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7월 9일 · 변호사 김영빈
친족상도례 폐지 — 가족이 가져간 돈, 법은 이제 눈감지 않습니다
2025년 12월 31일, 가족 간 재산범죄의 형 면제가 사라졌습니다. 고소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고 — 돌려받는 민사는 원래부터 가능했습니다. 치매 부모의 예금, 이혼 국면의 재산 빼돌리기, 그리고 6개월의 고소 기간까지. 날짜가 갈림길입니다.
그리고 ‘돌려받는 일’은, 원래부터 눈감은 적이 없었습니다
친족상도례 - 일단 말부터 어렵습니다. 이걸 검색하신 분은 대개 둘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가족이 내 돈을, 혹은 부모님 돈을 가져갔는데 어디선가 “가족은 처벌이 안 된다”는 말을 들으셨거나. 반대로 가족 돈 문제에 얽힌 쪽인데, 그 말이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하고 싶으시거나.
먼저 답부터 드리겠습니다. ‘처벌이 안 된다’는 말은 작년까지는 대체로 맞았고, 지금은 틀렸습니다. 2025년 12월 31일부로 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 처벌과는 별개로, 가져간 돈을 돌려받는 민사의 문은 애초에 닫힌 적이 없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차례로 적겠습니다.
”법은 가족의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던 71년
친족상도례.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있던 조항입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직계혈족, 배우자, 함께 사는 친족이 절도나 사기, 횡령 같은 재산범죄를 저지르면 — 형을 면제한다.
무죄가 아닙니다. 죄는 죄인데, 벌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법이 가족의 문지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겠다는 선언이고,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 때 온 나라가 알게 된 그 조항입니다. 경찰서에서 “가족 일이라 저희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는 답을 듣고 돌아 나오신 적이 있다면, 그 답의 근거가 이것이었습니다.
칠십 년 전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한 지붕 아래 살림이 섞여 살던 대가족, 네 것 내 것이 흐릿하던 곳간. 그 시절의 가족을 전제로 만든 조항입니다. 문제는 가족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법원들도 이 조항이 편치 않았던 흔적이 있습니다. 가족의 통장과 카드를 가져다 기계에서 돈을 뽑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경우 피해자는 가족이 아니라 은행”이라는 논리로 면제를 비켜 가고 처벌을 인정한 일도 있습니다. 조항을 정면으로 깰 수는 없으니, 우회로를 찾은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멈춰 세운 날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관 전원일치였습니다.
치매에 걸린 부모의 예금을 자녀가 빼 가는 사건. 장애가 있는 형제의 재산을 다른 형제가 가로채는 사건. 저항할 수 없고 고소할 힘도 없는 가족을 상대로 한 착취일수록, 이 조항은 완벽한 방패가 됐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사정을 들여다볼 권한조차 없었습니다. 조항이 “형을 면제한다”고 못을 박아 놓았기 때문에, 사안이 아무리 나빠도 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면제 판결을 쓰는 것뿐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건들이 법정에 있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의 계좌에서 십억 원이 넘는 돈이 아들 쪽으로 빠져나간 사건. 부모를 돌보던 자녀들이 통장을 재발급받아 예금을 나눠 가진 사건. 형사의 문이 잠겨 있던 시절, 이런 사건들은 전부 민사 법정으로 갔습니다.
지난해 마지막 날, 법이 바뀌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에 시한을 줬습니다. 2025년 12월 31일까지 고치라고. 국회는 시한 하루 전날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마지막 날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습니다.
바뀐 뼈대는 이렇습니다. “형을 면제한다”는 문장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가깝든 멀든 친족 간 재산범죄는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알아서 처벌해 주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구조 — 친고죄입니다. 처벌할지 말지를 정하는 열쇠가, 법전에서 피해자의 손으로 옮겨 온 것입니다.
원래 형사소송법은 자기 부모나 배우자의 부모를 고소하지 못하게 막아 두는데, 이 범죄에서는 그 금지도 풀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고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과 짜고 남의 재산에 손댄 외부인은 고소가 없어도 그대로 처벌됩니다.
