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기 · 2026년 10월 28일 · 변호사 김영빈
개업기 ⑬ 어째서 Legal Studio인가요
아인법률사무소의 영문 이름을 Law Firm이 아니라 AIN Legal Studio로 지은 이유입니다. 같은 죄명이어도 같은 사람은 없고 서면 한 장에도 독자는 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공방의 장인처럼 한 사람씩 일하겠다는 뜻을 이름에 담았습니다. 사람이 늘어도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그 사건이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습니다.
로펌(Law Firm) 말고 Studio —
아인법률사무소가 한 사람씩,
공방처럼 일하려고 지은 이름
아인법률사무소의 영문 이름은 AIN Legal Studio입니다. 법률사무소를 영어로 옮기면 보통 Law Firm이나 Law Office가 되는데, 저는 그 자리에 Studio를 넣었습니다. 사무실이 커지더라도 공방의 장인처럼 한 사람 한 사람과 소중하게 관계를 맺고 싶었습니다.
1. Firm 대신 Studio

Firm은 회사입니다. Studio는 작업실입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방, 사진가가 사진을 찍는 방을 그렇게 부르고, 도예가나 장인이 물건을 하나씩 손으로 만드는 공방도 Studio라고 부릅니다.
사건이 들어오면 접수하고, 배당하고, 쓰고, 검토하고, 내보내는 줄을 세우면 같은 품질의 일을 많이 해낼 수 있습니다. 사무실이 커질수록 그 줄을 세우고 싶어집니다.
다만 저는 아인을 그 줄 위에 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줄은 같은 것을 많이 만드는 데 강하고, 저에게 오는 일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 같은 죄명, 다른 사람

형사사건은 죄명으로 들어옵니다. 음주운전, 사기, 강제추행. 죄명이 같으면 적용되는 법과 양형기준의 틀도 같습니다.
그런데 같은 음주운전이어도 한 사람은 내일 아침 회사에 나가야 하고, 한 사람은 면허가 곧 생계이고, 한 사람은 아직 가족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이 지키고 싶은 것이 다르면 변호인이 할 일도 달라집니다. 무엇을 먼저 내고, 누구를 먼저 만나고, 어디서 다투고 어디서 인정할지가 전부 그 사람에게서 정해집니다.
저는 이 일을 정보를 다루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보 서비스는 극단적으로 한 사람을 위한 서비스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 사무실도 커지면 「저희는 이런 점이 좋습니다」라는 말부터 하고 싶어질 겁니다. 많이 만든 물건은 그렇게 팔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아닙니다. 저는 그 말을 하는 사무실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은 저희가 무엇을 잘하는지가 아니라, 찾아온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3. 서면 한 장에도 독자는 한 사람
저는 서면을 쓸 때 한 글자를 쓰기 전에, 이 글을 읽을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정합니다. 그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까지 정하고 나서야 첫 문장을 씁니다. 저는 이것을 독자특정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사실도 누가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글이 됩니다. 재판부에게 가는 글은 절제합니다. 첫 장에서 무엇을 청하는 글인지가 보이게 씁니다. 수사관에게 가는 글은 다릅니다. 수사관이 책상에서 바로 판단을 끝낼 수 있도록, 요건마다 증거를 붙여 떠먹이듯 씁니다. 의뢰인에게 보내는 연락은 문서가 아니라 말로 씁니다. 휴대폰을 든 사람이 한 번 읽고 바로 알아들어야 하니까요.

독자를 이렇게 좁히는 데는 대가가 있습니다. 그 글을 받을 한 사람 말고는 아무도 감동시키지 못하는 글이 됩니다. 만인을 감동시키는 글은, 아마 평생 못 쓰겠죠. 괜찮습니다.
저에게 글은
무기이고 칼날입니다.
의뢰인 한 사람을 지키려고 드는 칼이라, 그 사건을 정할 사람 하나만 겨눕니다.
4. 그 사람이 처음 원한 것
관계를 한 사람에게 맞추면, 결과를 재는 기준도 그 사람의 것이 됩니다.
상담도 그 사람에게서 시작합니다. 예약 전화에서 들은 이야기는 상담 전에 종이 한 장으로 정리해 둡니다. 「처음부터 말씀드릴게요」 하고 입을 떼시는 분께는 그 종이를 먼저 밀어 드립니다. 전화로 하신 이야기가 거기 적혀 있으니, 맞는지만 짚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이 일이 어떻게 끝나면 좋으시겠어요?」 그 대답이 이 사건의 결과를 재는 기준이 됩니다.
변호사에게는 변호사의 성과가 있습니다. 실형을 피하고, 형을 한 단계 낮춥니다. 그런데 의뢰인이 지키러 온 것은 대개 따로 있습니다. 국가공무원에게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는 교도소에 가지 않는 판결이지만, 그 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람이 지키러 온 공직을 잃습니다. 저는 결과를 그 사람이 처음 사무실에 들어와서 원했던 것으로 잽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몇 할이나 이루어졌는가로요. 그래서 그런 분의 사건에서는 처음부터 공직이 남는 판결로 끝나는 길이 있는지부터 봅니다. 판결문이 나온 날을 일이 끝난 날로 치지 않습니다.
5. 사람이 늘어도 공방
2026년 10월부터 아인에는 변호사가 한 사람 더 있습니다. 사람이 늘면 일을 나누게 되고, 나누다 보면 사건이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합류 전에 정해 두었습니다. 공방이 커진다는 것은 줄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사건을 끝까지 맡는 사람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어야 합니다.
아인에서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그 사건이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습니다.
Studio라는 이름에 제가 담고 싶었던 것은 이것입니다. 이 사무실에 사건을 맡긴 분이 자기를 수많은 사건 중 한 건이 아니라 이 사무실이 지금 붙들고 있는 단 한 사람으로 느끼는 것.
가족에게도 아직
꺼내지 못한 일을,
사건이 끝나는 날까지
자기 편인 변호사와
함께 치른다는 것.
사람이 몇 명이 되든 그 이름은 그대로 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