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12일 · 변호사 김영빈
처벌불원서 양식 — 가장 짧은 서류가 가장 늦게 옵니다
처벌불원서는 정해진 양식이 없고, 형사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넣으면 그것이 처벌불원서입니다. 그대로 쓸 수 있는 합의서 양식과 민형사상 일체 문구의 뜻, 합의금 호가 앞에서 거꾸로 계산하는 방법, 형사공탁의 한계를 정리하고, 선고 직전에 도착한 처벌불원서로 강제추행 사건이 벌금 300만 원과 공개·고지·취업제한명령 면제로 끝난 기록을 따라갑니다.
합의서 양식, 그리고 그 종이를
선고 전에 받아 낸 강제추행 사건

처벌불원서 양식 — 이대로 쓰시면 됩니다
처벌불원서는 법에 정해진 양식이 없습니다. 형사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넣으면 그것이 처벌불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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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의 서 (처벌불원서) 사건: ○○지방법원 20○○고단○○○ 강제추행 (수사 중이면 ○○경찰서 사건번호) 피고인(피의자): ○○○ 피해자: ○○○ 1.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합의금 ○○○만 원을 지급하고, 피해자는 이를 받았습니다. 2.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았으며, 위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 3. 피해자는 이 합의로 위 사건에 관한 민형사상 일체의 문제를 끝내며, 앞으로 위 사건과 관련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어떠한 청구나 이의도 하지 않겠습니다. 20○○. ○. ○. 피고인 ○○○ (서명) · 피해자 ○○○ (서명 또는 날인) ○○지방법원 형사○단독 귀중 첨부: 피해자 신분증 사본 1부 |
본문은 3줄입니다.
합의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더 다투지 않겠다.
제목을 합의서라고 쓰든 처벌불원서라고 쓰든 상관없고, A4 한 장에 손글씨로 써도 서류로서는 완전합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제목이 아니라 그 안에 든 것입니다. 사건번호와 피고인의 이름, 쓰는 사람이 이 사건의 피해자 본인이라는 것, 합의가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2번 줄입니다.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 한 문장을 받으려고 나머지가 있습니다. 1번 줄에는 얼마를 주고받았는지까지 적어 두어야 나중에 다툴 일이 줄어듭니다.
3번 줄의 「민형사상 일체」는 빼면 안 됩니다. 형사사건의 합의는 사건 2개를 함께 끝내는 일입니다. 국가가 처벌하는 형사사건이 하나, 피해자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민사사건이 하나입니다. 2번 줄까지는 형사 쪽 이야기이고, 3번 줄이 없으면 민사는 열려 있습니다. 합의금 2,000만 원을 주고 처벌불원서까지 받았는데 몇 달 뒤 손해배상 소장이 날아오는 일이 실제로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일정한 돈을 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뒤에 더 큰 손해가 생겼다며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봅니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다19206 판결). 포기한다는 문장이 종이에 있어야 그 효과가 생깁니다.
피해자가 3번 줄은 못 써 주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받는 돈으로는 손해에 못 미치니 민사는 민사대로 하겠다는 뜻입니다. 저는 대부분 그대로 받으시라고 합니다. 이유는 시간입니다. 형사재판의 선고는 합의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대신 그 돈이 무엇의 값인지를 1번 줄에 적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하면서 받은 돈은, 위자료라고 따로 적지 않았다면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본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46894 판결). 위자료로 주는 돈이라면 1번 줄을 「합의금 ○○○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하고」로 써 두어야 그 돈이 위자료로 계산됩니다. 반쪽짜리 합의일수록 문장은 더 정확해야 합니다.
작성일과 서명 또는 날인을 하고, 피해자의 신분증 사본이나 인감증명서를 붙입니다. 피해자 본인이 쓴 것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수사 중이면 담당 수사관에게, 사건이 검사에게 넘어갔으면 공소청 담당 검사에게, 기소된 뒤면 재판부에 냅니다.
피고인의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가 대신 쓸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선처를 바라며 쓰는 서류는 탄원서입니다. 양형기준은 피해자의 처벌불원을 형을 줄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두고 있지만, 제3자의 탄원은 그 목록에 없습니다. 탄원서 10장을 내도 처벌불원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그 한 장이 오지 않던 사건

