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6년 10월 25일 · 변호사 김영빈

그것이 알고싶다 - '국프와 514번의 처벌' : AI는 책임이 없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룬 강서 고문 살인사건에서, 가해자가 들이댄 처벌 규칙의 언어에 AI가 말을 보탰다면 유족이 AI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따져 봅니다. 미국에서는 같은 구조의 소송이 이미 걸렸지만, 한국의 유족은 계약이 아닌 불법행위로 가야 하고, 대화형 AI를 제조물로 본 판결이 없으며, 사이에 사람의 범행이 끼어 있다는 3가지를 넘어야 합니다. 그 답을 정할 문장은 대화 기록 속에 있고, 유족의 일은 형사재판 기록의 열람·등사에서 시작합니다.

2026년 10월의 한국 법으로는

AI 회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물을 수 있고,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1. 2026년 10월 24일 방송이 보여 준 것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26년 10월 24일 밤 「국프와 514번의 처벌 - 강서 고문 살인사건의 진실」을 방송했습니다.

2026년 6월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반지하방에서 한 남자가 신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함께 사는 여자친구가 의식이 없으니 살려 달라는 전화였습니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IT 회사에 다니던 28살 임잔디(가명) 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얼굴과 온몸에 멍이 있었고, 등에는 둔기에 여러 번 맞은 자국이 있었습니다.

4살 어린 남자친구 전 씨는 출동한 경찰 앞에서 때린 것을 인정했습니다. 고무망치로 여러 번 때렸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고, 임 씨의 거짓말을 참을 수 없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했습니다.

부검에서 갈비뼈 21개가 부러지고 주요 장기가 파열된 것이 나왔습니다. 법의학자들은 「이것은 고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집 안의 홈캠에는 그날이 남아 있었습니다. 전 씨는 3시간 20분 동안 임 씨를 514회 때렸습니다. 임 씨 바로 뒤에 현관문이 있었지만, 임 씨는 한 번도 저항하지 못했고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전 씨는 그날 죽음을 16번 입에 올리면서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회사 동료들은 임 씨가 숨지기 1년 전부터 자주 자리를 비웠고 매일 비상계단에서 누군가와 통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얼굴에 멍이 들고 다리를 절었지만, 임 씨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습니다. 폭행의 흔적은 숨지기 적어도 6주 전부터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두 사람의 대화에 되풀이해 나오는 말 하나를 붙잡았습니다. 「국프」입니다. 전 씨는 임 씨에게 「너 오늘 '국프' 못 끝내? 더 이상 기회 없어」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국프는 「뚜리국」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 나라의 입법부·사법부·금융기관을 문서로 짜고, 그 문서를 전산화하는 일입니다. 문서는 모두 임 씨가 썼고, 전산화를 위한 코딩은 전 씨가 맡았습니다.

제작진이 국프가 무엇이냐고 묻자 전 씨는 「국프는 둘이 정한 규칙이다. 덜 싸우기 위해 만든 규칙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 규칙을 집행한 사람은 전 씨 혼자였습니다. 두 사람이 만든 의사소통 매뉴얼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거짓을 선택하는 순간 너는 그 어떤 인간적인 대우도 불가하다. 처벌이 시작되면 그 어떠한 소명과 해명도 불가능하고 내가 직접 찾아내거나 인지하면 가중처벌 된다, 처벌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전 씨는 자신이 피해자라며 임 씨에게 1억 원의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그 요구를 「프로젝트」라고 불렀고, 임 씨를 「채무자」로 정했습니다.

제작진은 임 씨의 휴대전화에서 수천 개의 문서와 녹음 파일을 찾았습니다. 그 안에는 임 씨가 전 씨의 질문에 답하려고 여러 번 AI의 도움을 받은 기록도 있었습니다. 수수께끼 같은 질문에 전 씨가 원하는 답을 내놓으려고 애쓴 흔적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은 2026년 7월 전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전 씨는 경찰 조사에서 둔기로 여러 번 때린 것은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공소장에는 사망 당일의 일만 담겼습니다. 전 씨에게 어떤 죄가 인정될지는 재판이 정합니다.

