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9월 26일 · 변호사 김영빈

준강간 - "친구가 괜찮다고 했습니다"

친구가 「쟤가 너 괜찮대」라고 한 말을 동의로 믿었다가 준강간으로 기소된 사건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새로 구성해 적었습니다. 1심은 항거불능 상태와 고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는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합의 대신 형사공탁을 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습니다. 공탁이 합의가 아닌 이유와 맡긴 돈을 되찾을 수 없는 경우, 첫 조사 전에 다툴지 인정할지를 가르는 질문 3가지도 정리했습니다.

1심은 졌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됐습니다

이 글의 사건은 제가 맡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사실관계를 새로 구성했습니다.

준강간 · 항소심 집행유예 — 친구가 괜찮다고 했습니다. 1심은 친구의 말과 그분의 동의를 다르게 보고 실형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 전부 인정하고 공탁해 집행유예가 됐으며, 다툴지 인정할지는 첫 조사 전에 가려야 한다는 정보 카드

의뢰인은 경찰 조사에서도, 1심 법정에서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친구가 괜찮다고 했습니다.」

1심 판결은 그 말에 답했습니다. 친구가 괜찮다고 한 것과 그분이 동의한 것은 다른 일이라고요. 징역 2년 6월, 실형이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1심에서 무죄로 다퉜고, 졌습니다. 항소심에서 의뢰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했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습니다.

1. 그날 새벽

의뢰인은 20대 후반의 회사원입니다. 그날은 오랜 친구의 이직 축하 모임이었고, 친구의 회사 동료 두 사람이 함께 나왔습니다. 1차는 술집, 2차는 친구의 집이었습니다.

술자리 내내 친구는 동료 한 사람을 가리키며 의뢰인에게 같은 말을 했습니다. 「쟤가 너 괜찮대.」 의뢰인은 그 말을 믿었고, 그분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새벽 3시가 넘어 다른 동료가 먼저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친구는 그분에게도 택시를 불러 주려고 어깨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분은 일어나지 못했고, 의뢰인도 그 모습을 봤습니다. 친구는 그분을 방 침대에 눕히고 자기는 거실에 이불을 폈습니다.

의뢰인은 그분 옆에 누웠습니다. 그분의 몸을 만졌고, 그분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그대로 관계로 나아갔습니다. 그분은 중간에 깨어 의뢰인을 밀어냈고, 울면서 방을 나갔습니다.

다음 날 오후, 친구가 전화를 걸어 「일단 사과부터 해라」라고 했습니다. 의뢰인은 그분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어제 술에 취해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한 달쯤 지나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죄명은 준강간이었습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간음하면 강간과 같이 처벌합니다. 잠이나 술 때문에 저항할 수 없는 상태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2. 1심, 2가지를 다퉜습니다

의뢰인의 말은 처음부터 같았습니다. 그분은 정신을 잃은 상태가 아니었고, 설령 취해 있었더라도 자신은 그분이 원한다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을 2가지 주장으로 세웠습니다.

가. 그분은 저항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

기록을 분 단위 시간표로 다시 짰습니다. 술집 결제 내역으로 주문한 술의 양을, 메시지와 택시 호출 기록으로 각자가 움직인 시각을 맞췄습니다. 그분이 마신 양이 평소 주량을 크게 넘지 않았다는 점, 깨어난 시점에 관한 그분의 말이 경찰과 법정에서 달랐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분과 친구를 증인으로 신문했고, 변론요지서는 30쪽 가까이 됐습니다. 문장마다 기록의 면수를 달았습니다.

나. 설령 그랬더라도, 의뢰인은 동의로 알았다

준강간은 고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그분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의뢰인이 알았어야 합니다. 친구가 여러 번 한 말과 그날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근거로, 의뢰인은 그분의 동의를 믿었다고 주장했습니다.

3. 법원이 본 것

1심은 2가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가. 중간에 깼다는 것

대법원은 항거불능을 이렇게 봅니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어도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그분이 중간에 깼다는 사실을, 깨어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그 전까지 잠들어 있었다는 증거로 읽었습니다. 그분의 말은 경찰에서부터 법정까지 중요한 부분이 같았고, 울면서 방을 나간 직후의 모습도 그 말과 맞았습니다.

판결을 정한 것은 친구의 증언이었습니다. 친구는 법정에서, 택시를 태워 보내려고 흔들어 깨웠지만 그분이 일어나지 못할 만큼 취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친구는 의뢰인의 오랜 친구였고, 의뢰인에게 불리한 말을 지어낼 이유가 없었습니다. 법정에서 거짓으로 증언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습니다.

나. 친구의 말은 그분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대법원은 준강간의 고의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확실히 알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나아갔으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본인의 말이 아니라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법원이 본 사정은 이랬습니다. 의뢰인이 믿었다는 근거는 모두 친구의 말이었습니다. 그분 본인이 그날 밤 동의로 읽힐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의뢰인은 친구가 그분을 흔들어 깨우지 못하는 것을 직접 봤습니다. 법원은 친구가 괜찮다고 했다는 사정만으로 그분의 동의까지 믿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 다음 날의 문자

사과 문자도 증거로 읽혔습니다.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는 문장은, 동의가 있었다고 믿은 사람이 쓸 문장으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이 그분에게 「동의한 줄 알았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도 같은 방향으로 읽혔습니다.

라. 판결문에 남은 한 문장

양형 이유에는 이런 취지의 문장이 들어갔습니다. 의뢰인이 부인하는 바람에 그분이 법정에 나와 그날의 일을 다시 떠올리며 말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의뢰인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징역 2년 6월이 선고됐습니다. 형법 제62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면 집행유예를 할 수 있게 하지만, 1심은 유예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법정에서 바로 구속됐습니다.

