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7월 18일 · 변호사 김영빈

비접촉 교통사고 — 안 부딪혔으니 그냥 가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차와 직접 부딪히지 않아도 교통사고입니다. 2024년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백색실선을 넘어 낸 비접촉 사고를 12대 중과실에서 빼, 종합보험에 들었으면 기소조차 못 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특례는 현장에 남은 사람에게만 남습니다 — 같은 종합보험 가입자인데 한쪽은 벌금 1,000만 원, 한쪽은 공소기각으로 갈린 두 판결(대구 2025노872 · 창원 2025노915)로 본, 사고 직후 몇 분의 무게.

문철해보세요, 되긴 뭐가 됩니까?

”나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다”

대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운전자가 차선을 바꿨습니다. 백색실선이 그어진, 원래 바꾸면 안 되는 구간이었습니다. 옆 차로를 달리던 차가 그를 피하려고 급하게 방향을 틀었고, 그 뒤로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그의 차는 아무것도 들이받지 않았습니다. 긁힌 자국 하나 없었습니다.

사고를 본 사람이 그를 쫓아와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이 판결문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다.

그리고 갔습니다.

“안 부딪혔는데 왜 내 책임인가. 뒤차가 알아서 피하다 사고를 낸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한 방송(‘문철하다’라는 신규 동사를 실시간으로 창조 중인 그 방송…)에서 비슷한 영상을 놓고 시청자 투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킥보드가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가 부딪히지도 않고 혼자 넘어진 장면이었는데, 88%가 킥보드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방송에 나온 변호사의 판단은 차 70 대 킥보드 30이었습니다.

도로 위에서 그 순간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대개 88% 쪽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구의 그 운전자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겠죠.

그런데 그는 벌금 1,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부딪히지 않아도 사고입니다

먼저 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법이 말하는 교통사고는 ‘차의 교통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이지 ‘차끼리 부딪힌 것’이 아닙니다. 부딪힘은 사고의 흔한 모습일 뿐, 사고의 정의가 아닙니다.

그래서 내 운전 때문에 상대가 놀라 넘어졌다면, 내 차에 자국이 없어도 사고입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봐 왔습니다. 피해자가 놀라 넘어져 다쳤다면 차와 사람이 직접 부딪히지 않았더라도 운전자의 과실과 그 상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접점이 얼마나 얇아도 되는지 보여주는 판결이 수원에서 나왔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5. 11. 21. 선고 2025노2526 판결). 어떤 운전자가 차선을 바꾸려다 우측 뒷바퀴로 차선을 밟았습니다. 차체 일부가 옆 차로에 걸친 정도였습니다. 옆 차로를 시속 115km로 달리던 차가 급히 방향을 틀었고, 가로수를 들이받고 뒤집혀 운전자가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런 판단까지 했습니다 — 피해자가 그렇게 조향하지 않았더라도 두 차가 충돌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피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유죄였습니다(금고 4월, 집행유예 1년).

바퀴로 선을 밟았을 뿐인데 사람이 죽었고, 피하지 않아도 됐을지 모르는데 책임은 남았습니다.

그런데 2024년 6월, 백색 실선 사고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하나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비접촉 사고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재작년에 반대 방향으로 크게 움직인 것이 하나 있습니다.

교통사고에는 다른 범죄에 없는 특례가 있습니다. 사람이 다쳐도 종합보험에 들어 있으면 검사가 기소 자체를 못 합니다. 다만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같은 이른바 12대 중과실이면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고 재판으로 갑니다.

문제는 차선을 바꾸면 안 되는 백색실선을 넘은 것이 그 12대 중과실에 들어가느냐였습니다. 실무는 오래 이것을 ‘지시위반’으로 보고 기소해 왔습니다. 급차선변경은 비접촉 사고의 가장 흔한 원인이니, 이 해석 아래에서는 대부분의 비접촉 사고가 형사재판으로 직행했습니다.

2024년 6월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것을 뒤집었습니다(대법원 2022도12175 전원합의체 판결, 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백색실선은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로변경을 제한할 뿐, 통행 자체를 금지하는 표지가 아니고, 도로교통법도 통행금지와 진로변경금지를 아예 다른 조문으로 나눠 규율하고 있으니, 진로변경금지 위반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읽는 것은 문언의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백색실선을 넘어 사고를 냈어도 종합보험에 들어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 자체가 비접촉 사고였습니다. 백색실선 구간에서 1차로에서 2차로로 진로를 바꿨고, 2차로를 달리던 개인택시가 추돌을 피하려고 갑자기 섰고, 택시 승객이 2주 상해를 입었습니다. 부딪힌 데가 없습니다.

