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7월 13일 · 변호사 김영빈
공연음란죄 — 어디까지가 벌금이고, 어디부터가 성범죄인가요?
'노상방뇨, 벌금인 줄 알았는데 성범죄'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범죄 과다노출(10만 원 이하)과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성폭력범죄)의 경계, 단둘이 있어도 인정되는 공연성, 벌금에도 붙는 이수명령 40시간과 신상등록이 없는 구조, 반복 시 실형 — 그리고 기소유예로 끝난 기록 하나가 가르쳐 주는 대응의 순서.
‘노상방뇨, 벌금인 줄 알았는데 성범죄’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밤, 두 개의 죄명
공연음란죄. 뉴스에서는 ‘바바리맨’으로 익숙한 죄명이죠. 그런데 정작 조사실에서 이 죄명을 만나는 분들의 사연은 대부분 코트가 아니라 술에서 시작됩니다.
술자리가 끝난 새벽, 골목에서 소변을 보다 적발됐습니다. 경찰이 왔고, 며칠 뒤 출석요구 연락이 옵니다. 이때 서류에 어떤 죄명이 적히느냐에 따라 이후의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나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범칙금 몇만 원 수준에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입니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 그리고 이쪽은 법이 정한 성폭력범죄입니다.
행동은 비슷해 보이는데 한쪽은 해프닝이고 한쪽은 성범죄 전력입니다. 어디서 달라지는지, 그리고 공연음란 쪽으로 넘어가면 실제로 뭐가 걸려 있는지를 적겠습니다.
일단 지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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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범죄처벌법의 영역. 길에서 대소변을 보는 행위 자체는 경범죄처벌법의 ‘노상방뇨’(제3조 제1항 제12호)입니다. 그리고 공개된 장소에서 성기·엉덩이 등을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정도라면 같은 법의 ‘과다노출’(제33호)입니다. 둘 다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 — 전과 걱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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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성폭력처벌법이 말하는 성폭력범죄 목록에 들어갑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성폭력범죄’ 전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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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 노출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을 향해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강제추행 쪽으로 넘어갑니다. 이 글의 범위 밖입니다만, 조사실에서 죄명이 그쪽으로 바뀌는 순간 무게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만 적어 둡니다.
어디부터 ‘음란한 행위’인가요 — 대법원이 그은 선
대법원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일반 보통 사람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일으키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행위. 단순히 부끄럽거나 불쾌한 정도라면 경범죄의 과다노출이고, 그 정도를 넘으면 공연음란입니다. 노출된 부위만 보는 게 아니라 때와 장소, 노출의 방법과 정도, 동기와 경위를 전부 합쳐서 판단하죠.
말이 어려우니 실제 판결들의 결을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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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가 된 노출이 있습니다. 술값 시비 끝에 항의하는 뜻으로 옷을 벗어 던진 사안, 몸이 불편해 지퍼를 올리지 못한 채 걸었을 가능성이 남은 사안 — 법원은 노출은 있었지만 ‘성적인 행위의 표현’이 없었다고 봤습니다. 화가 나서 벗은 것과 성적 만족을 위해 벗은 것을 법은 구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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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가 된 노출이 있습니다. 등산로에서 성기를 꺼내 여러 차례 흔들어 보인 사안, 엘리베이터에서 노출한 채 만지며 다가간 사안. 여기서는 노출에 성적인 행위가 얹혀 있었습니다.
같은 ‘벗었다’인데 한쪽은 무죄, 한쪽은 성범죄입니다. 결론을 정하는 건 노출 자체가 아니라 그 노출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입니다. 처음 예로 든 노상방뇨가 공연음란죄로까지 가는 일이 드문 이유가 이것입니다. 오줌만 싸고 자리를 떠났다면 공연음란으로 판단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단둘이 있었는데도 공연음란인가요?”
이건, 검색에 정말 많이 올라오는 질문입니다. ‘공연히’라는 말 때문에 사람이 많아야 성립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법원의 기준은 다릅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면 족하고, 실제로 여러 명이 봤을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판결들을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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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소 부스 옆 차 안에서 벌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차 구조상 그 장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요금소 직원 한 명뿐이었고, 법원은 그래서 공연성을 부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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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밤 1시가 넘은 어두운 건물 복도, 실제 목격자는 한 명뿐이었는데도 유죄가 난 사안이 있습니다. 그 복도에 잠금장치가 없어서 누구든 지나다닐 수 있었다는 이유였죠.
기준은 ‘몇 명이 봤나’가 아니라 **‘그 자리가 누구에게 열려 있었나’**입니다. 차 안이라고 안심할 것도 아닙니다. 주차장에 세운 차 안이라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정도였다면 공연성은 인정됩니다.
