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9월 27일 · 변호사 김영빈
공금횡령 고소 - 한 회사처럼 굴러가도, 피해자는 따로 셉니다
직원이 법인 통장과 대표 개인 사업자 통장에서 돈을 빼돌린 사건에서 피해 회사를 대리해 고소한 기록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새로 구성해 적었습니다. 피해자를 하나로 묶자는 제안을 받지 않고 고소장에 나눠 적은 대로 특경법 횡령과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됐고, 1심은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형사 판결 뒤 민사도 원고를 법인과 대표 개인으로 나눠 청구해 전부 인용됐으며, 고소 전에 모아 둘 확인서·거래내역·일계표도 정리했습니다.
누구의 돈인지부터 나눠 적은 고소장, 반년이 안 돼 1심 징역 5년이 나왔습니다
이 글의 사건은 제가 맡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사실관계를 새로 구성했습니다.

부가세 신고를 준비하던 세무사무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장부의 잔고와 통장의 잔고가 수억 원이나 맞지 않는다는 전화였습니다.
대표님은 20년 가까이 제과 원료를 만드는 법인을 운영하면서, 같은 사무실에서 대표님 개인 명의의 도매 사업자도 함께 내고 있었습니다. 세금 문제로 명의만 나눠 두었을 뿐, 사무실도 직원도 같이 썼습니다. 법인과 개인 사업자의 통장은 입사 4년째인 경리 직원이 혼자 모두 관리했습니다.
대표님이 직원을 불러 묻자, 직원은 자기가 한 일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법인 통장에서 거래처 대금인 것처럼 적요를 바꿔 자기 계좌로 보낸 돈이 6억 원대, 대표님 개인 사업자 통장에서 보낸 돈이 1억 원 남짓이었습니다. 도매 대금으로 받은 현금 가운데 일계표에 적지 않고 챙긴 돈도 수천만 원이었습니다. 모두 합치면 8억 원 가까운 돈입니다.

1. 경리가 돈을 빼갔습니다, 무엇부터 합니까
그날 직원은 확인서를 썼고, 다음 날 자기 계좌의 거래내역을 뽑아 왔습니다. 대표님은 통장 사본 뭉치와 그 확인서를 들고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 모은 자료가 수사의 속도를 정합니다. 확인서에는 직원이 금액과 방법을 자기 말로 적게 해야 합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언성이 높아지기 쉬운데, 그러면 나중에 "겁을 먹고 썼다"는 말이 나옵니다. 대화는 녹음해 두시면 됩니다.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직원 계좌의 거래내역은 경찰이 영장을 받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뽑아 준 내역이 있으면 고소장에 바로 붙일 수 있고, 경찰이 영장을 받는 시간만큼 수사가 앞당겨집니다. 이 사건이 그랬습니다.
2. 회사가 둘인데, 누가 고소합니까
대표님이 가장 먼저 물은 것은 "회사 이름으로 고소하면 되느냐"였습니다.
피해자는 돈이 들어 있던 통장의 주인입니다. 법인 통장의 돈은 법인의 것이고, 개인 사업자 통장의 돈은 대표님 개인의 것입니다. 사무실과 직원을 같이 쓰고 대표님 혼자 운영해도, 법은 돈의 주인을 따로 봅니다. 그래서 고소인도 따로 세웠습니다. 법인, 그리고 대표님 개인입니다.
금액도 피해자별로 셉니다. 빼돌린 돈이 5억 원 이상이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되는데, 이 5억 원도 피해자별로 셉니다. 법인에서 빠진 6억 원대는 특경법 횡령이 되고, 대표님 개인에게서 빠진 1억 6천만 원 남짓은 형법의 업무상횡령이 됩니다.
죄의 무게도 다릅니다. 업무상횡령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특경법 횡령은 빼돌린 돈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벌금으로 끝날 수 없고, 형이 징역 3년에서 시작합니다.

