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4일 · 변호사 김영빈

미란다 원칙 — 못 들었다고 했는데, 바디캠에 다 찍혀 있었습니다

체포 때 권리 고지를 받았는지는 바디캠과 CCTV, 고지 확인서에 남은 장면으로 다툽니다. 고지 이전의 폭행은 별도로 남고, 기억나지 않는 일을 단정한 첫 진술은 조서에 남습니다. 첫 조사에서 변호인과 영상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체포 장면은 바디캠에 남고, 첫 조사에서 할 말은 ‘못 들었다’가 아니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입니다

미란다 원칙 — 못 들었다고 했는데, 바디캠에 다 찍혀 있었습니다 — 대표 이미지

2024년부터 프로야구에서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ABS가 정합니다.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읽어 판정하고, 주심은 이어폰으로 들은 그 판정을 그대로 외칩니다. 판정에 항의하면 퇴장입니다. NC를 응원하면서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억울했던 밤이 많았던 저에게는 반가운 변화였습니다.

그해 4월에는 ABS가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한 NC 투수의 공을 주심이 볼로 선언한 일이 있었습니다. 뒤늦게 NC 감독이 나와 항의하자, 심판들이 이어폰 음성을 볼로 들었다고 말을 맞추자는 대화가 중계 마이크에 그대로 잡혔습니다. 그렇게 하자고 한 심판은 해고됐습니다. 기록이 남는 곳에서는 사람의 말이 기록을 이기지 못합니다.

체포 현장에도 비슷한 시비가 있습니다. 경찰이 체포하면서 미란다 원칙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그 체포는 위법이 될 수 있고, 위법한 체포에 맞서다 경찰관을 밀쳤다면 그 부분은 공무집행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고지했다’는 경찰관의 말과 ‘못 들었다’는 피의자의 말이 맞서 왔습니다.

여기에도 기계가 들어왔습니다. 2024년 7월부터 경찰관이 몸에 단 카메라로 체포 장면을 찍을 수 있다는 조항이 시행됐고, 2025년 하반기에는 지구대와 파출소부터 바디캠 1만 4,000여 대가 보급됐습니다. 이제 그 시비는 영상 앞에서 끝나고, 미란다 원칙을 못 들었다는 주장으로 이기는 피의자는 거의 없습니다.

이 시비가 벌어지는 곳도 법정이 아닙니다. 체포된 다음 날, 술이 덜 깬 채 앉는 첫 경찰조사입니다.

아래 이야기는 여러 사건에서 반복해서 본 모습을 바탕으로 새로 지은 것입니다.

1. “미란다 원칙도 안 들었는데요”

미란다 원칙 — 못 들었다고 했는데, 바디캠에 다 찍혀 있었습니다 — 본문 삽화 1

회사 송별회가 3차까지 이어진 밤이었습니다. 그는 노래방 앞에서 대리기사를 기다리다 지나가던 사람과 어깨를 부딪쳤고, 언성이 높아지자 누군가 112에 신고했습니다. 출동한 경찰관이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자, 그는 “니가 뭔데” 하며 양손으로 경찰관의 가슴을 밀쳤습니다. 그다음 기억은 지구대의 형광등입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유치장에서 나와 조사실에 앉았습니다. 수사관이 물었습니다.

“체포될 때 권리 고지 받으셨지요?”

“아니요. 아무 말도 못 들었습니다. 미란다 원칙도 없이 수갑부터 채웠어요.”

수사관은 그 대답을 조서에 적고 나서 말했습니다.

“다 찍혀 있어요.”

수사관이 돌려 보인 노트북에는 출동한 경찰관의 바디캠 영상이 떠 있었습니다. 화면 속 그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자 경찰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선생님, 경찰관을 밀쳐서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변명할 기회가 있습니다…….”

영상 속 그는 “됐고, 놔!” 하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수사관은 서류 한 장을 더 꺼냈습니다. 체포 현장에서 작성된 「권리 고지 확인서」였습니다. 고지받은 시각과 장소를 적은 문장 아래에 삐뚤빼뚤한 그의 서명이 있었습니다. 서명한 기억은 없었습니다.

“기억은 안 나는데…… 찍혀 있긴 하네요.”

조서에는 처음 대답과 영상을 본 뒤의 대답이 모두 남았습니다. “아무 말도 못 들었습니다”와 “기억은 안 나는데 찍혀 있긴 하네요”.

미란다 원칙 — 못 들었다고 했는데, 바디캠에 다 찍혀 있었습니다 — 본문 삽화 2

2. 결론은 체포 장면에 무엇이 남았느냐로 정해집니다

고지를 다툰 최근 판결에서 결론을 정한 것은, 고지했다는 경찰관의 말보다 그 장면이 실제로 남아 있느냐였습니다.

체포 장면

판결

붙잡기 전의 고지, 또는 저항하는 사람을 제압하는 중이나 제압한 직후의 고지

적법한 체포입니다. 달아나거나 폭력으로 맞서는 사람에게는 제압하는 과정에서, 그것도 어려우면 제압한 뒤 지체 없이 알리면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달아나지도 저항하지도 않았는데 “체포하겠다”는 말만 하고 먼저 붙잡음

위법한 체포로 보고 공무집행방해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있습니다.

고지 없이 3분 넘게 순찰차까지 끌고 감

주점 CCTV에 남은 이 장면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있습니다.

