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11일 · 변호사 김영빈

비접촉 교통사고 뺑소니 처벌 — 안 부딪혔으니 그냥 가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차와 부딪히지 않았어도 내 운전 잘못으로 사람이 다친 사고가 난 것을 알고 떠났다면 도주치상이 됩니다. 부딪히지 않고 떠나 벌금 1,000만 원을 받은 운전자와 부딪히고 떠났는데 뺑소니 무죄를 받은 운전자의 두 항소심 판결을 나란히 놓고, 결론을 가른 것이 접촉이 아니라 사고를 알고 떠났느냐였다는 점과 조사 전에 다툴지부터 정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안 부딪히고 떠난 운전자는

벌금 1,000만 원,

부딪히고 떠난 운전자는

뺑소니 무죄였습니다

비접촉 교통사고 — 안 부딪혀도 뺑소니가 되고, 결론을 정한 것은 사고를 알고 떠났느냐였다는 요지를 적은 정보 카드

닿지 않았는데 도주치상이었습니다

내 차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어도,

내 운전 잘못으로

사람이 다친 사고가 난 걸

알면서 그냥 떠났다면

뺑소니가 됩니다.

대구의 한 운전자가 그렇게 비접촉 사고 현장을 떠났다가 도주치상(뺑소니)으로 벌금 1,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도주치상의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그는 백색실선 구간에서 갑자기 차선을 바꿨습니다. 원래 바꾸면 안 되는 곳이었습니다. 옆 차로를 달리던 차가 그를 피하려고 급히 방향을 틀었고, 그 뒤로 차들이 잇달아 부딪혔습니다.

그의 차는 어느 차와도 닿지 않았습니다.

사고를 본 사람이 그를 뒤쫓아 왔습니다. 그 사람에게 그가 한 말이 판결문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다.

그리고 갔습니다.

사이드미러 속에 뒤쪽 연쇄 추돌 사고가 비치는 운전 장면의 삽화 —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는 도로 위에서 정해지지 않습니다」라는 글귀가 얹힌 이미지

사고가 난 것은 그도 알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안 부딪혔으니 괜찮을 줄 알았겠죠.

항소심 재판부는 그 믿음을 「비접촉 교통사고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을 것이라는 법률의 부지에 가까운 추측」이라고 적고, 도주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형이 무겁다며 낮춘 것이 벌금 1,000만 원이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5. 11. 25. 선고 2025노872 판결).

옆 차가 피했어도 내 사고입니다

블랙박스 화면으로는 내 잘못이 없어 보입니다. 내 차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고, 핸들을 꺾은 것은 옆 차입니다. 문철해 보세요(「문철하다」라는 신규 동사를 실시간으로 창조 중인 그 방송…). 되긴 뭐가 됩니까.

대구 운전자도 항소하면서 비접촉 사고라 과실이 없고, 과실이 있더라도 그 과실과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과실도 인과관계도 인정했습니다.

차선을 바꿀 때 옆 차로의 차가 정상적으로 달리는 데 방해가 될 우려가 있으면 바꾸면 안 됩니다(도로교통법 제19조 제3항). 그는 들어가려는 차로의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차선을 바꿨고, 재판부는 그것을 과실로 봤습니다.

인과관계 주장에는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써 온 법리로 답했습니다. 피해자가 놀라 넘어져 다쳤다면, 차와 직접 부딪히지 않았더라도 운전자의 과실과 그 상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습니다(대법원 2002. 3. 12. 선고 2001도6932 판결 등).

수원에서는 차선을 바꾸려다 그만둔 운전자가 유죄를 받았습니다. 1차로를 달리던 그는 2차로로 차선을 바꾸려다 우측 뒷바퀴로 차선을 밟고 다시 1차로로 돌아왔습니다. 그 순간 2차로를 시속 115km로 달리던 차가 급히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고, 가로수를 들이받고 뒤집혔습니다. 그 차의 운전자는 숨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운전자가 핸들을 꺾지 않았더라도 두 차가 부딪히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그래도 1심과 항소심 모두 유죄였습니다(금고 4개월, 집행유예 1년 · 수원지방법원 2025. 11. 21. 선고 2025노2526 판결).

가까운 거리에서 갑자기 차선을 바꾸면 옆 차가 급히 피하는 것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할 반응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바퀴로 선을 밟았을 뿐인데

사람이 죽었고,

피하지 않아도

됐을지 모르는데

책임은 남았습니다.

알고도 그냥 가면 특례가 빠집니다

도주하지 않았다면, 사람이 다친 교통사고라도 차가 종합보험에 들어 있으면 형사재판에 넘길 수 없습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 다만 사람이 숨진 사고, 그리고 신호위반·중앙선 침범 같은 12대 중과실이나 중상해 등은 이 특례에서 빠집니다.

대구 운전자처럼 백색실선 구간에서 차선을 바꾼 것은 12대 중과실이 아닙니다. 백색실선은 진로 변경을 막는 선이지 통행 자체를 막는 표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4. 6. 20. 선고 2022도12175 전원합의체 판결).

그 대법원 사건도 비접촉 사고였습니다. 옆 차로 택시가 급정거해 승객이 다쳤고, 결론은 공소기각,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판결이었습니다.