그 사건의 결론은 공소기각이었습니다. 한 달 뒤 대법원은 같은 법리로 또 하나의 택시 사건을 공소기각했습니다(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도15014 판결).

백색실선을 넘어 급하게 차선을 바꿨고, 뒤차가 피하다 다쳤고, 종합보험에 들어 있다 — 2024년 6월 이후 이 조합은 형사재판까지 가지 않습니다.

제발, 현장을 떠나지 마세요

이제 처음의 대구 운전자로 돌아갑니다.

그도 백색실선을 넘었습니다. 그도 비접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차도 종합보험에 들어 있었습니다.

방금 본 대법원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사건입니다. 실제로 대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 법리를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백색실선 침범은 공소제기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요.

그러니까 그는, 차를 세우고 서 있기만 했으면 형사재판을 받지 않았을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주가 붙는 순간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고를 내고 조치 없이 떠나면 종합보험 특례가 통째로 배제됩니다. 그때부터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입니다. 도주치상의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대구 재판부는 그의 그 한마디를 이렇게 읽었습니다.

비접촉 교통사고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을 것이라는 법률의 부지에 가까운 추측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물리적인 접촉이 없었더라도, 사고가 난 것을 보고도 인적사항을 주거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떠난 이상 도주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 그렇게 벌금 1,000만 원이 나왔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5. 11. 25. 선고 2025노872 판결).

이틀 뒤, 창원에서

대구 판결이 나온 지 이틀 뒤, 창원에서 나온 판결이 있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5. 11. 27. 선고 2025노915 판결). 저는 이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한 운전자가 1차로에서 2차로로 끼어들었습니다. 뒤에 있던 차와 살짝 스쳤고 — 이쪽은 접촉이 있었습니다, 펜더가 긁히는 정도였습니다 — 그 차가 가드레일을 받고 섰습니다. 피해자는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는 경적 소리를 듣고 비상등을 켰습니다. 다만 그건 사고를 인정하는 뜻이 아니라, 진로를 방해해서 미안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원래 차로로 돌아가 계속 갔습니다. 857미터를 갔습니다. 피해자가 쫓아와 세울 때까지요.

1심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부딪혔는데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싶으니까요.

항소심은 이것을 파기했습니다. 사고후미조치는 무죄, 남은 부분은 종합보험을 이유로 공소기각. 1심의 벌금 500만 원이 통째로 날아갔습니다.

그가 몰랐다고 한 이유는 이랬습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태우고 있었고, 아들이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괴성을 지르고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변명 하나로 무죄가 된 게 아닙니다. 재판부가 근거로 든 것은 대부분 그가 사고 이후에 한 행동이었습니다.

  • 도주할 생각이었다면 피해자가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로 가지 않았을 것인데, 그는 비상등을 켜고 오히려 더 천천히 갔습니다.
  • 피해자가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를 때까지도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 전혀 없었습니다.
  • 멈추라고 하자 멈췄고, 알게 된 뒤에는 바로 보험처리를 해 줬습니다.
  • 음주도 무면허도 아니었고 종합보험도 있었습니다. 도망칠 이유 자체가 없었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피해자가 한 달이 지나서야 고소하는 바람에 그의 블랙박스 영상은 이미 지워져 있었습니다. 차 안이 시끄러웠다는 걸 증명할 유일한 자료가 사라진 것입니다. 재판부는 그것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

두 사람 다 차선을 바꾸다 사고를 냈습니다. 두 사람 다 종합보험에 들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벌금 1,000만 원, 한 사람은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됐습니다.

부딪혔는지로 결론이 달라진 게 아닙니다. 오히려 거꾸로입니다. 벌금을 받은 쪽은 부딪히지도 않았고, 사건이 끝난 쪽은 부딪혔습니다.

차이는 하나뿐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떠났는가.

