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6년 10월 3일 · 변호사 김영빈
응급의료 ‘뺑뺑이’ 방지법 = ‘응급의료’ 방지법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하라는 의무와 의사·병원에 남는 형사책임, 민사배상, 면허 취소의 부담을 응급의료법 개정안과 실제 판결로 짚습니다. 수용능력과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제 수용이 응급실을 지킬 수 있는지 묻습니다.
응급의료를 하는 게 비상식인이 되는 멋진 신세계
“국가가 이송에서부터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법.” 대표발의자 김윤 의원이 2026년 10월 1일 본회의에서 이 법을 두고 한 말입니다. 그날 통과된 응급의료법 개정안 제48조의2 제6항은 이렇게 끝납니다.
이 경우 지정받은 응급의료기관은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하여야 한다.
국가가 책임진다는 법에서, 받아야 하는 것은 병원이고 책임지는 것은 의사입니다.
1. “무조건 환자를 받으라는 법도 아니다”
김윤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이 법은 구급대원에게 무조건 환자를 이송하라는 법도 아니고, 응급의료진에게 무조건 환자를 받으라는 법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조문은 다르게 씁니다. 같은 조 제3항의 이송·수용 의무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지정받은 병원의 수용 의무에는 그 단서가 없습니다. 지정된 병원에 그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있는지, 중환자실에 자리가 있는지 묻는 문장도 없습니다.
묻는 절차는 지웠습니다. 지금까지는 환자를 이송하는 사람이 병원의 수용능력을 확인하고 환자 상태를 미리 알려야 했습니다(현행 제48조의2 제1항). 개정안은 이 의무를 시·도가 만드는 지역 이송지침의 한 항목으로 내렸습니다. 정부는 “삭제된 게 아니라 지역별 이송지침에 관련 내용을 담아 추진하도록 일부 조문이 바뀐 것”이라고 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이 조항을 “수용능력 확인 규정을 삭제한 개정안”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지침에 대해서는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이 “지역의 지침이라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만들어 왔지만, 일산에서 근무하는 나도 일산의 지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병원이 받을 의무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2025년 11월 국회는 병원장에게 ‘수용능력 확인 및 인계’용 전용회선을 두라는 의무를 지웠고, 이번 개정에서 그 의무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걸 의무는 지우고, 받을 의무만 남겼습니다.
정부가 2026년 3월 국회 소위원회에 설명한 초안만 해도 지정은 “수용능력을 확인하였으나” 병원을 정하지 못한 경우에 하는 것이었고, 지정하는 곳은 중앙응급의료상황실 하나였습니다. 반년 뒤 확인 문구는 빠지고 지정하는 곳은 둘이 됐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응급의료 체계에 미칠 파장이 크므로”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삭제되어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 놓고 그대로 의결했습니다. 위원장은 “일단 의결을 하고 필요하면 다시 개정안을 통해서 미비된 점을 보완해 나가고자 합니다”라고 했고, 본회의 표결에서는 기권했습니다. 소위원회 마지막 심사부터 본회의까지 16일 걸렸습니다.
2. 전화가 원인이라는 착각
이 법의 바탕이 된 김윤 의원 원안은 제안이유에서, 구급대원이 병원마다 수용 가능 여부를 전화로 확인하게 하는 규정이 ‘전화뺑뺑이’를 부른다고 했습니다. 응급실이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전화가 아닙니다.
