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8월 15일 · 변호사 김영빈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하루치 CCTV에서 다섯 장면만 떼어내면 평범한 보육도 학대처럼 보입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신고가 어떤 경로로 오는지, 그리고 방어가 왜 기억이 아니라 평소의 기록으로 이루어지는지 정리했습니다.

하루가 통째로 찍혀 있다는 것은, 결백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위험합니다

CCTV는 선생님을 지켜 주기도 하고, 선생님을 고소당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경찰은 예고 없이 옵니다

어린이집으로 경찰관이 들어옵니다. 담임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고 자기 일이라는 걸 직감했는데, 아무도 확인해 주지 않아서 한참 뒤에야 자기 반 아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동학대 신고는 대개 이렇게 옵니다. 당사자에게 먼저 통보되지 않고, 설명도 없이 시작됩니다.

제가 본 어린이집 사건들은 발단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은 놀랄 만큼 비슷합니다. 아래는 그 공통된 경로입니다. 특정 사건의 재연이 아니라, 여러 사건에서 반복해서 본 형태라고 생각하고 읽어 주시면 됩니다.

시작은 대개 집에서입니다

아이가 집에서 달라집니다. 밤에 자주 깨고, 짜증이 늘고, 손톱이나 입술을 뜯습니다.

부모는 원인을 찾습니다. 그 마음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자기 아이가 갑자기 달라지면 부모는 원인을 찾게 되어 있고, 아이가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곳이 어린이집이면 그곳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부모가 어린이집에 옵니다. 영상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이때 부모가 요청하는 것은 대개 특정 장면이 아니라 하루 전체입니다.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원장은 대부분 허락합니다. 숨길 게 없으니까요. 그리고 부모는 그 자리에 앉아 등원부터 하원까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봅니다.

여기가 분기점입니다. 학대를 의심해서 영상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하루치를 연속으로 보다가 몇 장면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하루에서 떼어낸 다섯 장면

고소장에 적히는 내용은 대체로 이런 모양입니다. 하루 안에 흩어져 있던 짧은 장면들입니다.

고소장에 적힌 내용교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
아이가 보던 책을 뺏었다다른 아이가 그 책을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보게 하려고 옮긴 것
흥분한 아이를 의자에 앉혀 혼냈다다툼이 생기면 상황에서 분리해 진정시키라는 운영 지침대로 한 것. 시계를 가리키며 “긴바늘이 저기 갈 때까지 선생님이랑 앉아서 쉬자”
밥을 안 먹는 아이를 매트로 보내 방치했다억지로 먹이면 뱉거나 식판을 엎는 아이. 대신 우유를 챙겨 먹임
낮잠에서 일찍 깬 아이를 재우지 않고 이불을 치웠다낮잠 시간이 끝나 이불을 정리하던 무렵
아이가 들고 다니던 애착이불을 가져갔다우유를 마저 먹이려고 잠깐 옮긴 것. 곧 아이에게 돌려줌

왼쪽 칸만 이어서 읽으면 하루 종일 한 아이를 괴롭힌 교사가 됩니다. 오른쪽 칸까지 읽으면 예닐곱 명을 혼자 보는 교실의 평범한 하루가 됩니다.

같은 영상입니다. 어디를 잘라내느냐만 다릅니다.

”그때 왜 그러셨습니까”

조사는 영상을 틀어 놓고 진행됩니다. 화면을 정지시키고, 이 장면에서 왜 이렇게 하셨느냐고 묻습니다.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몇 달 전 어느 오전에 블록 하나를 왜 옮겼는지 기억하는 교사는 없습니다. 그날은 아무 일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 일도 아니었던 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결백의 증거이지, 유죄의 정황이 아닙니다.

그런데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는 정반대로 느껴집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할 때마다 자기가 뭔가를 숨기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 압박에 밀려 있지도 않은 이유를 지어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진술이 무너집니다. 뒤에 영상이 하나 더 나오면 앞의 설명이 거짓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사실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혐의를 인정하는 순간이 아닙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을 기억나는 것처럼 말하는 순간입니다.

방어는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합니다

몇 달 전의 2분을 기억으로 방어할 수는 없습니다. 그 빈칸을 메우는 것이 평소에 쌓인 기록입니다.