유죄가 되면 실제로 무엇이 남나요
검색창에는 “공연음란죄 전과, 일본여행 가능한가요” 같은 질문까지 올라옵니다. 그만큼 이 죄명 앞에서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무서워한다는 뜻인데 — 정작 무엇이 남고 무엇이 안 남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세 가지가 따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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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범죄 전력은 남습니다. 공연음란은 성폭력처벌법이 명시한 성폭력범죄라, 벌금형이라도 유죄는 유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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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령이 붙습니다.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을 받으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함께 선고합니다. 벌금 100만 원짜리 약식명령에도 이수명령 40시간이 붙는 것이 확인되는 판결들의 기본값에 가깝습니다. 벌금만 내면 끝이라고 생각했다가 보호관찰소에서 나온 통지를 받고 당황하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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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상정보 등록은 없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의 신상정보 등록 대상 목록에 공연음란죄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통매음이 벌금형이면 등록에서 빠지는 구조와도 다릅니다 — 공연음란은 형량과 무관하게 애초에 등록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아동·청소년법의 취업제한명령은 원칙적으로 판결과 함께 선고하도록 되어 있고, 재범 위험이 현저히 낮으면 면제됩니다. 판결문에 그 한 줄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성범죄경력조회서에 비치느냐가 정해집니다.
정리하면 — 이름은 성범죄인데 등록은 없고, 벌금인데 이수명령은 있고, 조회서에 비치느냐는 판결문 한 줄에 달렸습니다. 이 어긋남을 모르는 채 “벌금 나오면 그냥 내지”로 넘어가면,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막아야 하는지가 전부 흐려집니다.
하나만 조심하면 — 이건 공연음란 단독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강제추행처럼 등록 대상인 죄명이 함께 유죄가 되면, 등록은 그쪽에서 살아납니다.
반복이 실형을 만듭니다
확인되는 판결들에서 초범의 단독 공연음란은 대체로 벌금 몇십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에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죄명이 쌓이기 시작하면 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동종 전과가 누적된 상태의 재범, 누범기간 중의 재범에서는 징역 6개월에서 1년의 실형이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이 죄는 재범에서 유독 차갑습니다 — 법원이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읽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사건의 처리가 중요합니다. 첫 사건이 벌금으로 남으면, 두 번째 사건은 벌금 전력 위에서 시작합니다.
제 사건이 아니었던 기록 하나
예전에 몸담았던 사무실에서 다른 변호사가 맡았던 공연음란 기록 하나를 최근 다시 펼쳐 볼 일이 있었습니다. 기소유예로 끝난 기록입니다.
기록에는 화려한 법리가 없었습니다. 대신 이런 것들이 순서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반성문이 한 번이 아니라 몇 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제출되어 있었고, 장기기증 등록증과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 서류가 있었고, 몇 년치 성실 납세 자료가 있었습니다.
이 목록이 말해주는 게 있습니다. 제 다른 글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다툴 각이 없는 사건에서 변호인이 하는 일은 ‘잘못했다’를 꾸미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기록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한 번의 반성문은 서식이지만 간격을 두고 거듭 쓴 반성문은 시간이고, 기증 등록은 말로 하는 다짐이 아니라 몸으로 남긴 서명입니다. 검사가 기소유예를 결정할 때 필요한 건 눈물이 아니라 ‘재범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판단의 근거입니다.
만약 이 사건이 지금 제 책상에 온다면, 저는 기록을 이 순서로 읽을 겁니다. 먼저 공연성 — 그 자리가 누구에게 열려 있었는가. 다음 음란성 — 노출인가, 성적 행위인가. 그다음 고의 — 실수나 착오의 여지는 없는가. 마지막으로 증거 — CCTV는 있는가, 목격 진술은 어디까지 정확한가. 넷 중 하나라도 다툴 각이 서면 그 길로 가고, 넷 다 닫혀 있으면 위의 기록처럼 사람을 증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합니다. 진단이 먼저고, 반성문은 그다음입니다.
방향은 첫 조사 전에 정해집니다
경범죄냐 공연음란이냐, 다투느냐 인정하느냐, 벌금으로 받느냐 기소유예를 노리느냐 — 이 방향들은 전부 수사 초반에 정해집니다. 첫 조사에서 “그냥 술김에 그랬습니다”라고 정리된 조서는, 나중에 공연성이나 고의를 다투려 할 때 발밑에서 걸립니다.
적발되셨거나 출석요구를 받으셨다면, 조사 전에 자기 사건이 지도의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그 확인이 벌금 고지서와 성범죄 전력 사이의 거리입니다.
기소유예와 성범죄경력조회서의 구조는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이름은 가벼워 보이는데 성범죄인 죄명, 하나 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