2017년 2월, 장이 꼬인 신생아가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왔습니다. 중장염전은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장이 괴사하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응급질환입니다. 그날 병원에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었고, 유방외과 전문의가 수술했습니다. 아이는 두 번의 수술 끝에 살았지만 장이 다시 꼬여 소장 대부분을 잘라냈고, 뇌병변장애가 남았습니다.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외과 전문의가 수술하는 데 문제가 없고 다른 병원으로 보냈다면 더 나빠졌을 것이라며 병원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2023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뒤집어, 집도의가 중장염전의 표준 수술법(Ladd’s procedure)을 따르지 않았다며 병원에 10억6,454만 원을, 집도의에게는 그중 1,000만 원을 함께 물어 주라고 했습니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어 유방외과 전문의가 수술했다는 사정은 책임을 70%로 줄이는 데 쓰였을 뿐이고, 병원은 그 아이의 치료비 2억3,683만 원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런 판결을 보다 보면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에서 수술을 안 하는게 정답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받지 않은 병원도 처벌받았습니다. 2023년 3월 대구에서 건물에서 떨어진 17살 학생이 병원을 찾다 숨지자, 보건복지부는 “다른 외상환자 수술”, “신경외과 의료진 부재”를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은 병원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보조금을 끊었습니다. 법원은 처분이 정당하다고 했고, 한 병원의 사건은 대법원이 2026년 9월 3일 확정했습니다. 경찰은 같은 사건으로 2026년 4월 그날 응급실에 있던 의사 2명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받으면 10억 원, 받지 않으면 처분과 송치.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응급의학과 입장에서 최종 치료가 불가능한데 저런 환자를 어떻게 받으라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의 맨 앞에는 이 판결들이 있습니다.
그 뒤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응급실이 미리 알리는 수용곤란 고지 가운데 ‘인력 부족’을 사유로 든 고지는 2021년 1만1,302건에서 2025년 4만3,683건이 됐고, 2026년에는 8월까지 4만4,547건으로 이미 2025년 한 해를 넘었습니다. 같은 기간 ‘병실 부족’ 고지는 월평균 2,333건에서 353건으로 85% 줄었습니다. 병상은 남는데 치료할 의사가 없습니다. 소아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50명이고, 2026년도 응급의학과 1년차 모집 지원율은 57.6%, 비수도권은 41.6%로 역대 최저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24년 9월 이미 이것을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기인한 오래된 문제”라고 했고, 정부 산하 의료혁신위원회는 이 법이 통과된 날 “지역 필수의료 제공체계의 전반적 약화가 응급실 미수용의 근본 원인”이라는 권고안을 냈습니다.
전화를 없앤다고 소아외과 의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이 법이 없앤 것은 응급실이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아니라, 받지 않을 수 있는 선택입니다.

3. 받아도 피의자, 안 받아도 피의자
정부는 이 법으로 응급의료종사자가 “중과실 없는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을 덜고 응급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개정안 제63조 제3항은 지정받아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응급의료종사자가 긴급히 제공한 응급의료로 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그 응급의료행위가 불가피하였으며 응급의료행위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정상을 고려하여 형사상 책임을 면제한다”고 정했습니다.
불가피했는지, 중대한 과실이 없었는지는 사고가 난 뒤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합니다. 그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의사는 피의자이고, 기소되면 피고인입니다. 2027년 5월 시행되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형사특례는 손해배상금을 전액 지급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지만, 제63조 제3항에는 그런 문언조차 없습니다.
면제되는 것은 형사책임뿐이고(그마저도 불확실합니다), 개정안에는 민사 배상에 관한 조항이 없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2023년 12월 응급실에서 기관삽관 뒤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대학병원에 5억7,351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의사들은 돈 많이 버니까 이 정도 돈은 그냥 내라는 걸까요?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실무에서 병원은 합의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처벌까지 가는 의사는 많지 않지만, 피의자가 되는 의사는 해마다 수백 명입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맡긴 연구에 따르면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입건되는 의사는 한 해 약 735명이고, 유죄 판결을 받는 의사는 20명 안팎입니다. 2018년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어난 사건의 1심 판결은 8년 뒤인 2026년 5월에 나왔습니다. 2013년 성남에서 8살 아이가 숨진 사건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심에서 법정구속됐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 2019년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지정받은 병원에 그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은 2가지입니다. 2017년의 그 병원처럼 있는 의사가 수술하거나, 받아 줄 다른 병원을 찾는 것입니다. 앞의 경우에 서울고등법원은 10억 원을 물렸습니다. 뒤의 경우에 응급의료법 제11조는 “지체 없이” 이송하라고 하고, 대법원은 전원을 지체한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면서 전원받은 병원의 처치가 늦었더라도 인과관계는 끊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7070 판결). 2027년 시행되는 의료분쟁조정법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단, 모니터링, 처치 또는 전원을 하지 아니한 경우”를 중대한 과실로 정해 형사특례에서 뺐습니다.