대구 운전자가 잘못 안 것은 법이 아닙니다. 그의 생각은 절반은 맞았습니다. 백색실선을 넘어 비접촉 사고를 낸 것만으로는 그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사람이었으니까요. 2024년 대법원이 그렇게 정해 뒀습니다.

그가 진짜로 잘못 안 것은, 그 판단을 자기가 그 자리에서 내려도 되는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는 도로 위에서 정해지지 않습니다. 몇 달 뒤 조사실과 법정에서, 남의 손으로 정해집니다. 그 사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판단이 아니라 조치뿐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저는 이런 사건에서 의뢰인이 무엇을 주장하는지보다 사고 직후 몇 분 동안 몸이 무엇을 했는지를 먼저 봅니다. 위 두 판결의 결론을 정한 것이 정확히 그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창원 사건에서 무죄를 만든 것은 “몰랐습니다”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 말은 대구 운전자도 할 수 있었고, 실제로 수많은 사람이 조사실에서 합니다. 그리고 대개 무너집니다.

창원에서 그 말이 산 이유는, 행동이 그 말과 앞뒤가 맞았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간 것, 비상등을 켠 것, 세우자 선 것, 알고 나서 바로 보험을 넣은 것. 그 하나하나는 사고 당시엔 아무 의미 없는 사소한 동작이었지만, 1년 뒤 법정에서 그의 진술을 지탱하는 기둥이 됐습니다.

그래서 사건을 받으면 저는 순서를 이렇게 잡습니다.

첫째, 다툴 것과 인정할 것을 먼저 정합니다. 창원 운전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항소심 법정까지 “몰랐다” 하나로 갔습니다. 판결문이 그 일관성을 짚습니다. 만약 중간에 흔들려 “그래도 죄송하다, 선처해 달라”를 얹었다면 무죄는 없었습니다. 무죄 주장과 선처 호소는 같은 서면에 나란히 서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을 미뤄 두고 양쪽에 발을 걸친 서면이 가장 많이 집니다.

둘째, 도주를 다툴 사건이라면 진술이 아니라 궤적을 모읍니다. 사고 후 속도, 차로, 비상등, 정차까지의 거리와 시간, 멈춘 뒤 한 행동, 보험 접수 시각. 창원 재판부가 근거로 든 것이 전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블랙박스와 상대 차량 영상, 통화기록에서 이 궤적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자료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위 사건에서 블랙박스가 지워진 것을 재판부가 봐준 것은 운이 좋았던 것이지, 원칙이 아닙니다.

셋째, 공소기각으로 끝낼 수 있는 사건인지부터 봅니다. 종합보험 가입 여부, 위반의 유형이 12대 중과실에 실제로 해당하는지. 2024년 6월 전원합의체 이후로 이 특례의 폭이 예전보다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도주가 인정되면 통째로 사라집니다. 그래서 도주를 지우는 일이 형량을 다투는 일보다 항상 먼저입니다. 대구 사건도 마지막까지 공소기각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도주 하나가 그걸 지웠습니다.

안 부딪힌 그 사고를 앞에 두고 계신다면

처음의 88%로 돌아갑니다. 대중의 눈과 법의 눈은 그만큼 벌어져 있고, 사고 직후 도로에 서 있는 사람은 언제나 대중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눈으로 내린 판단이 대구의 벌금 1,000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만 정해 두시면 됩니다.

내 차에 자국이 없어도, 내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세우고, 확인하고, 연락처를 주는 것. 그 몇 분이면 대부분의 사건은 애초에 형사사건이 되지 않습니다. 2024년 이후로는 더 그렇습니다.

이미 떠나오셨다면 — 그래서 이 글까지 오셨다면 — 남은 것은 조사실입니다. 거기서 시험받는 것은 “몰랐다”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날 그 차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전부입니다. 창원 운전자를 살린 것도 그것이었고, 대구 운전자를 무너뜨린 것도 그것이었습니다.

그 기록은 놔두면 지워집니다. 사라지기 전에 모아 두는 것, 그리고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인정할지를 조사 전에 정해 두는 것. 그게 변호인의 일입니다.


떠남의 문제 — 무엇을 언제 박았느냐에 따라 죄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이 글에 적었습니다.

사고 직후 경찰이 정리하는 그 종이, 그리고 형사가 끝난 뒤에 오는 민사 소장에 대해서도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사건의 다음 결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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