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9일 · 변호사 김영빈
형사공탁 -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합니다, 공탁하면 집행유예가 됩니까?
피해자가 끝내 합의를 거절한 상해 사건에서, 형사공탁 뒤 집행유예가 확정되기까지를 판결문으로 따라갑니다. 법원이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와 양형기준이 공탁을 피해 회복으로 보는 조건을 짚고, 공탁 앞에서 변호인과 정할 액수·시점·말을 설명합니다.
피해자는 끝내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집행유예가 된 상해 사건의 판결문
이 글의 사건은 제가 맡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사실관계를 새로 구성했습니다.

선고가 1개월 남았습니다. 피해자는 변호인의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사과 편지는 돌아오지 않았고, 합의금 이야기는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때 변호사가 공탁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러면 이 질문이 나옵니다.
공탁하면 집행유예가 됩니까.
공탁만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공탁 뒤에 오는
피해자의 답입니다.
피해자가 끝내 용서하지 않았는데도 집행유예가 된 상해 사건이 있습니다. 그 판결문에는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과, 피해자가 공탁금을 치료비로는 받겠다고 한 말이 나란히 적혔습니다. 제가 맡았던 사건입니다.
1. 법정에 온 사람들은 이미 용서를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금액이 충분하고 감정이 허락하면, 합의는 법정에 오기 전에 끝납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늦어도 검찰 단계에서 합의서가 들어가고 사건은 가볍게 끝납니다. 법정까지 왔다는 것은 2가지 중 하나가 맞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대개 감정입니다.
그래도 변호인은 합의를 끝까지 추진합니다. 저는 선고 당일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오후에 합의가 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선고를 미뤄 주십시오」라고 부탁한 적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건은 어떻게 해도 감정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맞은 사람,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사람에게는 액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지금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가해자가 벌을 받는 것이고, 그 마음은 변호인이 전화를 1번 더 건다고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합의 추진은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의뢰인에게 처음 걷는 수풀 속을 고양이 발걸음으로 밟아 나가듯 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변호사는 이성으로 일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변호인이 되기 어렵습니다. 감정을 읽지 못한 변호인은 2가지 실수를 합니다.
첫째는 피해자에게 연락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사과하려는 연락이 피해자에게는 압박으로 닿습니다. 양형기준은 그것을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라는 가중 요소로 적어 두었습니다. 사과를 하려다 형을 늘리는 일입니다.
둘째는 공탁을 합의의 대체물로 믿는 것입니다. 공탁은 돈을 법원에 맡기는 일이지 용서를 사는 일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그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공탁은 거기서 멈춥니다.
공탁하기 전에
상대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읽는 것,
공탁은 그다음입니다.
2. 술자리에서 가까운 후배를 때렸습니다
의뢰인은 30대 후반이고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입니다. 몇 해 전 여름밤, 오래 알고 지낸 후배와 술을 마시다 후배가 평소 서운했던 이야기를 꺼냈고, 의뢰인은 화를 참지 못했습니다. 술집 앞에서 후배의 얼굴을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때렸습니다. 후배는 얼굴 뼈 여러 곳이 부러지고 머리 안에 출혈까지 생겨 8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뢰인은 전과가 없었고, 처음부터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가. 검찰 단계에서 멈춘 합의
저는 사건이 검찰에 있을 때 검사에게 형사조정을 요청했습니다. 형사조정은 검찰이 피해자와 피의자를 함께 불러 합의를 중재하는 절차인데, 피해자가 동의해야 열립니다. 피해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엄벌을 바란다는 탄원서를 냈습니다.
의뢰인은 그 사이 피해자와 피해자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내고 편지를 썼습니다. 답은 없었습니다. 얼마 뒤 검사실에서 연락이 왔고, 피해자 쪽에 더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때 연락을 멈추게 했습니다. 피해자는 사과를 받을 상태가 아니었고, 그 상태에서 닿는 연락은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사건은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습니다. 양형기준은 치료기간 약 4주에서 5주 이상이면 「중한 상해」로 보고 형을 올리는 특별가중인자로 둡니다. 8주 진단은 그 안에 들어가고, 집행유예 판단에서도 부정적인 사정으로 꼽힙니다. 합의 없이 가면 실형이 나올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나. 피해자의 이름도 주소도 알 수 없을 때
합의가 안 되면 변호인이 할 수 있는 피해 회복은 공탁입니다. 그런데 공탁을 하려면 받을 사람을 특정해야 하고, 형사사건 기록에서 변호인은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볼 수 없습니다. 저는 법원에 피해자 인적사항 열람을 신청했고, 법원은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사건에서는 보통 그렇습니다.
그래서 형사공탁 특례를 썼습니다. 공탁법 제5조의2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을 때 사건번호와 공소장에 적힌 피해자 표시만으로, 재판이 열리는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공탁할 수 있게 해 둔 규정입니다. 금액은 3,0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피해자가 받을지 안 받을지와 무관하게, 피해자가 받기로 마음먹는 날 치료비와 일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 위자료가 되는 액수여야 했습니다.
다. 구형 2년, 선고 집행유예
검사는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저는 의뢰인의 반성문과 가족의 탄원서, 의뢰인이 피해자에게 썼던 편지, 그리고 공탁서를 양형자료로 냈습니다.
1심 판결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이었습니다. 판결문의 양형 이유는 짧았습니다.
피해자를 위하여 합의금으로 3,000만 원을 공탁한 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잘못을 인정하는 점
불리한 사정으로는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와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거운 점, 그리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이 적혔습니다. 용서는 없었습니다. 공탁은 그 옆에 나란히 적혔습니다.