받지 않으면 면허가 걸립니다.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응급의료종사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개정안은 그 처벌 대상에 응급의료기관의 장을 더했습니다. 의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반드시 취소하게 하면서 의료행위 중의 업무상과실치사상만 예외로 둡니다. 환자를 받았다가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금고형 집행유예를 받은 의사의 면허는 남고, 받지 않았다가 응급의료 거부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의사의 면허는 반드시 취소됩니다.
받아도 피의자, 안 받아도 피의자입니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보호입니다.
4. 국가가 책임진다는 법
이 법이 병원에 지운 의무는 “하여야 한다”이고, 국가가 진 의무는 “할 수 있다”입니다. 병원은 수용곤란을 지체 없이 알릴 전담인력을 “두어야” 하고, 그 비용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할 수 있다”입니다. 중증응급의료센터는 공휴일과 야간을 포함해 24시간 응급실 전담 당직전문의를 2인 1조로 두고 최종진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의도 당직에 넣어야 하지만, 그 인건비 지원도 “할 수 있다”입니다.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전담인력 비용을 “건강보험체계(약 130조원) 내에서 응급의료기관이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당직 인건비는 “응급의료수가 등 수익을 통해 충당 필요”라고 했습니다. 배정된 중증응급환자를 실제로 받은 병원에 주던 보상은 2025년 10월 31일에 끝났습니다. 11개월 뒤, 국회는 받으라는 의무를 법률에 넣었습니다.

국가가 진 책임은 “할 수 있다”가 전부입니다. 수사를 받는 것도, 면허를 거는 것도, 배상하는 것도 의사와 병원입니다.
5. 검증했다는 시범사업
장관은 2026년 3월부터 5월까지 호남에서 한 시범사업으로 “어느 정도 현장에서 검증을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3개월 동안 응급실 미수용은 0건이었습니다. 그 성과를 발표한 보건복지부·소방청 보도자료에는 “일각에서 우려한 것과 같은 우선수용병원으로의 강제 지정도 없었다”고 적혀 있고, 성과는 구급대와 의료진 등이 “적극적으로 협력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강제 없이 협력으로 낸 결과를 근거로, 국회는 강제를 법률에 넣었습니다.
강제 지정은 대구에서 이미 멈춰 섰습니다. 대구시는 2023년부터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직권으로 병원을 배정하는 협진망을 운영해 왔습니다. 2026년 2월 대형병원 7곳이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부족으로 임신 28주 쌍둥이 산모를 받지 못했을 때, 이 협진망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응급 산모 진료 여건이 안 돼 협진망을 통한 병원 강제 지정이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의사가 없는 병원을 지정해도 환자를 치료할 사람은 없습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설문에서 응급의학 전문의 약 300명 가운데 93%가 이 법에 반대했습니다. 자유의견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응급실을 떠날 준비를 하겠다”는 답이 있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이주영 의원은 자기 법안이 대안에 들어갔는데도 본회의에서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받으려는 의료진을 먼저 공격하게 될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김윤 의원은 본회의에서 자신을 “임상의사는 아니지만 응급의료 관련 의료정책을 30년 넘게 연구한 응급의료 전문가”라고 소개했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반대 의견을 두고 “일부 전문가의 편향된 의견이 응급의료법 개정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설문 결과가 나오고 2일 뒤,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6. 응급실이 사라지는 멋진 신세계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살리려고 있는 것이지, 응급환자를 집에서 병원까지 빨리 데려다 놓으려고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법은 데려다 놓는 데까지만 챙기고, 그 뒤는 의사에게 넘깁니다. 그 계산을 끝내고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남는 쪽이 비상식입니다.
글자 몇 줄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먹물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바뀝니다. 원숭이 손처럼.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 달라는 소원은 이루어질 겁니다. 환자를 받지 않는 응급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이 없어지는 방식으로. 응급의료를 하는 게 비상식인이 되는 멋진 신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