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2026년 6월 17일 · 변호사 김영빈

모텔 CCTV는 보름이면 사라집니다 — 상간 증거, 법원 신청만으론 늦습니다

상간 소송에서 가장 직접적인 증거인 모텔 CCTV는 보름이면 사라집니다. 법원 증거보전 신청과 보관처 협조요청을 동시에 보내고 현장에 직접 찾아가, 사라질 증거를 지켜낸 실제 사건.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게 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증거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드나든 숙박업소의 CCTV. 그런데 그것을 확보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이미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 뒤입니다. 대부분의 숙박업소 CCTV는 보름 안팎이면 자동으로 덮어쓰여 사라집니다.

제가 맡았던 상간 사건 하나가 그 시간 싸움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교과서에 없는 한 가지 덕분에 증거를 지켰습니다.

‘함께 들어갔다’만으로는, 증명되지 않습니다

의뢰인은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배우자가 특정 일자에 어느 숙박업소로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했고, 추궁 끝에 자백과 각서까지 받았습니다. 부정행위의 윤곽은 잡힌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소송에는 오래된 대원칙이 있습니다.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한다.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쪽이 그것을 증명해 내야 하고, 상대가 인정하지 않으면 의심만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문제는, ‘모텔에 함께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는 의외로 부정행위가 증명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입니다. 자백과 각서는 나중에 “강압당한 것”이라며 번복되기도 하고, 블랙박스에 찍힌 것은 ‘함께 들어가는 모습’까지일 뿐입니다. 그 뒤로 상대가 둘러댈 수 있는 말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출장 때문에 동행했을 뿐 각자 다른 방을 썼다”, 심지어 “그 안에서 그림을 그리며 심리 상담을 했다” — 억지스럽게 들리시겠지만, 실제 사건에서 드물지 않게 나오는 변명입니다. 그리고 법정은 ‘얼마나 억지스러운가’가 아니라 ‘증명되었는가’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두 사람이 그 안에서 ‘함께 머문 시간’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들어가는 한 장면이 아니라, 한 방으로 들어가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오는 흐름. 그것은 숙박업소 내부 CCTV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CCTV의 보관 시한은 약 15일. 의뢰인이 저를 찾아왔을 때, 사건이 있던 날로부터 이미 열흘 넘게 지나 있었습니다.

사라질 증거는, 법원이 미리 잡아 둡니다

이럴 때 쓰는 제도가 증거보전입니다. 본안 소송(이혼·상간 손해배상)을 정식으로 내기 전이라도, 그대로 두면 사라질 증거를 법원이 미리 조사해 확보해 두는 절차입니다. CCTV 영상이나 차량 출입기록처럼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증거에 꼭 필요합니다.

저는 곧바로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했습니다. 특정 숙박업소의, 특정 일시(그날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후 1시까지) CCTV 영상 일체를 검증·감정의 방법으로 보전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원 신청만으로는 늦습니다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증거보전은 법원 절차 중에서도 빠른 축에 속합니다. 본래 ‘그대로 두면 증거가 사라진다’는 긴급함을 전제로 하는 제도라, 법원도 일반 사건보다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느린 관료제라서 늦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증거가 그 신속함보다 더 빨리 사라진다는 데 있습니다. 신청 → 심리·결정 → 실제 집행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며칠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상간 추정일로부터 신청 시점에 이미 12일이 지나 있었습니다. 보관 시한 15일에서, 남은 시간은 손에 꼽혔습니다. 법원이 제 속도로 가장 빠르게 움직여도, CCTV가 그보다 먼저 덮어쓰일 수 있는 상황. 신청서를 내고 결정을 기다리는 것은, 증거가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무렵 두 통을 보냈습니다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한 바로 그 무렵, 저는 CCTV를 보관하고 있는 숙박업소에 직접 한 통의 공문을 더 보냈습니다. 협조요청서였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법원에 이러이러한 증거보전을 신청했고(신청서와 사건 조회 내역을 첨부합니다), 법원의 결정이 곧 그쪽으로 도착할 것입니다. 다만 결정이 도착하기 전에 보관 시한이 지날 위험이 있으니, 그 일시의 CCTV만은 미리 복사해 보관해 주시고, 추후 법원 결정에 따라 제출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십시오.”

법원의 공식 절차는 시간이 걸리고, CCTV는 그 시간을 못 버틴다 — 그 간극을, 보관처에 직접 보내는 협조요청으로 메운 것입니다. 강제력은 없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하는 공문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차가 도착하기 전에 증거를 ‘붙잡아 두는 손’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걸음은, 사람이 갑니다

그런데 공문 한 장을 우편으로 부치는 것으로 안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며칠이 증거의 생사를 갈랐으니까요.

그래서 사람이 직접 갔습니다. 숙박업소를 찾아가 공문을 전하면서,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했습니다. 바쁜 업장 입장에서 남의 소송에 협조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저 사정을 듣고 마음을 내어 주기를 바라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 CCTV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뒤이어 법원의 증거보전 결정이 도착했고, 보관돼 있던 영상이 정식으로 확보됐습니다. 사라질 뻔한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증거는, 권리가 있다고 저절로 남지 않습니다

확보된 CCTV는 두 사람이 함께 머문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사건은 의뢰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조정이 성립되어 마무리됐습니다.

상간 사건의 의뢰인들께 늘 말씀드리는 것이 있습니다. 억울함이 크다고 해서 증거가 저절로 남아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는 것. 특히 CCTV처럼 시한이 정해진 증거는, 분노하고 고민하는 사이에 조용히 사라집니다. 그리고 한 번 덮어쓰이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법이 보장하는 절차(증거보전)를 가장 빠르게 밟는 것, 그리고 그 절차가 도착하기 전에 증거가 사라지지 않도록 현장에 손을 써 두는 것 — 이 둘은 함께 가야 합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보름을 못 버팁니다.

혹시 지금 그 시간 싸움의 한가운데 계시다면, 가장 먼저 하셔야 할 일은 마음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계를 보는 것입니다.

사건의 다음 결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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