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8월 23일 · 변호사 김영빈

음주운전 전과 — 두려운 것은 형량표가 아닙니다

음주운전 전과가 단순한 횟수가 아니라 이전 처벌이 재범을 막지 못했다는 기록으로 읽히는 이유와, 전과가 쌓일수록 실형 가능성이 커지는 양형 구조를 설명합니다.

벌금과 집행유예가 듣지 않았다는 기록이 쌓이면, 마지막에 남는 선택은 징역입니다.

음주운전 전과가 많으면 형이 무거워집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정말 두려운 것은 형량표의 숫자가 아닙니다. 전과 하나가 생길 때마다 재판부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처분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벌금을 받은 뒤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면, 벌금은 재범을 막지 못했습니다. 집행유예를 받고도 다시 운전했다면, 교도소에 보내지 않고 사회 안에서 지켜보겠다는 판단도 실패했습니다. 그다음 재판부가 같은 방법을 한 번 더 선택하려면, 앞선 실패를 뒤집을 새로운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이유를 만들지 못하면 징역이 남습니다.

이 글의 사례는 제가 직접 다룬 음주운전 재범 사건의 법적 구조와 결과를 토대로 하되,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재구성했습니다.


1. 첫 사건이 끝나기도 전에 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의뢰인에게는 이미 여러 차례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습니다. 벌금형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과거 음주측정거부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선고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술을 마시고 차를 움직였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의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같은 일이 한 번 더 생겼습니다. 다시 술을 마셨고, 다시 운전했으며, 다시 측정을 거부했습니다.

두 사건은 따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읽는 사람의 이력은 하나였습니다.

첫 사건만 놓고 보면 피해가 크지 않다거나 운전거리가 길지 않다는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건만 떼어 놓고 보면 당시의 개인적인 사정과 반성 이후의 변화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건을 시간순으로 붙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됩니다.

아직 첫 번째 경고도 끝나지 않았는데 같은 행동이 반복됐습니다.

이 사실 앞에서는 “이번 한 번만 기회를 달라”는 말이 힘을 잃습니다. 이미 주어진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두 사건 모두에서 실형을 선택했습니다.


2. 양형자료는 많았지만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낼 수 있는 자료는 거의 다 냈습니다.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료, 음주 문제를 다루기 위한 치료와 교육, 차량을 다시 운전하지 않기 위한 조치, 가족의 감독 계획, 피해가 생긴 부분의 회복, 구금될 경우 가족과 직장에 생기는 문제까지 정리했습니다.

이런 자료는 필요합니다. 재판부도 피고인의 범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환경, 범행 뒤의 태도를 함께 봅니다. 형법 제51조도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음주운전 재범 사건에서는 자료의 장수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벌금도 받았고 집행유예도 받았는데,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반성문을 여러 장 썼다는 사실만으로는 답이 되지 않습니다. 예전 재판에서도 반성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선처를 탄원한다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선 집행유예 때도 가족은 곁에 있었을 수 있습니다.

치료를 시작했다면 왜 이제야 시작했는지, 운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어떻게 지킬 것인지, 술을 마신 뒤 차에 접근할 가능성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차단할 것인지가 보여야 합니다.

말의 강도가 아니라 재범이 일어났던 구조가 실제로 바뀌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양형자료가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형이 예상되는 사건에서는 형의 길이를 정하는 데에도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많은 자료가 곧바로 집행유예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이전 처벌의 실패를 설명하지 못하면, 선처자료는 재판부의 가장 큰 의문을 비켜가게 됩니다.


3. 전과는 ‘처벌을 받았다’는 기록이 아닙니다

재판부가 범죄자를 실제로 환자라고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반복범죄를 다루는 판단 구조는 치료의 논리와 닮아 있습니다.

가벼운 처치로 문제가 멈추면 더 강한 처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벌금형은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두면서 금전적 제재와 경고를 주는 선택입니다. 집행유예는 당장 교도소에 보내지는 않되, 다시 범죄를 저지르면 징역형을 감수해야 한다는 훨씬 강한 경고입니다.

그런데 벌금 뒤에도, 집행유예 뒤에도 같은 범죄가 반복됐습니다.

