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10월 28일 · 변호사 김영빈
협박죄 성립요건 - 살인예고 글이 무죄가 된 이유
협박죄는 해악을 알린 말이 누구를 향했고 그 사람이 특정되는지에서 갈립니다. 지하철역 앞 매장에서 사람들을 찌르겠다는 살인예고 글로 기소된 사건에서, 적힌 매장은 이미 없었고 공소장의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로는 피해자를 셀 수조차 없었으며, 검사가 더한 신고자·열람자와 항소심의 경찰관도 협박의 피해자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협박은 1심과 항소심 모두 무죄였습니다. 공중협박죄(형법 제116조의2)가 생긴 뒤에는 같은 글이 처벌된다는 점과, 홧김에 한 말이나 「고소하겠다」는 말이 협박으로 고소됐을 때 다투는 곳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었지만,
그 말이 겨눈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희가 맡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장소와 사실관계는 새로 구성했습니다.

협박죄 성립요건은 말이 얼마나 험했느냐가 아닙니다.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알렸는가, 그 말이 누구를 향했는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정해져 있는가. 이 3가지가 맞아야 협박죄가 되고, 실제로 그럴 생각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다만 다투다 나온 감정적 욕설이고 해칠 뜻이 없다는 것이 주위 사정으로 분명하면, 대법원은 협박이 아니라고 봅니다.
홧김에 보낸 메시지 한 줄로 협박 고소를 당하셨다면, 다툴 곳도 말의 세기가 아니라 그 말이 나온 장면과 그 말이 향한 사람입니다. 저희가 맡았던 사건 가운데 지하철역 앞 매장에서 사람들을 찌르겠다고 예고한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의 협박은 무죄였습니다. 말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 말이 겨눈 사람이 법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여름, 역 앞 매장에서 사람들을 찌르겠다는 글

2023년 7월 21일 신림역 부근에서, 8월 3일 서현역에서 잇따라 흉기 난동이 일어나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며칠 사이 인터넷에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어디에서 몇 시에 누구를 죽이겠다는 글들이었고, 경찰은 예고된 장소마다 인력을 보내 순찰했습니다.
그 무렵 한 사람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다음 날 오후 서울 도심의 한 지하철역 앞 신발 매장에 흉기를 들고 가서 사람들을 찌르겠다는 글이었고, 말리러 오는 사람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그 매장 안이라며 찍은 사진도 붙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붙잡혀 구속된 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글에 붙은 죄명은 협박, 공소장에 적힌 피해자는 「그 역 일대를 오가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변호를 저희가 맡았습니다.
협박죄는 「사람」을 협박한 죄입니다
피고인은 글을 올린 사실을 처음부터 전부 인정했고, 검사가 낸 증거에도 모두 동의했습니다. 그 여름, 그런 글을 올린 사람의 편에 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실을 다 인정하는 것과, 그 사실이 그 죄에 해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형법 제283조는 「사람을 협박한 자」를 처벌합니다. 사람입니다. 협박죄는 국가나 사회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평온을 지키는 죄라서, 해악을 들은 상대방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게다가 단순협박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으니, 그 뜻을 물어볼 수 있을 만큼 피해자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그 역 일대를 오가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는 처벌 의사를 물을 수 없습니다. 몇 명인지도 셀 수 없습니다.
첫 변호인 의견서에서 먼저 든 근거는 법무부의 발표문이었습니다. 2023년 8월 9일 법무부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살인 예고처럼 공중의 생명·신체에 공포심을 일으키는 글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고, 저희는 이 발표문을 의견서에 그대로 참고자료로 붙였습니다.
새로 만들겠다는 말은,
지금은 없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있는 조문으로 처벌이 된다면, 새 조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의견서에는 말로 남을 해치는 다른 사건의 대법원 판례도 붙였습니다. 명예훼손에서는 이름 대신 이니셜만 썼더라도 주변 사정으로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차릴 수 있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봅니다. 반대로 집단을 통째로 가리키면 그 집단의 크기를 봅니다. 모욕죄 사건에서 방송사 아나운서 295명을 두고 한 말에도, 대형 인터넷 카페의 회원들을 두고 한 말에도 대법원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특정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295명도 특정되지 않는다면, 하루에 몇 명이 지나는지 셀 수도 없는 서울 도심의 지하철역은 답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협박을 유죄로 본 하급심 판결 2건을 들었습니다. 특정 학교 여학생들을 겨냥하며 교복 입은 학생 사진을 함께 올린 사건, 인천공항의 특정 화장실에 가짜 폭발물을 둔 사건이었습니다. 앞의 것은 그 학교 학생들로, 뒤의 것은 그 화장실을 쓰는 사람과 공항 경비 인력으로 대상이 좁혀집니다. 역 하나를 지나는 모든 사람과는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매장은, 없었습니다
게시글이 지목한 것은 역 전체가 아니라 역 앞의 특정 신발 매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매장을 찾아봤습니다.