어린이집에는 이미 상당한 문서가 있습니다. 영아관찰기록, 신입원아 적응일지, 부모면담일지, 알림장, 식사량 체크, 학부모와 주고받은 메시지. 평소에는 그저 행정 서류로 보이는 것들입니다.

이 서류들이 하는 일은 하나입니다. 영상에서 잘려 나간 앞뒤를 복원하는 것.

  •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자주 부딪혔다는 사정은 관찰기록과 알림장에 남습니다
  • 억지로 먹이면 뱉거나 식판을 엎었다는 사정은 식사량 기록과 상담일지에 남습니다
  • 흥분한 아이를 분리해 진정시키는 것이 정해진 절차라는 점은 운영 지침에 있습니다

의자에 앉힌 2분은, 그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에게만 다르게 보입니다. 기록이 그 앞을 말해 줍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에서 가장 무게가 나가는 자료는 변호인이 쓴 서면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사건 전에 직접 남긴 글입니다. 아이가 친구들과 부딪히는 것을 걱정하며 잘 봐 달라고 부탁한 알림장, 밥을 잘 먹지 않으니 우유라도 챙겨 달라던 메시지. 그런 기록이 남아 있으면, 고소장에 적힌 ‘방임’과 ‘격리’는 부모가 알고 있었고 부탁하기도 했던 상황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경찰이 “증거가 없다”고 써도, 사건은 검찰로 갑니다

수사가 끝나면 이런 통지서를 받습니다.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여 불송치 결정이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에 따라 송치 결정하였음을 안내합니다.

같은 문장 안에 “증거가 부족하다”와 “송치한다”가 함께 있습니다. 다른 죄명이었다면 여기서 끝났을 사건이 검찰로 넘어갑니다. 특례법이 아동학대범죄는 수사해서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에게 이 종이는 해석이 되지 않습니다. 무혐의라는 뜻인지 기소된다는 뜻인지 알 수 없고, 대개는 최악으로 읽습니다. 검찰 단계가 남았다는 뜻이고, 거기서 다시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검찰에서 사건이 경찰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 국면은 「보완수사 — 검찰에 갔던 사건이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경찰 단계에서 이런 통지를 받은 사건이 검찰에서 불기소로 끝나는 경우는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그 결론까지 가는 동안 선생님은 계속 피의자입니다.

그사이 선생님은 이미 아픕니다

이런 사건에서 교사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불면, 감정 조절의 어려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증상. 진단서에 적히는 병명은 대개 적응장애입니다.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비슷합니다. 무섭다기보다 억울하다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돌봤는데 어린이집에 경찰이 찾아올 일인가,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벌금 액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법원은 선고와 함께 아동 관련 기관에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보육교사에게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느냐가 걸린 사건입니다.

지금 신고를 받으셨다면

먼저 하나만 하지 마십시오. 부모에게 직접 연락하지 마십시오. 사과도, 해명도, 안부를 묻는 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의로 보낸 연락이 뒤에 전혀 다른 뜻으로 읽히고, 그대로 자료가 되어 돌아옵니다.

대신 지금 하실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 기록을 지금 모으십시오. 관찰기록, 적응일지, 상담일지, 알림장, 식사량 체크, 학부모와 주고받은 메시지. 아직 손이 닿을 때 원본 그대로 확보해 두셔야 합니다. 나중에는 늦습니다.
  • 영상을 임의로 지우거나 편집하지 마십시오. 유리한 부분만 남기려는 순간, 방어가 아니라 별개의 사건이 생깁니다.
  • 조사 날짜가 잡히면 그 전에 상담을 받으십시오. 조사실에서 즉석으로 답한 한 문장이 뒤에 영상과 어긋나면, 그 어긋남 자체가 새로운 혐의가 됩니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부터 정리하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 녹음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가 정해져 있습니다. 「음성녹음 — 아이폰이든 갤럭시든, 몰래 녹음해도 되는 경우는 정해져 있습니다」를 먼저 보시면 됩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방어의 대부분은 조사 전에 끝납니다. 하루치 영상이 이미 상대 손에 있는 상태에서, 그 영상의 앞뒤를 복원할 자료를 누가 먼저 정리하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신고를 받으셨다면, 가지고 계신 서류를 그대로 들고 오시면 됩니다. 무엇이 무기가 되고 무엇이 위험한지부터 같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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