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6일 · 변호사 김영빈
도둑이면 때려죽여도 됩니까?
집에 들어온 도둑을 때린 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를 확정판결의 사실관계로 살펴봅니다. 침입을 막는 행동과 제압한 뒤 이어진 폭행은 다르게 판단되며, 가족을 지키던 별개 사건과도 구별해야 합니다.
도둑을 때린 집주인이 유죄가 된 사건, 정당방위는 살인면허가 아닙니다

삽화는 판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으며, 인물과 공간은 가상입니다.
새벽에 집에 들어온 도둑을 때렸는데, 집주인이 유죄를 받았습니다.
그럼 가만히 맞고만 있으라는 겁니까?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요. 도둑부터 들어오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왜 집주인을 처벌합니까?
2014년 원주에서 일어난 이른바 ‘도둑 뇌사 사건’입니다. 2016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저는 이 판결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에서 ‘도둑을 때렸다’는 말은, 사람이 한 행동을 너무 많이 생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경찰에 신고하러 나가려다가, 다시 때렸습니다

판결 내용에 따른 가상 재연 · 귀가한 청년과 집 안의 침입자
집으로 돌아온 19세 청년이 거실에서 낯선 남자와 마주쳤습니다. 남자는 집에 들어와 훔칠 물건을 찾고 있었습니다. 누구냐는 말에 대답을 얼버무리며 도망가려 했고, 청년은 달려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습니다.
남자가 쓰러졌습니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주먹과 발로 다시 때렸습니다.
그러고는 경찰에 신고하러 1층으로 내려가려 했습니다. 휴대전화는 사용이 정지된 상태였고, 2층에는 전화기가 없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청년이, 바닥에서 기어가는 남자를 봤습니다.

판결 내용에 따른 가상 재연 · 제압 후 경찰에 신고하러 나가려던 순간
자신이 신고하고 돌아오는 동안 도망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청년은 운동화를 신은 발로 남자의 뒤통수를 여러 번 세게 밟거나 걷어찼습니다. 빨래 건조대로 내리치고, 차고 있던 허리띠까지 풀어 때렸습니다.

판결 내용에 따른 가상 재연 · 돌아와 이어진 추가 폭행
남자는 흉기를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청년에게 덤비거나 물건을 집어 들지도 않았습니다. 도망가려고 몸을 일으켰을 뿐이라는 것은 청년 자신도 인정한 사실입니다.
남자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같은 해 12월 치료를 받던 중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항소심은 폭행으로 입은 머리 손상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판결 내용에 따른 가상 재연 ·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어진 치료
이 행동들을 전부 ‘도둑을 잡다가’라는 말로 줄여 놓으면, 판결은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2. 도망 못 가게 잡아 두려던 것뿐이라고요?
항소심은 처음 도둑과 마주친 상황부터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도둑이 집에 들어와 물건을 훔치려 했으니, 청년과 가족의 재산과 주거의 평온이 침해되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처음 발견했을 때와, 때려 쓰러뜨린 뒤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저항하거나 공격하지도 않았습니다. 청년은 그를 두고 경찰에 신고하러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조금 움직이자 돌아와 다시 때렸습니다.
다시 맞기 시작한 이유는 달려들어서가 아니라, 도망갈까 봐서였습니다.
그럼 도둑을 그냥 보내줘야 하느냐는 말이 나옵니다. 현행범은 누구든지 붙잡을 수 있습니다. 법원도 이 청년의 행위를 현행범 체포로 볼 수 있는지 따로 검토했습니다.
다만 사람을 붙잡아 두는 것과, 의식을 잃을 때까지 때려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항소심은 후자를 두고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일방적인 구타에 불과할 뿐 이를 체포의 실행이나 준비행위로 볼 수 없다.
도둑을 경찰에 넘기려고 붙잡는 데 필요한 힘을 쓰는 것까지 금지한 판결이 아닙니다. 이미 쓰러져 저항하지 않는 사람의 머리를 밟고, 물건으로 계속 때린 행동에 책임을 물은 판결입니다.
‘잡아 두려고 그랬다’는 말로 그 방법까지 정당해지지는 않습니다.
3. 무서웠다는 말도, 법원은 끝까지 봤습니다
청년은 법정에서 남자가 어머니나 누나를 해친 강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부엌에서 칼을 꺼내 자신을 공격할까 봐 두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도 법원은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위험이 없었더라도, 청년이 위험하다고 잘못 생각할 만한 상황이었는지까지 살폈습니다.
그런데 청년 자신이 남자는 흉기를 꺼내거나 덤벼들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바닥의 혈흔으로 확인한 이동 방향도 부엌에서 멀어지는 쪽이었습니다. 청년은 어머니와 누나가 해를 입었을까 걱정했다고 하면서도, 집 안에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거나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본 것은 사후에 붙인 ‘무서웠다’는 설명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알고, 실제로 어떻게 행동했는지였습니다.
물론 칼을 든 사람 앞에서 공포에 질린 사람에게 평소와 같은 판단력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법도 그것을 압니다. 형법은 방어가 지나쳤더라도 야간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 때문에 그렇게 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머니에게 식칼을 들이대고 동생의 목을 조르던 오빠에게 달려들어, 그 목을 졸라 숨지게 한 여동생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급박한 상황에서 가족을 구하려 시작한 행동이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진 경위와 공포 상태를 보고, 처벌하지 않는 과잉방위로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도1862 판결).

