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2026년 8월 13일 · 변호사 김영빈

교통사고 합의금 - 보험사가 부르는 걸 믿을 수 있나요?

교통사고 합의금이 계산되는 네 항목과 2026년 향후치료비 개편, 약관 기준과 법원 기준의 차이를 정리했습니다. 변호사 보수를 내고도 남는 사건인지 가르는 다섯 신호까지 담았습니다.

교통사고에는 결국 ‘합의금’이 중요한데 — 합의금을 계산하는 보험사와 법원은, 같은 기준으로 판정하지 않습니다.

합의금 시세?

시세라고 말하면 장사꾼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 합의금에 ‘시세’는 존재합니다. 다만, “교통사고 합의금,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정직한 답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범위입니다.

신호 대기 중에 뒤에서 받혀 목이나 허리 염좌로 2~3주 진단을 받고 통원 치료를 하는, 흔한 유형의 사고라면 — 치료비는 보험사가 병원에 직접 지급하고, 그와 별도로 손에 쥐는 합의금은 실무에서 대체로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안팎에서 움직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 범위는 올해부터 낮아지고 있습니다. 2026년 1월부터 합의금의 가장 큰 덩어리 하나가 제도적으로 빠졌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부른 숫자, 계산기를 열어 보면

먼저 보험사 측을 통해 진행되는 전형적인 이야기부터 해 볼까요?

보험사에서 전화로 안내받는 합의금은 담당자의 재량이 아니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지급기준표에서 나옵니다. 표가 정한 항목은 사실상 넷입니다.

위자료 — 다친 데 대한 정신적 고통의 값입니다. 약관에서는 상해급수별 정액이라, 목·허리 염좌나 타박상이 해당하는 12~14급은 15만 원. 같은 급수면 누구나 같은 금액이고, 이 항목으로는 합의금이 늘지 않습니다.

휴업손해 — 다쳐서 일을 쉰 만큼의 수입 감소분입니다. 약관은 “실제 수입감소액의 85%“를 지급한다고 정합니다. 100이 줄었으면 85를 주는 것이 약관의 명문이고, 급여명세서나 소득신고처럼 서류로 증명되는 감소분만 인정합니다. 증빙이 없으면 이 항목은 0에 가까워집니다.

통원교통비 — 하루 8,000원입니다.

여기까지 셋을 더해 보면 이상합니다. 2주 염좌 통원 사건이라면 위자료 15만 원에 교통비 몇만 원 — 그런데 실제 합의는 100만 원 넘게 이루어져 왔으니까요. 그 간극을 메워 온 항목이 네 번째입니다.

향후치료비 — 합의서에 도장을 찍으면 치료를 마무리한다는 전제로, 앞으로 들어갈 치료비를 미리 얹어 주는 돈입니다. 경상 사고 합의금의 몸통은 위자료도 휴업손해도 아니라 사실 이 항목이었습니다.

2026년, 그 몸통이 빠졌습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개편에 따라, 2026년 1월 이후 갱신·가입되는 자동차보험부터 향후치료비는 중상환자(상해급수 1~11급)에게만 지급되고, 경상환자(12~14급)에게는 원칙적으로 지급되지 않습니다. 장기 치료가 정말 필요한 경우에는 진료기록부 등 서류로 치료 필요성을 증명하는 길만 남았습니다.

작년까지의 “경상 합의금 시세”를 말하는 글들이 올해 미묘하게 맞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보험 갱신 시점에 따라 아직 구 약관이 적용되는 계약이 섞여 있어 당분간은 사고마다 적용이 다르지만,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향후치료비가 빠진 자리에서 남는 항목은 위자료(정액)와 휴업손해(증빙 필요)뿐이고, 그래서 앞으로의 경상 합의금은 “얼마나 버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증명하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치료를 오래 받으며 버티면 될까요

향후치료비가 빠졌으면 ‘지금 받는 치료’의 기간이라도 늘려서 판을 키우면 되지 않느냐는 계산이 나올 법합니다. 소위 ‘나이롱환자’입니다. 한때는 몇몇 병원을 먹여살리다시피 했었죠.

그런데 ‘나이롱환자’의 길은 이미 2023년부터 순서대로 막히고 있습니다.

경상환자가 4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고, 보상도 진단서에 적힌 기간만큼만 이어집니다. 2026년부터는 8주를 넘기는 장기 치료에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가 요구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치료비의 과실책임입니다. 경상환자의 치료비 가운데 의무보험인 대인배상Ⅰ의 한도 — 12급 120만 원, 13급 80만 원, 14급 50만 원 — 를 넘어서는 부분은, 본인 과실 비율만큼 본인 쪽(본인 또는 본인이 든 보험)이 부담합니다. 과실이 30% 잡힌 14급 사고에서 치료비가 200만 원 나왔다면, 한도 50만 원을 넘는 150만 원 중 45만 원은 내 몫이라는 계산입니다.

