쫓다 넘어진 사고라며 개문발차가 아니라고 봤습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9고단1597).
문이 다 닫히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했는데 개문발차가 아니라는 판결도 있습니다. 승차하려던 사람이 넘어진 뒤에야 앞문이 완전히 닫힌 사건이었습니다. 항소심은 그 사람의 승차가 마음속으로는 시작됐을지 몰라도 객관적으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승객」이 아니라고 보고 1심의 금고형을 깨고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16노1061, 대법원 2017도5755).
문이 열린 채 출발했다는
사실만으로 개문발차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반대쪽 사건도 있습니다. 정차한 시내버스에 82세 승객이 지팡이를 앞문 앞에 두고 몸을 숙여 오르려던 순간, 창밖을 보던 기사가 앞문을 닫았습니다. 승객은 문에 밀려 도로로 떨어져 등뼈를 다쳤습니다. 법원은 다리가 앞문 계단에 닿았는지와 상관없이 타려던 그 사람은 승객이라고 봤고,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4노1996, 대법원 2025도777). 버스는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5. 문이 열려 있었는가
정차 직전에 양손에 짐을 들고 일어선 승객이, 버스가 속도를 줄이는 사이 균형을 잃고 앞문 쪽으로 넘어졌습니다. 기사가 버스가 완전히 서기 전에 앞문을 미리 연 탓에, 승객은 열린 문 밖으로 그대로 떨어졌습니다. 창원지방법원은 이것을 개문발차로 봤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5노375). 승객이 미리 일어선 잘못이 있었는데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승객이라도 문이 끝까지 닫혀 있었고 차 안에서만 넘어졌다면, 떨어진 사고가 아니어서 개문발차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도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급정차에 넘어지는 경우를 「추락」과 구별했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16노1061).

6. 개문발차가 아니면 이렇게 끝납니다
개문발차가 아니면 보통의 교통사고로 돌아갑니다. 버스·택시가 공제에 들어 있으면 처벌할 수 없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 단계라면 「공소권없음」으로 불송치되고, 이미 재판에 넘어갔다면 공소기각 판결로 끝납니다. 앞에서 본 「아니다」 쪽 사건들이 모두 공소기각으로 끝났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다면 공제만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생명이 위험해졌거나 불구·불치·난치에 이른 경우입니다. 이때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야 합니다.
7. 기억이 아니라 블랙박스로
문제는 이 순간을 넘어진 승객도, 운전석에 있던 본인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경황이 없으니까요. 발이 언제 땅에 닿았는지, 그때 문은 어떤 상태였는지, 버스가 언제 움직였는지는 블랙박스 영상으로 가려야 합니다.
문이 다 닫히기 전에 출발했는데도 승객이 아니라고 본 사건에서도, 법원은 영상으로 문이 닫히기 시작한 때와 출발한 때와 넘어진 때를 초 단위로 맞춰 본 뒤에 결론을 냈습니다. 영상을 한두 번 보고 「이 정도면 두 발을 디뎠다」고 혼자 넘기면 틀리기 쉽습니다.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그저 사실입니다.
개문발차로 몰린 사건에서 변호인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형량을 깎는 것이 아닙니다.
이게 정말
개문발차가 맞는지부터
따지는 것입니다.
두 발을 디뎠는지, 그 사람이 승객이었는지, 떨어진 것인지 부딪힌 것인지, 그때 문은 열려 있었는지. 하나라도 어긋나면 개문발차가 아닙니다.
「개문발차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스스로 포기하기 전에, 블랙박스부터 초 단위로 돌려 봐야 합니다. 기억은 흐려져도 두 발과 문은 영상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