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6월 25일 · 변호사 김영빈
음주측정 거부하면 유리하다?
음주운전에 교통사고, 측정거부까지 겹친 사건. 측정 거부는 빠져나가는 길이 아니라 법이 가장 무겁게 보는 길입니다. 실형이 보이던 자리에서 집행유예를 만든, 변호인이 순서대로 한 일.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을 때,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습니다. “안 불면 수치가 안 나오니까, 차라리 거부하는 게 낫지 않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반대입니다. 측정 거부는 빠져나가는 길이 아니라, 법이 가장 무겁게 보는 길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음주운전에 교통사고, 거기에 측정거부까지 — 가장 불리한 조합이 한꺼번에 겹친 사건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누가 봐도 실형이 보이던 사건이, 집행유예로 끝났습니다. 그 사이에 변호인이 무엇을 했는지를, 순서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어느 늦은 밤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을 하다,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던 앞차를 들이받았습니다. 다행히 상대 운전자의 부상은 2주가량의 비교적 가벼운 것이었지만, 사고는 사고였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술 냄새와 붉어진 얼굴을 보고 음주측정을 요구했고, 의뢰인은 측정기에 입김을 부는 시늉만 하다 그 자리에 쓰러졌으며, 이후 채혈 요구에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결국 ‘음주측정거부’로 입건되었습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측정거부. 게다가 측정거부는 수치를 지운다고 가벼워지는 죄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 징역형이 따라붙는 무거운 범죄이고, 여기에 사고로 인한 죄까지 묶이면 형은 더 올라갑니다. 처음 기록을 받아 들었을 때, 실형을 각오해야 하는 그림이었습니다.
먼저, 의뢰인의 오해부터 풀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이 측정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불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무슨 거부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부분을 다투려 했습니다.
그러나 법은 다르게 봅니다. 대놓고 거부하겠다고 말해야만 거부가 되는 게 아닙니다. 부는 시늉만 하기, 갑자기 쓰러지기, 채혈 요구에 입을 닫기 — 측정에 응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드러나면, 그 전부가 거부로 평가됩니다. 어설프게 부인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까지 더해져 양형에서 더 큰 손해로 돌아옵니다.
저는 이 법리를 설명하고,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이 사건에서 살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의뢰인도 그 길을 받아들였습니다. 다툴 곳과 인정할 곳을 가르는 것, 그게 첫 번째 일이었습니다.
다친 몸을, 동정이 아니라 논거로 세웠습니다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걸 내려놓는 건 아닙니다. 인정하되, 다툴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다툽니다.
의뢰인은 그날 사고로 목을 크게 다친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그저 딱한 사정으로만 두지 않았습니다. 측정기에 세게 바람을 불지 못한 것도, 그 자리에 쓰러진 것도 다친 몸 때문일 수 있고, 실제로 채혈에는 응하려는 모습도 있었으니 — 거부의 고의가 처음부터 또렷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막연한 호소가 아니라, 의사의 소견과 당시 정황으로 뒷받침했습니다. 같은 거부라도 그 안의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피해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양형에서 가장 단단한 것은, 결국 피해가 회복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물적 피해는 보험으로 처리했고, 다친 피해자와는 형사합의에 이르렀습니다. 피해자가 더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 법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세웠습니다
한 사람을 사건 하나로만 보면 안 된다고, 저는 늘 생각합니다.
의뢰인에게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었습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해 온 사람과, 처음 무너진 사람은 다릅니다. 그는 자기 잘못에 부끄러워하며 반성문을 썼고,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탄원했으며, 지난 삶에는 지역의 학생들을 도와온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조각들을 모아, 한 번의 밤으로 그 사람 전체를 지우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쌓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법원은 이 사정들을 묶어, 곧바로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보았습니다. 징역형을 정하되 그 집행을 미루는 집행유예. 다시는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였습니다. 실형이 보이던 자리에서, 의뢰인은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음주측정 거부는 약은 수가 아닙니다. 수치를 지우는 대신 그 자체로 무거운 죄가 되고, 사고까지 겹치면 더 무거워집니다. 그러나 일이 이미 벌어진 뒤에도,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자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툴 곳과 인정할 곳을 가르고, 인정한 안에서도 다툴 것을 다투고, 피해를 회복시키고,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세우는 것.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 법원 앞에 내놓느냐가, 한 사람의 다음을 바꿉니다. 그게 변호인이 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