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7월 2일 · 변호사 김영빈

음주운전, 벌금 500만원이 천장인 사람, 바닥인 사람

같은 혈중알코올농도 0.069%라도 마지막 전과가 언제였느냐에 따라 벌금 500만원은 상한이 되기도, 하한이 되기도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의 10년 기준, 그리고 전력이 여러 번인 음주운전 사건에서 반성을 기록으로 증명한 변론 — 대리운전 내역 3년치, 전담 기사 고용계약서, 전력의 시간축 재배치.

똑같이 혈중알코올농도 0.069%로 적발된 두 사람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한 사람에게 벌금 500만원은 법이 정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벌금, 그러니까 천장입니다. 다른 한 사람에게 같은 500만원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바닥입니다. 벌금은 2천만원까지 올라가고, 벌금으로 끝나지 않으면 1년 이상의 징역이 열려 있습니다. 두 사람을 가른 것은 그날 마신 술의 양이 아닙니다. 마지막 음주운전 전과가 언제였느냐입니다.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다시 적발되신 분이라면, 지금 머릿속의 질문은 하나일 겁니다. 이번엔 징역인가. 그 답의 절반은 달력에 있습니다. 법은 횟수가 아니라 시간을 — 정확히는 마지막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을 셉니다.

오늘은 음주운전 전력이 여러 번 있었음에도 벌금으로, 그것도 천장을 꽉 채운 벌금으로 끝난 사건을 적어 보려 합니다. 어떻게 그 결과에 닿았는지, 그 사이에 변호인이 무엇을 했는지를 순서대로 쓰겠습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혈중알코올농도 0.069%. 집까지 남은 거리는 1km 남짓이었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40분이 지나도록 배차가 되지 않던 밤, 의뢰인은 “이 정도 거리면”이라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았고, 그 1km를 다 가지 못하고 단속에 걸렸습니다.

수치만 보면 벌금 약식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은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약식 벌금 고지서가 아니라 법원의 공판기일 소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검찰이 정식 재판에 넘긴 것입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법이 10년을 세게 된 이유

한때는 횟수만 세는 법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음주운전부터 무조건 가중처벌하던 이른바 윤창호법 조항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오래전의 전력이라도 똑같이 세어 가중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을 받았고, 지금의 법은 시간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 안에 다시 음주운전을 하면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됩니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그 천장과 바닥이 여기서 갈립니다. 10년 밖이면 기본 조항입니다. 0.069%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 500만원이 천장입니다. 10년 안이면 가중 조항입니다. 같은 수치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 — 500만원이 바닥입니다. 같은 날, 같은 술, 같은 수치인데, 마지막 전과의 날짜 하나로 형의 지형 전체가 뒤집히는 겁니다.

의뢰인의 마지막 음주운전 벌금은 15년 전이었습니다. 그보다 앞선 전력들은 25년 전쯤의 것이었습니다. 천장이 500만원인 쪽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조문을 벗어났다고 법정까지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경력조회에는 그 세월이 전부 찍혀 나오고, 검찰은 그 기록을 보고 이 사건을 약식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판사 앞에서 형을 정하겠다는 뜻입니다. 벌금과 징역이 함께 저울에 올라간 채로 재판이 시작된 겁니다.

재판부의 질문은 “반성하느냐”가 아닙니다

음주운전 재판에 반성문 없는 피고인은 없습니다. 재범방지교육 수료증도, 탄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건의 기록에는 그런 서류가 기본값처럼 쌓이고, 재판부는 그걸 수백 번 봐 왔습니다.

그래서 전력이 있는 사건에서 재판부의 진짜 질문은 “반성하느냐”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느냐”입니다. 다시는 안 하겠다는 다짐은 누구나 합니다. 그런데 전력이 있는 피고인은 그 다짐을 이미 한 번 어긴 사람입니다. 그 자리에서 말을 더 보탠다고 무게가 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건의 변론을, 반성을 말하는 쪽이 아니라 반성을 증명하는 쪽으로 설계했습니다.