하나 짚어 두면, 이 이야기가 적용되는 죄는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같은 재산범죄입니다. 강도나 재물손괴에는 원래부터 이런 면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 돌려받는 문은 원래 열려 있었습니다
친족상도례가 면제한 것은 ‘형벌’입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가져간 돈이 그 사람 것이 되는 게 아닙니다. 훔친 돈은 여전히 훔친 돈이고, 돌려줄 의무는 칠십일 년 내내 그대로 있었습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부당이득 반환 — 민사의 문은 한 번도 잠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경찰서에서 “처벌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전부 끝났다고 생각한 채 몇 년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잠겨 있던 건 문 하나였는데, 집 전체가 잠겼다고 들으신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치매 어머니 사건이 그렇게 민사로 간 사건입니다. 법원은 아들에게 가져간 돈 전액, 십이억 원이 넘는 금액의 반환을 명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가져간 쪽이 “어머니가 주신 돈”이라고 주장하자, 증여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가져간 쪽에 있다고 봤습니다. 피해자가 “준 적 없다”를 증명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가족 간 돈 분쟁에서 “줬다더라”는 말은 어디서나 나옵니다.
물론 민사에도 시간은 흐릅니다. 청구의 종류에 따라 3년, 10년의 시효가 있습니다. 형사가 막혔다고 민사까지 미뤄 두면, 열려 있던 문도 닫힙니다.
형사와 민사가 서로 별개의 트랙으로 굴러간다는 이야기는 형사 합의 후에 민사 소장을 받은 사건 글에서도 적었습니다. 방향만 반대일 뿐, 같은 구조입니다.
‘이혼’을 준비하는 분들이 가장 자주 만나는 자리
배우자는 친족상도례 면제 대상의 첫 줄에 있었습니다. 이혼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하면 한쪽이 예금을 옮기고, 적금을 깨고, 전세보증금을 빼는 일이 생깁니다. 예전에는 이게 형사적으로 완전히 안전했습니다. 이혼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어도 법률상 부부인 동안은 ‘배우자’라서 형이 면제됐고, 실제로 그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고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부 사이의 돈은 “누구의 돈인가”부터가 다툼입니다. 생활비 통장에서 뺀 돈, 같이 모은 전세금 — 소유 관계가 흐릿할수록 형사 사건으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고소가 가능해졌다는 것과 고소로 이긴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혼 국면의 본선은 여전히 민사, 정확히는 재산분할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법원이 오래전부터 다져 온 계산법이 있습니다.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있으면 별거나 소송 시작 시점의 잔고를 기준으로 잡고, 그 뒤에 사라진 돈은 “부부 생활을 위해 썼다”는 소명이 없는 한 여전히 있는 것으로 보고 분할을 계산합니다. 통장에서 지웠다고 계산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빼돌리는 쪽이 손해 보는 구조를 법원이 이미 만들어 두었습니다.
재산을 제3자 명의로 넘겨 버린 경우 그 처분을 되돌리는 장치도 민법에 따로 있고(재산분할청구권을 지키기 위한 사해행위취소), 급한 경우 가압류로 묶어 두는 길도 있습니다. 하나 덧붙이면, 사실혼 부부는 애초에 이 면제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법이 말하는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마친 배우자만을 가리킵니다.
다만, 날짜가 갈림길입니다
이 사건들은 지금, 언제 벌어진 일이냐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헌법재판소 결정, 그러니까 2024년 6월 27일 전에 벌어진 일은 — 안타깝지만 여전히 처벌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이 작년 봄에 이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형을 면제해 주던 조항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전의 일까지 거슬러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남는 길은 민사입니다.
그 결정 이후부터 새 법 시행 전 사이의 일은 특례로 고소 기간이 열려 있었는데, 그 기간이 올해 6월 30일로 이미 지났습니다. 그리고 새 법 시행 이후의 일은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
6개월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가족 일이라 몇 달을 고민하고, 명절에 한 번 더 이야기해 보고, 그러는 사이에 지나갑니다. 내 사건이 어느 구간에 있는지, 기간 계산이 어떻게 되는지부터가 법률 검토의 대상입니다.
법이 눈감던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요 며칠 보도로 시끄러웠던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한 살인 사건 피고인의 아버지가 아들의 범행 증거를 없앴는데,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위한 증거인멸은 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형법에 아직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재산범죄의 형 면제는 작년에 폐지됐다, 이 특례도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보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요.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가족 일’이라는 이유로 법이 걸음을 멈추던 자리가 하나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참는 것만이 가족을 지키는 길이던 시절에 만들어진 법이, 정리하는 것도 가족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는 쪽으로 옮겨 왔습니다. 갈등은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법도 이제 인정한 셈입니다.
상속 국면에서 가족과 재산이 얽히는 또 다른 이야기는 상속포기에 관한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창원·경남에서 가족 간 재산 문제로 형사 고소나 민사 청구, 이혼 재산분할을 고민 중이시라면 — 내 사건이 어느 갈림길에 있는지부터 한 번 상의하십시오. 아인법률사무소 · 변호사 김영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