대구 재판부는 이 판결이 재판에 넘길 수 있는지의 문제일 뿐, 그렇게 차선을 바꾼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백색실선, 비접촉, 종합보험. 대구 운전자의 사고는 그 대법원 사건과 같은 조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벌금 1,000만 원이 나온 것은 도주 때문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차를 세우고, 다친 사람을 살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연락처를 줬다면 도주는 붙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고라도 도주가 붙으면 적용되는 법이 바뀐다는 도해 — 도주가 없으면 종합보험으로 형사재판에 넘길 수 없고, 알고도 그냥 가면 도주치상의 법정형

대구 운전자가 진짜로 잘못 안 것은,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자기가 내려도 되는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는 도로 위에서 정해지지 않습니다. 몇 달 뒤 수사와 재판에서 정해집니다.

부딪히고 떠났는데 무죄였습니다

대구 판결 2일 뒤, 창원에서 결론이 반대인 판결이 나왔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5. 11. 27. 선고 2025노915 판결).

한 운전자가 1차로에서 2차로로 끼어들다 뒤에서 오던 차와 스쳤습니다. 이쪽은 접촉이 있었습니다. 펜더가 긁혔고, 그 차는 가드레일에 부딪혀 멈췄습니다. 그 차 운전자는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는 경적을 듣고 비상등을 켰습니다. 진로를 막아 미안하다는 뜻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차로로 돌아가, 피해 차량이 뒤쫓아 와 세울 때까지 약 857m를 계속 갔습니다.

1심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부딪혔는데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싶으니까요.

항소심은 1심 판결을 깼습니다. 사고 뒤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고후미조치는 무죄, 도주치상(뺑소니)도 인정하지 않았고, 남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은 종합보험을 이유로 공소기각했습니다. 1심의 벌금 500만 원이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뺑소니는 사람이 다친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고 떠나야 성립합니다. 모르고 떠났다면 도주가 아닙니다. 사고후미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몰랐다고 했습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태우고 있었고, 아들이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괴성을 지르고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운전이 「몰랐다」를 받쳤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그 말이 수사기관에서부터 항소심 법정까지 같았다는 점, 충돌이 심하지 않았고 가드레일에 부딪힌 장면은 그의 운전석에서 잘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고 뒤 그의 운전이 몰랐다는 말을 뒷받침한다고 봤습니다.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따라잡힐 속도로 가지 않았을 텐데, 그는 비상등을 켜고 원래 차로로 돌아갔다가 다시 2차로로 옮겨 다른 차보다 천천히 갔습니다.

피해자가 따라붙어 여러 번 경적을 울리고 창문을 내려 소리칠 때까지,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 전혀 없었습니다.

멈추라고 하자 멈췄고, 사고를 알고 나서는 바로 보험 처리를 해 줬습니다.

음주도 무면허도 아니었고 종합보험도 있었습니다. 도망칠 이유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피해자는 보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1개월여가 지나서야 뺑소니로 고소했습니다. 그는 그사이 차 안을 찍은 블랙박스 영상이 지워졌다고 했고, 재판부는 고소가 늦어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것을 그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구와 창원의 운전자는 모두 차선을 바꾸다 사고를 냈고, 종합보험이 있었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벌금 1,000만 원을 받은 쪽은 부딪히지도 않았고, 무죄를 받은 쪽은 부딪혔습니다.

결론을 정한 것은

접촉이 아니라

사고를 알고

떠났느냐였습니다.

부딪히지 않고 떠나 벌금 1,000만 원을 받은 대구 사건과 부딪히고 떠났는데 사고후미조치 무죄·치상 공소기각이 된 창원 사건을 나란히 비교한 도해

조사 전에 다툴지부터 정합니다

저는 이런 사건에서 의뢰인이 무엇을 주장하는지보다 사고 직후 몇 분 동안 몸이 무엇을 했는지를 먼저 봅니다. 창원 재판부도 1년 3개월여 뒤 그 몇 분을 무죄의 근거로 적었습니다.

「몰랐습니다」는 대구 운전자도 할 수 있었던 말이고, 실제로 수많은 사람이 조사실에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대개 무너집니다. 조사에서 시험받는 것은 그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날 그 차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전부입니다.

그래서 다툴지 인정할지를 조사 전에 정합니다. 창원 운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랐다」만 말했고, 판결문이 그 일관성을 짚었습니다. 무죄를 다투는 서면에 선처 호소를 함께 넣으면 「몰랐다」는 말부터 믿기 어려워집니다. 이 선택을 미룬 쪽이 가장 많이 집니다.

도주 혐의를 벗으면 남는 것은 형사재판에 넘길 수 없는 사고일 수 있습니다. 창원 사건이 그렇게 공소기각으로 끝났고, 대구 사건도 같은 결론이 날 수 있었는데 도주 하나가 그걸 지웠습니다. 그래서 종합보험에 들어 있었는지, 위반이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지를 함께 보고, 도주를 다투는 일을 형량을 다투는 일보다 먼저 합니다.

다투기로 했다면 진술보다 궤적을 모읍니다. 사고 뒤의 속도와 차로, 비상등, 멈출 때까지의 거리와 시간, 멈춘 뒤에 한 일, 보험 접수 시각. 이 움직임은 의뢰인의 차와 상대 차의 블랙박스에, 보험 접수는 통화 기록에 남습니다.

다만 창원 재판부가 블랙박스 영상이 없는 것을 불리하게 보지 않은 것은 고소가 1개월 넘게 늦어진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사정이 없으면 영상이 없다는 것은 그대로 의뢰인의 손해입니다.

안 부딪힌 사고로 뺑소니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그날의 기록은 놔두면 지워집니다.

사라지기 전에

모아 두는 것,

그리고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인정할지를

조사 전에 정해 두는 것.

그게 변호인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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