별개의 사건을 재구성한 가상 삽화 · 가족에 대한 급박한 위협
상대가 죽었다고 언제나 유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밤에 무서웠다고 말하면 언제나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원주 사건의 청년은 경찰에 신고하러 자리를 떠나려다가 돌아왔습니다. 법원은 그 사이의 행동과 당시 인식을 근거로, 뒤의 폭행을 앞의 방어와 구분했습니다. 도망가는 사람을 다시 때린 행동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로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4. 도둑의 잘못도 형량에 반영했습니다
이 사건의 최종 형은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40시간입니다. 1심의 실형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바뀌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습니다. 인정된 죄명은 상해치사입니다.

판결 내용에 따른 가상 재연 · 상해치사 유죄, 집행유예 3년
항소심은 도둑이 먼저 집에 침입해 사건을 일으켰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습니다. 청년이 그를 제압하려다 흥분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사정, 전과가 없는 젊은 나이, 유족을 위한 공탁과 가족들의 탄원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집에 침입당한 청년의 사정은 형량에 반영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뒤에 한 구타까지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도둑이 먼저 잘못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먼저 잘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뒤에 누가 무슨 짓을 하든 감수해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 들어온 순간 죽을 때까지 맞아도 되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은 방어할 권리가 아니라 처벌할 권리를 집주인에게 준 것입니다.
5. 이 판결은 맞습니다
‘도둑을 때렸는데 집주인을 처벌했다’는 설명에는, 집주인이 경찰을 부르러 나가려다가 돌아와 다시 때렸다는 사실이 없습니다. 상대가 저항하거나 공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최종적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는 사실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설명만 듣고 판사를 욕하면, 판사가 실제로 판단한 사건과는 다른 사건을 놓고 화를 내게 됩니다.
법원은 도둑이 침입했을 때의 상황과, 그를 쓰러뜨린 뒤의 상황을 구별했습니다. 도둑이 사건을 일으킨 책임도 형량에 반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청년이 그 뒤에 한 행동을 따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판결을 비판하려면, 적어도 그 판결이 무엇을 처벌했는지는 읽어야 합니다.
정당방위는 살인면허가 아닙니다.
※ 원주 사건은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4. 8. 13. 선고 2014고단444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1. 29. 선고 (춘천)2015노11 판결,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2794 판결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대법원 공개 판결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