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13일 · 변호사 김영빈
소년보호처분 - 고1 아들이 특수절도로 법원에 갑니다, 소년원입니까
소년부 판사가 내릴 수 있는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이고, 소년원 송치는 8호부터 10호까지입니다. 친구들과 잠기지 않은 차를 뒤진 고1 아이가 특수절도로 소년부에 송치된 사건에서, 보호관찰소 조사에 함께 들어가고 아버지가 아이를 맡겠다고 나선 끝에 5호 장기 보호관찰로 집에 돌아오기까지를 따라갑니다.
잠기지 않은 차를
친구들과 뒤졌습니다.
아이는 소년원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맡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인물과 사실관계는 새로 구성했습니다.

이 아이는 소년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소년부 판사가 내린 처분은 5호, 보호관찰관의 장기 보호관찰이었습니다. 2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되, 집에서 학교를 다니며 받는 처분입니다.
그리고 이 처분은 전과로 남지 않습니다. 소년법 제32조 제6항입니다.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소년원에 가느냐
집에 가느냐를 정한 것은,
아이가 무엇을 했느냐만큼이나
아이 곁에
누가 있느냐였습니다.
1. 잠기지 않은 차를 찾아다녔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친구 3명과 어울려 다니던 아이였습니다. 그날도 아이들은 상가 뒤 길가에 세워진 차들의 문손잡이를 차례로 당겨 보았습니다. 대부분 잠겨 있었지만 몇 대는 열렸고, 그 안에서 동전과 상품권, 무선 이어폰 같은 것들을 꺼내 나눠 가졌습니다.
차털이는 아이들이 여럿 어울려 하기 쉬운 범죄입니다. 문을 부수지 않고, 잠기지 않은 차 문을 당겨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하는 아이들은 장난처럼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은 이것을 장난으로 보지 않습니다. 혼자 훔치면 절도이지만, 2명 이상이 함께 훔치면 특수절도입니다. 절도에는 벌금형이 있습니다. 특수절도에는 벌금형이 없습니다.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입니다. 친구와 함께였다는 사실만으로 죄명이 바뀝니다.
며칠 뒤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는 조사에서 한 일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2. 아이를 지켜볼 어른이 집에 없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 헤어졌습니다. 아버지가 아이를 맡았지만 일 때문에 다른 지역에 머물렀고, 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할머니는 아이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사춘기에 들어서 호르몬이 넘치는 남자아이가 밤에 친구들과 나가겠다고 하면, 70세가 넘은 할머니가 현관 앞을 막아설 방법은 없습니다. 어디에 가는지, 누구와 있는지,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도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이 사건도 할머니가 아이가 어디 있는지 모르던 밤에 일어났습니다.
집에 아이를 지켜볼 어른이 없다는 사정은, 소년 사건에서 처분을 무겁게 만듭니다. 소년부는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낼지 정하면서, 돌아갈 집에 누가 있는지를 함께 따집니다.
3. 보호관찰소 조사에 같이 들어갔습니다
소년 사건에서는 검사가 처분을 정하기 전에, 보호관찰소에 아이의 품행과 생활환경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그랬습니다. 보호관찰관이 아이와 가족을 불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 조사에 입회했습니다. 경찰 조서에는 무엇을 했는지만 적혀 있습니다. 왜 그 시간에 그 친구들과 거기 있었는지, 그날 밤 집에는 누가 있었는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이와 할머니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고, 들은 사정을 그대로 정리해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4. 형사재판이 아니라 소년부로
특수절도에는 벌금형이 없습니다. 검사가 이 사건을 소년부가 아니라 형사재판으로 보내면, 아이는 징역형을 두고 재판을 받고, 형이 선고되면 그때부터 전과가 남습니다. 그래서 의견서의 목표는 이 사건을 소년부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의견서에는 아이가 조사에서 한 일을 숨기지 않고 모두 인정한 것, 피해가 크지 않았고 아버지가 피해자들에게 물어 주고 사과하려고 나선 것, 아이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란 사정, 그리고 앞으로 아이를 지켜보겠다는 아버지와 가족의 탄원서를 담았습니다.
사건은 소년부로 갔습니다.
소년부 판사가 내릴 수 있는 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이고, 소년원 송치는 8호부터 10호까지입니다.

5. 아버지가 법정에서 한 말
소년부 심리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판사가 아이와 보호자를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보호자, 그리고 보조인을 맡은 변호사도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날 다른 지역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법정에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판사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을 핑계로 아이를
부모님께 맡겨 두었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아이 곁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저는 보조인 의견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아직 고등학생인 소년이고, 이 일에 빠져든 데에는 아이 혼자의 책임보다 아이를 둘러싼 환경과 그 아이를 붙잡아 주지 못한 어른들의 몫이 더 크다고. 그러니 격리보다 가족의 품에서 바로잡을 기회를 달라고.
처분은 5호, 장기 보호관찰이었습니다. 아이는 2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도를 받으며, 집에서 학교를 다니게 됐습니다.
이 사건에서 결과를 바꾼 것은 반성문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맡겠다고 나선
아버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