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6년 10월 7일 · 변호사 김영빈
병역면제 — 신성한 의무라면서, 안 가는 게 포상입니까
병역은 신성한 의무라면서, 그 의무를 덜어 주는 것은 금메달에 따르는 큰 혜택이 됩니다. 군복무를 특별한 희생이 아니라고 본 헌법재판소 결정과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나란히 놓고, 스포츠 성적에 대한 포상을 병역특례로 제공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힙니다.
의무를 요구받는 사람에게도, 예외를 두는 이유는 설명되어야 합니다

병역은 신성한 의무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특별한 희생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의무를 덜어 주는 것은 혜택입니다. 금메달에 따라오는, 아주 큰 혜택입니다.
보상해야 할 특별한 희생은 아니라면서, 그 의무를 피하게 해 주는 것은 보상이 됩니다. 군대에 갈 사람에게 하는 설명과 가지 않아도 될 사람에게 하는 설명이 이렇게 다릅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도 병역특례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부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군 면제 관련 언행까지 문제가 됐습니다. 관련 보도
하지만 혜택을 받은 선수가 조용하고 겸손하게 기뻐했더라도, 국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남습니다.
왜 그 사람들은 이 의무를 다르게 부담해도 되는 것입니까.

1. 의무라는 말로 손실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군 가산점 위헌결정에서 군복무를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설명하며 이렇게 썼습니다.
“국가나 공익목적을 위하여 개인이 특별한 희생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헌법 제39조 제2항이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보상이나 특혜를 국가에 의무화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그렇다고 군복무로 현실적인 손실이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결정문은 취업 준비 등에 불리해지는 사정을 인정하고 사회복귀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다른 사람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당시의 가산점제도였습니다. 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결정
국가가 모든 손실을 보상할 헌법상 의무는 없다는 말로, 군대에 가는 사람이 잃는 시간과 기회까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 손실의 크기를 병역특례 제도가 그대로 말해 줍니다.
흔히 병역면제라고 부르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 선수가 받는 것은 예술·체육요원 편입 자격입니다. 병역의무가 전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분야에서 34개월 복무하고, 그 기간에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도 544시간 이행해야 합니다. 병무청 제도소개·복무관리 안내
그 기간에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병무청의 복무분야 안내에는 프로팀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포함돼 있습니다. 현역복무 때문에 경력을 장기간 중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 일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토록 큰 혜택이라면, 자기 일을 멈추고 군대에 가는 사람의 부담도 그만큼 큽니다. 법률상 명칭을 정확히 붙여도 이 차이는 남습니다.

2. 기준을 적어 놓았다고 투명한 제도는 아닙니다
저는 불투명한 제도를 싫어합니다. 그런 제도는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휴대폰 요금제를 싫어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조건을 전부 적어 놓았다는 것과, 무엇을 부담하고 무엇을 받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병역특례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조건 자체는 명확합니다. 금메달을 따면 자격을 얻고, 은메달만으로는 얻지 못합니다. 누가 대상인지 찾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그 대회, 그 성적이어야 하는지는 별도로 설명해야 합니다. 왜 그 성과가 현역복무를 대신할 자격으로 이어지는지, 그 예외를 통해 국민이 무엇을 얻는지, 같은 공로를 다른 방식으로 보상하면 왜 부족한지가 함께 설명되어야 합니다.
누가 혜택을 받는지는 알겠는데, 왜 그 사람들만 받아야 하는지는 납득할 수 없다면 조건을 공개한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례를 받는 사람에게는 자격 요건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제도 밖에서 병역을 이행하는 사람에게는 다릅니다. 자신도 똑같이 부담하는 의무를 왜 누군가는 다른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 사람에게 '법에 그렇게 적혀 있다'고 답하면, 그 법을 왜 그렇게 만들었느냐는 질문만 남습니다.

3. 국위선양과 경력 보호로 어디까지 설명됩니까
병무청은 예술·체육요원을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특기자가 군복무 대신 해당 분야에서 복무하는 제도라고 설명합니다. 병무청 제도소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사실과 그 공로에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로가 크다는 것만으로 보상의 내용까지 자동으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포상금도, 훈련 지원도 있는데 왜 병역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까.
선수의 전성기가 짧고 군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이 크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관련 보도
그렇다면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의 전성기는 어떻습니까. 같은 종목의 선수라면 경력이 중단될 때 입는 손실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금메달과 은메달 사이에서 군복무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특례 자격은 달라집니다.
경력 단절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이 차이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성적에 대한 포상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력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공로에 보상하려는 것인지, 어느 쪽으로 설명해도 왜 병역에 예외를 두어야 하는지까지 답해야 합니다.
선수 밖으로 나오면 질문은 더 커집니다. 다른 청년도 공부를 이어 가고, 일을 배우고, 취업을 준비하다 군대에 갑니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고 내놓을 성과가 없을 뿐, 그 사람에게도 지금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유명한 선수의 경력은 보호할 이유가 잘 보이고, 평범한 청년의 경력은 그렇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의무의 무게를 달리할 수는 없습니다.
4. 받는 사람에게 좋다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적은 제도라면, 그 소수에게 혜택을 주어야 할 공적인 이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성립해야 합니다. 수혜자가 좋아한다는 사실로는 그 제도가 있어야 할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병역특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누구는 자기 직업을 이어 갈 수 있고, 누구는 그 일을 멈추고 입영해야 합니다.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에게 그 차이를 설명하지 못하면서, 의무의 신성함만 강조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누구를 특례 대상에 더 넣을지에 앞서, 스포츠 성적을 이유로 병역 부담을 덜어 주는 제도가 지금도 필요한지부터 물어야 합니다. 이미 제도가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있어야 한다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스포츠 성적에 대한 포상을 병역특례로 제공하는 방식에 반대합니다. 국위선양의 공로를 인정한다면 그에 맞는 예산을 쓰고, 누구에게 얼마를 왜 지원하는지 설명하면 됩니다. 공로에 보상할 책임을 병역의 예외를 주는 것으로 해결할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특례를 받은 선수에게 겸손을 요구하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그 선수가 겸손해져도, 예외 밖에 있는 사람의 의무는 그대로입니다.
병역이 공동의 의무라면, 그 의무의 예외도 의무를 요구받는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성한 의무라고 할 때는 당연히 받아들이라고 하고, 누구에게는 그 의무를 덜어 주면서 혜택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도 왜 그런 예외가 필요한지 묻는 사람에게 납득할 답을 주지 못한다면, 그 의무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부터 의심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