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7월 31일 · 변호사 김영빈
음주운전 구속 — 재판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공시송달로 본인도 모르게 진행된 음주운전 재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되고, 1년 뒤 갑자기 검거되어 수감된 사건의 기록입니다. 구치소에서 손으로 쓴 상소권회복청구가 판결을 되살리고, 새 구속영장 아래 보석으로 석방을 얻어, 다시 열린 항소심에서 원심 파기와 집행유예 4년에 이르기까지 — 주소와 일주일이라는 두 개의 기초를 짚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이 찾아와 수갑을 채웁니다. 죄명은 1년 전의 음주운전, 형은 징역 2년. 재판이 열렸는지도 몰랐는데 판결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습니다.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고, 제가 맡았던 사건이 정확히 이랬습니다. 이 글은 그 사건이 구치소에서 시작해 집행유예로 끝나기까지의 기록입니다.
1년 전의 몇 백 미터가 징역 2년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앳된 얼굴이 남아있는 남자였습니다. 어느 봄날 저녁, 차를 세워 두고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운전할 생각은 없었는데, 차를 빼 달라는 연락을 받고 취한 채로 나갔습니다. 주차 자리만 옮기려던 상황인데, 차를 빼기는 했는데 정작 다시 대려 하니 다른 차가 바로 뺀 자리에 들어섰습니다. 자리를 못 찾아 몇 백 미터를 갔고, 그 사이 주차된 차를 긁었고, 빈자리에 차를 대고는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적발됐을 때 혈중알코올농도는 0.2%를 훌쩍 넘겨 있었습니다.
0.2%는 도로교통법이 정한 가장 무거운 구간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법정형이 징역 2년에서 5년 — 벌금으로 끝나는 게 오히려 예외인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걸 몰랐습니다.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벌금이 나오면 내면 된다고 생각하며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 일자리를 따라 몇 백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로 이사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전입신고를 미뤘고, 회사 기숙사에 살며 가족과도 연락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소해 보이는 사정이, 1년 뒤 그를 구치소로 데려갑니다.
재판은 피고인 없이도 열릴 수 있습니다
법원은 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공소장도, 소환장도, 옛 주소로 갔다가 되돌아왔습니다. 회사로 보내면 되었을 터이지만, 옮긴 회사 주소를 경찰서에 이야기하지도 않았습니다. 가족에게도 음주운전이 부끄러워 이야기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럴 때를 위한 절차가 법에 있습니다.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되고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법원은 서류를 게시하는 방식(공시송달)으로 송달을 갈음하고 피고인 없이 재판할 수 있습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피고인석이 빈 채로 심리가 진행되고, 선고가 나고, 아무도 항소하지 않은 채 항소기간이 지나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됩니다.
그의 사건이 정확히 이 경로를 밟았습니다. 이듬해 봄, 법원은 그가 없는 법정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고, 판결은 형식적으로 확정됐습니다. 본인만 모르는 확정판결 — 이제 남은 것은 형의 집행, 즉 검거뿐입니다.
어느 날 그의 앞에 경찰이 나타났고,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벌금 고지서를 기다리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징역 2년의 기결수가 된 겁니다.
구치소에서 손으로 쓴 종이 한 장이 판결을 되살렸습니다
여기서 끝이라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법은 이런 사람을 위한 문을 하나 남겨 두고 있습니다. 상소권회복청구(형사소송법 제345조)입니다.
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을 지키지 못한 사람은, 그 사유가 해소된 날 — 이 사건이라면 수감되어 판결의 존재를 알게 된 날 — 부터 항소기간에 해당하는 기간 안에 상소권회복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항소기간은 7일입니다. 그러니까 이 문은 일주일짜리입니다. 그리고 청구만 해서는 안 되고, 청구와 동시에 항소도 제기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교도관이 안타까워서라도 절차를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는 어깨너머로 들은 이야기들로, 구치소 안에서 이 청구서를 손으로 썼습니다. 주소지가 회사 기숙사였고 가족과 연락을 하지 않아 재판을 알지 못했다고, 벌금형인 줄 알고 벌금이 나오면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재판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더라면 나갔을 거라고 적었습니다. 교도관이 입회해 손도장이 본인 것임을 증명한, 종이 한 장짜리 서류였습니다.
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 안에 항소하지 못한 것으로 인정한다 — 상소권회복결정이 나왔고, 확정됐던 징역 2년의 재판이 되살아났습니다.
