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절차 · 2026년 8월 6일 · 변호사 김영빈
몰래 녹음, 내가 그 대화에 있으면 합법입니다 — 아이폰·갤럭시 자동녹음 설정까지
내가 참여한 대화의 녹음은 상대 동의가 없어도 합법이고, 법정에서 증거가 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그어 둔 선과 대법원 판례, 갤럭시·아이폰(에이닷·익시오) 통화 자동 녹음 설정, 그리고 삼십 초 녹음을 영수증으로 만드는 말의 요령까지 부모님께 말씀드리듯 정리했습니다.
사고 현장의 합의는 말로 오가고, 말은 흩어집니다. 손에 있는 폰으로 그 말을 붙잡아 두는 방법과 그래도 되는 이유를, 부모님께 말씀드리듯 적었습니다.
현금으로 합의하고, 영수증은 받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칠순을 넘기신 어른 한 분이 물으셨습니다. 주차장에서 차끼리 가볍게 부딪히는 사고가 났고, 상대 운전자와 그 자리에서 현금 삼십만 원에 마무리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보험을 부르면 서로 번거로우니 현장에서 끝내는 게 낫겠다 싶으셨던 거지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마음이 무거워지셨답니다. 영수증을 받지 않았던 겁니다. 상대방이 나중에 “그런 돈 받은 적 없다”고 하면, “합의한 적 없다”며 수리비를 다시 청구해 오면, 목이 뻐근하다며 치료비 이야기를 꺼내면 — 내밀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먼저 이것부터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그날 하신 합의는 유효합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도장이 없어도, 말로 한 합의도 합의입니다. 문제는 합의가 있었느냐가 아니라 있었다는 사실을 무엇으로 보여주느냐입니다.
그 어른이 물으신 것도 정확히 그 지점이었습니다. “그럼 다음부터는 녹음이라도 해두면 된다는 건데, 그거 해도 되는 거요? 폰으로는 어떻게 하는 거고?”
이 글은 그 두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녹음기부터 사러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녹음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많은 분이 녹음기를 검색하십니다. 소형 녹음기, 볼펜 녹음기까지 찾아보시는데, 사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손에 쥐고 계신 폰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갤럭시에는 기본 앱 「음성 녹음」이 있습니다. 앱스 화면에서 찾아 홈 화면에 꺼내 두십시오. 열어서 가운데 빨간 버튼을 누르면 시작이고, 정지를 누르면 저장됩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아이폰에는 「음성 메모」가 있습니다. 역시 기본 앱이라 따로 설치할 것이 없고, 빨간 버튼 하나로 시작과 저장이 됩니다. “시리야, 음성 메모 시작해 줘”라고 말로 켤 수도 있습니다.
버튼 위치를 외우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한 번 미리 눌러 보시는 것입니다. 사고가 나서 놀란 마음으로 처음 찾기 시작하면 늦습니다. 미리 한 번 해 보신 분은 그 상황에서도 세 번의 터치 안에 녹음을 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 몰래 녹음해도 되는 겁니까
여기서 대부분 멈칫하십니다. 상대 동의도 안 받고 녹음했다가 그게 오히려 불법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법이 그어 둔 선은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입니다(제3조 제1항, 제14조 제1항). 타인간, 그러니까 남들끼리의 대화입니다.
내가 끼어 있는 대화는 남들끼리의 대화가 아닙니다. 그래서 대화 당사자가 자기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상대에게 알리지 않았더라도 이 법에 걸리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명확히 정리해 둔 지점입니다. 세 사람이 대화하다 그중 한 사람이 녹음한 사건에서, 나머지 두 사람의 발언은 녹음한 사람에게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사고 현장에서 상대 운전자와 나누는 대화는 정확히 여기에 해당합니다. 내가 그 대화의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반대쪽 선도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내가 끼어 있지 않은 대화, 남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범죄입니다. 그리고 이 죄에는 벌금형이 아예 없습니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입니다(제16조 제1항). 가볍게 넘길 선이 아니라는 뜻으로 법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분들이 조심하셔야 할 대목이 하나 생깁니다. 부모님 사고라고 옆에서 폰을 들고 두 분 대화를 몰래 담으면, 도와드린다는 것이 남의 대화 녹음이 될 수 있습니다. 돕고 싶으시면 대화에 직접 끼십시오. “제가 아들인데요, 사고 이야기 같이 듣겠습니다” 하고 대화의 당사자가 되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없습니다.
버튼보다 중요한 것 - 그 안에 무엇이 담기는가
여기까지는 검색하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변호사로서 정작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부터입니다.
녹음 파일이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파일 안에 담긴 말이 증거가 됩니다. 한 시간을 녹음해도 필요한 말이 안 담기면 소용이 없고, 삼십 초짜리라도 담길 것이 담겼으면 충분합니다.
사고 현장의 합의라면, 헤어지기 전에 이런 것들이 말 속에 들어가야 합니다.
- 언제 어디서 난 무슨 사고인지 — “오늘 OO마트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부딪힌 것”
- 얼마를 주고받는지 — “현금으로 삼십만 원 드리는 걸로”
- 무엇을 끝내는 합의인지 — “차 수리까지 포함해서 이걸로 마무리”
- 그리고 상대의 대답
거창한 선언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헤어지기 직전에 한 번 정리해서 묻는 겁니다. “그러면 오늘 여기 주차장 접촉사고는, 제가 삼십만 원 드리고 수리까지 다 마무리하는 걸로 하는 거지요?” — 여기에 상대의 “네, 그렇게 하시죠”가 실리면, 그 삼십 초가 영수증입니다.
