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19일 · 변호사 김영빈

교통사고 사망 - 사람을 치어 죽였습니다, 90% 감옥에는 가지 않습니다

술에 취한 위험운전도 도주도 아닌 교통사고로 사람을 숨지게 한 운전자는 한 해 1심에서 10명 가운데 9명이 실형을 받지 않았지만, 같은 좌회전 사고에서도 벌금 1,500만 원과 금고 1년 6개월이 갈렸습니다. 최근 선고된 사망 사고 판결 12건을 나눠 보면, 실형이 나온 사건에는 7,000만 원을 공탁한 경우까지 유족의 용서가 없었고 집행유예·벌금이 나온 사건에는 모두 합의나 처벌불원이 있었습니다. 처벌불원은 돈이 아니라 유족의 뜻이라, 얼마를 낼지보다 먼저 언제 누가 어떤 말로 유족에게 다가갈지를 정해야 합니다.

교통사고 사망 판결 12건,

실형과 집행유예·벌금을 가른 것은

유족의 용서였습니다

교통사고 사망 — 1,241명 가운데 실형은 118명이었고, 7,000만 원을 공탁하고도 금고 1년 6개월을 받은 사건이 있으며, 실형을 가른 것은 유족의 용서였다는 요지를 적은 정보 카드

술에 취한 위험운전도 도주도 아닌 교통사고로 사람을 숨지게 했다면, 운전자 10명 가운데 9명은 감옥에 가지 않습니다. 2024년 1년 동안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으로 1심에서 형을 선고받은 1,241명 가운데 실형은 118명이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그해 1심 판결을 전수조사해 연간보고서에 실은 숫자로, 2023년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만 셌습니다. 실형을 받지 않은 1,123명 가운데 865명은 집행유예, 258명은 벌금(벌금에 집행유예가 붙은 8명 포함)이었습니다.

1,241명 가운데

1,123명, 90.5%가

실형을 받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10%에 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좌회전하다가 70대 보행자를 친 사고에서, 누구는 벌금 1,500만 원을 받았고 누구는 7,000만 원을 공탁하고도 금고 1년 6개월을 받았습니다.

법원 복도 벤치 위에 홀로 남은 돈 상자와 빛 쪽으로 걸어가는 상복 차림 유족 셋의 뒷모습을 그린 삽화 — 「처벌불원은 돈이 아니라 유족의 뜻입니다」라는 글귀가 얹힌 이미지

1. 위험운전도 도주도 아닌 사망 사고, 실형은 9.5%였습니다

1,241명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만 센 숫자입니다. 술에 취해 정상적으로 운전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사고를 냈다면(위험운전치사) 같은 해 32명 가운데 19명(59.4%)이, 사고 뒤 달아났다면(도주치사) 48명 가운데 38명(79.2%)이 실형을 받았습니다.

한 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사람 도해 —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1,241명 가운데 118명(9.5%), 위험운전치사 32명 가운데 19명, 도주치사 48명 가운데 38명과 1,241명의 처분 내역

합의나 보험으로 기소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처벌불원이나 종합보험으로 기소를 막는 특례는 사람이 다친 사고에만 있습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4조 제1항).

법이 정한 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양형기준은 사망 사고에 금고 8개월에서 2년을 권고하고,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됐으면 금고 4개월에서 1년, 또는 벌금 500만 원에서 1,500만 원까지 낮춥니다.

2026년 7월부터 10월까지 선고된 판결 가운데 결과가 갈린 12건을 골라 보면, 실형이 나온 4건에는 유족의 용서가 없었고, 집행유예·벌금이 나온 6건에는 모두 유족과의 합의나 처벌불원이 있었습니다. 나머지 2건은 무죄였습니다.

