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20일 · 변호사 김영빈
12대 중과실 - 목록은 다 아는데, 내 사고는?
12대 중과실은 보험이 있거나 합의를 해도 기소될 수 있는 12가지이고, 그중 8가지는 현장에서 해당 여부를 판정할 수 없습니다. 노란불은 설 수 있었느냐가 아니라 신호가 바뀐 순간 차가 어디 있었느냐로, 중앙선은 어쩔 수 없었느냐로 갈리며, 둘 다 블랙박스 프레임과 영상으로만 증명됩니다. 판정은 현장에서 못 해도 영상은 그날부터 지워지므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와 주변 CCTV 보존을 시간 순서대로 챙겨야 합니다.
노란불 0.5초도,
핸들 한 번도
현장에서는 판정되지 않습니다.
그날 지킬 것은 영상입니다

사람이 다친 교통사고는 종합보험에 들어 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습니다. 12대 중과실은 이 특례가 빠지는 12가지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면 보험이 있어도, 피해자와 합의를 해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12개 목록은 다 압니다. 30초면 읽습니다. 그런데 내 사고가 그중 하나인지는, 사고 현장에서 알기 어렵습니다.
보험이 있어도 형사사건이 되는 12가지
사람이 숨진 사고에는 처음부터 이 특례가 없고,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불구·불치·난치에 이른 중상해는 보험만으로 기소를 막지 못합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4조 제1항). 그 밖의 다친 사고는 아래 12가지 중 하나 때문에 일어났는지에 따라 기소 여부가 달라집니다.
12대 중과실 | 어떤 경우인가 |
1. 신호위반 | 신호기·경찰관 신호, 통행금지· |
2. 중앙선 | 중앙선을 넘은 것, |
3. 과속 | 제한속도를 시속 20km 넘게 |
4. 앞지르기· | 앞지르기 방법·금지 장소 위반, |
5. 철길건널목 | 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
6. 횡단보도 |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
7. 무면허 | 면허 정지 중 운전 포함 |
8. 음주·약물 | 술이나 약물에 취한 |
9. 보도 침범 | 차가 인도로 올라간 것 |
10. 승객 추락 | 승객이 타고 내릴 때 |
11. 어린이 |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
12. 화물 낙하 | 짐이 떨어지지 않게 |
여기에 3가지가 더 있습니다. 다친 사람을 구호하지 않고 달아난 도주, 음주측정 거부, 음주측정 방해는 12개 목록과 별도로 법이 따로 빼 놓았습니다. 목록에 없다고 안심하면 안 되죠.
「신호위반으로 보이네요」는 판정이 아닙니다
표의 오른쪽 열에서 ○는 4개뿐입니다. 면허 조회, 음주 수치처럼 숫자와 서류가 정해 주는 것들입니다.
나머지 8개는 △입니다. 사고 순간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시 세워야 결론이 납니다. 노란불로 바뀐 순간 차가 어디에 있었는지, 핸들을 꺾은 게 어쩔 수 없었는지, 보행자가 언제 발을 뗐는지. 이건 현장에서 아무도 확정해 주지 않습니다. 출동한 경찰관의 「신호위반으로 보이네요」도 접수 때의 소견이지 판정이 아닙니다.
판정은 경찰 교통조사계가 수사해 송치할지 정하고, 공소청 검사가 기소할지 정하고, 마지막에 법원이 합니다. 그리고 법원에서도 뒤집힙니다.
○도 애매할 때가 있는데, △는 더 애매합니다. 소위 「문철해보자!」 하는 상황이 여기서 자주 나오죠.
이 대목에서 전설의 명짤을 안 짚고 갈 수가 없습니다. -_-; 경제 유튜버 슈카가 폭락장에서 「그럼 이 하락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되물었던 그 장면입니다.
「대응해야 하나?
너가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12대 중과실도 구조가 똑같습니다. 사고 직후에 12대 중과실인지 가려 놓고 대응하겠다는 계획 — 가려야 하나? 그 경황에, 그 자리에서, 할 수 있을까? 판사들끼리도 갈리는 일인데요.