버티기는 돈이 되기는커녕 치료비 고지서로 돌아옵니다. 제도가 이렇게 정교해질수록 협상의 공간은 좁아지는 게 아니라 기준을 아는 쪽으로 옮겨 갑니다. 과실 비율 몇 퍼센트가 치료비와 합의금 전체에 곱해지는 구조이니, 과실을 다투는 일부터가 금액 협상입니다. 경찰이 사고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확인하는 서류가 그 출발점인데, 이건 교통사고사실확인원 — 경찰이 정리한 그 종이, 결론이 “아닙니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같은 사고, 두 장의 계산표

여기까지가 보험사를 통한 이야기라면, 법원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소송으로 가면 법원은 약관이 아니라 민법과 판례가 쌓아 온 기준으로 봅니다. 같은 항목이 얼마나 다르게 계산되는지 보면 이렇습니다.

항목약관(보험사) 기준법원(소송) 기준
위자료상해급수별 정액 (염좌·타박 15만 원)사고 경위·피해 정도를 반영해 재량 산정
휴업손해실제 수입감소액의 85%감소분 100%
일하지 못하게 된 손해자문의 판단 기준, 인정에 소극적신체감정을 거쳐 소득 × 노동능력상실률 × 가동연한(만 65세)
소득 증빙이 없는 경우인정 곤란무직·주부도 도시일용노임(2026년 상반기 일 114,166원) 기준 인정
이자없음사고일부터 지연이자 가산(소송 단계에 따라 연 5~12%)

2주 염좌 통원 사건이라면 두 표의 차이는 몇십만 원 단위에 그칩니다. 그런데 골절 이상으로 올라가면 차이가 층으로 벌어집니다. 위자료부터 약관 정액(예컨대 7급 40만 원)과 법원의 재량 산정이 자릿수를 달리하고, 후유장해가 몇 퍼센트라도 인정되면 일실수입 항목은 천만 원 단위로 움직입니다. 사망 사건에서는 약관의 위자료 상한과 법원 기준의 차이가 가장 선명합니다.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이 두 표가 협상에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소송 의사가 분명한 사건은 예상 판결액의 80~90%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사가 선임되는 순간 협상의 기준선 자체가 약관 표에서 법원 표로 옮겨 가기 때문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소송으로 가면 법원 기준 + 지연이자 + 소송비용을 계산해야 하니, 그 직전 선에서 맞추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됩니다.

한 가지, 헷갈리기 쉬운 돈을 구분해 두겠습니다. 12대 중과실이나 음주 사고처럼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건에서 가해자 측이 내미는 형사합의금은 지금까지 말한 보험 합의금과 별개의 돈입니다. 이 둘을 섞으면 한쪽을 놓칩니다. 12대 중과실 — 다 아는데, 나는?형사 합의를 했는데, 민사 소장이 또 왔습니다에서 각각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 보수를 내고도 남습니까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2주 염좌, 통원 열흘, 과실 다툼 없음, 쉰 날 없음 — 이 사건은 변호사를 선임할 사건이 아닙니다. 두 표의 차이가 변호사 보수보다 작기 때문입니다. 이 구간이라면 보험사 제시액이 위에서 본 계산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지 확인하는 정도면 충분하고, 그것은 선임이 아니라 상담 한 번의 일입니다.

계산이 뒤집히는 신호를 보면 이렇습니다.

  • 입원했거나 치료가 4주를 넘습니다. 상해급수와 인정 항목의 체급이 달라집니다.
  • 치료가 끝났는데 통증이 남습니다. 후유장해 감정으로 가는 문이고, 일실수입이라는 가장 큰 항목이 열립니다.
  • 소득이 있는데 실제로 일을 쉬었습니다. 85%와 100%의 차이에 인정 기간의 차이가 곱해집니다.
  • 과실 비율이 다퉈집니다. 몇 퍼센트가 아니라, 전체 금액에 그 퍼센트가 곱해진 돈이 걸려 있습니다.
  • 골절 이상의 중상, 또는 사망 사고입니다. 두 표의 간극이 가장 큰 구간이라, 법원 기준을 쓰지 않는 것 자체가 손해입니다.

하나라도 해당하면, 고민하셔야 합니다. 이때 제가 하는 일은 “더 받아 드리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법원 표로 다시 계산한 값에서 보수를 빼고도 남는 사건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일입니다. 남지 않는 사건이면 남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는 것까지가 그 일에 포함됩니다.

보험사에서 합의금 안내를 받아 둔 상태라면, 그 내역 그대로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약관 표와 법원 표 양쪽으로 지금 제시액이 어디쯤인지부터 같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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