판결

판결문에 적힌 것

실형,
금고 6개월~2년
(서울북부
1심·항소심,
수원·울산
항소심)

유족의 용서가 없었습니다. 7,000만 원을 공탁한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집행유예,
금고 1년·2년
(창원·포항)

유족과 합의해 처벌불원을 받았습니다. 두 운전자 모두 제한속도를 넘겨 달렸습니다

벌금
500만~
1,500만 원
(울산·군산·
마산·서울중앙)

유족과 합의했거나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두 판결은 피해자가 신호를 어기고 건넌 점도 적었습니다

무죄
(창원 1심·
항소심)

운전자가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증명이 없었습니다

2. 실형 - 7,000만 원을 맡겼지만, 유족은 받지 않았습니다

4.5톤 덤프트럭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다가, 걸어가던 76세 보행자를 쳤습니다. 운전자는 범행을 인정했고 종합보험에도 들어 있었습니다. 1심이 끝나기 전에 5,000만 원을 형사공탁했습니다. 유족은 그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6년 7월 9일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5,000만 원을 형사공탁하였으나 피해자의 유족들이 공탁금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힌 이상, 공탁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6. 7. 9. 선고

2026고단100493 판결

같은 판결은 운전자를 법정에서 구속하지 않았고, 그 이유를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라고 적었습니다.

운전자는 항소심에서 2,000만 원을 더 공탁했습니다. 모두 7,000만 원입니다. 유족은 이번에도 받지 않았고, 수사기관에서부터 항소심까지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거듭 탄원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항소심은 10월 2일 운전자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금고 1년 6개월 그대로입니다.

다만 피해자의 유족이 수령 거절의 의사를 명백히 밝혔으므로 위 공탁은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다는 사정으로만 제한적으로 고려한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6. 10. 2. 선고

2026노100136 판결

같은 좌회전 사고에서 벌금이 나온 판결도 있습니다. 주차해 둔 차를 몰고 나와 좌회전하려던 운전자가 앞에 서 있던 73세 보행자를 쳤고, 울산지방법원은 8월 28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좌회전하다가 걸어가던 72세 보행자를 친 운전자에게도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이 9월 8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두 판결은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들어 양형기준의 감경 범위를 적용했습니다.

같은 좌회전, 같은 70대 보행자였습니다. 벌금이 나온 두 판결에는 유족의 처벌불원이 있었습니다. 덤프트럭 사건은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을 친 사고였고, 항소심은 보행자 보호의무를 어긴 잘못이 가볍지 않다고도 적었습니다.

고속도로 사고에서는 항소심이 형을 올렸습니다. 운전자가 앞선 사고로 멈춰 선 차와 중앙분리대 사이로 무리하게 지나가다가, 그 사고를 수습하던 사람을 쳤습니다. 1심은 금고 1년 4개월이었습니다. 운전자와 검사가 모두 항소했고, 수원지방법원 항소심은 7월 23일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운전자가 낸 2,000만 원은 유족이 받지 않았고, 항소심은 그 돈을 「피해규모에 비추어 공탁금이 소액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유족에게는 거절당했고, 법원이 보기에는 소액이었습니다. 운전자의 차는 「만48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보험」에 들어 있었고, 항소심은 그 보험으로는 피해 보상이 온전히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유족은 엄한 처벌을 탄원했고, 형은 금고 2년이 됐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는 그 어떤 범죄보다 엄중히 다스려야 하고, 비록 과실범이라고 하더라도 그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할 때에는 그 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 가볍게 취급할 수 없다.

수원지방법원 2026. 7. 23. 선고

2026노2081 판결

신호를 어기고 교차로에 들어갔다가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을 친 사건도 같았습니다. 운전자는 1심에서 1,000만 원, 항소심에서 2,000만 원을 더 공탁했지만 유족은 받지 않았습니다. 울산지방법원 항소심은 7월 15일 그 공탁을 「제한적으로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1심의 금고 1년은 6개월로 줄었지만, 실형은 그대로였습니다.

실형이 나온 이 판결들에는,

7,000만 원을 공탁한

사건까지 포함해

유족의 용서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3. 집행유예와 벌금 - 유족과 합의했거나 용서받은 6건에는 실형이 없었습니다

한 운전자는 제한속도 시속 60km인 교차로를 시속 약 90km로 달리다가, 반대편에서 좌회전하던 18세 오토바이 운전자를 쳤습니다. 창원지방법원은 10월 2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과속에 피해자의 신호위반까지 겹친 사고였지만, 판결이 유리한 정상으로 적은 것은 운전자가 범행을 인정한 점, 유족과 합의해 처벌불원을 받은 점, 초범인 점, 3가지뿐이었습니다.