그날이 예외였다는 것을, 3년치 기록으로 증명했습니다

“평소에는 대리를 불렀습니다.” 음주운전 법정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말로 끝납니다.

저는 의뢰인의 대리운전 이용 내역 3년치를 발급받아 제출했습니다. 술자리가 있던 날이면 대리기사를 불러 온 기록이 3년에 걸쳐 쌓여 있었습니다. 사건 당일도 처음에는 대리를 불렀습니다. 40분을 기다려도 배차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수사기록에 남은 그날의 경위입니다. 20년 가까이 함께 일해 온 직원들의 탄원서에도 같은 증언이 있었습니다. 회식이 끝나면 늘 대리를 불러 귀가하던 사람이라고.

이 기록이 하는 말은 분명합니다. 그날은 이 사람의 습관이 아니라 예외였다는 것. “평소엔 안 그랬다”는 문장을 말이 아니라 기록이 하게 만들면, 같은 문장이라도 무게가 달라집니다.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의지는 시간 앞에 무뎌집니다. 15년 전의 벌금이 말해 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짐 대신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의뢰인은 20년 넘게 회사를 꾸려 온 사람이었습니다. 사건 이후 회사에 전담 운전기사를 채용했고, 저는 그 고용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앞으로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본인이 운전대를 잡을 일 자체를 없앤 것입니다. 여기에 금주 클리닉에 다니며 단주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보탰습니다. 술과 운전, 양쪽에서 재범으로 가는 길을 끊고 그 상태를 서류로 만들었습니다.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은 반성문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용계약서와 진료 기록의 형태로 제출된 “다시는 할 일이 없습니다”는 다른 층위의 말입니다. 재판부가 재범 가능성을 판단할 때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후자입니다.

전력은 지울 수 없지만, 다시 읽히게 할 수는 있습니다

전과는 부인할 수 없고, 부인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수차례 음주운전 전력’이라는 뭉텅이 표현을 그대로 두면, 기록은 상습범의 얼굴을 하게 됩니다.

저는 그 뭉텅이를 연대기로 풀었습니다. 최근 15년 안의 전력은 벌금 150만원 한 건. 나머지는 25년 전,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사회의 감각 자체가 지금과 다르던 시절의 것. 그리고 벌금을 넘는 처벌은 평생 한 번도 없었다는 것. 같은 범죄경력조회라도 “수차례 전력자”로 읽히는 것과 “15년간 벌금 한 건, 그 뒤로는 대리운전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읽히는 것은 다릅니다. 사실을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시간축 위에 정확하게 다시 놓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벌금 500만원. 이 사건에 적용된 조항의 천장 — 벌금으로 정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액수입니다.

가볍게 끝났다고 쓰지 않겠습니다. 재판부는 전력을 가볍게 보지 않았고, 벌금이라는 방 안에서는 천장까지 올라가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방을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징역형과 벌금형 사이에는 강이 있습니다. 집행유예가 붙어도 징역형은 징역형입니다. ‘벌금을 초과하는 전력’이 생기는 순간 전과 기록의 무게가 달라지고, 그 뒤에 혹시라도 또 한 번의 실수가 있다면 그때는 어떤 변론도 설 자리가 없습니다. 재판부는 책임은 최대로 묻되, 그 강을 건너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다시 적발되셨다면,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벌금 500만원이 천장인 자리인지 바닥인 자리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 — 법이 세는 것은 횟수가 아니라 그 시간입니다. 그리고 천장인 자리든 바닥인 자리든, 법정에서 통하는 반성은 말이 아니라 증명입니다. 습관은 데이터로, 다짐은 계약서로, 단주는 진료 기록으로 — 달라졌다는 말을 서류의 형태로 바꾸어 내는 것. 전력이 있는 음주 사건에서 변호인의 일은 거기서 시작합니다.

음주 사건의 다른 갈림길이 궁금하시다면, 측정 거부에 관해 쓴 글 음주측정 거부하면 유리하다?도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사건의 다음 결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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