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2026년 10월 15일 · 변호사 김영빈
교통사고 합의금 - 보험사가 부른 숫자, 믿어도 됩니까?
보험사가 부르는 교통사고 합의금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지급기준표를 바탕으로 하고, 가벼운 부상이라면 표에서 나오는 돈은 위자료·휴업손해·통원비 3가지입니다. 합의금의 대부분을 차지해 온 향후치료비가 새 기준이 적용되는 상대 차 보험계약부터 경상환자에게 지급되지 않는 구조, 치료를 늘리는 데 붙은 조건, 법원의 계산 방식을 정리하고 변호사 보수를 내고도 남는 사건인지를 따져 봅니다.
그 숫자의 바탕은 약관의 표이고,
법원은 다른 표로 계산합니다

신호 대기 중에 뒤에서 받혔습니다. 목과 허리 염좌로 2주 진단을 받았고, 퇴근길에 한의원을 다닌 지 10일째입니다. 그런데 상대 보험사 담당자가 전화로 합의금 액수를 부릅니다.
그 숫자는 담당자가 마음대로 정한 것이 아닙니다. 바탕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지급기준표이고, 표대로 계산한 부분은 맞는 숫자입니다. 다만 합의금을 계산하는 보험사와 법원은, 같은 기준으로 판정하지 않습니다.
보험사가 부른 숫자의 바탕은 약관의 표입니다
목·허리 염좌나 팔다리 타박상처럼 가벼운 부상(상해급수 12~14급)이라면, 표에서 나오는 돈은 3가지입니다.
위자료는 15만 원입니다. 다친 데 대한 정신적 고통의 값인데, 약관에서는 상해급수별 정액입니다. 12급부터 14급까지 모두 15만 원이라 같은 급수면 누구나 같은 금액이고, 이 항목으로는 합의금이 늘지 않습니다.
휴업손해는 줄어든 수입의 85%입니다. 100이 줄었으면 85를 주는 것이 약관의 명문이고, 급여명세서처럼 서류로 증명된 감소분만 인정합니다. 일을 쉬지 않았다면 0입니다.
병원에 간 날마다 8,000원이 붙습니다. 약관이 '그 밖의 손해배상금'이라고 부르는 통원비입니다. 치료비는 이와 따로, 보험사가 병원에 직접 냅니다.
여기까지 더해 보면 이상합니다. 위자료 15만 원에 10일 통원 8만 원, 합쳐서 23만 원입니다. 그런데 제가 본 사건들에서 이런 사고의 합의는 대체로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에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시세라고 말하면 장사꾼처럼 보이겠지만, 합의금에 시세는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 차이를 메운 돈은
표에 없습니다.
합의금의 대부분은 향후치료비였습니다
향후치료비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치료를 끝내는 대신, 앞으로 들 치료비를 미리 얹어 주는 돈입니다. 경상환자 몫으로는 약관에 적힌 항목이 아니었고, 보험사가 빨리 합의하려고 관행으로 줘 왔습니다. 2023년 한 해 그렇게 나간 금액이 1조 4천억 원으로, 경상환자 치료비보다 많았습니다(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2025년 2월 발표).
같은 염좌인데 누구는 얼마를 받았다는 말이 사람마다 달랐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쉰 날과 병원에 간 날이 같으면 표에서 나오는 금액은 누구나 같습니다. 차이는 표 밖에서 났습니다.
2026년 10월 25일부터, 그 돈이 없어집니다
2026년 9월 10일부터 시행된 표준약관은 향후치료비를 1~11급 중상환자에게만, 장래 치료가 객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만큼 줍니다. 12~14급 경상환자는 향후치료비 대신, 치료가 끝날 때까지 실제로 든 치료비를 받습니다.
기준은 사고 난 날이 아닙니다. 2026년 10월 25일 이후 책임이 시작되는 보험계약부터입니다. 부상 보상(대인배상)은 사고를 낸 차의 보험계약에서 나가므로, 상대 차 보험계약의 시작일이 기준입니다. 10월 25일 전에 난 사고라면 상대 차 계약도 그 전에 시작된 것이니 향후치료비가 나올 수 있습니다. 10월 25일 이후에 난 사고는 상대 차 계약이 그 전에 시작됐으면 나올 수 있고, 그날 이후에 시작됐으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사고가 10월 25일 이후라면, 담당자에게 먼저 물을 것은 금액이 아니라 날짜입니다.
상대 차 보험계약이
언제 시작됐는지.