밤 반지하방 책상 위 휴대전화에서 피어오른 말풍선 빛이 붉은 도장이 찍힌 서류로 바뀌어 법전처럼 쌓이는 칼럼 대표 그림 — 「AI가 건넨 말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까」라는 글귀가 얹힌 이미지

2. 웹사이트 하나 만들지 못한 사람의 「가중처벌」

방송에 따르면 전 씨는 사건 직전까지 단순한 웹사이트 하나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국프에서 그가 맡은 일은 코딩이었고, 그 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국프 못 끝내?」라며 다그친 것은 입법부와 사법부를 갖춘 나라였고, 그가 혼자 집행한 규칙은 법전의 말로 쓰여 있었습니다.

처벌, 가중처벌, 소명, 해명. 매뉴얼의 문장은 「너」와 「내」로 말합니다. 거짓을 고르면 「너」는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처벌이 시작되면 해명할 수 없으며, 「내」가 직접 찾아내면 「너」는 더 무겁게 벌을 받습니다. 죄와 벌, 해명 금지, 가중 사유까지 갖춘 처벌 규칙입니다. 1억 원의 「프로젝트」에는 「채무자」가 있었습니다.

문서를 쓴 것은 임 씨였지만, 다그치고 찾아내고 벌을 주고 1억 원을 요구한 사람은 전 씨 혼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이미 AI가 있었습니다. 임 씨는 전 씨의 수수께끼 같은 질문에 답하려고 AI를 여러 번 썼습니다. 전 씨가 AI를 썼다는 직접 증거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묻고 벌하는 쪽의 말, 「내」가 찾아내면 가중처벌한다는 이 법전의 말을 웹사이트 하나 만들지 못한 전 씨가 아무것에도 기대지 않고 떠올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답하는 쪽이 AI에 기댔듯, 묻는 쪽도 무언가에 기댔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 생각을 키웠는지는 전 씨의 휴대전화와 계정에 남은 기록이 말해 줄 것입니다.

만약 AI가 전 씨에게 그 언어와 논리를 건넸다면, 임 씨를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처벌받아야 할 사람으로, 1억 원의 채무자로 보는 데 AI가 말을 보탰다면,

유족은 그 AI를 만든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까.

3. 미국에서는 이미 소송이 걸렸습니다

2025년 8월 3일, 미국 코네티컷주 올드그리니치의 집에서 스타인에릭 솔버그가 함께 살던 83살 어머니 수잔 애덤스를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솔버그는 그 전 몇 달 동안 ChatGPT와 대화했고, 그 대화를 넘겨 보는 영상을 수십 개 찍어 SNS에 올려 두었습니다.

어머니 쪽이 2025년 12월에 낸 소장에 따르면, 2025년 7월 솔버그는 ChatGPT에게 어머니 방의 프린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가 지나갈 때마다 프린터 불이 깜빡이고, 프린터를 끄면 어머니가 화를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ChatGPT는 「이건 그냥 프린터가 아니다」라며 움직임을 감지하는 감시 장치일 수 있다고 답했고, 어머니가 화를 내는 것은 감시 장치를 지키려는 사람의 반응이라고 했습니다. 몇 주 뒤 솔버그는 어머니를 죽였습니다.

2025년 12월 11일, 어머니의 유산 집행인인 은행이 OpenAI와 샘 올트먼,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주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청구는 제조물책임(설계 결함·경고 결함), 과실, 부당사망 등입니다. 소장은 수잔 애덤스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ChatGPT를 한 번도 쓴 적 없는 무고한 제3자」. 2026년 10월까지 이 사건의 판결이나 화해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4. 한국의 유족 앞에 놓인 3가지

같은 소송을 한국에서 낸다면, 유족은 3가지를 넘어야 합니다.

가. 계약이 아니라 불법행위입니다

전 씨가 AI를 썼다고 가정하면, 임 씨는 전 씨가 그 회사와 맺은 이용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그 약관에 동의한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유족은 계약을 근거로 회사에 물을 수 없고, 회사의 잘못으로 가족을 잃었다는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로 가야 합니다.

