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6년 10월 5일 · 변호사 김영빈
헬멧과 홈캠 — 그 주소는 이혼 소장에 적혀 있었습니다
별거 중 숨은 주소가 이혼 소장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된 사건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조치 신청의 시점과 범위를 살펴봅니다. 소장과 증거에 남는 주소, 주민등록 열람 경로까지 확인하고 의뢰인에게 먼저 물어야 할 일을 정리합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광주 공무원 살인 사건, 숨은 주소가 남편에게 건너간 경로와 인지 1,000원짜리 신청서 1장, 그리고 아인이 소장을 내기 전에 하는 일

방송은 별거 중인 아내의 주소를 남편이 어떻게 알았는지 물었습니다.
답은 방송 1개월 전에 나와 있었습니다. 경찰과 검찰이 밝힌 대로, 주소는 아내가 낸 이혼 소장에 적혀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숨을 수 있는 만큼 숨은 사람이었습니다. 5월 말 집을 나와 대전을 거쳐 경기 광주의 친척 집으로 옮겼습니다. 남편 휴대전화에서 자기 위치를 짐작할 단서를 지웠고, 유족에 따르면 차의 내비게이션 기록과 블랙박스 영상까지 지우며 지냈습니다. 경찰에는 4차례 신고했습니다.
7월 28일 피해자는 수원가정법원에 이혼 소장을 냈습니다. 8월 10일 그 소장이 남편에게 송달됐습니다. 광주 주소가 그대로 적힌 채였습니다. 이튿날 피해자는 경찰에 주소가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고,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다시 지급했습니다. 8월 18일 법원은 남편에게 100m 이내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임시보호명령을 내렸습니다. 9월 1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려고 집을 나서던 길이었습니다. 스마트워치 신고 뒤 경찰은 3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신고도, 스마트워치도, 접근금지 명령도 있었습니다. 넘어가 있었던 것은 주소였습니다.

1. 소장은 상대방에게 그대로 갑니다
법원은 소장을 받으면 그 사본을 피고에게 보내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255조 제1항). 소송을 당한 사람이 무슨 이유로 소송을 당했는지 알아야 답변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혼소송도 같습니다(가사소송법 제12조).
소장 맨 앞 장에는 원고의 이름과 주소가 있습니다. 법원에 내는 서면에는 당사자의 이름, 주소, 연락처를 적도록 돼 있습니다(민사소송규칙 제2조). 따로 조치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소는 소장 맨 앞 장에 적힌 채로 피고에게 도착합니다.
집을 나와 숨어 있는 사람이 이혼하려고 소장을 내면, 그 소장이 숨은 곳을 알려 주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일어난 일이 이것입니다.
2. 가리는 방법은 작년 7월부터 있었습니다
2025년 7월 12일부터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2항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소송 당사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소장을 상대방에게 보내기 전에 주소를 가려 주는 제도입니다. 제도 이름은 개인정보 보호조치이고, 이혼소송에도 적용됩니다.
내는 서류의 정식 이름은 「재판기록 열람 등 제한신청서(개인정보 기재부분)」입니다. 본문 1쪽에 별지 1쪽이고, 붙이는 인지는 1,000원입니다. 전자소송으로도 낼 수 있습니다.

신청서에 적는 것은 3가지입니다. 가릴 곳, 가려야 하는 이유, 그 이유를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가릴 곳은 별지에 「원고 ○○○가 제출한 2026. ○. ○.자 소장 중 원고 ○○○의 주소 "○○시 ○○로 ○○" 부분」처럼 서류와 위치를 특정해서 적습니다. 자료로는 112 신고 내역, 경찰의 수사결과 통지서, 법원의 임시조치나 보호명령 결정서, 진단서, 협박이 담긴 문자나 녹음을 냅니다.
법원이 받아들이면 상대방에게는 그 부분이 가려진 서류가 갑니다. 상대방이 재판 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해도 그 부분은 보이지 않고, 나중에 나오는 판결문에서도 가려집니다. 가려 주는 정보는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팩스번호, 이메일 주소 5가지입니다(민사소송규칙 제38조 제3항).