노란불 — 설 수 있었나가 아니라, 그 순간 어디 있었나

경인고속도로 부천IC 앞 교차로였습니다. 운전자는 좌회전하며 시속 61km쯤으로 접근했고, 코앞에서 신호가 노란불로 바뀌었습니다. 그 속도로는 브레이크를 밟아도 정지선 앞에 설 수 없는 거리였습니다. 운전자는 그대로 들어갔고, 왼쪽에서 오던 오토바이와 부딪혔습니다.
1심과 항소심은 무죄로 봤습니다. 설 수 없는 거리에서 서라는 건, 교차로 안에서 사고가 날 위험을 운전자에게 떠안으라는 말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상식적으로 들립니다. 대법원이 뒤집었습니다. 교차로에 들어가기 전에 노란불로 바뀌었다면,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멈추지 않은 것은 신호위반이라는 겁니다(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4도1195 판결). 사건은 유죄로 돌아왔고, 2025년 3월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했습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도19370 판결).
엄청나게 말이 많았던 판결이지만, 기준은 이것으로 분명해졌습니다. 노란불이 켜진 순간 차의 일부라도 교차로에 들어가 있었으면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맞고, 들어가기 전이었으면 설 수 있었든 없었든 멈추지 않은 것이 신호위반입니다.
그래서 다툼은 「설 수 있었나」가 아니라 「노란불이 켜진 바로 그 순간, 내 차가 어디 있었나」로 옮겨 갔습니다. 0.5초 차이의 문제고, 그건 기억이 아니라 블랙박스 프레임과 신호 주기 기록으로만 증명됩니다.
이런 판단을 사고 순간에 운전석에서 스스로 하기는 무리입니다.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신호위반은 아니지?」라는 판단이 아니라, 나중에 다툴 영상을 지키는 일이겠죠.
중앙선 — 넘었다고 다 침범은 아닙니다
중앙선도 같은 구조입니다. 대법원은 사고 지점이 중앙선 너머라고 해서 전부 중앙선 침범 사고로 보지 않습니다. 부득이한 사유 없이 넘었고, 그 침범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일 때만입니다(대법원 1998. 7. 28. 선고 98도832 판결).
인정된 사건이 있습니다. 갓길에 서 있던 차를 뒤늦게 보고 급정거하다 가볍게 부딪힌 운전자가, 더 크게 부딪히지 않으려고 핸들을 왼쪽으로 급히 꺾었고,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 차로로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사고 지점만 보면 명백한 반대 차로 사고인데, 대법원은 긴박해서 어쩔 수 없었던 침범이라며 중앙선 침범 사고가 아니라고 봤습니다(대법원 1986. 9. 9. 선고 86도1142 판결).
부정된 사건이 더 많습니다. 택시가 얼어붙은 길에서 미끄러져 중앙선을 넘은 사건에서, 원심은 어쩔 수 없었다고 봐 줬지만 대법원이 뒤집었습니다(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도1232 판결). 노면이 얼어붙으면 최고속도의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그 길의 제한속도는 시속 40km, 택시는 30km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저속인데, 얼음길 기준으로는 과속. 그래서 미끄러진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아니라 과실이 됐습니다.
왕복 2차로를 합쳐 폭이 5.7m밖에 안 되는 길에서, 트레일러가 반대 차로를 밟으며 우회전하다 낸 사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5848 판결). 길이 좁아 불편했다는 건 「어쩔 수 없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골목은 한 번 더 따져야 합니다. 법이 말하는 중앙선은 황색 실선·점선이나 중앙분리대처럼 실제로 설치된 것입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5호). 주차된 차들 때문에 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는 골목이라도, 그 골목에 중앙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면 12대 중과실의 「중앙선 침범」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노면에 황색선이 있었는지, 어느 지점부터였는지, 핸들을 꺾기 직전에 무엇이 보였는지. 이것도 전부 영상과 사진으로 가려집니다.
판정은 못 해도, 영상은 오늘부터 지워집니다
슈카의 그 장면에는 짝이 되는 그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름하여 「하락장 대응으로 돈을 잃는 경로」. 대응한답시고 팔았다가, 극심한 후회에 다시 샀다가, 폭풍 후회하며 또 팔았다가. 어설픈 대응을 거듭할수록 계좌가 더 깊이 녹는 차트입니다. 안 해서 망하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해서 더 망하는 거죠.
