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2026년 10월 18일 · 변호사 김영빈
상속포기 —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아버지 빚은 어머니 한 분에게 갑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 집에서 자녀들만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아버지의 빚은 손주나 친척이 아니라 어머니 한 분에게 전부 갑니다. 어머니까지 포기하면 빚이 손주·고인의 부모·형제자매 순으로 넘어가므로, 가족 중 한 사람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가 포기하는 구성을 먼저 짜야 합니다. 3개월 안에 신고해야 하고 그동안 고인의 통장에 손대면 포기도 한정승인도 막히므로, 신고서보다 가계도를 먼저 그립니다.
상속포기 3개월,
누가 포기하고 누가 한정승인을 할지
가족 전체를 놓고 정합니다

장례를 치르고 나면, 슬퍼할 겨를도 없이 누군가 이런 말을 합니다.
"빚이 있을지 모르니, 일단 빨리 상속포기부터 해 둬라."
맞는 말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빨리'와 '일단'이 가끔 되돌릴 수 없는 실수가 됩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 집에서
자녀들만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아버지의 빚은 손주에게도
친척에게도 가지 않고
어머니 한 분에게 전부 갑니다.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대법원이 2023년 3월 23일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정리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어머니와 손주들이 함께 상속인이 된다고 봤습니다.
「우리는 포기했으니 됐다」, 그다음에 오는 독촉장

아버지를 보내고 2주쯤 지나면 형제들이 함께 찾아옵니다. 아버지 앞으로 카드사 문자가 오기 시작했고, 3남매가 같이 법원에 포기 신고를 내려고 한다고 합니다. 이때 어머니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어머니는 연세도 있으시고 집에 계시니, 서류는 자식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고들 생각합니다.
자녀들이 「우리는 포기했으니 됐다」고 안심하는 사이, 카드사와 대부업체의 독촉장은 어머니 앞으로 갑니다.
더 곤란한 것은 기한입니다. 빚을 떠안지 않으려면 상속인은 자기가 상속인이 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포기나 한정승인 신고를 해야 합니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상속인이었으므로, 그 3개월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안 날부터 이미 흐르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포기를 기다리다 그 3개월을 넘기면, 법은 어머니가 빚까지 모두 물려받은 것으로 봅니다(단순승인). 그 뒤에는 포기를 할 수 없고,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것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던 경우에만 특별한정승인이 남습니다.
어머니까지 포기하면, 다음은 아이들 차례입니다
어머니도 함께 포기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빚은 다음 순위로 넘어갑니다.
어머니와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고인의 손주, 손주가 없거나 모두 포기하면 고인의 부모, 그다음은 고인의 형제자매, 그다음은 고인의 조카·사촌 같은 4촌 이내 방계혈족입니다. 손주는 지금 포기 서류를 들고 온 형제들의 아이들입니다.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고, 그러면 그 아이들의 포기 신고도 부모가 대신 내야 합니다.
빚을 넘겨받은 사람들은 대개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렇게 갑자기 상속인이 된 사람의 3개월을, 고인이 돌아가신 날이 아니라 자기가 상속인이 된 것을 안 날부터 센다고 봤습니다. 아이들 앞으로 지급명령이 송달된 날이 그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독촉장이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부모님에게, 고모와 삼촌에게 차례로 날아가는 일은 막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은 남깁니다 — 한정승인
빚을 정리하려는 집은 보통
가족 중 한 사람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는 포기합니다.
한정승인은 고인이 남긴 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빚을 갚겠다고 법원에 신고하는 것입니다. 빚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갚을 책임이 고인의 재산 한도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같은 순위에 한정승인한 사람이 남아 있으면, 포기한 사람들의 몫은 그 사람에게 붙고 다음 순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손주도, 아버지의 부모님도, 고모와 삼촌도 상속인이 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한정승인을 하고 자녀들이 포기하는 집이 많습니다. 다만 한정승인은 재산 목록을 내야 하고, 그 뒤에 재산을 정리해 채권자들에게 나누는 절차가 따라옵니다. 누가 그 일을 맡을 수 있는지, 누가 남는 것이 가족에게 맞는지는 집마다 다릅니다. 신고서보다 먼저 할 일은 「누가 포기하고 누가 한정승인을 하느냐」를 짜는 것입니다.

