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6월 12일 · 변호사 김영빈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기소유예 — 전과 없이 끝낼 수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기소유예의 조건과 한계 — 형사조정으로 합의를 여는 길, 반성의 기록, 그리고 수사 단계라는 시간.
조사를 앞두고 검색창에 “카촬 기소유예”를 쳐 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런 사정일 겁니다. 처음 겪는 일이고, 직장이나 임용·자격 문제가 걸려 있고, 무엇보다 “전과만은” 피하고 싶은 상황.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 기소유예는 실제로 존재하는 출구입니다. 다만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이 갈리고, 그 갈림은 운이 아니라 대부분 준비에서 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준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 제가 성범죄 사건들에서 기소유예를 실제로 만들며 밟았던 절차 그대로 — 적어 보겠습니다.
1. 기소유예가 정확히 무엇인가
기소유예는 검사가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보아 재판에 넘기지는 않겠다”며 사건을 끝내는 처분입니다. 재판이 없으니 형의 선고가 없고, 형의 선고가 없으니 전과(범죄경력)가 남지 않습니다.
다만 두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첫째, 기소유예는 ‘혐의 인정’을 전제로 한 선처입니다. 무혐의와는 전혀 다릅니다. 혐의 자체를 다툴 사건이라면 기소유예가 아니라 무혐의를 다투는 게 맞고, 그 갈래 판단이 이 사건 전체에서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둘째, 아무 흔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를 받았다는 기록(수사경력자료)은 일정 기간 보존된 뒤 삭제됩니다. 일상에서 조회되는 성격의 기록은 아니지만, “아무 일도 없던 것”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같은 일이 반복되면, 한 번 받은 기소유예는 두 번 주어지지 않습니다.
2. 카촬에서 기소유예가 각별한 이유
다른 죄였다면 “벌금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카촬은 다릅니다.
카촬은 성범죄라서, 유죄가 확정되면 형의 무게와 별개로 신상정보 등록이 따라오고, 직업에 따라서는 임용·취업의 제한이 연쇄적으로 걸립니다. 공무원·교원·군인처럼 신분이 걸린 분들에게는 벌금 한 번이 형벌 그 자체보다 훨씬 큰 결과를 만듭니다.
기소유예는 유죄’판결’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후속 트랙 전체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결과는 어디까지 갈릴까〉에서 결과의 사다리를 적었는데, 그 사다리의 맨 위 칸 — “재판까지 가지 않음” — 이 가지는 무게가, 카촬에서는 다른 어떤 죄보다 큽니다.
3. 검사는 무엇을 보나
기소유예는 검사의 재량입니다. 그리고 재량은 서류로 움직입니다. 실무에서 검사의 판단에 실리는 사정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초범인가
- 촬영이 일회적인가, 반복·상습인가
-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았는가
- 피해자의 의사 — 합의, 처벌불원
- 반성이 ‘기록’으로 있는가
- 재범을 막을 환경을 말할 수 있는가
여기서 중요한 건 셋째 줄 아래입니다. 초범·일회성은 주어진 사정이지만, 합의와 반성의 기록은 만드는 사정입니다.
말로 하는 반성은 검사실에 도착하지 않습니다. 제가 의견서와 함께 검사실에 실제로 제출해 온 묶음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반성문과 사과문, 재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그리고 자발적으로 이수한 성범죄 예방교육 수료증. 이 마지막 것이 의외로 무겁습니다. 처분이 나오기도 전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시간을 들여 교육을 듣고 왔다는 서류 —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라는 말을 종이 한 장의 사실로 바꿔 놓은 것이니까요.
기소유예를 “선처를 비는 일”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검사가 결재 서류에 쓸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드리는 일에 가깝습니다. 빌어서 받는 게 아니라, 근거가 갖춰지면 받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검사가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를 조건으로 거는 형태(교육조건부 기소유예)로 운영되기도 하는데, 제가 함께한 사건 중에도 그렇게 끝난 사건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4. 피해자가 만나 주지 않을 때 — 형사조정이라는 길
여기서 많은 분들이 막힙니다. 합의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2차 가해로 평가되어 오히려 사건을 키웁니다(체포 직후의 글에서 적었듯,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그런데 변호인을 통해 정중하게 의사를 타진해도, 피해자께서 접촉 자체를 거부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면 길이 없는 걸까요.
