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9월 17일 · 변호사 김영빈
공무집행방해 합의 — 경찰관이 합의를 안 해준다는데요?
피해 경찰관의 합의 의사와 내부 절차를 구분하고, 합의가 불발된 뒤 형사공탁과 양형자료를 준비해 집행유예를 얻은 변론을 가상 사례로 풀었습니다.
먼저 다친 사람과의 합의, 경찰관에 대한 공탁, 그리고 집행유예를 받기까지

실제 변론 경험을 바탕으로, 인물·경위·형량을 바꾸어 구성한 가상 사례입니다.
“다친 분하고는 잘 풀었습니다. 그런데 경찰관은 합의를 안 해주겠답니다.”
공무집행방해 사건에서 이런 상황을 만나곤 합니다. 처음 다툼이 벌어졌던 상대방과는 합의가 되었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의 합의가 남는 것입니다. 경찰관과 합의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형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미 받아놓은 합의서 한 장으로 사건 전체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1. 다툼은 끝났는데, 공무집행방해가 남았습니다
술에 취한 의뢰인이 가게에서 다른 손님과 다투다가 상대방을 다치게 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제지하자, 이번에는 가까이 있던 의자를 들어 위협하고 경찰관을 밀쳤습니다. 처음의 다툼에 더하여 경찰관에 대한 범행까지 재판을 받게 된 상황입니다.
처음 다친 분과는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분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도 확인했습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가장 큰 문제가 풀렸다고 생각할 만합니다. 하지만 그분이 용서할 수 있는 일과 경찰관에게 한 일은 별개입니다.
공무집행방해는 경찰관 개인에게 피해를 준 데 그치지 않고 정당한 공무 수행을 방해한 범죄입니다. 경찰관이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범행했다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더 무겁게 다뤄집니다(형법 제136조, 제144조).
그렇다고 먼저 이루어진 합의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피해를 입은 분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분명하게 재판부에 전달해야 합니다. 저는 합의가 된 피해와 아직 회복하지 못한 피해를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2. 경찰관 개인의 뜻만으로 끝나는 합의가 아닙니다
경찰관과의 합의에는 일반적인 개인 간 합의와 다른 사정이 있습니다. 피해 경찰관의 합의 의사뿐 아니라, 소속 관서의 내부 복무지침과 보고 절차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공무 수행 중 입은 피해에 관한 일이므로, 당사자끼리 감정을 풀고 돈을 주고받는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공개된 소청 결정에서도 공무집행방해 등 피해경찰관이 합의할 때 상급기관에 보고하도록 한 복무지시가 확인됩니다. 합의 자체가 허용되는 경우에도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별도의 지시명령 위반으로 판단됐습니다(소청심사위원회 결정).
따라서 경찰관이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곧바로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경찰관 개인과 잘 푸는 것만으로 합의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변호인도 피해 경찰관의 의사와 해당 관서에서 요구하는 내부 절차를 구분하여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경찰관에게 사죄하고 피해를 보상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전했습니다. 사과문은 수사기관에 전달했고, 재판 과정에서는 합의 의사를 확인하고 연락할 수 있도록 피해 경찰관의 인적사항에 대한 열람을 신청했습니다.
돌아온 답은 명확했습니다. 합의를 원하지 않고, 인적사항 제공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답을 단순히 사과가 부족하다거나 합의금이 적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합의를 거절하는 분을 계속 찾아가거나 연락하면서 설득할 일도 아닙니다. 사과를 하러 갔다고 해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접촉을 반복하면 그분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됩니다.
의뢰인에게도 설명했습니다. 상대방에게 용서를 받아내는 것까지 우리가 정할 수는 없습니다. 합의가 안 된다는 사정을 받아들인 뒤, 할 수 있는 피해회복을 진행해야 합니다.

3. 합의가 불발된 뒤, 형사공탁을 진행했습니다
피해자의 주소 등 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고 해서 공탁까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재판 중인 형사사건에서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사건번호와 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 표시를 이용하는 형사공탁 특례가 있습니다(공탁법 제5조의2).
저는 인적사항을 제공받지 못한 경위를 확인하고, 공소장과 기록을 대조하여 공탁 대상인 피해자를 특정했습니다. 공탁금이 실제로 납입된 뒤에는 그 증명자료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여기서 공탁과 합의를 섞어 설명하면 안 됩니다. 공탁은 피해자가 받을 수 있도록 돈을 맡기는 것이고, 합의는 상대방과 의사가 맞아야 성립합니다. 돈을 맡겼다고 상대방이 용서한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도 경찰관의 합의 거절 의사는 그대로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공탁한 사실을 재판부에 설명했습니다.
공탁금의 액수도 사건과 무관하게 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그 피해를 보상하려는 금액으로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법원 역시 공탁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피해자의 의견과 다른 양형 사정들을 함께 봅니다. ‘얼마를 넣으면 집행유예’라는 식으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4. 남은 사정까지 변론했고,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공탁 자료를 냈다고 변론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의뢰인이 인정해야 할 잘못은 인정하고, 그와 함께 재판부가 살펴야 할 생활과 건강, 가족의 사정을 자료로 제출했습니다.
단순히 ‘평소에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적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족이 선처를 바라는 이유가 무엇인지, 실제로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다시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누가 곁에서 도울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진료자료와 가족·지인의 탄원서도 그런 사실을 뒷받침하도록 정리했습니다.
변론요지서에서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 피해자의 의사, 합의가 불발된 경찰관을 위한 공탁, 그리고 나머지 정상참작 사유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이미 이루어진 피해회복은 빠뜨리지 않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으로 보완했는지 재판부가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집행유예였습니다. 경찰관을 위험한 물건으로 위협한 범행까지 함께 심리되는 상황에서, 실형을 피하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한 성과였습니다.
경찰관과의 합의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상태에서 필요한 변론을 해냈습니다. 합의가 된 부분은 제대로 반영하고,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는 가능한 피해회복을 하고, 의뢰인의 사정은 자료로 설득했습니다.
합의를 못 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서 실제로 해내는 것까지가 변호인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