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9월 29일 · 변호사 김영빈
리O지 프리서버 운영 — 실형을 피하기까지
프리서버를 운영하다 수사를 받게 된 분의 사건입니다. 운영 사실은 인정하되, 계좌에 들어온 돈 가운데 게임과 무관한 입금을 사실확인서로 소명하고 생활·건강·가족의 사정을 자료로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계좌에 들어온 돈을 가려내고, 집행유예로 마친 변론
이 글의 사건은 제가 맡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사실관계를 새로 구성했습니다.

그분은 ‘리O지’를 하다가 자기 서버까지 열었습니다.
낮에는 거래처의 일을 받아 디자인을 하고, 밤에는 게임을 했습니다. ‘리O지’ ... 요즘도 하시는 분들은 예전 기억을 안고 여전히 하는 게임입니다(이런 옛날 게임을 ‘누가’ 하느냐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만... 좋아하는 게임은 각자 다르니까요;) 그분은 예전에 즐기던 방식으로 다시 해보고 싶었습니다. 공식 서버에서 캐릭터를 키우는 데 드는 돈도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다 프리서버, 흔히 말하는 ‘프리섭’을 알게 됐고, 직접 운영하게 됐습니다.
레벨은 조금 빨리 오르고, 예전에는 구경만 하던 장비(집O검이라거나...)도 써볼 수 있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못 하던 사냥을 같이 하고, 접속자가 늘면 서버를 손봤습니다. 게임을 하던 사람이 어느새 다른 사람들의 게임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돈이 붙었습니다.

1. 후원금을 받고 아이템을 줬습니다
이용자들이 돈을 보내면 운영자가 게임 안에서 쓸 재화나 장비를 줬습니다. 이름은 ‘후원금’이었습니다.
운영자는 자기 서버 안에서 아이템을 만들어 줄 수 있었습니다. 이용자는 공식 서버에서 오래 걸려 얻거나 많은 돈을 들여야 할 것을 비교적 쉽게 얻었습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돈도 들어왔습니다. 운영에 들인 시간이 수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서버를 운영했고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미 확인할 자료도 남아 있었습니다. 홈페이지, 접속 방식, 판매한 아이템, 입금 계좌가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후원금’이라는 이름이 거래의 내용을 바꿔주지는 않았습니다. 돈을 받고 그 대가로 아이템을 줬다면, 무엇을 팔고 얼마를 받았는지가 조사됩니다.
돈을 받지 않았던 기간도 따로 봐야 했습니다. 게임산업법은 게임사가 제공하거나 승인하지 않은 게임물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합니다. ‘처음에는 무료였다’는 설명만으로 그때의 운영이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행위에 정해진 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분에게는 벌금으로 끝날지, 실형을 살게 될지가 당장 닥친 문제였습니다. 여기에 범죄수익의 추징도 있었습니다. 범죄로 얻은 돈을 몰수할 수 없으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거두는 것입니다.
수사가 시작된 뒤에는 그동안 계좌로 들어온 돈을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2. 계좌에 들어온 돈을 다시 봤습니다
서버를 운영한 사실과 아이템을 팔아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계좌 입금내역을 보니, 게임과 관계없는 돈도 섞여 있었습니다.
그분은 디자인 일을 하면서 같은 계좌로 대금을 받았습니다. 거래처가 나눠 보낸 작업비도 있었고, 먼저 받은 계약금도 있었습니다. 계좌에 찍힌 이름과 숫자만으로는 아이템 대금과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입금자가 서버 이용자이기도 하면 더 복잡했습니다. 함께 게임을 하던 사람이 실제 일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보냈어도 어떤 돈은 아이템 대금이고, 다른 돈은 작업비였습니다. 입금자의 이름만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게임을 운영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해서, 다른 일을 하고 받은 돈까지 범죄수익으로 인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입금내역과 거래 내용을 대조했습니다. 그분에게 돈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일의 대금인지, 그 설명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거래 상대방의 사실확인서도 받아 제출했습니다.
“그 돈은 게임으로 번 게 아닙니다.”
이 말에 해당하는 자료가 붙어야 했습니다. 입금한 사람이 실제 거래를 설명하고, 그 내용이 계좌내역과 맞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의뢰인의 설명을 듣고 끝낼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게임과 무관한 입금내역을 소명하고, 실제 게임 운영으로 받은 돈의 범위를 정리했습니다. 검찰은 계좌내역과 사실확인서를 대조해 범죄수익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금액은 수사 초기에 계산된 것보다 1,000만 원 넘게 줄었습니다.
이 과정은 추징금뿐 아니라 법원이 바라보는 범행 규모와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3. 법원에 보여드릴 생활이 있었습니다
돈의 범위를 정리한 뒤에도 형을 정하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운영이 잠깐에 그친 것도 아니었고, 수익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사정은 유리했지만, 그것만으로 집행유예를 낙관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어떤 생활을 하다 이 일에 들어오게 됐는지, 운영을 그만둔 뒤에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분은 몸이 좋지 않은 어머니와 살고 있었습니다. 생활비를 부담했고, 병원에 가는 일도 챙겼습니다. 본인 역시 지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일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서버를 닫은 뒤에는 거래처의 일을 다시 받아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을 부양한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 가족인지, 그분이 실제로 무엇을 맡고 있었는지, 구금되면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자료로 보여드려야 했습니다.
건강에 관한 사정에는 진료자료를 붙였습니다. 생계에 관한 설명은 소득자료로 뒷받침했습니다. 가족의 탄원서에도 그분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 직접 말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범행을 시작한 경위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했습니다. 처음부터 돈을 벌려고 시작했는지, 운영 중 어떻게 수익을 얻게 됐는지, 그 뒤에는 왜 계속했는지. 불리한 행위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어도, 그분이 거기까지 가게 된 경위는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자료들을 검찰 단계부터 제출하고, 법원에서도 변론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한다는 말과 함께, 그분이 사회 안에서 다시 생활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는 요청에 근거를 붙였습니다.

4. 실형을 피했습니다
법원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면서 2년간 그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그분은 구금되지 않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판결에는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처벌 전력이 없는 점, 건강 상태와 가족들의 탄원이 유리한 사정으로 적혔습니다. 제가 자료를 모아 전하려 했던 그분의 사정이 판결문에 남았습니다.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은 함께 선고됐습니다. 그래서 수사 단계부터 게임으로 받은 돈의 범위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형을 줄이는 일과 추징될 돈을 정확하게 정하는 일을 함께 해야 했습니다.
형사적으로 잘 막아낸 사건이었습니다. 계좌의 거래를 설명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사실확인서를 받고, 기록에 없던 생활을 자료로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쳐 집행유예로 마쳤습니다.
프리섭을 운영하다 수사 연락을 받으면, 대개 “인정하면 얼마나 나오나요?”부터 묻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그분은 운영 사실을 처음부터 인정했습니다. 그 뒤에 확인할 돈이 있었고, 법원에 전해야 할 사정이 있었습니다.
인정한 다음에 해야 할 변론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