3. 검사가 항소했습니다, 「용서를 받지 못하였다」
검사는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이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상해사건의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완쾌되지 아니한 채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진심어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피고인의 모습에 큰 실망을 느끼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습니다.
틀린 말이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용서하지 않았고, 치료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에서 같은 자료를 다시 내는 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가. 피해자가 한 말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전에 양형조사를 했습니다. 법원 조사관이 피고인의 생활을 조사하고, 피해자에게도 의견을 물었습니다. 피해자의 답은 문장 2개였습니다.
용서하지 않는다.
다만 1심에서 공탁된
3,000만 원은 치료비와
치료받는 동안
일하지 못한 수입,
위자료의 일부로 받겠다.
이 답이 이 사건의 전부입니다. 피해자는 감정을 꺾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치료비는 받겠다고 했습니다. 용서와 수령은 다른 일이고, 피해자는 그 2가지를 나누어 답했습니다. 1심에서 피해자에게 연락을 멈추고 공탁으로 돌아선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받을 수 있게만 해 두는 것입니다.
나. 선고 4일 전의 추가 공탁
저는 선고 4일 전에 2,000만 원을 더 공탁했습니다. 피해자의 치료가 끝나지 않았다는 검사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공탁서에는 회수제한신고를 적었습니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는 무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이 돈을 되찾아 가지 않겠다는 신고입니다. 그때는 법이 공탁금 회수를 막지 않던 때라 변호인이 스스로 적어야 했습니다.
공탁소가 재판부에 공탁 사실을 통지하지만, 선고가 4일 뒤라 통지가 기록에 닿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탁서 사본을 양형자료로 직접 냈습니다. 공탁은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선고 전에 재판부가 그 사실을 읽어야 합니다.

다. 항소 기각
항소심은 검사의 항소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은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적고, 그 뒤에 이렇게 이었습니다.
다만, 항소심에 새로 현출된 양형조사보고서, 금전공탁서(형사공탁)에 따르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원심에서 공탁한 3천만 원을 치료비와 치료기간 중의 일실수익 및 위자료의 일부로 수령하겠다고 하고, 피고인은 당심에서 추가로 2천만 원을 더 공탁하였다.
집행유예는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피해자는 지금도 의뢰인을 용서하지 않았을 겁니다. 판결문도 그렇게 적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치료비는 받겠다고 한 말이 그 옆에 함께 적혔고, 법원은 그 말을 피해 회복으로 읽었습니다.
4. 법원이 공탁을 읽는 순서
이 사건 뒤로 법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공탁을 앞둔 분께는 바뀐 뒤의 순서가 적용됩니다.
법원은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듣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은 피고인이 피해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하면 법원이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피해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2025년 1월 17일부터 시행된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조사관이 피해자에게 물었던 일이, 지금은 모든 사건에서 법원의 의무입니다. 공탁을 하면 피해자가 그 공탁에 대해 무엇이라고 답하는지가 기록에 남습니다.
양형기준은 공탁을 3가지로 조사해서 봅니다. 2026년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폭력범죄 양형기준에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은 형량을 낮추는 특별감경인자이고 집행유예를 권고하는 주요 긍정 사유입니다. 그 「실질적 피해 회복」의 정의에 공탁이 들어 있는데, 조건이 붙습니다. 공탁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 피고인이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와 회수할 뜻이 있는지, 피해 법익의 성질과 피해의 규모와 정도를 신중하게 조사한 결과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 경우만 인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받겠다」고 한 것, 변호인이 회수하지 않겠다고 신고한 것, 치료비와 일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을 염두에 둔 액수였다는 것이 이 3가지입니다.
맡긴 돈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공탁법 제9조의2는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해 공탁한 돈을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을 거절한다고 공탁소에 통고한 경우, 또는 무죄가 확정되거나 불기소 결정이 난 경우에만 되찾을 수 있게 했습니다. 기소유예는 불기소라도 여기서 빠집니다. 2025년 1월 17일 이후 공탁한 돈부터 적용됩니다. 선고 직전에 넣고 판결 뒤에 빼 가는 일은 이제 법이 막습니다. 이 사건에서 변호인이 손으로 적어 넣었던 회수제한신고가 지금은 법률이 됐습니다.

5. 공탁 앞에서 변호인과 정할 것 3가지
액수. 공탁금은 합의금의 흥정이 아니라 피해의 계산입니다. 진단서의 치료 기간, 피해자가 일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 위자료를 더한 액수여야 피해자가 받기로 마음먹는 날 치료비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공탁금을 치료비와 일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 위자료로 받겠다고 답한 것이 그 계산입니다. 피해와 동떨어진 액수는 법원도 피해 회복으로 읽지 않습니다.
시점. 선고 전이어야 하고, 법원이 피해자의 의견을 들을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선고 며칠 전에 넣는 공탁은 공탁소의 통지가 기록에 닿지 않을 수 있으니 공탁서를 양형자료로 직접 냅니다.
말.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습니다. 사과와 피해 회복은 변호인을 통해서만 전하고, 피해자가 답하지 않으면 거기서 멈춥니다. 공탁서에는 회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적고, 공탁한 뒤에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상태를 흔들지 않습니다.
공탁은 공탁서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답을 받는 일입니다. 그 답이 「용서하지 않는다」여도, 「치료비로는 받겠다」가 함께 오면 판결문은 그것을 적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읽고,
건드리지 않고,
받을 수 있게만 해 두는 일.
그 사이에 변호인이 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