치료를 오래 받으면 더 받을까요
향후치료비가 빠졌으면 지금 받는 치료라도 늘려서 합의금을 키우면 되지 않느냐는 계산이 나올 법합니다. 소위 '나이롱환자'입니다. 한때는 몇몇 병원을 먹여살리다시피 했었죠.
약관의 표로 보면, 치료를 늘려서 합의금에 더 붙는 것은 병원에 간 날마다 8,000원입니다. 그리고 치료를 늘리는 일 자체에 2023년부터 차례로 조건이 붙었습니다.
· 4주: 2023년 1월 1일 사고부터, 경상환자가 4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진단서를 내야 하고, 치료비는 진단서에 적힌 기간까지만 나옵니다.
· 8주: 2026년 9월 10일 사고부터, 8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사고 날부터 7주 안에 진단서·진료기록부 사본 같은 자료를 보험사에 내야 합니다. 더 치료할 필요가 있는지와 그 기간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전문의료인이 정합니다.

뒤에서 받힌 사고라면 대개 해당이 없지만, 차를 몰다 다쳤고 내 과실이 잡히는 사고라면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치료비가 상해급수별 대인배상Ⅰ 한도(12급 120만 원·13급 80만 원·14급 50만 원)를 넘으면, 넘은 부분 가운데 내 과실 비율만큼은 내 보험이나 내 돈으로 메워야 합니다.
12급 염좌, 과실 30%, 치료비 200만 원이면 한도를 넘은 80만 원의 30%, 24만 원이 내 몫입니다. 보행자·오토바이·자전거는 이 규칙에서 빠집니다.
내 과실이 잡힌 사고라면, 버티기는 돈이 되기는커녕 치료비 고지서로 돌아옵니다. 과실 비율 몇 퍼센트가 치료비와 합의금 전체에 곱해지는 구조이니, 과실을 다투는 일부터가 금액 협상입니다.
법원은 다른 표로 계산합니다
소송으로 가면 법원은 약관이 아니라 민법과 판례로 손해를 계산합니다.
항목 | 보험사(약관)와 법원 |
위자료 | 약관은 급수별 정액입니다(12~14급 15만 원, 쇄골 골절 같은 7급 40만 원). 법원은 사고 경위와 다친 정도를 보고 정합니다. |
일을 쉰 | 약관은 서류로 증명된 감소액의 85%만 줍니다. 법원은 85%라는 틀 없이 줄어든 수입을 손해로 계산합니다. |
지연손해금 | 약관의 합의금에는 붙지 않습니다. 판결 금액에는 연 5%가 붙고, 소장이 상대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연 12%입니다. 다만 상대가 금액을 다툴 만했다고 법원이 보는 기간은 연 5%입니다. |
2주 염좌 통원 사건이라면 두 표의 차이는 몇십만 원 단위에 그칩니다. 차이가 큰 사건에서는 보험사도 이 계산을 합니다. 소송으로 가면 법원 기준에 지연손해금과 소송비용까지 얹어야 하니, 소송까지 갈 사건이라는 게 분명해지면 보험사가 내미는 숫자도 법원 표 쪽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변호사 보수를 내고도 남습니까
2주 염좌, 통원 10일, 과실 다툼 없음, 쉰 날 없음.
이 사건은 변호사를
선임할 사건이 아닙니다.
두 표의 차이가 변호사 보수보다 작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부른 숫자가 위의 계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지, 사고가 10월 25일 이후라면 상대 계약이 언제 시작됐는지 확인하는 정도면 충분하고, 그것은 선임이 아니라 상담 한 번의 일입니다.
계산이 뒤집히는 사건은 따로 있습니다.
· 골절처럼 상해급수 1~11급에 해당하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위자료 정액부터 달라지고, 새 약관에서도 장래 치료가 객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향후치료비를 받습니다.
· 치료가 끝났는데 통증이 남습니다. 후유장해를 감정받을 사건이고, 일하지 못하게 된 손해가 계산에 들어옵니다.
· 소득이 있는데 실제로 일을 쉬었습니다. 85%와 법원 계산의 차이에 쉰 기간이 곱해집니다.
· 과실 비율이 다퉈집니다. 그 퍼센트가 치료비와 합의금 전체에 곱해집니다.
하나라도 해당하면 고민하셔야 합니다.
이때 제가 하는 일은
"더 받아 드리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법원 표로 다시 계산한 값에서
보수를 빼고도 남는 사건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일입니다.
남지 않는 사건이면 남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는 것까지가 그 일에 포함됩니다.
보험사에서 합의금 안내를 받아 두셨다면, 그 내역 그대로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약관 표와 법원 표 양쪽으로 지금 제시액이 어디쯤인지부터 같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