없었습니다. 그 신발 매장은 한참 전에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는 이미 다른 가게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첨부된 사진도 그 매장이 아니었습니다. 사진에는 커피 머신과 메뉴판이 보였습니다. 신발 매장에 커피 머신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 역과 아무 상관없는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의견서에는 이것을 허무(虛無)의 장소에 대한 해악의 고지라고 적었습니다.
세상에 없는 장소 근처에
있을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검사가 피해자를 다시 찾아냈습니다
검사도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재판 도중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은 그대로 두고 그 앞에 두 사람을 더했습니다. 그 글을 보고 112에 신고한 사람, 그리고 그 글을 열람한 사람 1명입니다. 통신사에 자료를 요청해 실제로 글을 본 사람을 찾아낸 것입니다. 이제 공소장에는 「시민들」 말고도, 그 글을 실제로 본 사람이 피해자로 올라 있었습니다. 그 두 사람만큼은 누구인지 정해진 피해자였습니다.
다음 의견서의 쟁점은 하나였습니다. 글을 봤다는 사실만으로 협박의 피해자가 되는가.
두 사람은 모두 그 역에서 먼 도시에 살았습니다. 다음 날 오후 그 역에 갈 예정이었다는 증거는 기록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 역에 가지 않을 사람에게 그 역 앞 매장의 흉기 예고는 그 사람을 해치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남은 것은 제3자를 해치겠다는 말이 피해자를 겁주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제3자, 예를 들어 가족을 해치겠다고 하면 피해자 본인에 대한 협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글이 해치겠다고 한 것은 없는 매장 근처의 사람들입니다. 없는 장소에 있을 제3자는 없고, 없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1심과 항소심, 협박은 무죄
1심 법원은 신고자와 열람자에 대한 협박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판결이 가장 먼저 든 이유는 장소였습니다. 이미 없어진 매장에서 사람들을 해치겠다고 하면서 그와 상관없는 다른 가게 사진을 붙인 글이라, 적힌 장소가 없고 사진도 그 장소가 아닌 이상, 그 글이 두 사람을 겁먹게 할 해악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두 피해자가 멀리 살아 그날 그 역에 갈 예정이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두 사람과 그 역 이용객들 사이에 특별한 관계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 부분도 따로 짚었습니다. 협박죄는 피해자마다 1개의 죄가 되므로 피해자별로 공소사실이 특정되어야 하는데, 이 표현으로는 피해자 수조차 정해지지 않아 죄가 몇 개인지 셀 수 없고 처벌 의사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소를 제기한 절차 자체가 법률에 어긋나 무효라고 본 것입니다.
검사가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에서 검사는 그날 그 역에 출동해 순찰한 경찰관을 피해자로 더했습니다. 항소심도 신고자와 열람자에 대한 협박은 무죄로 보았고, 경찰관 부분도 그 경찰관이 누구이고 몇 명인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소장의 피해자는 두 번 바뀌었지만, 그 글이 겨눈 사람은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법원들의 판결, 그리고 공중협박죄
2023년 하반기에는 살인예고 글을 협박죄로 처벌한 판결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2023년 11월 수원지방법원은 살인예고 글 사건에서 협박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을 함께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2024년부터는 수원·고양·천안에서 불특정 다수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저희 사건이 시발점이었다고까지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영향은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2025년 3월 18일, 형법에 제116조의2 공중협박죄가 생겼습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연히 공중을 협박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상습범은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고,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법제처가 밝힌 개정 이유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한 범죄를 예고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데도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23년에 변호인 의견서에 적었던 판단과 같은 말입니다.