교통사고에도 똑같은 경로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제가 잘못 본 것 같아요」라고 자가진단부터 말해 버리고, 집에 와서는 밤새 판례를 검색하고, 그러는 동안 블랙박스는 덮어쓰기로 지워지고, 주변 CCTV 보존 요청은 아무도 안 해 둔 상태. 대응을 한다고 했는데, 판정은 못 바꾸고 증거만 잃은 경로입니다.

판정은 현장에서 못 합니다.
그 판정을 다툴 영상은,
현장에서부터 지워집니다.
그래서 제 추천은 12대 중과실인지 아닌지에 매달리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시간 순서대로 해 두는 겁니다.
아직 현장이라면
· 다친 사람 구호와 신고가 먼저입니다. 이걸 건너뛰고 자리를 뜨면 12대 중과실이 아니라 도주 문제가 됩니다.
· 차를 빼기 전에 네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 둡니다. 두 차의 위치, 노면(황색선·정지선·얼음), 신호등이 한 장에 들어가게.
· 상대 차량과 목격자 연락처를 받습니다. 주변에 블랙박스 단 차가 서 있었다면 그 차도요.
· 그리고 말조심입니다. 「제가 노란불에 들어간 것 같아요」 한마디는 진술로 남고, 나중에 블랙박스가 다른 이야기를 해도 계속 따라다닙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확실한 건 확실한 대로, 흐린 부분은 「영상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로 남겨 두시면 됩니다.
오늘 안에
· 내 차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뺍니다. 차를 계속 쓰면 주차 녹화가 돌면서, 용량이 찰 때마다 오래된 영상부터 덮어씁니다. 사고 영상도 그 차례에 들어갑니다. 카드를 빼서 보관하거나 통째로 백업합니다.
· 주변 가게·건물 CCTV 보존을 부탁합니다. 보관 기간이 곳마다 달라서 언제 지워질지 모릅니다. 어렵다고 하면 경찰에 「○○건물 CCTV 확보」를 바로 요청합니다.
이번 주 안에
· 교차로·골목의 방범 CCTV. 내가 찍힌 영상은 관리하는 기관에 열람을 청구할 수 있지만, 사고 장면에는 대개 차만 찍혀 있어 경찰을 거치는 편이 확실합니다. 사고 접수 때 「○○교차로 방범 CCTV 보존·확보」를 분명히 요청해 둡니다. 보관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은 곳은 30일 이내로 보관합니다.
· 아파트 단지 CCTV는 30일 이상 보관하게 돼 있고, 내가 찍힌 영상은 관리사무소에 열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8조). 다른 차나 사람이 함께 찍힌 영상은 수사기관을 거쳐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사받으러 가기 전에
· 차에 사고기록장치(EDR)가 달려 있다면, 사고 전후의 속도·제동 같은 운행 기록을 제조사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자동차관리법 제29조의3). 과속인지 아닌지가 여기서 갈리기도 합니다.
· 진술 전에 시간 순서를 스스로 정리해 봅니다. 확보한 영상과 어긋나는 기억은, 조서에 적히기 전에 바로잡는 게 몇 배 쉽습니다.

그다음은 판례 옆에 내 사고를 놓는 일입니다
여기까지는 혼자 하실 수 있고, 해 두셔야 하는 일입니다.
그다음이 남습니다. 확보한 블랙박스 프레임을 신호 주기와 맞춰 보는 일, 「부득이한 사유」를 인정한 판례와 부정한 판례 옆에 내 사고를 놓아 보는 일, 그리고 위반은 있었더라도 그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를 다투는 일. 12대 중과실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 종합보험에 들어 있고 중상해가 아닌 한 기소되지 않습니다.
그 단계는 판례를 옆에 두고 하는 일이라 목록을 외운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변호사의 도움을(가능하면 제 도움이면 더 좋겠군요)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단계까지
영상이 살아서 도착하면,
사건의 절반은 이미
준비돼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