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2026년 9월 18일 · 변호사 김영빈
지급명령 이의신청 — 제 말은 듣지도 않고 돈을 갚으랍니다
일부 갚은 돈까지 청구된 지급명령을 받은 상황을 가상 사례로 풀어, 이의신청 기한과 압류 위험, 변제 자료로 남은 채무액을 다투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갚은 돈이 빠진 지급명령, 상대방에게 항의하고 계신 분께

인물과 구체적인 경위는 가상으로 구성했습니다.
“이 돈, 이미 반은 갚았습니다.”
지급명령을 받은 분이 휴대전화를 꺼냅니다. 장사를 시작하며 지인에게 빌렸던 돈입니다. 사정이 어려워져 조금씩 나누어 갚고 있었는데, 상대방은 처음 빌려준 금액 전부를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화면에는 상대방에게 보낸 이체 내역이 여러 장 남아 있습니다. 그분은 돈을 보낸 날짜를 하나씩 짚다가, 상대방과 나눈 대화까지 열어 보여줍니다.
“이것도 보냈고, 전화로도 말했습니다. 자기가 확인해 보겠다고 해놓고 연락이 없어요.”
이분은 상대방이 이체 내역을 확인하면 청구 금액도 고쳐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급명령을 받은 뒤 줄곧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며 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에는 아직 아무 서류도 내지 않았습니다.
“이 서류는 언제 받으셨습니까?”
제가 지급명령을 펴 놓고 먼저 확인하는 것은 그 날짜입니다. 상대방의 답을 기다리는 동안, 법원에 이의를 낼 기한도 지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말을 듣지도 않았는데, 압류까지 할 수 있습니까?
그분에게는 법원에서 온 서류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재판을 받으러 간 적도 없고, 얼마를 갚았는지 질문받은 적도 없는데 첫 장에는 돈을 지급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급명령은 그렇게 나올 수 있습니다. 법원이 채권자가 낸 신청서와 서류를 보고, 채무자를 불러 이야기를 듣지 않은 채 지급을 명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이분이 갚은 돈을 놓고 양쪽의 주장을 모두 따져본 뒤 나온 판결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나중에 법원에서 따로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면 곤란합니다.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 내용대로 확정됩니다. 상대방은 이를 근거로 별도의 판결을 받지 않고도 예금압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갚은 증거가 있는데도요?”
증거를 갖고 있다는 것과 그 증거가 법원에 제출돼 다뤄졌다는 것은 다릅니다. 휴대전화 안에 이체 내역이 남아 있다고 해서, 은행이 알아서 그만큼을 빼고 압류를 처리해 주지는 않습니다.
압류명령이 은행에 도달하면 압류된 범위의 예금은 마음대로 인출하거나 이체할 수 없게 됩니다. 장사에 쓸 돈을 보내려다가 압류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상대방에게 다시 이체 내역을 보내며 따져도, 이미 들어온 압류가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갚은 돈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지급명령의 확정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분에게는 이체 내역을 정리하는 일과 함께, 법원에 이의신청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에게 한 항의를, 법원에도 알려야 합니다
저는 지급명령에 적힌 법원과 사건번호, 송달 내역부터 확인합니다. 서류가 작성된 날짜나 그분이 뒤늦게 봉투를 열어 읽은 날을 기준으로 잡으면 기한을 잘못 셀 수 있습니다.
기한이 남아 있다면 다툴 금액을 정해 지급명령을 내린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전자소송포털로도 낼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로 따지는 것으로는 이 절차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확인해서 금액을 고쳐 주겠다고 하면요?”
그 말만 믿고 법원에 이의신청할 기한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과 정산 이야기는 계속할 수 있지만, 그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법원의 기한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이분도 처음에는 상대방이 잘못 청구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데 마음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인정을 받아내는 일에 더해, 청구액을 다툰다는 의사를 법원에 기한 안에 밝히는 일입니다.
이의신청서를 내기 전에 모든 대화와 송금 내역을 완벽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을 되짚고 캡처를 모으는 사이 기한부터 놓치면 일이 더 어려워집니다. 먼저 기한 안에 이의신청을 접수하고, 구체적인 반박과 자료는 답변서로 이어서 제출합니다. 법원에서 안내한 답변서 제출기한도 함께 챙깁니다.
적법하게 이의신청하면 지급명령은 다툰 범위에서 효력을 잃고 사건이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이분이 갚은 돈이 얼마인지, 상대방이 청구한 금액이 맞는지를 법원에서 다투게 됩니다.

‘반이나 갚았다’를 ‘얼마가 남았다’로 정리합니다
이의신청을 내고 나면 그분이 꺼낸 이체 내역을 다시 봅니다. 이제는 상대방의 태도에 대한 항의보다 돈이 실제로 어떻게 오갔는지가 중요합니다.
여러 번 나누어 갚다 보면 본인이 기억하는 합계와 거래 내역이 다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에 따로 저장한 캡처만으로는 빠진 거래가 있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저는 처음 빌린 금액부터 확인하고, 그 뒤 보낸 돈을 날짜와 금액 순서로 맞춰 봅니다.
상대방이 돈을 받았다고 답한 대화가 있다면 송금 내역 옆에 놓습니다. 돈을 보내기로 했다는 말만 있는지, 실제로 보냈고 상대방도 받았다는 자료가 있는지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이자 약정이 있다면 갚은 돈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살펴봅니다.
그렇게 정리한 내용을 상대방의 청구액과 대조해 답변서에 담습니다. ‘반이나 갚았다’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얼마를 받았고 얼마를 갚았으며 어느 부분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이 부당한지 법원이 확인할 수 있게 내는 것입니다.
이의신청을 했다고 남은 빚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분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갚은 돈을 또 갚지 않도록 하고, 실제 남은 채무를 정확하게 따지는 일입니다. 그 검토를 거쳐 소송에서 계속 다툴지, 확인된 금액으로 정산하고 마칠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기한을 이미 놓쳤다고 바로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그때는 지급명령을 다투는 일에 더해, 진행되는 집행을 막는 조치까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을 받으셨다면 법원에서 온 서류와 갚은 내역을 함께 가져오시면 됩니다. 억울한 이유를 듣고 자료를 살피는 동안에도, 법원에 이의신청할 기한부터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