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6월 22일 · 변호사 김영빈

피해자가 사망한 성범죄 사건, 그런데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유일한 증거였던 피해자 진술. 그런데 재판 전 피해자가 사망했습니다. 진술조서 부동의와 형사소송법 제314조로 증거능력을 다퉈 무죄로 끝난 유사강간미수 사건의 기록입니다.

유사강간미수로 기소된 의뢰인이 있었습니다. 사건의 거의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었고,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피해자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검사에게도, 변호인에게도, 그 진술을 법정에서 검증할 길이 사라진 것입니다.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그런데 그 무죄는 피해자의 말이 거짓임을 밝혀서 받아낸 것이 아닙니다. 검증받지 못한 진술로는 사람을 벌할 수 없다 — 형사재판의 가장 오래된 원칙 하나가 그대로 작동한 결과였습니다.

이 글은 제가 변호인으로 참여해 무죄로 끝난 그 사건의 기록을, 익명화해서 적습니다. 같은 처지에 계신 분께, 그리고 “증거가 진술뿐인 사건은 어떻게 흘러가는가”가 궁금하신 분께, 지난 사건과 같이, 일반론보다 한 사건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드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입니다.

1. 사건 — 하룻밤과 한 통의 신고

의뢰인은 스무 살을 갓 넘긴 남성이었습니다. 늦은 밤 길에서 처음 본 사람과 말을 트고, 함께 술을 마시기로 했고, 모텔에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피해자가 먼저 그곳을 나와 112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검사가 적은 공소사실은 이렇습니다. 의뢰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강제로 잡아당겨 유사강간을 시도했고, 저항하자 목을 누르며 협박했으나, 피해자가 화장실에 가는 척 빠져나와 달아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는 것. 죄명은 유사강간미수입니다. 강간에 준하여 처벌되는 성범죄로, 유죄가 되면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 취업제한이 뒤따르는 무거운 죄입니다.

의뢰인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그날 일은 서로 동의한 것이었고, 목을 조르거나 협박해 무언가를 강요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역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늦은 밤 낯선 사람과 술을 마시고 모텔에 간 처신을 옹호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처신입니다. 그러나 경솔한 처신과 성범죄는 다른 문제입니다. 형사재판은 처신을 나무라는 자리가 아니라, 검사가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했는지를 따지는 자리입니다.

2. 승부처였어야 할 자리 — 그리고 사라진 증인

이런 부인 사건의 승부처는 거의 언제나 한 곳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 수사기관에서 한쪽 방향으로 정리된 진술을, 법정에서 변호인이 직접 묻고 그 모순을 기록에 남기는 자리입니다. 피해자가 법정에 나온 사건의 무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다른 글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그 자리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공소가 제기된 뒤 증인신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사망했다면 정말 큰 일이었겠지만, 이 사건과 무관하게 사망했다는 사실만은 피고인 측에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자체로 안타까운 일이고, 그것을 두고 유불리를 셈하는 일은 조심스럽습니다. 변호인이 법정에 낸 의견서에도 같은 문장을 적었습니다. 피해자의 사망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검증의 기회 없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빼앗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사건이 어려워진 동시에 또렷해진 지점이 거기였습니다. 피해자가 떠나면서, 사건의 거의 유일하고 직접적인 증거였던 피해자의 진술은 법정에서 한 번도 검증받지 못한 진술이 되었습니다.

3. 검증받지 않은 진술은 증거가 될 수 있는가

여기서 형사재판의 원칙 하나를 짚어야 합니다.

진술은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피고인이 반대신문할 수 있는 상태로 나와야 증거가 됩니다. 한쪽이 수사기관에서 한 말을 그대로 받아 사람을 벌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이 사건에서 변호인은 피해자의 경찰 진술조서를 부동의했습니다.

그렇다면 원진술자가 사망해 법정에 나올 수 없을 때는 어떻게 될까요. 형사소송법은 한 가지 예외를 둡니다(제314조).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증명되면, 반대신문 없이도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피고인에게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 빼앗는 더 무거운 예외이기 때문에, 법원은 그 요건을 훨씬 엄격하게 따집니다. 그리고 그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를 증명할 책임은, 피고인이 아니라 검사에게 있습니다.