법이 바뀐 뒤 2025년 인천지방법원은 공중협박죄가 생긴 것 자체가 이런 사건을 기존 협박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고 했고, 수원지방법원 항소부는 처벌할 필요가 있더라도 그 공백은 입법으로 메울 일이지 형벌 조문을 넓혀 읽을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2025년 3월 18일 이후라면 처벌됩니다
그날 이후에 같은 글을 올렸다면 공중협박죄로 처벌됩니다. 대상이 불특정 다수라는 사정은 더 이상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그 조문이 바로 불특정 다수를 지키려고 만든 것이고, 법정형도 협박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무겁습니다.
이 판결은 살인예고 글이 죄가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2023년의 법으로는 협박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고, 2025년 3월부터는 그 법이 있습니다.
내 말은 협박이 됩니까
대부분의 협박 고소는 이렇게 극적이지 않습니다. 다투다 홧김에 던진 말, 돈을 받으려고 보낸 메시지, 헤어진 뒤 남긴 한 줄, 단체 대화방의 한 문장이 협박으로 고소됩니다. 그래도 따지는 것은 같습니다. 그 말이 무엇이었고, 어떤 장면에서 나왔고, 누구에게 갔는가입니다.
「진짜로 할 생각은 없었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보아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알리면 협박이고, 그 해악을 실제로 실현할 의도나 욕구는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툴 곳은 그 말이 나온 장면입니다. 대법원은 그 말이 단순한 감정적 욕설이나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고 주위 사정에 비추어 해칠 뜻이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면 협박이 아니라고 봅니다. 말다툼 끝에 「사람을 사서 쥐도 새도 모르게 파묻어버리겠다」고 한 사건, 술에 취해 「눈깔을 파버리겠다」며 손가락으로 눈을 찌를 듯한 시늉을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협박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건 모두 검사가 상고했지만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말의 외형만이 아니라 그 말에 이른 경위, 두 사람의 관계, 앞뒤 상황까지 모두 놓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협박 사건의 변론은 말 자체보다 그 말이 나온 장면을 복원하는 일이 됩니다.
해악은 막연한 저주가 아니라, 적어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될 만큼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구를 향한 말인지를 봅니다. 상대에게 직접 한 말인지,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이 흘러간 것인지, 대상 없이 허공에 한 말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협박죄는 피해자 한 사람마다 1개의 죄가 되므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공소사실 자체가 서지 않습니다. 역 앞 매장 사건의 「불특정 다수」 부분이 걸린 곳이 여기였습니다.
「고소하겠다」고 했을 뿐인데 협박입니까
빌려준 돈을 못 받아 「안 갚으면 고소하겠다」고 보냈다가, 그 메시지로 거꾸로 협박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예고는 그 자체로 협박이 아닙니다. 해악을 알렸더라도 그것이 사회의 관습이나 윤리관념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정도의 말이라면 대법원도 협박죄로 보지 않습니다.
받을 돈이 있어도, 빚과 상관없는 약점을 쥐고 흔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채업자가 돈을 안 갚으면 숨기고 싶은 과거와 사채 쓴 일을 남편과 시댁에 알리겠다고 문자를 보낸 사건에서 대법원은 협박을 인정했습니다. 독촉은 할 수 있지만, 법이 허용하는 절차로, 갚으라고 재촉하는 데 필요한 만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고소에서는 요구한 것과 들이댄 말이 서로 이어져 있었는지, 그 말이 상대의 판단을 부당하게 눌러 버렸는지를 다툽니다. 「안 갚으면 고소하겠다」는 받을 돈과 바로 이어진 말이라 대개 협박이 아니고,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빚과 상관없는 약점으로 상대를 누르는 말이라 협박 쪽으로 기웁니다.
합의하면 끝납니까
단순협박과 존속협박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협박 사건에서는 처벌불원의 뜻을 언제, 어떤 문서로 받아 두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특수협박은 다릅니다. 여럿이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한 협박에는 형법 제284조가 적용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재판은 그대로 갑니다. 법정형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 같은 말을 했어도 그때 손에 무엇이 들려 있었느냐에 따라 합의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협박으로 고소를 당하셨거나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으셨다면, 문제가 된 말이 오간 그대로를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메시지 화면, 통화 녹음, 게시글 캡처. 상대방이 옮겨 적은 말이 아니라 실제로 오간 말이 출발점입니다.
그 말이 누구를
향한 것으로 읽히는지,
그 장면에서 무엇이
빠져 있는지부터
같이 찾겠습니다.
역 앞 매장 사건에서 빠져 있던 것은 매장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