다른 운전자는 제한속도 시속 30km인 길을 시속 약 41.5km로 달리다가, 옆 차로에서 들어온 12세 아이의 자전거를 뒤에서 들이받았고 넘어진 아이를 다시 밟고 지나갔습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9월 10일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판결은 「피고인의 주의의무위반의 정도와 그로 인한 피해 결과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책이 무거운 점」을 먼저 적었고, 유족과 합의해 처벌불원을 받은 점을 그다음에 적었습니다.

비 오는 저녁 교차로에서, 한 운전자가 보행자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71세 보행자를 쳤습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9월 11일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운전자는 유족에게 2억 원을 지급하고 유족과 합의했습니다. 판결은 초범인 점과 피해자의 무단횡단도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점을 함께 적었습니다.

정체로 정지선을 넘어 멈춰 섰던 덤프트럭이 다시 출발하다가, 정지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81세 보행자를 쳤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9월 3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운전자는 유족에게 상당한 돈을 건네 유족과 합의했습니다.

실형 4건, 집행유예·벌금 6건 도해 — 공탁한 돈이 커도 유족의 용서가 없던 4건은 실형이었고, 유족과 합의했거나 처벌불원을 받은 6건은 집행유예와 벌금이었던 판결 비교

4. 무죄 - 제한속도보다 시속 19.6km 빨리 달렸어도, 피할 수 있었다는 증명이 없었습니다

모든 사망 사고가 운전자의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창원지방법원에서는 올여름 1심 무죄와, 유죄를 뒤집은 항소심 무죄가 하나씩 나왔습니다.

2024년 12월 새벽 5시 40분, 통영의 한 도로에서 운전자는 제한속도 시속 50km인 길을 시속 69.6km로 달렸습니다. 위아래 모두 검은 옷을 입은 71세 피해자가 어두운 반대 차로를 무단횡단해 오다가, 중앙선 근처에서 앞으로 넘어지며 운전자 차의 앞 범퍼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1심은 유죄였습니다.

창원지방법원 항소심은 2026년 7월 23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사고 현장에서 재현 실험을 했습니다. 피해자와 비슷한 색의 옷을 입은 사람을 충돌 지점에 세우고, 시속 69.6km의 정지거리인 39.84m 뒤에서 보니 블랙박스에는 보행자가 보이지 않았고 운전석에서 찍은 사진에도 형체가 희미할 뿐 거의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항소심은 제한속도를 지켜 시속 50km로 달렸더라도, 그 정지거리 24.47m 앞에서 피해자를 알아보고 멈출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키며 진행하였더라면 피해자를 발견한 후에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과속으로 진행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과 교통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창원지방법원 2026. 7. 23. 선고

2025노2171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854 판결 참조)

창원지방법원의 8월 13일 1심 판결도 같았습니다. 비가 오던 밤 10시 34분, 왕복 5차로에서 중앙분리대가 있는 곳을 사람이 무단횡단했습니다. 운전자는 빗길에서 줄여야 할 속도를 줄이지 않고 시속 약 50km로 달렸지만, 법원은 속도를 줄였다면 사고를 피했을 것이라는 증명이 없다고 봤습니다.

과속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그 잘못 때문에

사람이 숨졌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으면,

사망 사고의 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5. 합의 - 처벌불원은 돈이 아니라 유족의 뜻입니다

돈을 건넨 것만으로는 처벌불원이 되지 않습니다. 양형기준이 말하는 처벌불원은 운전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유족이 그 법적·사회적 의미를 알면서 받아들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합의를 서두르다 유족을 괴롭히면 형이 무거워집니다. 양형기준은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합의거절에 대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암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하거나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일으킨 경우」를 형을 올리는 사유로 둡니다. 거절한 유족을 거듭 찾아가 매달리거나, 받아 주지 않으면 불리해진다는 식으로 말하는 일이 여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양형기준도 공탁을 피해 회복으로 볼지 정할 때 유족의 의견을 함께 따집니다. 이 판결들에서 공탁은 합의를 대신하지 못했습니다.

사망 사고에서는

얼마를 낼지보다 먼저,

언제 누가 어떤 말로

유족에게 다가갈지를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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