3개월, 그리고 그동안 아버지 통장에 손대지 않기
그 3개월 안에 아버지의 재산과 빚을 조사할 수 있고, 조사가 끝나지 않으면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기간을 늘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 3개월 동안 고인의 예금을 찾아 쓰거나 차를 팔면, 법은 상속을 받겠다는 뜻으로 보고 포기도 보통의 한정승인도 할 수 없게 됩니다. 포기 신고를 내 놓고 법원이 수리하기 전에 고인의 화물차를 팔게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그 상속인이 빚까지 모두 물려받았다고 봤습니다. 신고서를 냈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집을 관리하거나, 세 든 사람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 기간만 늘리는 일은 처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장례비는 고인과 가족의 사회적 지위와 그 지역의 풍속에 비추어 합리적인 금액이라면 고인의 재산에서 치를 수 있는 비용이라고 대법원이 봤고, 고인의 돈으로 그런 장례비를 낸 것을 처분으로 보지 않은 판결도 있습니다. 다만 그 금액이 합리적이었는지를 두고 채권자와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고인의 통장에서 돈을 꺼내기 전에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신고서는 한 장, 저희가 먼저 하는 일은 가계도
상속포기 신고서 자체는 길지 않습니다. 신고하는 사람의 인적사항 말고 적을 것은 4가지입니다. 고인의 이름과 마지막 주소, 고인과의 관계,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 포기한다는 뜻. 여기에 인감증명서를 붙여 고인의 마지막 주소지 가정법원에 냅니다. 그래서 "이걸 굳이 변호사한테?"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솔직히 서식만 놓고 보면 직접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맡으면 저희가 제일 먼저 그리는 것은 가계도입니다. 돌아가신 분의 가족관계증명서·혼인관계증명서·입양관계증명서를 떼고, 2008년 이전 기록은 제적등본까지 거슬러 뗍니다. 제적등본만 3~4통, 많게는 5통이 나옵니다. 입양이나 친양자 기록이 끼어 있으면 더 늘어납니다. 아버지·어머니·자녀 3명인 집이라도 아버지의 형제가 몇인지, 그 형제가 살아 있는지까지 그려야 어머니 다음에 빚이 어디로 가는지가 보입니다.
포기는 쉬운데, "누가 상속인인가"가 쉽지 않습니다. 그걸 틀리면 포기가 엉뚱한 사람에게 빚을 보냅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인이 오시면 신고서부터 쓰지 않습니다. 신고서부터 내밀면 빠르긴 한데 틀린 답이 나갑니다. 겉보기엔 똑같은 "상속포기 하러 왔어요"라는 말 뒤에, 집집마다 전혀 다른 사정이 있습니다.
먼저 묻습니다. 가족이 어떻게 되시는지, 돌아가신 분께 무엇이 남았는지, 그리고 왜 포기하려 하시는지.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포기가 맞습니다."
"포기보다 한정승인이 낫습니다."
"포기하시려면 어머님도 함께 정하셔야 합니다."
결정은 의뢰인이 합니다. 들어 보면 빚보다 재산이 많아, 포기가 아니라 자기 몫을 정확히 찾는 것이 답인 집도 있습니다.
포기 신고가 수리되면,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유로는 되돌리지 못합니다. 속았거나 협박을 받았거나 중요한 부분을 착오한 경우처럼 법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 정해진 기간 안에 취소를 신고할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되돌릴 수 없을 뿐입니다.
포기 신고는
사람마다 따로 내지만,
결정은 가족 전체를
가계도 위에 놓고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