고소장은 이 정리대로 썼습니다. 고소장은 1통이고, 고소인란에 법인과 대표님 개인을 함께 적었습니다. 본문에는 법인과 개인 사업자가 한 사무실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원이 어느 통장에 어떤 권한으로 접근했는지를 먼저 적었습니다. 범죄일람표는 피해자별로 2개를 만들어 통장마다 날짜·금액·받은 계좌를 한 줄씩 적었고, 돈이 어느 통장에서 나와 어디로 갔는지는 도해 1장으로 그렸습니다.
3. 하나로 묶으면 안 됩니까
고소인 조사에는 대표님과 함께 갔습니다. 조사가 끝나 갈 무렵 수사관이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사업체 2곳을 사실상 대표님 혼자 운영하시니, 피해자를 대표님으로 통일하고 전부 특경법으로 묶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통장마다 금액을 나눠 따지는 수고를 덜고 사건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으니, 수사하는 쪽에서는 충분히 해 볼 만한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그 제안을 받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법인은 대표님과 다른 사람입니다. 대표님이 혼자 운영한다고 해서 법인의 돈이 대표님의 돈이 되지는 않습니다. 묶어서 검찰로 보내면 법리상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컸고, 되돌아온 사건은 그만큼 늦어집니다. 묶어서 얻는 것도 없었습니다. 법인 쪽 금액만으로 이미 5억 원을 넘으니, 나눠도 특경법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오래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횡령죄는 피해자별로 별개의 죄를 이루는 것이어서 그 피해자가 수인인 경우에는 각 피해자별로 횡령금액이 정하여져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돈을 맡아 두던 직원이 다른 회사 직원을 겸하고 있었더라도 그 돈이 나온 회사가 피해자라는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수사관은 고소장에 적은 대로 피해자를 나눠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현금으로 챙긴 돈은 통장에 흔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사에 일계표를 가져가, 현금 매출과 입금액의 차이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설명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차이가 난 날마다 형광펜으로 표시한 일계표 사본을 냈습니다. 수사관이 자료를 모아 계산을 다시 할 필요가 없게 해 두면, 사건은 책상에서 끝납니다.
4. 재판은 얼마나 걸렸습니까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금액을 대부분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를 나눈 그대로 사건을 검찰에 보냈고, 검찰도 특경법 횡령과 업무상횡령으로 기소했습니다.
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증거에도 모두 동의했습니다. 변론은 그날로 끝났고, 선고만 남았습니다.
1심은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양형기준이 권고한 범위는 징역 3년에서 5년이었고, 법원은 그 맨 위를 골랐습니다. 판결 이유에는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일부를 갚았지만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했다는 점이 적혔습니다.

고소장을 낸 날부터 1심 선고까지, 반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5. 돈은 돌려받습니까
징역 5년이 선고됐다고 빠진 돈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징역형은 벌이고, 빠진 돈은 민사 소송으로 받습니다.
민사도 형사와 같은 정리로 냈습니다. 원고도 법인과 대표님 개인으로 나눴습니다. 청구액을 피해자별로 따로 계산했고, 직원이 그동안 갚은 돈은 어느 피해자의 몫에 넣을지 정해 청구액에서 뺐습니다.
직원은 청구를 다투지 않았고, 법원은 법인과 대표님 개인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습니다. 빼돌린 돈에 더해, 마지막으로 돈을 빼 간 날부터의 지연손해금까지 판결에 들어갔습니다. 고소장에서 나눈 피해자가 민사 판결문에서도 원고로 나뉘어 적혔습니다.

회사 돈 사고에서 먼저 물을 것은 '얼마가 빠졌나'가 아니라 '누구의 돈이 빠졌나'입니다. 그 답으로 고소인이 정해지고, 죄명이 정해지고, 금액을 세는 방법이 정해집니다. 이 정리가 고소장에 끝나 있으면, 수사관은 그 정리를 그대로 받아 송치 의견을 씁니다.
통장 사본과 일계표를 가지고 오시면, 어느 돈이 누구의 것인지부터 나눠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