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26일 · 변호사 김영빈

음주 뺑소니 처벌 - 사람이 다쳤는데 그냥 갔습니다, 합의 없이 받은 집행유예

법이 정한 징역이 1년 이상인 음주 뺑소니(도주치상) 사건에서, 피해자와 끝내 합의하지 못하고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기록입니다. 「사고 난 줄 몰랐다」를 고집할지는 의뢰인의 기억이 아니라 블랙박스 영상을 대법원 판결에 대 보고 정했고, 합의가 안 된 몫은 형사공탁으로 선고 전에 기록에 넣었습니다. 양형기준이 권한 범위의 맨 아래 1년에 집행유예가 붙기까지 변호인이 한 일을 따라갑니다.

법이 정한 징역은 1년 이상입니다.

그 1년에 집행유예가 붙느냐는

선고 전에 기록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로 갈렸습니다.

제가 맡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인물과 사실관계는 새로 구성했습니다.

음주 뺑소니 — 징역 1년 · 집행유예 2년, 법이 정한 징역은 1년 이상이고 피해자와는 끝내 합의하지 못했으며 그다음은 「몰랐다」를 고집할지부터 정해야 한다는 요지를 적은 정보 카드

이 음주 뺑소니 사건은 2024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끝났습니다. 피해자와는 끝내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집행유예와 함께 준법운전강의 수강과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의뢰인은 선고를 듣고 법정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로 사람이 다쳤는데 구호 같은 필요한 조치 없이 그 자리를 떠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도주치상죄가 됩니다. 흔히 뺑소니라고 부르는 죄입니다. 법이 정한 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5조의3 제1항 제2호). 벌금도 있습니다. 그런데 판사가 벌금 대신 징역을 고르면 그 징역은 1년부터 시작합니다. 그보다 낮추려면 판사가 사정을 참작해 형을 깎아 주어야 합니다(형법 제53조).

1. 밤길, 큰길로 꺾어 나오다 오토바이를 스쳤습니다

밤 큰길을 달리는 차 뒷좌석에서 본 장면, 앞만 보는 운전자와 오른쪽 사이드미러 속에 넘어진 오토바이를 그린 삽화 — 「의뢰인은 차를 세우지 않았습니다」라는 글귀가 얹힌 이미지

의뢰인은 50대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거래처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맥주를 몇 잔 마셨습니다. 자리가 끝나고 두어 시간을 더 머물다 차에 올랐습니다. 의뢰인은 그 정도면 술이 다 깼다고 생각했습니다.

밤 9시가 넘은 시각, 의뢰인은 골목에서 큰길로 우회전해 나왔습니다. 오른쪽 뒤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같은 방향으로 붙어 오고 있었습니다. 차가 꺾이는 순간 뒷바퀴 쪽이 오토바이 앞바퀴를 스쳤습니다.

의뢰인은 차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큰길을 달려 집까지 갔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넘어지며 손목과 무릎을 다쳤습니다. 진단은 2주 남짓의 염좌와 찰과상이었습니다. 지나던 차의 블랙박스에 의뢰인의 차 번호가 찍혀 있었습니다.

2. 「사고 난 줄 몰랐습니다」

그날 밤 늦게 경찰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경찰은 술을 마셨느냐고 물었고, 의뢰인은 맥주를 조금 마셨다고 답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잰 혈중알코올농도는 0.068%였습니다. 높은 수치는 아니었지만, 도주치상에 음주운전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며칠 뒤 경찰서 조사에서 의뢰인은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저는 사고가 난 줄 몰랐습니다.」 꺾을 때 뒤쪽에서 「덜컹」 하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길가 맨홀 뚜껑을 넘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술 마신 것이 드러날까 봐 그냥 간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의뢰인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차가 꺾이며 오토바이를 스치는 장면이 찍혀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영상을 보고 나서야 사고가 났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래도 알면서 도망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경찰은 도주치상과 음주운전으로 사건을 검사에게 보냈습니다.

3. 다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의뢰인이 저를 찾아온 것은 그 뒤였습니다. 처음 만난 날 의뢰인이 꺼낸 말도 「정말 몰랐다」였습니다.