이 신청은 언제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법은 "송달에 앞서" 가린다고 적고 있습니다. 소장이 나간 뒤에 낸 신청은 이미 나간 주소를 되돌리지 못합니다. 신청서는 소장과 같은 날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3. 신청은 없었고, 법원은 묻지 않았습니다
수원가정법원이 확인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혼 소장에는 피해자의 현주소가 적혀 있었고, 개인정보 보호조치 신청은 없었습니다. 신청이 없는 사건의 주소를 법원이 먼저 가려 주는 절차는 없어서, 소장은 통상대로 송달됐습니다(연합뉴스 9월 2일).
같은 피해자가 낸 보호명령 사건에서는 달랐습니다. 남편에게 간 임시보호명령서에는 피해자의 주소가 가려져 있었습니다. 보호명령 절차에서는 피해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우려가 있으면 법원이 주거를 적지 않거나 가리고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가정보호심판규칙 제3조 제3항, 제81조 제3항). 같은 부부 사이의 사건인데, 보호명령 서류는 주소를 가렸고 이혼 서류는 그대로 보냈습니다. 법원 관계자의 설명은 재판부가 서로 다르고 "당사자가 직접 알리지 않는 이상 법원에서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MBC 9월 1일).

방송에 나온 전문가의 말로는 이 소장은 혼자 쓴 소장도 아니었습니다.
"변호사와 함께 진행한 이혼 소장이다. 그런데도 주소가 노출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도 놓칠 수도 있는 제도라면 제도 세팅부터 잘못된 것이다."(SBS 10월 4일)
제도가 잘못 짜인 것은 맞습니다. 숨어 있는 사람에게 숨겨 달라는 신청을 먼저 하라고 요구하고, 신청이 없으면 그대로 보내는 제도입니다. 법을 모르는 사람이 그런 절차를 미리 알고 찾아서 신청하기는 어렵다는 유족의 말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도 놓칠 수도 있는"이라는 앞 절반은 다릅니다. 그 사건의 변호사가 누구이고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다만 소장 맨 앞 장에 의뢰인의 주소를 적는 사람이 변호사입니다. 그 소장이 며칠 뒤 누구에게 도착하는지 아는 사람도 변호사입니다. 의뢰인은 모를 수 있습니다. 법원은 묻지 않습니다.
물어야 하는 사람은
1명 남습니다.
4. 신청서 1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법원은 신청서 별지에 특정된 부분만 가립니다. 소장 맨 앞 장의 주소를 가려도, 함께 낸 진단서에 같은 주소가 찍혀 있으면 그 진단서는 그대로 갑니다. 주소는 주소란에만 있지 않습니다.
주소가 | 막는 방법 |
소장과 | 보호조치 신청서를 소장과 같은 날 제출 |
증거로 내는 | 신청서 별지에 서류마다 위치를 특정해서 추가. 재판에 필요 없는 서류는 내지 않음 |
직장, 어린이집, | 법원이 가려 주는 5가지에 들어 있지 않음. 싣지 않거나, 내는 쪽에서 가리고 제출 |
소송 중에 | 보호조치가 된 사건이면 법원이 신청인에게 먼저 보여 줌. 그때 추가로 신청 |
주민등록표 | 주민센터에 열람·교부 제한 신청 |
주민등록은 소송 밖에 있는 경로입니다. 이혼하기 전까지 배우자는 주민센터에서 상대방의 주민등록표 초본을 뗄 수 있는 사람입니다(주민등록법 제29조 제2항). 새 주소로 전입신고를 하면 그 초본에 새 주소가 올라갑니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상대방을 지정해서 등본과 초본의 열람·교부를 제한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고, 경찰의 수사결과 통지서, 법원의 임시조치나 보호명령 결정서, 상담소의 상담사실확인서가 증거서류로 쓰입니다(같은 조 제6항, 시행규칙 제13조의2). 전입신고를 하는 날 이 신청을 같이 해야 합니다.