있습니다. 검찰 단계의 형사조정 절차입니다.
검찰청에는 형사조정 제도가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동의하면 조정위원이 중간에 서는 자리가 마련되고, 그 자리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고 피해 회복 방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직접 연락이 아니라 절차를 통한 접촉이라, 피해자분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합니다.
제가 함께한 강제추행 사건이 정확히 이 길을 밟았습니다. 피해자분이 합의 의사 타진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셔서 막혀 있던 사건이었는데, 검찰 단계에서 형사조정이 열리면서 그 자리에서 사과가 전달되고 합의가 성립했습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조정실에서 검사실로 직접 전달됐고, 사건은 기소유예로 끝났습니다.
또 한 사건 — 촬영물이 문제 된 성폭력처벌법 사건 — 에서는 변호인이 의견서로 형사조정을 먼저 신청해 같은 길을 열었습니다. 조정이 성립한 뒤 반성과 재범방지의 기록을 묶어 제출했고,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로 마무리됐습니다.
두 사건에서 기억해 두실 것은 하나입니다. 합의가 ‘막힌 것처럼 보이는 상태’와 ‘실제로 닫힌 상태’는 다릅니다. 직접 연락이 금지되어 있다고 길이 없는 게 아니라, 절차로 여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그 길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같은 사건의 결과를 가릅니다.
5. 갈래는 빨리 정해야 합니다 — 부인 트랙과 선처 트랙
반대로, 다음 사정이 있으면 기소유예를 기대하고 사건을 설계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 촬영물이 반포·유포된 경우
- 피해자가 여럿이거나 촬영이 장기간 반복된 경우
-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
-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 아청법 사건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하나 더. 혐의를 부인하면서 기소유예를 바라는 것은 모순입니다. 기소유예는 혐의 인정을 전제로 하니까요.
고백하자면, 위 강제추행 사건에서 변호인으로서 가장 오래 한 일은 서면을 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설득이었습니다. 증거 관계상 다투기 어려운 사건이었고, 합의만 이루어지면 기소유예를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그림이 변호인 눈에는 보였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은 두려움에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생이 걸렸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일단 아니라고 말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상태로 조서가 쌓이면 선처의 문이 하나씩 닫힌다는 것입니다.
변호인은 의뢰인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다투기로 정하시면 그 길에서 끝까지 싸우는 것이 변호인의 일입니다. 다만 그 길의 끝이 절벽인 것이 뻔히 보일 때, 온 힘을 다해 말리는 것 — 거기까지가 변호인의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면담을 거듭하며 증거 관계를 함께 펼쳐 놓고 보는 데에 사건 기간의 대부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의뢰인이 스스로 방향을 인정으로 돌린 뒤에야, 조정과 합의와 기소유예가 차례로 가능해졌습니다.
다투는 트랙과 선처 트랙은 동시에 탈 수 없습니다. 어느 트랙의 사건인지는 첫 진술 전에 정해져 있어야 하고, 그 판단은 혼자 하기 어렵습니다. 첫 진술의 무게에 대해서는 체포 직후의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6. 마지막으로 — 시간의 문제
기소유예는 판결이 아니라 수사 단계의 결과입니다. 그 말은, 이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시간도 수사 단계뿐이라는 뜻입니다. 기소가 되고 나면 같은 노력은 양형 자료가 될 뿐, 기소유예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실감을 드리자면, 위 두 사건 모두 선임부터 처분까지 대략 반년 안팎이 걸렸습니다. 설득에도, 형사조정에도, 교육 이수에도 시간이 들고, 반성의 기록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빠를수록 선택지가 많습니다.
창원·경남에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내 사건이 어느 트랙인지부터 한 번 상의하십시오. 아인법률사무소 · 변호사 김영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