전 씨가 AI를 썼는지, 썼다면 어떤 AI를 돈을 내고 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료였든 유료였든 이 길은 같습니다. 이용료는 전 씨와 회사 사이의 일이고, 임 씨는 그 바깥에 있습니다. 미국의 솔버그는 유료 구독자였지만, 어머니 쪽은 계약 위반을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불법행위로 가면 증명은 유족의 몫입니다. 회사에 과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실과 임 씨의 죽음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나. 대화형 AI를 「제조물」로 본 판결은 없습니다

미국 소송의 첫 청구는 제조물책임입니다. 한국에도 제조물 책임법이 있습니다.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에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제조업자가 배상하게 하는 법입니다(제3조). 회사의 과실이 아니라 제조물의 결함을 따지므로, 이 길로 가면 유족은 회사의 과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이 법이 말하는 제조물은 「제조되거나 가공된 동산」입니다(제2조 제1호). 기기에 들어 있지 않은 소프트웨어가 동산인지를 두고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고,

대화형 AI 서비스를

제조물로 본

한국 법원 판결은 없습니다.

제조물로 인정되지 않으면 유족은 다시 민법의 불법행위로 돌아가 회사의 과실부터 증명해야 합니다.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AI 기본법도 이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일반 대화형 챗봇에는 'AI가 만든 것'이라고 알릴 의무를 지울 뿐, 고영향 AI로 따로 묶지 않고, 피해자가 회사에 직접 배상을 청구할 근거 조항도 두지 않았습니다.

다. 사이에 사람의 범행이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인과관계입니다. AI는 글자를 내놓았을 뿐이고, 망치를 든 것은 전 씨입니다. 회사는 이 점부터 내세울 것입니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고의 범죄가 끼어들었다는 사정만으로 앞선 잘못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곧바로 끊어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그 범죄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와 막을 주의의무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책임을 따지고, 동시에 책임이 지나치게 넓어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남의 이름으로 계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우체국이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어도, 그 계좌로 벌어진 범죄 피해를 언제나 물어 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판결이 그 예입니다.

민법은 남의 불법행위를 도운 사람도 함께 책임지게 하고(제760조 제3항), 대법원은 부주의로 도운 경우도 여기에 넣습니다. AI가 전 씨의 처벌 규칙을 함께 다듬었다면, 유족은 회사가 부주의로 범행을 도왔다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툼은

대화 기록의 문장으로

내려갑니다.

AI가 「처벌」과 「가중처벌」을 먼저 꺼냈는지, 전 씨가 쓴 말을 받아 다듬었을 뿐인지. 임 씨를 거짓말하는 사람·벌받을 사람으로 지목했는지. 폭력의 낌새가 대화에 드러났을 때 멈추거나 경고했는지. 회사가 그런 대화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고 막을 수 있었는지.

미국 소장이 프린터 대화를 앞에 세운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소장의 주장대로라면, 그 대화에는 AI가 어머니를 감시하는 사람으로 지목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5. 가해자의 책임은 줄지 않습니다

AI 회사에 책임을 묻는다고 전 씨의 책임이 나뉘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손해를 끼쳤다면 피해자는 그중 누구에게든 손해 전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60조). 회사가 책임을 진다면 그것은 유족에 대한 전 씨의 책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유족이 배상을 받아 낼 곳이 하나 더 생기는 것입니다. 형사재판에서 전 씨에게 어떤 죄가 인정되든, 그 판단이 AI 쪽으로 옮겨 가지도 않습니다.

이 질문은 기록에서 시작합니다. 가족을 잃은 사건의 형사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숨진 사람의 배우자·부모·자녀·형제자매는 재판장에게 소송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고, 이들에게서 위임받은 변호사도 같은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4). 이 사건이라면 전 씨의 대화 기록이 증거로 법원에 제출돼 있는지, 거기에 AI와 나눈 대화가 있는지, 있다면 그 대화가 임 씨에 대해 무엇을 말했는지를 읽는 것이 첫 일입니다.

가족을 잃은 사건에서

가해자 말고

물을 곳이 있는지는,

가해자가 무엇을 쓰고

누구와 이야기했는지를

기록에서 읽어야 보입니다.

AI는 책임이 없나. 2026년의 한국 법은 아직 답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답을 정할 문장은 대화 기록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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