도주치상은 사고로 사람이 다쳤다는 것을 알면서 떠나야 성립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록부터 봤습니다. 영상 속 그 밤은 어두웠습니다. 오토바이는 의뢰인 차의 오른쪽 뒤, 사이드미러에 잘 잡히지 않는 위치에서 붙어 오고 있었습니다. 운전석에서 앞만 보고 꺾었다면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몰랐다」는 말이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그 앎이 확실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혹시」 정도로만 알았어도 충분하고, 차에서 내려 확인했다면 쉽게 알았을 것을 별일 아니라고 여기고 떠났다면 알고 떠난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도5023 판결). 그 판결의 운전자도 「무엇인가 딱딱한 물체를 충돌한 느낌」을 받았지만,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집으로 갔습니다.

의뢰인이 느낀 「덜컹」이

바로 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죄를 다투지 않기로 했습니다. 영상에는 차가 오토바이를 스치는 장면이 분명히 찍혀 있었고, 의뢰인은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몰랐다」를 밀다가 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뢰인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떠난 데다 반성도 하지 않는 피고인이 됩니다. 그러면 실형이 가까워집니다. 저는 의뢰인과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봤습니다. 차가 오토바이를 스치는 장면에서 의뢰인은 한참 화면을 보다가, 다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법이 정한 징역이 1년부터인 죄에서, 그 1년에 집행유예가 붙느냐가 의뢰인에게 남은 문제였습니다.

의뢰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대신 저는 의견서에 그 밤의 사정을 적었습니다. 어두운 밤, 오른쪽 뒤 사각에서 붙어 오던 오토바이, 「덜컹」을 맨홀로 여긴 것까지 적었습니다.

의뢰인이 사고를 또렷이 알고 달아난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은, 무죄의 이유가 아니라 형을 정할 때 살필 사정으로 적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두어 시간이 지나 운전대를 잡았다는 경위도 함께 적었습니다.

4. 합의는 끝내 되지 않았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치료비와 오토바이 수리비는 의뢰인의 자동차종합보험에서 처리됐습니다. 그와 별도로 형사 합의를 위해 연락을 이어 갔습니다. 피해자가 말한 금액과 의뢰인이 낼 수 있는 금액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선고가 가까워지도록 합의는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선고 전에 의뢰인이 낼 수 있는 금액을 피해자 앞으로 형사공탁했습니다. 받을지 말지는 피해자가 정합니다. 그래도 의뢰인이 피해를 갚으려 한 돈은 법원 기록에 남습니다.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의뢰인은 차를 폐차했습니다. 다시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음주운전 예방 교육도 받았고, 가족들은 탄원서를 썼습니다. 저는 말소 서류, 교육 이수증, 가족의 탄원서를 모두 재판부에 냈습니다.

의뢰인에게는 오래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한 번 있었습니다. 숨길 수 없는 기록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벌금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은 일이 없었습니다.

5. 권고 범위의 맨 아래 1년, 그리고 집행유예

판결문은 먼저 징역을 고른 이유를 적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사고를 내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이라 죄질과 범정이 가볍지 않다는 것,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다는 것, 같은 종류의 벌금 전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판결은 이 세 가지를 들어 벌금이 아니라 징역을 골랐습니다.

이어서 집행유예의 이유를 적었습니다.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비교적 가볍다는 것,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것,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 벌금형을 넘는 처벌 전력이 없다는 것, 음주 수치가 높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 범행 뒤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모두 참작했다고 적었습니다.

2024년 판결문에 적힌 대로, 판사들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이 이 사건에 권한 범위는 징역 6개월에서 1년 10개월이었습니다. 법이 정한 징역이 1년부터라, 판결문은 그 범위를 1년에서 1년 10개월로 고쳐 적었습니다. 선고된 1년은 그 범위의 맨 아래였습니다. 그리고 그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붙었습니다.

권고 범위의 맨 아래 1년과 집행유예 도해 — 양형기준이 권한 6개월~1년 10개월을 법이 정한 징역 1년부터로 판결문이 고쳐 적은 1년~1년 10개월, 선고된 1년과 집행유예 2년

판결문이 집행유예의 이유로 적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는, 「몰랐다」를 내려놓은 그 결정에서 나왔습니다. 공탁과 폐차, 교육과 탄원은 판결문이 하나하나 적지 않고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으로 묶어 참작했습니다.

사람이 다친 사고 뒤에

그 자리를 떠났다면,

그다음은 「몰랐다」를

고집할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몰랐다」가 통할지는 의뢰인의 기억이 아니라 기록 속 영상이 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영상을 대법원 판결에 대 보는 것이었고, 공탁은 합의가 안 된 몫을 선고 전에 기록에 넣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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