선고를 앞둔 강제추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결심공판까지 끝나서, 서면으로 낼 수 있는 것은 다 낸 뒤였습니다. 기록에 더할 수 있는 서류는 이제 한 장뿐이었는데, 그 한 장이 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수사 단계부터 마지막 재판까지, 합의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액수가 문제였던 적도 있고, 액수 이전의 문제였던 적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연락할 길이 없었습니다.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거나 재판하는 공무원은 피해자의 이름·주소 같은 인적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줄 수 없습니다. 피의자 쪽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아도 어디 사는지, 번호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수소문해서 직접 찾아가는 순간, 그것은 합의 시도가 아니라 2차 피해가 됩니다. 양형기준은 합의를 시도하면서 피해자를 괴롭히거나 압력을 넣은 것을 형을 무겁게 하는 사정으로 둡니다. 법원은 구속 여부를 정할 때 피해자에게 해를 끼칠 우려를 따지므로, 합의하러 찾아간 일이 구속을 걱정할 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도 담당 수사관을 통해 합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는 데서 시작했고, 피해자가 응할 때만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상대는 합의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성범죄의 친고죄는 2013년 6월 19일에 없어졌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강제추행 재판은 그대로 갑니다. 피해자에게 합의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고, 그 선택을 움직이는 것은 시간과 진정성,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액수입니다.
그리고 감정이 있었습니다. 수사 초기에 혐의를 부인하다가 재판에 와서 합의를 꺼내면 피해자 쪽에서는 「이제 와서」가 됩니다. 반대로 너무 서두르면 「돈으로 덮으려 한다」가 됩니다. 돈보다 사과가 먼저 건너가야 하는데, 변호인이 전할 수 있는 것은 서면과 말뿐이라 그 사과를 믿게 만드는 데까지가 일입니다. 이 사건에서 번번이 무산된 이유도 절반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합의금 — 호가에 화내지 말고 거꾸로 계산합니다
상담실에서는 법정형과 상관없어 보이는 호가를 자주 듣습니다. 가해자 쪽이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을 피해자 쪽도 알기 때문입니다. 직장, 가족, 신상정보. 처벌불원서에 걸린 것이 많을수록 그 종이의 값은 올라갑니다.
이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호가에 감정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건 갈취 아니냐」로 가는 순간 합의는 끝나고, 그 말이 피해자에게 전해지면 양형에서 2차 피해를 일으킨 사정으로 불리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호가는 호가일 뿐입니다. 협상이 시작되는 숫자이지 결론이 아니고, 이 사건의 합의금도 처음 제시된 액수가 아니었습니다.
판단은 거꾸로 계산해서 합니다. 이 합의로 벌금이 얼마에서 얼마로 줄어드는지, 징역형 위험이 집행유예로 내려오는지,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과 취업제한명령을 면할 여지가 생기는지, 그 결과가 직장과 가족에게 무엇인지. 그 값과 호가를 나란히 놓고 정합니다. 이 계산은 사건마다 완전히 달라서 일률적인 시세표는 없습니다. 있다고 말하는 곳이 있다면 오히려 의심하셔야 합니다.
결심이 끝나도 오지 않으면 — 공탁
이 사건은 결심공판까지 합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고를 앞두고 형사공탁을 했습니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모르는 피고인이, 재판 중인 사건번호와 공소장에 적힌 피해자의 이름(성이나 가명)으로 합의금에 해당하는 돈을 공탁소에 맡기는 제도입니다. 기소된 뒤 재판이 열린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서 하는 것이라, 수사 단계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공탁은 합의가 아닙니다. 피고인이 공탁을 하면 법원은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듣습니다. 피해자가 그 돈을 받지 않겠다고 공탁소에 알리면, 그 돈은 피해자에게 가지 않고 피고인이 다시 찾아갈 수 있는 돈으로 남습니다. 피해자가 돈을 거절하고 처벌을 원한다고 말하는 사건에서, 법원은 일방적인 공탁에 큰 무게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탁을 걸어 둔 뒤에도 합의 시도는 계속해야 합니다. 이 사건이 그랬습니다.
3줄이 도착한 날
공탁을 해 둔 뒤에도 이어 간 합의 시도 끝에, 처벌불원서는 선고 직전에 도착했습니다. 합의금은 2,000만 원이었습니다. 벌금형이 예상되던 강제추행 사건에 붙은 값으로는 무거운 액수였고, 의뢰인은 오래 고민한 끝에 그 값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선고는 벌금 300만 원이었습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붙었고,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과 취업제한명령은 면제됐습니다. 신상정보 등록은 강제추행이면 벌금형이어도 10년 동안 따라옵니다. 판결문의 양형이유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여 원만히 합의하였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장이 적혔습니다.

이 결과를 합의 하나가 만든 것은 아닙니다. 초범이었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처음부터 같았고, 유형력의 정도에 관한 변론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래도 그 판결문에서 가장 무거운 문장을 꼽으라면, 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그 한 줄을 꼽겠습니다. 2,000만 원이 산 것은 벌금 몇백만 원의 감경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공개되지 않은 신상, 유지된 직장, 끝난 사건.
그 종이가 선고 다음 날 왔다면 1심 판결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선고 뒤 7일 안에 항소해서 2심에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은 재판을 한 번 더 하는 일입니다.

양식은 A4 한 장이 전부입니다.
그 종이가 선고 전에
재판부까지 오게 하려면,
처음 연락하는 길과
액수와 3번 줄의 문장까지
변호인과 함께
정하셔야 합니다.
가장 짧은 서류가 대체로 가장 늦게 옵니다. 그래도 선고 전에 오면 됩니다.
※ 본문의 사건은 실제 수행 사건을 바탕으로,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