공은 검사에게 넘어가 있었습니다.

4. 법정에서 한 일들

첫째, 부동의를 분명히 했습니다. 만약 변호인이 피해자의 진술조서에 동의했다면, 그 진술은 그대로 증거가 되어 사건의 토대가 됐을 것입니다. 무엇에 동의하고 무엇을 부동의할지는 첫 의견서에서 정해지고, 한 번 동의한 증거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이 한 줄의 판단이 사건 전체의 구조를 갈랐습니다.

둘째, 재판부의 소송지휘에 정면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증인신문이 불가능해지자 재판부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의견을 내라”는 취지의 지휘를 했습니다. 변호인은 거기에 맞춰 의견서를 내되, 출발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를 소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그 소명이 없는 한 이 진술조서는 증거로 채택되어선 안 된다는 것. 입증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흐리지 않는 것이 이런 사건의 첫 단추입니다.

셋째, 그럼에도 물러설 자리까지 준비했습니다. 설령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되더라도 그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점을, 예비적으로 함께 적었습니다. 진술이 회차를 거치며 어긋나는 지점들, 그리고 현장에 남은 객관적 정황과 맞지 않는 부분들을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까지 이 글에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떠난 분의 말을 들춰 깎아내리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차 방어선은 증거능력, 2차 방어선은 신빙성 — 두 겹으로 세워 두는 것이 부인 사건의 기본입니다.

5. 판결

선고일,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은 담담했습니다. 피해자의 경찰 진술이 이 사건의 가장 직접적인 증거인데 피고인이 부동의했으므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검사도 그에 대한 입증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그 진술조서는 증거가 될 수 없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변호인의견서의 의견 그대로의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다, 법원은 몇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통상 이루어지는 검사가 이 사건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는 응했으나 검찰 조사에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 이 부분 또한, 제가 강력하게 재판부에 올렸던 부분이었지요.

다만 —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판결문의 한 대목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고와 진술만 놓고 보면 유사강간 미수가 맞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먼저 적었습니다. 그러고는, 그럼에도 검사의 증명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 이상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의심만으로는 사람을 벌하지 않는다 — 형사재판이 스스로에게 거는 가장 어려운 규율이, 이 사건에서는 무죄라는 결론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6. 같은 상황에 계시다면

이 사건에서 일반화할 수 있는 것만 추려 적습니다.

부인 사건의 승부는 “더 크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진술을 검증의 무대 위에 올려놓는 일, 그리고 그 진술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이는 일입니다.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절차의 구조로 다투는 싸움입니다.

증거 동의·부동의는 되돌릴 수 없는 갈림길입니다. 어떤 증거에 동의하고 어떤 증거를 부동의할지는 첫 의견서 단계에서 정해지고, 그 한 번의 판단이 사건 전체의 길을 정합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고, 판단하기 전에 변호인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첫 진술 전에 갈래를 정하십시오. 다투는 트랙과,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설계하는 트랙은 전혀 다른 길이고 동시에 탈 수 없습니다. 어느 길인지는 첫 진술 전에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첫 진술의 무게는 현행범 체포 직후를 다룬 글에, 선처 트랙의 설계는 기소유예를 다룬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직하게 추가합니다. 이 사건의 무죄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우연이 가져다준 결과가 아닙니다. 그 비극이 한 사람의 유죄를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무죄는, 검증받지 않은 진술로는 사람을 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끝까지 붙들고 증거능력이라는 좁은 문 앞에서 사건을 멈춰 세웠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무죄는 누구도 약속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닙니다. 변호인이 약속할 수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사건이 멈춰 설 수 있는 그 자리를 찾아내 끝까지 지키는 일까지입니다.


창원·경남에서 성범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앞두고 계시다면, 첫 진술 전에 한 번 상의하십시오. 아인법률사무소 · 변호사 김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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