그때 전과는 단순히 “전에 처벌받은 적이 있다”는 과거의 흔적이 아닙니다. 앞서 선택한 처벌이 재범을 막지 못했다는 실패 기록이 됩니다.

재판부가 보기에 문제는 분명합니다.

  • 벌금형으로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 집행유예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멈추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면, 법원은 이미 듣지 않았던 처방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반복하는 셈이 됩니다.

전과가 쌓일수록 답이 없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형량이 기계적으로 한 칸씩 올라가서만이 아닙니다. 약한 처분을 다시 선택할 논리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도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뒤 10년 안에 다시 같은 유형의 범행을 한 경우를 별도로 무겁게 처벌합니다. 법정형부터 이미 이전 처벌의 실패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정형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이 사람을 다시 사회 안에 두어도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인지, 앞선 재판과 다른 판단을 할 근거가 있는지를 묻습니다.


4. 응보를 빼도 실형의 논리는 남습니다

재범을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를 “여러 번 잘못했으니 더 세게 벌받아야 한다”는 응보만으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응보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아도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형벌의 목적을 교정과 재범 방지에 둔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벌금형을 받고도 다시 범죄를 저질렀고, 집행유예를 받고도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면 기존 방식으로는 교정되지 않았다는 신호가 됩니다. 같은 위험이 반복될 가능성을 낮추려면 더 강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응보의 언어로 말하면 반복된 책임에 대한 더 무거운 대가입니다.

예방의 언어로 말하면 실패한 개입을 중단하고 더 강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전과가 여러 차례 쌓인 사건에서는 둘 다 실형 쪽으로 가까워집니다. 재판부가 재범자를 유난히 미워해서가 아닙니다. 다시 한 번 가벼운 처분을 선택해도 된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음주운전 전과는 오래됐는지, 몇 회인지, 어떤 형을 받았는지만 세어서는 부족합니다. 각 처벌 뒤에 얼마나 지나서 다시 범행했는지, 집행유예 기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전 사건에서 약속한 재범 방지책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까지 이어서 봐야 합니다.

재판부도 바로 그 시간표를 봅니다.


5. 전과가 쌓이면 변론도 달라져야 합니다

초범 사건에서는 범행의 경위와 피해 정도, 반성과 재범 방지 계획을 충실히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설득할 여지가 있습니다.

전과가 많은 사건은 다릅니다. 좋은 양형자료를 많이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전 판결들을 전부 펼쳐 놓고 다음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 어떤 범행으로 어떤 형을 받았는지
  • 각 형이 확정되거나 집행된 때가 언제인지
  • 다음 범행까지 얼마나 시간이 있었는지
  • 이전 재판에서 약속했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 그 약속이 왜 실패했고, 이번에는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는지

이 작업을 하지 않은 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만 말하면, 재판부에는 과거 재판에서 이미 들었던 말이 한 번 더 들어갈 뿐입니다.

변호인이 해야 할 일은 전과를 숨기거나 작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전과들이 재판부에 어떤 실패의 연속으로 읽힐지 먼저 계산하고, 이번 변화가 과거의 약속과 무엇이 다른지를 자료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차량을 처분했다면 처분 사실만 낼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이동수단까지 연결해야 합니다. 치료를 시작했다면 진단서 한 장에 그치지 않고 치료가 계속될 구조를 보여야 합니다. 가족이 감독하겠다면 막연한 탄원이 아니라 술과 차량에 접근하는 경로를 실제로 누가 차단할지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이라면 딱 하나만 하지 마십시오.

다시 운전대를 잡지 마십시오.

첫 사건이 끝나기도 전에 같은 범행이 생기면, 새 사건 하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첫 사건에서 준비하던 반성, 치료, 선처의 논리까지 함께 무너집니다. 백 장의 반성문보다 한 번의 재범이 훨씬 강한 자료입니다.

음주운전 전과가 두려운 이유는 과거가 지워지지 않아서만이 아닙니다.

전과 하나마다 벌금이라는 선택이 사라지고, 집행유예라는 선택이 사라집니다. 마지막에 징역만 남고 나서야 변호사를 찾으면, 변호인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이미 좁아져 있습니다.

전과가 쌓인다는 것은 형량이 올라가는 일이기 전에 선택지가 사라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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