4. 항소심, 무엇을 바꿨나

가. 판결문을 들고 간 접견

선고 며칠 뒤 판결문을 들고 구치소에 갔습니다. 의뢰인과 판결 이유를 한 줄씩 같이 읽었습니다.

구치소 접견실 — 투명 칸막이 너머 고개를 숙인 수용복 차림의 남성, 카운터 위에 놓인 판결문, 그 앞에 앉은 변호사의 뒷모습 — 「기준은 친구가 한 말이 아니라, 그분이 한 말과 행동입니다」라는 글귀가 얹힌 삽화

항소심은 1심이 법정에서 증인을 직접 보고 내린 판단을 쉽게 뒤집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1심의 신빙성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항소심이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9. 7. 24. 선고 2018도17748 판결).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 결과가 같을 가능성이 높았고, 그분이 다시 증인으로 불려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남은 길을 그대로 말했습니다. 계속 다투는 것, 그리고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입니다. 정하는 사람은 의뢰인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다음 접견에서 인정하겠다고 했습니다.

항소이유서에는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썼습니다. 1심에서 동의하지 않았던 증거에도 모두 동의했습니다. 그분을 다시 법정에 부를 일은 그것으로 없어졌습니다.

나. 합의 대신 공탁

의뢰인은 변호인을 통해 사죄의 뜻과, 피해를 회복할 돈을 내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분은 받지 않았습니다. 합의는 한쪽이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형사공탁을 했습니다.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모르는 피고인도, 사건번호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만으로 법원에 돈을 맡길 수 있는 제도입니다(공탁법 제5조의2). 의뢰인은 항소심 선고를 몇 주 앞두고 수천만 원을 공탁했습니다.

공탁을 앞둔 분이 알아 두셔야 할 것이 2가지 있습니다.

공탁은 합의가 아닙니다. 법원은 공탁이 들어오면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듣습니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그분은 여전히 용서하지 않았고, 항소심 판결문에도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맡긴 돈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해 공탁한 돈은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받지 않겠다고 알린 경우, 또는 무죄가 확정되거나 불기소 결정이 난 경우가 아니면 되찾을 수 없습니다(공탁법 제9조의2). 기소유예는 불기소라도 여기서 빠집니다. 2025년 1월 17일 이후 공탁한 돈부터 적용되는 규정이라, 선고 직전에 넣었다가 판결 뒤에 빼 가는 일은 이제 막혀 있습니다.

다.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항소심 판결문 첫 장(인적사항 가림) — 사건명 「준강간」, 변호인란 「담당변호사 김영빈」,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아래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에 빨간 네모를 치고 「준강간 · 항소심 집행유예」 도장을 얹은 이미지

항소심은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이 든 이유는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 회복을 위해 공탁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구금된 동안 반성의 시간을 가진 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그날 구치소에서 나왔습니다.

집행유예라고 끝은 아닙니다.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의 취업제한이 함께 선고됐고,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됩니다.

1심과 항소심, 달라진 것 — 입장(무죄로 다툼 → 공소사실 전부 인정), 법정의 그분(증인으로 나와 다시 말함 → 증거 동의로 다시 부르지 않음), 양형 이유(그분이 법정에서 다시 말해야 했다 → 인정·반성·공탁·전력 없음), 결과(징역 2년 6월·법정 구속 →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그대로인 것은 그분이 1심에서도 항소심에서도 용서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는 도해

5. 지금 이 일을 겪고 계신 분께

준강간으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다툴지 인정할지 정하기 전에 먼저 보셔야 할 것이 3가지 있습니다. 이 사건의 1심 판결이 실제로 본 것도 이 3가지였습니다.

1. 그분 본인이 한 말과 행동 가운데 동의로 읽힐 것이 있습니까. 친구의 말, 술자리의 분위기, 그 전의 대화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2. 그날 함께 있던 사람은 법정에서 무엇이라고 말하겠습니까.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내 편에서 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면 위증이 됩니다.

3. 그 뒤에 보낸 메시지에는 무엇이 적혀 있습니까. 사과 한 줄이 판결문에서 고의의 근거로 읽힐 수 있습니다.

다툴지 가르는 질문 3가지(첫 조사 전에) — ① 그분 본인의 말과 행동(친구의 말·분위기·그 전의 대화는 빼고) ↔ 이 사건 1심이 본 것: 동의로 읽힐 말·행동 없음, ② 함께 있던 사람의 증언 ↔ 친구의 증언 「일어나지 못할 만큼 취해 있었다」, ③ 그 뒤에 보낸 메시지 ↔ 다음 날의 사과 문자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습니다」, 하나라도 불리하면 부인에는 값이 붙는다(피해자의 법정 출석·양형 이유·실형과 구속)는 도해

3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불리하다면 부인에는 값이 붙습니다.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야 하고, 그 사실은 양형 이유에 적히며, 이 사건처럼 실형과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인은 피고인의 권리이고, 다툴 사건은 끝까지 다퉈야 합니다. 다만 그 선택은 값을 알고 해야 합니다.

이미 1심에서 실형을 받으셨다면 항소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판결문을 한 줄씩 다시 읽고 같은 주장을 되풀이할지 정하는 일, 그리고 사죄와 피해 회복을 피해자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하는 일입니다. 이 사건에서 판결을 바꾼 것은 그 2가지였습니다.

다툴지 인정할지는 첫 조사 전에 가려야 합니다. 그 기준은 친구가 한 말이 아니라, 그분이 한 말과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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