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2026년 8월 12일 · 변호사 김영빈
상간소송 - 가장 비싼 선택은 무시입니다
상간 소장을 받았다면 30일 안에 답변서가 필요합니다. 무시하면 청구액이 그대로 판결이 되는 구조, 다퉈지는 세 지점, 소장 받은 날 해야 할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청구하는 쪽과 받은 쪽, 양쪽을 대리해 본 변호사가 소장 이후의 30일을 적었습니다.
등기우편 하나로 시작됩니다. 법원 이름이 찍힌 봉투, 소장이라는 제목, “위자료로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청구취지. 배우자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이유로 소장을 받아 든 분들의 질문은 대개 둘로 모입니다. 정말 물어야 하는 건가. 물어야 한다면 저 금액 그대로인가.
답부터 드리면, 청구서의 숫자가 그대로 판결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판결문이 되는 길이 딱 하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무시하면 소장의 숫자가 판결의 숫자가 됩니다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합니다. 봉투 안에 그 안내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은 원고가 쓴 청구 원인 사실을 그대로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 법정에 한 번 서 보지도 못하고, 원고가 쓴 문장이 그대로 사실로 확정된다는 뜻입니다. 30일을 넘겼다고 그 자리에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 선고 전까지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가 들어가면 무변론 판결은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무렵이면 선고기일이 이미 잡혀 통지된 상태고, 법원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다음은 집행입니다. 통장과 급여가 압류되고, 판결문에는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활자로 남습니다. 돈으로 끝나지 않는 기록입니다.
청구액은 부르는 값입니다
청구는 원고가 정하는 숫자고, 판결은 법원이 정하는 숫자입니다. 원고 대리인은 협상과 소송의 여지를 두고 높게 부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법원이 실제로 인정하는 위자료는 사정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혼인 기간,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그 관계로 혼인이 깨졌는지 유지되고 있는지, 자녀가 있는지. 실무에서 인정되는 금액은 청구액보다 낮은 경우가 많고, 사정에 따라 수백만 원대에서 수천만 원대까지 폭이 넓습니다. 그리고 소송비용은 지는 비율만큼 나눠 지기 때문에, 원고가 전부를 받아내지 못하면 원고도 비용의 일부를 부담합니다.
숫자에 눌려서 판단을 멈추지 마시라는 뜻입니다. 그 숫자는 아직 아무도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다퉈지는 지점은 정해져 있습니다
- 알았는가. 상대가 기혼임을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면 책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몰랐다”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만난 경위·주고받은 대화·상대의 행동 같은 정황으로 증명하는 문제입니다.
- 이미 깨진 부부였는가. 법원이 굳혀 둔 규칙이 있습니다 —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난 뒤의 만남은 위자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별거 중이었는지, 이혼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는지가 여기서 다퉈집니다.
- 액수. 기간과 정도, 경위, 그리고 이미 지급된 돈. 배우자나 다른 상간자가 원고에게 이미 물어준 돈이 있으면 셈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구조는 배우자의 상간 상대가 둘이었습니다에 실제 사건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하나 더 — 시간입니다. 위자료 청구는 원고가 그 관계와 상대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원고가 알고도 3년 넘게 지나 소를 냈다면, 그 자체가 다툴 지점입니다.
상대는 준비하고 왔습니다
소장 뒤에는 증거 목록이 붙어 있습니다. 메시지, 사진, 숙박 기록, 차량 기록. 원고 쪽은 소를 내기 전에 증거부터 모읍니다 — 어떻게 모으는지는 청구하는 쪽에서 쓴 글, 모텔 CCTV는 보름이면 사라집니다 — 상간 증거, 법원 신청만으론 늦습니다에 있습니다. 소장이 왔다는 것은 그 수집이 끝났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받은 쪽의 첫 판단은 “부인할 것인가 인정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증거 대조가 먼저입니다. 무엇이 증명되어 있고 무엇이 원고의 추측인지를 가른 다음에야, 다툴 것과 인정할 것이 정해집니다. 이 순서가 뒤집히면 — 증거로 확정된 사실을 부인하다가 걸리면 — 그 답변서는 위자료를 깎는 게 아니라 올립니다.
증거를 지우거나 관련자와 말을 맞추려는 시도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상황이 다른 종류의 사건으로 번집니다.
하지 말 것 하나, 할 것 셋
딱 하나만 하지 마십시오. 원고에게 연락하는 것입니다. 사과도, 해명도, 항의도 —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이 전부 원고의 다음 증거가 됩니다. 말이 격해지면 협박이다 명예훼손이다, 형사 시비까지 붙습니다. 합의할 생각이 있어도 직접은 아닙니다.
할 것은 셋입니다. 오늘 다 됩니다.
- 소장 받은 날짜를 적어 두십시오 — 30일이 그날부터 흐릅니다.
- 소장과 증거를 전부 사진으로 남겨 두십시오 — 버리지도, 구기지도 말고.
- 그 관계의 연락을 오늘부로 끊으십시오 — 소송 중의 연락 한 줄이 새 증거가 됩니다.
그다음이 어려운 쪽입니다. 증거를 대조하고, 다툴 곳을 고르고, 답변서의 수위를 정하고, 조정에서 얼마에 끊을지 — 이건 30일 안에 변호사와 정하실 일입니다.
양쪽에서 해 봤습니다
저는 이 소송을 양쪽에서 대리해 봤습니다. 청구하는 쪽에서는 증거를 모으고 소장을 썼습니다. 받은 쪽에서는 3,000만 원의 청구를 1,000만 원 이하로 끝내 봤습니다. 두 자리에서 배운 것은 같은 사실입니다 — 답변서가 숫자를 바꿉니다. 다툴 지점을 정확히 짚은 답변서가 들어오면 청구하는 쪽의 셈법부터 달라지고, 조정 테이블의 숫자가 내려옵니다. 그리고 아무 답변이 없는 상대에게서는, 청구한 그대로 받아 갑니다.
상간 소송에서 가장 비싼 선택은 부인도 인정도 아닙니다. 무시입니다. 30일은 생각보다 길지만, 그 시계는 봉투를 뜯기 전부터 이미 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