바디캠 영상이 없음

경찰관의 증언으로 고지를 인정한 판결이 더 많습니다. 녹화하지 않았고 바디캠까지 잃어버렸다는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 판결은, 고지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바디캠에 고지하는 장면이 남아 있는데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 판결은 찾지 못했습니다. 체포 고지를 다퉈 이긴 판결은 공개된 것만 보면 한 해에 1~2건이고, 그마저 대부분 영상이 없거나 고지 장면이 비어 있던 사건이었습니다.

한 사건에서는 바디캠에 “현행범 체포하니까” 하는 말까지만 있고, 수갑을 채운 직후는 물론 그 뒤로도 한동안 고지하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그다음 5분 동안의 영상은 제출되지 않았고, 원본은 시간이 지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수갑을 채운 직후 고지했다는 경찰관들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고, 체포 과정에서 저항한 부분을 공무집행방해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에서도 체포되기 전에 경찰관의 턱을 때리고 가슴을 밀친 부분은 유죄로 남았습니다. 고지 의무는 체포할 때의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송별회 날 밤의 그도 체포되기 전에 경찰관을 밀쳤습니다. 고지가 없었다고 해도, 그 부분은 그대로 공무집행방해로 남습니다.

미란다 원칙 — 못 들었다고 했는데, 바디캠에 다 찍혀 있었습니다 — 본문 삽화 3

서류도 생각만큼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권리 고지 확인서에 서명했는데도 위법한 체포로 본 판결이 있고, 확인서가 없어도 경찰관의 증언으로 고지를 인정한 판결이 있습니다. 서명을 거부하면 경찰관이 확인서 끝에 거부 사유를 적고 자기 이름을 남깁니다.

3. ‘못 들었다’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다른 말입니다

만취해서 체포된 사람에게 체포 장면은 대개 기억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첫 조사에서 사실대로 할 수 있는 말은 ‘못 들었다’가 아니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입니다.

‘못 들었다’는 들은 적이 없다는 단정입니다. 영상에 고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그 진술은 사실과 다른 말이 되고, 같은 조서에 적힌 다른 대답까지 믿기 어려워집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서 쓰는 서류에 ‘부인하다가 영상을 확인하자 시인함’ 같은 문장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만취한 사람이 고지를 못 받았다고 하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양형 이유에 “이 사건 각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바 범행 이후의 정황도 불량하다”고 적은 판결도 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영상과 부딪히지 않습니다. 법원도 이 차이를 구별합니다. 음주측정거부 사건의 한 판결은 양형 이유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피고인은 단지 술에 취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정도를 넘어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였던 점

불리하게 본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변명이었습니다.

다만 이 말을 ‘기억이 안 나니 저는 안 했습니다’로 바꾸면 그때부터는 변명입니다. 창원지방법원은 올해 4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고의를 부인한 피고인에게 블랙아웃은 범행 당시 의식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고 보고, 그 주장을 반성하지 않는 사정으로 양형에 넣었습니다.

한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면 끝까지 같은 말이어야 합니다. 첫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항소심에서 ‘때린 적이 없다’고 부인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경찰차 안의 영상, 첫 조사의 그 진술, 1심에서 인정했던 사실을 들어 부인을 믿지 않았고, 벌금 500만 원이던 형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가 됐습니다.

4. 첫 조사에 변호사가 같이 들어가면

첫 조사는 대개 체포된 다음 날, 술이 다 깨지 않은 상태에서 열립니다. 수사관은 영상을 이미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피의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앉습니다. 그때 한 대답은 그대로 조서가 되고, 나중에 다른 말을 하면 그 조서가 기준이 됩니다.

체포된 사람도 변호인을 불러 달라고 할 수 있고, 경찰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변호인을 신문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변호인이 오기 전까지는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옆에 앉으면 순서가 바뀝니다. 영상을 먼저 같이 봅니다. 고지가 언제 어떤 말로 나왔는지, 확인서에 적힌 시각과 맞는지, 체포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고지가 제대로 찍혀 있으면 미란다 원칙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접고, 경찰관을 밀친 경위와 사과, 다친 경찰관이 있다면 그 회복으로 조사를 끌고 갑니다. 고지 장면이 비어 있거나 영상이 끊겨 있다면, 그 사실을 조서에 정확히 남깁니다. 어느 쪽이든 영상을 보기 전에 ‘못 들었다’가 조서에 적히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5. 그의 조서에는 첫날 대답이 남았습니다

그는 첫 조사를 마치고 풀려난 뒤 변호사를 찾았습니다. 2회 조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술에 취해 체포될 때 일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영상을 보니 제가 경찰관을 민 것이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밀쳤던 경찰관에게는 사과문을 냈습니다. 사건은 벌금형으로 끝났습니다.

그래도 그의 기록에는 첫날의 “아무 말도 못 들었습니다”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첫 대답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였다면, 고쳐 말할 일도 없었습니다.

전화 상담 카톡 상담

카카오톡 상담 연결

휴대폰 카메라로 아래 QR 코드를 비추시면
카카오톡 상담 채팅이 바로 열립니다.

아인법률사무소 카카오톡 상담 채팅 QR 코드

카카오톡 검색창에서 아인법률사무소를 검색하셔도 됩니다.

남기신 이야기는 비밀이 보장됩니다.

PC 웹에서 계속하기 (카카오 로그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