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절차 · 2026년 10월 16일 · 변호사 김영빈

고소장 양식 — 다운로드는 5분,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고소장 양식은 내려받아 5분이면 채울 수 있고, 시간이 걸리는 곳은 범죄사실입니다. 직원 횡령 고소장에 3주를 쓰며 피해자를 법인과 대표로 나누고 금액에 따라 적용 법을 가른 과정, 아는 사실과 의심을 나눠 적은 이유를 따라갑니다. 고소장의 범죄일람표가 공소장과 판결문 별지로 이어져, 고소장을 낸 지 반년이 되기 전에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고 그대로 확정된 사건입니다.

양식을 채우는 데는 5분.

증거가 넘치던 횡령 고소장에

3주가 걸린 곳은 범죄사실이었습니다

고소장 양식 — 실형 확정이라는 처리 결과와 다운로드는 5분이지만 고소장을 읽는 사람은 수사관이라는 요지를 적은 사건 정보 카드

이 글의 사건은 제가 맡았던 고소대리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알아볼 수 있는 사실은 바꾸었습니다.

고소장 양식은 경찰서 민원실에 가면 그 자리에서 받을 수 있고, 경찰청 누리집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어느 양식을 써도 법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형사소송법은 고소를 서면이나 말로 하라고만 정해 두었고, 정해진 서식이 따로 없습니다. 손으로 눌러 쓴 2장짜리 고소장도 접수됩니다. 다 쓴 고소장은 경찰서 민원실에 냅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고소는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 받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7조).

고소장 양식 — 이 순서로 채웁니다

항목

적는 것

고소인

피해를 입은 사람의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연락처. 법인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면 고소인은 법인이고, 대표는 법인의 대표자로 적습니다. 개인 사업자의 가게라면 고소인은 사장 본인입니다.

피고소인

아는 만큼 적습니다. 주소를 모르면 이름과 연락처, 계좌번호만 적어도 됩니다.

고소취지

한 문장입니다. 「피고소인을 업무상횡령죄로 고소하오니 처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범죄사실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의 돈을, 얼마나, 어떻게. 수사관이 가장 먼저, 가장 오래 읽는 부분입니다.

고소이유

범죄사실에 다 담지 못한 경위. 더 적을 것이 없으면 비워 두어도 됩니다.

증거자료

증거 목록. 녹음이면 몇 분 몇 초인지, 통장이면 몇 번째 거래인지까지 적습니다.

관련 사건

같은 일로 다른 고소를 했는지, 민사소송이 걸려 있는지 표시합니다.

마지막에 날짜와 고소인 이름을 쓰고 서명한 뒤, 「○○경찰서장 귀하」로 맺습니다. 양식에서 시간이 드는 곳은 범죄사실 하나입니다.

범죄사실은 한 번의 행위를 한 문장으로 씁니다

범죄사실은 억울한 사정을 적는 곳이 아닙니다. 수사관이 확인할 사실을 적는 곳입니다. 한 번의 행위를 한 문장에 담고,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의 돈을 얼마나 어떻게 가져갔는지를 그 순서대로 씁니다.

「피고소인은 2025년 3월 4일 고소인 회사 사무실에서, 경리 업무를 맡아 보관하던 회사 명의 계좌의 돈 1,200만 원을 인터넷뱅킹으로 피고소인 명의 계좌에 이체하여 횡령하였습니다.」

범죄사실 한 문장에 들어가는 6가지 도해 —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의 돈을, 얼마나, 어떻게 횡령했는지를 채운 예문

돈이 1번 빠져나갔다면 이 문장 하나로 범죄사실이 끝납니다. 수십 번이라면 문장 하나에 다 담을 수 없으니, 범죄사실에는 기간과 횟수와 합계를 적고 한 번 한 번은 표로 정리해 붙입니다. 이 표를 범죄일람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이 범죄사실 하나에 3주가 걸린 고소장이 있었습니다.

하루면 될 줄 알았던 고소장

음식점 몇 곳을 운영하는 대표가 있었습니다. 부가가치세 신고를 앞두고 세무사가 매출 자료와 통장을 맞춰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매장 운영비 통장에서 용도를 모르는 출금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대표가 거슬러 올라가 보니, 매장 관리와 통장 관리를 함께 맡겨 둔 점장이 2년 가까이 회사 통장의 돈을 100번 넘게 자기 계좌로 옮긴 정황이 나왔습니다. 합계는 7억 원을 조금 넘었습니다.

대표가 점장을 따로 만나 물었고, 점장은 인정했습니다. 그 자리의 대화가 녹음으로 남았습니다. 점장 본인 계좌의 거래내역도 확보됐습니다.

계좌 기록이 있고, 자백 녹음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고소장은 하루면 쓸 수 있어 보입니다.

저희는 3주를 썼고,

그사이 고소장은

7번 고쳐졌습니다.

3주 동안 한 일

먼저 피해자를 다시 셌습니다. 밖에서 보면 「회사 돈 횡령」 하나인데, 법으로 보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매장 가운데 몇 곳은 법인 명의였고, 나머지는 대표 개인 명의의 사업자였습니다. 장사를 넓혀 가는 사장님들에게 아주 흔한 구조입니다. 돈이 빠져나간 통장도 법인 통장과 대표 개인 사업자 통장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다르면

횡령죄도 피해자마다

따로 성립합니다.