한 가지는 따로 확인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몸 이야기입니다. “다치신 데는 없으신 거지요?”라는 한마디를 받아 두십시오. 현장 합의의 단골 후환이 며칠 뒤에 오는 치료비 청구인데, 그날 “몸은 괜찮다”는 말이 남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국면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다만 실제로 사람이 다친 사고라면 애초에 현장 합의로 덮을 일이 아닙니다 — 그건 별개의 글에서 다룬 12대 중과실 이야기대로 보험과 절차로 가야 하는 사고입니다.
이미 헤어졌다면 - 전화 한 통으로도 늦지 않습니다
앞의 어른처럼 이미 현장을 떠났고 남은 기록이 없다면,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와 통화하면서 그날의 합의를 자연스럽게 확인하면 됩니다. 전화도 내가 당사자인 대화라서, 같은 이유로 녹음해도 됩니다.
“지난주 주차장에서 사고 났을 때 삼십만 원 받고 마무리하기로 한 것, 그대로 가는 거지요? 수리는 잘 되셨어요?” — 이 통화에 상대의 “네”가 담기면, 그날 놓친 영수증이 오늘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통화 녹음은 폰과 통신사에 따라 사정이 다릅니다. 부모님 폰에 맞춰 하나씩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통화 녹음 켜 두는 법 - 갤럭시는 설정 하나, 아이폰은 에이닷과 익시오입니다
갤럭시는 폰에 다 들어 있습니다. 통화 중에 화면의 「녹음」 버튼을 누르면 그 통화가 녹음되고, 아예 자동으로 해 두시려면 — 전화 앱을 열고, 오른쪽 위 점 세 개(더보기)를 눌러 「설정」으로 들어가, 「통화 녹음」에서 「자동 녹음」을 켜 두시면 됩니다. 모든 통화를 자동으로 남길지, 지정한 번호만 남길지도 거기서 고릅니다. 한 번 켜 두면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안내도 나가지 않습니다.
아이폰은 통신사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아이폰 자체의 통화 녹음 기능은 녹음을 시작하면 상대방에게 녹음된다는 안내가 나갑니다. 그런데 통신사가 만든 전화 앱을 쓰면 안내 없이, 자동으로 녹음이 됩니다.
**SKT를 쓰신다면 — 「에이닷」**입니다. 앱스토어에서 에이닷을 설치하고 T아이디로 로그인한 뒤, 아래쪽 「전화」 탭에 들어가 오른쪽 위 톱니바퀴(설정)를 누르면 통화 기본설정이 나옵니다. 여기서 「에이닷 전화 사용」과 「통화 자동 녹음」을 켜 두시면 됩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 녹음되는 것은 에이닷으로 걸고 받은 통화입니다. 걸 때는 늘 쓰시던 초록색 기본 전화 대신 에이닷의 전화 탭에서 거는 습관을 들이셔야 하고, 걸려오는 전화는 설정에서 수신 통화 자동 녹음까지 켜 두면 잡힙니다. SKT 가입자면 무료입니다.
**LG U+를 쓰신다면 — 「익시오(ixi-O)」**입니다. 앱스토어에서 익시오를 설치하고 U+ 가입자 인증을 하면, 안내에 따라 익시오가 전화 앱 역할을 하게 되고 통화가 자동으로 녹음됩니다. U+ 가입자는 무료이고, 아이폰 12 이상·iOS 17 이상에서 됩니다. 녹음에 안내음성이 나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통화 내용을 글로 요약해 주고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걸러 주는 기능까지 있어서 부모님 폰에 오히려 더 권할 만합니다.
KT를 쓰신다면 —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는 아직 위 두 앱 같은 통신사 녹음 앱이 없습니다.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있어 바뀔 수 있습니다만, 지금은 아이폰 기본 통화 녹음(안내음성이 나가는 방식)을 쓰시거나, 중요한 확인은 만나서 음성 메모로 대면 녹음을 하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궁금하시면 114에 물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안내음성이 나가는 방식이라고 크게 아쉬워하실 일은 아닙니다. 녹음되는 줄 알면서 한 말은 나중에 뒤집기가 더 어렵습니다. 다만 상대가 안내를 듣고 말을 아끼기 시작할 수는 있으니, 그런 확인 전화라면 안내 없이 되는 쪽이 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부모님 폰이라면 답은 하나입니다. 자동 녹음을 켜 드리는 것. 눌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녹음, 나중에 법정까지 갑니까
갑니다. 당사자로서 한 녹음은 형사 재판에서도 민사 재판에서도 증거로 쓰입니다. 이 법이 증거로 못 쓰게 막는 것은 불법 감청과 남의 대화를 몰래 딴 녹음이지(제4조), 당사자의 녹음이 아닙니다.
녹취록 걱정도 미리 하실 필요 없습니다. 녹음을 글로 옮긴 녹취록은 분쟁이 실제로 붙었을 때 만들면 되는 것이고, 그 단계라면 어차피 변호사와 함께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지금 하실 일은 파일이 지워지지 않게 두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경험상, 이렇게 만들어 둔 녹음은 대부분 꺼낼 일 없이 폰 속에서 잊힙니다. 말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아는 상대는 말을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험과 같습니다. 쓸 일이 없기를 바라며 들어 두는 것이고, 없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에 일이 생깁니다.
부모님 폰의 홈 화면에 녹음 버튼을 꺼내 드리고, 통화는 자동 녹음을 켜 드리고, 미리 한 번 같이 눌러 보시는 것. 오늘 전화드릴 때 해 보실 만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