판결은 되살아났는데, 사람은 나오지 못합니다
여기에 이 절차의 덜 알려진 얼굴이 있습니다. 상소권회복결정이 나면 형의 집행은 정지됩니다. 석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석방이 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같은 날, 이번에는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신분으로 그를 가두는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했습니다.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1년 넘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던 사람이니, 법원으로서는 당연한 판단이기도 합니다. 풀어줬는데, 또 연락이 안닿으면? 다시 경찰력이 소모되고, 출석 기일을 새로 잡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판결은 되살아났지만 몸은 그대로 구치소에 있는 것 — 제가 이 사건을 만난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선임되자마자 한 일은 보석허가청구였습니다. 다투는 사건이 아니니 항소심의 승부는 양형이고, 양형의 승부는 불구속 상태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재판을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사람부터 꺼내야 했습니다.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것을 서류로 만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출석보증서, 연인의 출석보증서와 탄원서, 기숙사가 아닌 확실한 주거를 증명할 자료, 그가 도망칠 처지도 못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빚 독촉 통고서까지 — 접견을 거듭하며 그의 생활을 통째로 서면에 옮겼습니다. 보석은 허가됐고, 그는 석방된 상태로 남은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다시 열린 재판에서는 전부를 다시 봅니다
공시송달로 진행된 1심에서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석하지 못했다면, 항소심은 이를 재심사유에 준하는 항소이유로 보고 원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합니다. 공소장부터 다시 송달하고, 소송절차를 새로 진행하고, 새로운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합니다. 피고인 없이 진행된 재판을, 이번에는 피고인이 있는 자리에서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겁니다.
그 여름 내내 뛰어다녔습니다. 접견을 거듭했고,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여덟 통의 탄원서를 받았고, 본인의 반성문을 다듬었고, 항소이유서와 최후변론을 준비했습니다. 노련함으로 이긴 사건이 아니라, 발로 뛰어서 만든 사건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때 배운 것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 양형 재판은 서면 몇 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 전체를 법정에 옮겨 놓는 일이라는 것.
징역 2년은 그대로, 다만 집행유예 4년
선고가 나왔습니다. 원심판결 파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준법운전강의 40시간.
형량 자체는 1심과 같은 징역 2년입니다. 법정형 하한이 2년이니 내려갈 자리가 없기도 했습니다. 갈린 것은 집행의 방식입니다. 수치가 높았고, 주차된 차를 충격했고, 십여 년 전 같은 죄로 벌금을 받은 전력이 있다 — 불리한 사정은 그대로였습니다. 그 반대편에 재판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범행을 인정하고, 약 3개월 동안의 구금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전력과 이 사건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고, 사고 피해가 중하지 않다.
구치소에서 보낸 석 달이 반성의 증거가 되고, 여덟 통의 탄원서가 돌아갈 자리의 증거가 되고, 보석 상태에서 성실하게 출석한 시간이 도망할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가 됐습니다. 실형과 집행유예 사이의 거리는, 그 여름에 쌓은 서류의 두께만큼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주소, 일주일, 사건을 바꾸는 가장 기초가 되는 것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은 화려한 법리가 아닙니다.
첫째, 주소입니다.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면 법원과 수사기관은 주민등록 주소로 서류를 보냅니다.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미루는 것, 연락처가 바뀌었는데 알리지 않는 것 — 그 공백이 6개월을 넘기면 재판은 본인 없이 열릴 수 있습니다. 조사를 받았다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소와 연락처는 살아 있어야 합니다.
둘째, 일주일입니다. 모르는 사이에 확정된 판결로 갑자기 수감됐다면, 판결을 알게 된 날부터 시계가 돌기 시작합니다. 상소권회복은 그 사유가 끝난 날부터 항소기간에 해당하는 기간 — 7일 안에, 항소와 동시에 청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청구가 받아들여져도 끝이 아닙니다. 형 집행이 정지되는 자리에 새 구속영장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고, 그때는 보석을, 그다음에는 다시 열리는 재판 전체를 준비해야 합니다. 회복청구, 즉시항고 여부, 집행정지, 보석, 항소심 — 절차가 겹겹인데 주어진 시간은 며칠 단위입니다.
갑자기 구속된 본인은 이 시계를 볼 수 없습니다. 대개는 면회 온 가족이 처음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 시점이면 변호사가 이미 옆에 있어야 합니다.
면회를 다녀오셨다면, 그 길로 전화 주셔도 됩니다. 지금 어느 시계가 몇 개나 돌고 있는지부터 같이 세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