피해자를 어떻게 나누느냐는 금액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업무상횡령으로 가져간 돈(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어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되고, 벌금형만 선택할 수는 없게 됩니다(같은 법 제3조). 그런데 이 5억 원은 피해자들의 돈을 합쳐서 따지지 않고 피해자마다 따로 셉니다(대법원 93도743 등).

이 사건에서 5억 원을 넘은 것은 법인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이었습니다. 그 부분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으로, 대표 개인 사업자 통장에서 빠져나간 부분은 업무상횡령으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뭉뚱그려 「7억여 원」이라고 적으면, 수사관이 피해자별로 나누는 순간 어느 돈이 누구의 것인지부터 다시 세어야 합니다.

가져간 사람은 1명이지만 피해자는 법인과 대표로 나뉜다는 도해 — 법인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과 대표 개인 사업자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

다음은 표였습니다. 100번이 넘는 출금을 통장 내역 수백 줄에서 골라내 날짜, 금액, 방법 순으로 범죄일람표를 만들었습니다. 법인 통장에서 나간 돈과 대표 개인 사업자 통장에서 나간 돈은 피해자가 다르므로 표도 2개로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작업을 도와줄 도구가 마땅치 않아서, 통장 내역을 하나하나 손으로 분류했습니다. 며칠이 걸렸습니다.

녹음도 「자백 녹음 있음」이라고만 쓰지 않았습니다. 파일의 몇 분 몇 초부터 몇 분 몇 초까지가 어떤 진술인지를 특정해서 적었습니다. 확인하는 사람이 파일 전체를 들을 필요 없이, 적힌 시각으로 바로 가서 확인만 하면 되도록.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돈이 회사 통장에서 점장 계좌로, 다시 다른 사람의 계좌로 옮겨 간 흐름은 글로 쓰면 3줄인데, 글로 읽으면 길을 잃습니다. 그래서 계좌와 계좌 사이에 화살표를 그린 도해를 만들어 붙였습니다. 딱 봐도 잘 안 보이는 구조는, 딱 보면 보이게 만들어서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3주 동안 대표와는 며칠에 한 번씩 통화했습니다. 숫자 하나, 날짜 하나를 대조할 때마다 고소장이 한 번씩 고쳐졌습니다. 고소장은 변호사가 혼자 쓰는 서류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당사자와 법을 아는 사람이 같이 만드는 서류입니다.

고소장을 읽는 사람은 수사관입니다

고소장을 읽는 사람은 판사가 아닙니다. 사건을 배정받은 수사관입니다. 수사관의 책상에는 이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고, 고소장은 수사관이 사건에 대해 처음 읽는 문서입니다.

그 문서가 사건의 구조를 한눈에 보여 주면, 수사는 확인하는 일이 됩니다. 계좌를 조회해 일람표와 대조하고, 녹음의 적힌 구간을 듣고, 당사자를 불러 확인하는 것. 반대로 고소장이 헝클어져 있으면, 수사관은 사건의 구조를 스스로 다시 맞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같은 수사관 앞에 헝클어진 서류 더미와 정리된 서류철 2권·녹음기가 놓인 장면을 나란히 그린 삽화 — 「고소장은 수사관이 확인할 순서대로 씁니다」라는 글귀가 얹힌 이미지

이 사건은 고소장

접수에서 송치까지

3개월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고소장을 내신다면 이 3개월이 법에 적힌 기한입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경찰은 고소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수사를 마치고 검사에게 보낼지를 정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8조). 수사관이 고소장 1부와 첨부 몇 장으로 사건을 세우고, 상대를 부르고, 확인하고, 결정을 쓰는 시간입니다.

아는 것과 의심하는 것은 나눠 적었습니다

송치가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고소장에는 점장 말고, 점장의 오랜 지인 1명도 피고소인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빼돌린 돈의 일부가 그 지인의 계좌를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알고 돈을 받아 옮겨 주었다면 그 사람에게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고, 돈을 돌려받을 상대도 늘어납니다.

다만 고소인 쪽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돈이 지나간 기록까지였습니다. 그 계좌의 주인이 무엇을 알았는지는 고소인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저희는 아는 사실과 의심되는 정황을 나누어 적었고, 수사관은 그쪽을 조사했고, 결론은 혐의없음 불송치였습니다.

그런데 그 조사가 헛수고는 아니었습니다. 지인의 계좌를 들여다보는 동안 돈의 전체 흐름이 오히려 선명해졌고, 점장의 혐의는 그만큼 더 단단해졌습니다. 고소장은 유죄를 증명하는 서류가 아닙니다. 수사관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빈 곳 없이 적어 두는 서류이고, 사건의 실체는 수사관의 조사가 밝힙니다.

반년이 되기 전에, 법정에서

이 사건에서 고소장의 범죄일람표는 수사를 거쳐 공소장으로, 다시 판결문의 별지로 이어졌습니다. 판결문의 증거 목록에는 고소장이 그대로 올라 있습니다. 고소장을 낸 지 반년이 되기 전에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실형이었고,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횡령 고소 사건이 수사 단계에서 해를 넘기는 일이 드물지 않던 때였습니다. 이 속도는 수사관이 확인할 순서대로 고소장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양식은 5분이면 채웁니다.

이 사건에서 3주가

걸린 곳은

피해자를 누구로 세우고,

금액을 어떻게

나누어 적고,

무엇을 아는 사실로

무엇을 의심으로

적느냐였습니다.

그 몇 줄이 적용되는 법과 수사의 속도를 정했습니다. 가지고 계신 통장 내역과 녹음을 그대로 들고 오시면, 내실 고소장이 어떤 모양이 되어야 하는지부터 같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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