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2026년 8월 10일 · 변호사 김영빈
산재 처리방법 -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다친 날부터 시간 순서대로, 마디마다 챙길 일 하나씩만 짚는 산재 처리 안내입니다. 공상 제안 대응, 신청 주체, 시효, 그리고 공단이 주지 않는 돈까지 담았습니다.
다친 날부터 시간 순서대로, 마디마다 하나씩만 챙기시면 큰 줄기는 놓치지 않습니다.
일하다 다치면 그날부터 낯선 단어가 쏟아집니다. 요양급여, 휴업급여, 공상, 장해등급, 심사청구. 검색해 보면 제도 설명은 이미 넘칩니다. 그런데 정작 “그래서 오늘 내가 뭘 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는 글은 드뭅니다.
이 글은 반대로 갑니다. 제도 해설은 줄이고, 다친 날부터 시간 순서대로 그 시점에 챙길 일을 하나씩만 짚습니다. 산재 처리의 큰 줄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갈림길이 몇 군데 있을 뿐이고, 거기서만 방향을 제대로 잡으시면 됩니다.
다친 날 - 병원에서 할 말은 한 문장입니다
치료가 먼저입니다. 서류도, 회사와의 이야기도 전부 나중에 해도 됩니다.
여기서 할 일 → 병원에서 “일하다 다쳤습니다”라고 말하기. 그게 전부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작업을 하다 다쳤는지가 첫 진료기록에 남는 것 — 이것이 산재 처리 전체에서 가장 값싸고 가장 힘이 센 증거입니다. 시간이 지나 “그 부상이 정말 일 때문이냐”를 다투게 되었을 때, 사고 당일 의무기록의 첫 줄만큼 강한 문서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사고가 아주 크지는 않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래 것들을 추가로 챙겨 두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사고 자리 사진 — 다친 지점만이 아니라 기계·바닥·주변 상태까지 넓게
- 함께 있던 동료의 이름과 연락처
- 근처 CCTV 위치 — 영상은 짧으면 몇 주 만에 지워지니, 어디에 있는지 알아 두는 것만으로도 다릅니다
- 그날 작업을 지시받은 기록 — 문자, 카톡, 작업일지
이 넷은 나중에 구하려면 어렵고, 그날 챙기면 쉽습니다. 첫날 몫은 여기까지입니다.
며칠 안에 - “공상으로 하자”는 말이 나옵니다
이 무렵 회사가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재 말고, 치료비는 회사가 다 댈게.” 이른바 공상 처리입니다. 여기가 첫 갈림길입니다.
여기서 할 일 → 없습니다. 합의서에 오늘 서명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전부입니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상 합의서에 서명을 했더라도 산재를 신청할 권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산재보험 급여를 받을 권리는 법이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 준 것이라, 회사와의 약속으로 없앨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미 받은 치료비와의 정산 문제가 남고, 치료가 길어지거나 몸에 장해가 남으면 공상 합의금으로는 어림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상이 왜 위험한지, 어떤 경우라면 받아들일 만한지는 다음 글에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한 달 안에 - 산재 신청은 회사가 아니라 내가 합니다
가장 흔한 오해가 “산재 처리는 회사가 해 주는 것”입니다. 반대입니다. 산재 신청의 주인은 다친 사람 본인입니다.
여기서 할 일 → 요양급여신청서와 의사 소견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
회사의 동의도, 확인 도장도 필요 없습니다. 예전에는 신청서에 사업주 확인란이 있었지만 2018년에 폐지되었습니다. 회사가 반대해도, “우리는 산재 처리 안 해 준다”고 잘라 말해도, 신청은 됩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이미 생긴 권리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산재 지정 병원에 계시다면 더 단순해집니다. 원무과에 “산재로 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대부분의 서류가 움직입니다. 승인까지는 보통 몇 주쯤 걸리는데, 기다리는 동안 치료비는 일단 건강보험으로 처리하시면 되고, 승인이 나면 나중에 정산됩니다.
서두르실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는 3년, 장해급여는 5년이 지나면 청구할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치료받는 동안 - 청구해야 나오는 돈입니다
승인이 나면 치료비는 공단이 부담하고, 일을 쉬는 날에 대해서는 평균임금의 70%가 휴업급여로 나옵니다. 요양이 4일 이상 필요한 재해라면 대상입니다.
여기서 할 일 → 일하지 못한 기간의 휴업급여를 빠짐없이 청구.
휴업급여는 자동으로 들어오는 돈이 아니라 청구해야 나오는 돈입니다. 그리고 70%라는 숫자가 이미 말해 주듯, 공단이 주는 돈에는 처음부터 담기지 않는 몫이 있습니다. 그 계산은 산재 휴업급여 - 공단이 주는 돈과 못 주는 돈에 적어 두었습니다.
치료가 끝나면 - 등급의 시간입니다
더 치료해도 좋아지지 않는 상태, 법의 말로 “치유”에 이르면 요양이 끝납니다. 몸에 남은 문제가 있다면 이제 등급의 시간입니다.
여기서 할 일 → 장해급여 신청. 공단이 1급부터 14급까지 등급을 정합니다.
이 등급이 연금이냐 일시금이냐, 금액이 얼마냐를 정하니 가볍게 지나갈 절차는 아닙니다. 다만 등급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함께 알고 계셔야 합니다. 등급은 공단에서 통하는 말이고,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에서는 전혀 다른 계산이 기다립니다. 그 이야기는 산재 장해등급 - 법원은 등급을 쓰지 않습니다에 있습니다.
그 후에 - 공단이 준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여기까지가 산재보험의 절차이고, 사실 대부분 혼자 하실 수 있습니다. 위 다섯 마디에서 변호사가 꼭 필요한 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공단이 주는 돈에는 위자료가 한 푼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임금의 나머지 30%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회사의 안전조치가 부족해서 난 사고라면 그 나머지를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양식이 있는 신청이 아니라 다툼입니다. 과실 비율, 노동능력상실률, 이미 받은 급여의 공제 — 여기서부터는 계산 하나하나가 돈의 크기를 바꿉니다.
불승인이 나온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정을 안 날로부터 90일 안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고, 재심사청구와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절차가 있습니다. 혼자 가기 어려운 구간은 결국 이 두 곳입니다. 공단과 다투게 될 때, 그리고 회사에 청구할 때.
저는 창원에서 산재 사건을 양쪽 자리에서 다뤄 봤습니다. 회사를 방어하는 자리에서는 근로자 측 청구가 어디서 무너지는지를 보았고, 그 경험은 반대편에 설 때 그대로 쓰입니다. 여기까지 큰 줄기를 놓치지 않고 오셨다면, 남은 두 갈림길에서는 혼자 오래 고민하지 마시고 물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