신청을 냈다고 다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닙니다. 국회를 통해 공개된 법원 통계로는 보호조치 신청 5건 가운데 1건이 기각됐습니다(한국일보 9월 28일, 경인일보 9월 29일). 어느 정도의 위험을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공개된 기준은 없습니다. 신청서의 「소명방법」란에 무엇을 붙이는지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미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 분이라면 소장이 나가기 전에 3가지를 물어보시면 됩니다. 보호조치 신청서가 소장과 같은 날 들어가는지, 증거로 내는 서류 중에 주소나 전화번호가 찍힌 것이 있는지, 주민센터 열람·교부 제한은 했는지입니다. 소장이 이미 송달된 뒤라도 신청은 할 수 있고, 그 뒤에 나가는 서류와 기록 열람은 막을 수 있습니다. 이미 건너간 주소는 가려지지 않으니, 그때는 주소가 노출됐다는 사실을 경찰에 바로 알려야 합니다.
5. 고치겠다는 법, 그리고 8월 10일
9월 14일 대법원은 안내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자소송의 주소 입력란 아래와 종이 소장 양식 아래에 안내 문구를 넣고, 소장 제출을 마친 화면에 보호조치 신청으로 바로 가는 아이콘을 두고, 변호사협회와 법률구조공단, 가정법률상담소에 공문을 보내고, 법원 민원실에 안내문을 붙이는 방안입니다. 조속히 검토해서 시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국회에는 개정안이 올라가 있습니다. 법원이 신청 없이도 직권으로 가릴 수 있게 하는 안(9월 11일 발의), 가정폭력 임시조치나 보호명령이 내려진 사건은 법원이 직권으로 가리고 그런 조치가 없어도 위해 우려가 있으면 직권으로 가릴 수 있게 하는 안(9월 22일 발의), 그런 조치가 있으면 법원이 피해자에게 신청할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그때까지는 공개하지 않게 하는 안(9월 23일 발의)입니다. 모두 계류 중입니다.
방향은 맞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날짜를 넣어 보면 모자란 데가 있습니다. 보도된 범위에서 법원이 이 부부에게 내린 조치는 8월 18일의 임시보호명령이 처음입니다. 소장은 그보다 8일 먼저 송달됐습니다. "조치가 내려진 사건은 법원이 알아서 가린다"는 조문은 이 사건의 8월 10일에 적용될 수 없었습니다. 위해 우려가 있으면 직권으로 가린다는 조문은 법원이 그 우려를 알아야 쓸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 법원 관계자는 당사자가 직접 알리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안내 문구는 읽은 사람이 신청을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원칙과 예외를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주소를 상대방에게 보내는 것이 원칙이고, 신청해서 위험을 소명하면 가려 주는 것이 예외입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에서 법원 서류는 전부 변호사 사무소로 옵니다. 이혼소송을 어느 법원에서 할지도 부부가 마지막으로 함께 살던 곳과 상대방이 사는 곳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가사소송법 제22조). 집을 나온 원고가 지금 어디에 사는지를 상대방이 알아야 할 이유를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주소는 법원에만 내고, 상대방에게 가는 서류에서는 빼는 것이 원칙이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꼭 알아야 하는 사정이 있으면 그쪽이 신청해서 받아 가면 됩니다.
6. 아인은 먼저 묻겠습니다
법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분들이 있습니다. 소장은 오늘도 나갑니다.
지금도 방법은 있습니다. 앞에서 적은 보호조치 신청이 있고, 주소 노출이 걱정되는 사건에서는 소장의 주소를 해바라기센터 같은 임시 주소로 해 두고 송달은 변호사 사무실로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아인은 이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철저하게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먼저 묻겠습니다.
상대방이 지금 계신 곳을 아는지, 주소가 알려지면 안 되는 사정이 있는지를 상담에서 먼저 여쭙겠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는 사건은 소장 맨 앞 장부터 함께 내는 증거, 그 뒤의 서면까지 주소를 확인한 다음에 내겠습니다.
방송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도망쳐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소용없지 않습니다.
숨은 주소는
지킬 수 있습니다.
사건의 경과는 2026년 9월과 10월의 언론 보도, 대법원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입니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남편의 책임에 관한 판단은 적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