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10일 · 변호사 김영빈
사기죄 고소 - 빌린 돈을 못 갚았을 뿐인데, 사기입니까?
빌린 돈을 못 갚았다는 것만으로는 사기가 아니며, 사기인지는 돈을 빌린 날의 갚을 생각과 능력으로 정해집니다. 첫 조사를 변호인 없이 받아 불리한 대답이 조서에 남은 차용금 사기 고소 사건에서, 조서의 대답마다 매출·소득·상환 기록을 붙인 의견서를 내고 불송치(혐의없음)로 끝나기까지를 따라갑니다.
못 갚은 것과 속인 것은 다릅니다, 첫 조사를 혼자 받고도 혐의없음이 나온 사기 사건
이 글의 사건은 제가 맡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사실관계를 새로 구성했습니다.

「돈을 빌린 건 맞습니다. 못 갚은 것도 맞고요. 그런데 사기랍니다.」
경찰 조사를 이미 한 번 받고 온 분이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작은 고깃집을 하다가 문을 닫았고, 장사하던 때 고향 선배에게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했습니다. 선배가 사기로 고소했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혼자 조사를 받고 왔다고 했습니다.
빌린 돈을 못 갚았다는
것만으로는 사기가 아닙니다.
사기인지는
돈을 빌린 날에 정해집니다.
그날 거짓말로
돈을 받아 냈는지,
그날 갚을 생각과
갚을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이분의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끝났습니다. 다만 첫 조사에서 한 말 때문에, 빌린 날의 사정을 기록으로 처음부터 다시 보여 줘야 했습니다.
1. 고향 선배에게 빌린 4,500만 원
상담에서는 장사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손님이 줄기 시작한 해부터 재료비와 직원 월급이 모자랐고, 은행 대출은 막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20년 넘게 형님으로 모신 고향 선배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처음에는 몇십만 원, 많을 때는 몇백만 원이었습니다. 2년 남짓 동안 10번이 넘었고, 합쳐서 4,500만 원이 됐을 때 선배가 한번 정리하자고 해서 차용증을 1장 써 줬습니다.
「장사가 될 때는 갚았습니다. 10만 원, 30만 원씩이요.」
그러다 코로나가 왔고,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가게는 문을 닫았습니다. 갚는 돈이 끊겼고, 돈 이야기로 크게 다툰 뒤로 연락도 끊겼습니다. 몇 년 뒤 선배가 고소장을 냈습니다.
2. 조서에 남은 말

「조사에서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나십니까?」
이분은 사실대로 말했다고만 했습니다. 빌린 것은 사실이니 숨길 것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날의 조서와 고소장부터 열람·복사를 신청했습니다.
조서에는 이런 문답이 남아 있었습니다. 빌릴 때 형편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그때도 어려웠죠」. 은행에서 못 빌리니 선배에게 빌린 것이냐는 질문에 「네」. 빌린 돈을 가게에 썼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현금으로 다 써서 보여 드릴 게 없습니다」. 갚은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낼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요」.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서로 읽으면 이분은 빌릴 때 이미 형편이 어려웠고, 돈을 어디에 썼는지도 갚았는지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고소장의 「갚을 능력도 없이 빌려 가 가로챘다」는 주장을, 피의자 자신의 말이 받쳐 주고 있었습니다.
고소장에는 다른 문장도 있었습니다. 선배는 이분이 가게 재료비가 모자란다며 돈을 빌려 갔다고 적었습니다. 빌리는 이유를 속였다는 말은 고소장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선배는 은행 대출이 막힌 사정도 알고 빌려준 사람이었습니다.
3. 빌린 날의 기록을 찾았습니다
조서에 남은 말은 지울 수 없습니다. 그 말 옆에 놓을 기록을 찾아야 했습니다.
「빌린 돈은 어디로 나갔습니까?」
가게 지출을 적은 장부가 있었고, 거래처에 보낸 이체 내역이 남아 있었습니다. 빌린 돈은 재료비와 직원 월급으로 나갔습니다.
「그때 가게 매출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세무서에서 소득금액증명을 떼고 카드 매출 내역을 뽑았습니다. 장사가 어려웠어도 매출이 꾸준히 들어오던 가게였습니다. 가게 사정을 아는 사람의 사실확인서도 받았습니다.
「갚은 건 어디에 남아 있습니까?」
이분은 처음에 기록이 없다고 했습니다. 조사에서 한 대답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송금할 때마다 날짜와 은행, 금액을 적어 둔 공책이 집에 있었습니다. 통장 거래 내역과 맞춰 보니 10만 원, 30만 원씩 갚은 것이 20번 가까이 됐습니다. 고소장에는 「한 푼도 갚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가게는 언제 닫았습니까?」
폐업사실증명을 뗐습니다. 갚는 돈이 끊긴 때와 가게가 문을 닫은 때가 같았습니다.
4. 의견서에 적은 것
의견서는 첫 조사에서 한 말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빌릴 때 형편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어려웠다는 것과
갚을 능력이 없었다는 것은
다른 말이고,
그 차이는 매출과 소득과
갚아 온 기록이 보여 줍니다.
그래서 조서의 대답마다 기록을 붙였습니다. 「그때도 어려웠죠」에는 그 무렵의 소득금액증명과 카드 매출을, 「보여 드릴 게 없습니다」에는 가게 장부와 거래처 이체 내역을, 「없습니다」에는 공책과 통장 거래 내역을 붙였습니다. 가게 재료비가 모자란다며 빌려 갔다는 고소장의 문장은 그대로 옮겨, 빌리는 이유를 속인 적이 없다는 근거로 썼습니다.

결론은 이 사건이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빌린 날을 기준으로 보면 갚을 생각과 갚을 능력이 있었고,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못 갚게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도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아니한다.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7942 판결)
5. 합의, 그리고 혐의없음
의견서를 내고 몇 달 뒤 이분은 선배와 합의했습니다. 남은 돈의 일부를 먼저 건네고, 나머지는 매달 나눠 갚기로 했습니다. 선배는 고소를 취하하면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을 냈습니다.
그 뒤 수사결과 통지서가 왔습니다. 불송치, 혐의없음이었습니다. 주요내용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피의자는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다.

이 사건은 순서가 거꾸로였습니다. 조사가 먼저였고, 기록은 그다음이었습니다.
빌린 돈 때문에
사기로 고소를 당하셨다면,
첫 조사 전에
빌린 날의 기록부터
모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조사에는
혼자 들어가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