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 2026년 7월 30일 · 변호사 김영빈
상속세 면제한도 — 그래서 변호사는 언제 찾아가야 합니까
상속세 면제한도 10억은 바닥이지 천장이 아닙니다. 그 절반인 배우자 상속공제는 실제로 분할과 등기까지 마쳐야 5억에서 30억까지 인정되고, 기한과 절차의 이름이 세금 수억 원을 가릅니다. 미분할 신고서를 내고도 공제 5억 6,919만 원이 잘린 2026년 판결을 처음부터 따라가며, 세무의 일과 법률의 일이 갈리는 지점 그리고 변호사를 찾아야 할 시점을 짚습니다.
상속세 면제한도는 흔히 10억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인데, 절반만 맞습니다. 10억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우자 상속공제는 조건에 따라 5억에서 30억까지 움직이는 숫자이고, 그 조건은 세무서가 아니라 가족이 채웁니다. 올해 6월 서울에서 나온 판결 하나를 처음부터 따라가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그리고 변호사가 언제 필요한지가 보입니다.
남편이 떠나고, 아내는 공제 10억 6,919만 원을 적어 냈습니다
2022년 3월에 남편이 사망했습니다. 남편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자녀 둘이 있었습니다. 상속인은 아내와 그 자녀들, 셋입니다.
아내는 그해 9월 기한 안에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배우자 상속공제로 10억 6,919만 원을 적었습니다.
여기서 배우자 상속공제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상속세는 물려받은 재산 전부가 아니라 공제를 빼고 남은 금액에 붙습니다. 배우자가 없으면 일괄공제 5억 원이 기본이고, 배우자가 있으면 배우자 상속공제의 최소치 5억 원이 얹혀 10억 원이 됩니다. “10억까지는 상속세가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겁니다.
| 공제 | 금액 |
|---|---|
| 일괄공제 | 5억 원 |
| 배우자 상속공제 | 최소 5억 ~ 최대 30억 원 |
| 금융재산 상속공제 | 순금융재산의 20% 선, 최대 2억 원 |
| 동거주택 상속공제 | 최대 6억 원 |
표에서 보시듯 배우자 상속공제는 최소 5억, 최대 30억으로 폭이 유난히 넓습니다.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만큼 공제해 주는 제도라서 그렇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9조). 아내가 적어 낸 10억 6,919만 원도 자기가 실제로 받을 몫을 계산해 넣은 숫자입니다.
문제는 ‘실제로’라는 단어입니다.
공제를 받으려면 15개월 안에 도장과 등기까지 끝나야 합니다
세법이 말하는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은 서류상 법정상속분이 아닙니다. 상속인들이 협의해서 배우자 몫으로 확정하고, 부동산이면 등기까지 넘어간 재산만 인정됩니다. 기한도 정해져 있습니다. 상속세 신고기한(사망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에서 다시 9개월 — 사망한 달의 말일부터 세면 15개월 안입니다.
그런데 협의라는 것은 다른 상속인들이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도장을 찍어 주어야 성립합니다. 자녀들이 도장을 미루면 배우자는 자기 몫을 확정할 방법이 없고, 공제는 최소치인 5억 원에 묶입니다. 세금의 크기를 정하는 것이 세무서가 아니라 가족인 셈이고, 사이가 나쁜 집일수록 세금을 더 내는 구조가 법 안에 들어 있는 겁니다.
이 집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신고 이듬해, 자녀 한 사람이 아내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도장은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아내는 법이 정해 둔 대로 미분할 신고서를 냈습니다
이런 상황을 위해 세법이 만들어 둔 절차가 있습니다. 가족끼리 소송 중이면 15개월 안에 나눌 수 없으니,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붙여 기한 안에 신고해 두면, 다툼이 끝난 날의 다음 날부터 6개월까지 기한을 늘려 주는 겁니다. 이때 내는 서류가 배우자 상속재산 미분할 신고서입니다.
아내는 자녀가 낸 소장을 첨부해서 이 신고서를 기한 안에 냈습니다. 법에 적힌 절차를 법에 적힌 대로 밟은 겁니다.
그런데도 5억 6,919만 원이 잘렸습니다
2024년 가을, 세무서는 배우자 공제 가운데 5억 원만 인정하고 나머지 5억 6,919만 원을 잘라낸 상속세를 고지했습니다. 아내는 소송으로 다퉜지만, 올해 6월 법원은 세무서가 맞다고 판결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6. 6. 12. 선고 2025구합55073 판결).
기한 안에 신고서까지 낸 사람이 왜 졌을까요. 판결문에 적힌 이유가 하나 있고, 변호사가 보기에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첫째, 미분할 신고서는 기한을 늘려 주는 서류이지 공제를 지켜 주는 서류가 아닙니다. 신고를 해 두었어도 늘어난 기한 안에는 실제로 재산을 나누고 등기까지 마쳐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랬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법원은 신고서만으로 곧바로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둘째 — 이쪽이 덜 알려져 있습니다 — 세법이 기한을 늘려 주는 다툼은 딱 두 종류뿐입니다. 시행령에 상속회복청구의 소, 상속재산분할심판, 이렇게 이름이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가 아내에게 건 소송은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이었습니다. 목록에 없는 이름입니다.
이름이 그렇게까지 중요하냐 싶으시겠지만, 실제로 이름 하나로 갈린 사건이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아내가 아들들을 상대로 상속재산인 주식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어 이기기까지 했는데, 그 판결로 늘어난 몫만큼 공제를 올려 달라는 청구는 거절당했습니다. 법원이 보기에 그 소송은 상속회복청구의 소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부산고등법원 2022. 1. 26. 선고 2021누23152 판결). 민사에서 이기고도 세금에서는 진 겁니다.
가족과 다투게 됐을 때 그 다툼을 어떤 절차에 담을지. 소송의 승패와는 별개로 이것이 세금 수억 원을 가르고,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정해집니다.
제대로 싸운 집도 있습니다 — 이번엔 ‘끝난 뒤 6개월’에서 걸렸습니다
그러면 상속재산분할심판이라는 정확한 이름으로 다투면 될까요?
다른 집에서는 자녀들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방금 본 목록에 들어맞는 다툼이니 기한 연장은 문제가 없습니다. 심판은 2024년 6월에 나와 7월 5일에 확정됐습니다. 이제 확정된 날의 다음 날부터 6개월 안에 재산을 나누고 그 사실을 신고하면 공제가 지켜집니다.
그 6개월 동안, 분할 사실은 끝내 신고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배우자 공제 9억 489만 원 가운데 4억 489만 원이 잘렸고, 다른 쟁점과 겹쳐 최종 고지된 상속세는 18억 2,485만 원, 그중 가산세만 4억 8,648만 원이었습니다. 가산세만이라도 빼 달라는 주장에 법원은, 법령을 몰랐거나 잘못 알았다는 것은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5. 7. 11. 선고 2023구합55108 판결).
덧붙이면, 위 사례들도 변호사 없이 다툰 것이 아닙니다. 전부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로펌이 대리한 사건들입니다. 그런데도 진 것은 변호사가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기한이 다 지나간 뒤에는, 아무리 좋은 변호사가 와도 뒤집을 것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배가 정해져 있으면 세무, 정해지지 않았으면 법률 문제입니다
재산 목록과 나눌 사람이 모두 정해져 있으면 세무 문제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정해지지 않았으면 법률 문제입니다.
재산을 어떻게 평가하고 신고서를 어떻게 쓰는지는 세무사와 회계사의 영역이고, 그분들이 훨씬 잘합니다. 그런데 앞의 사건들은 전부 세무 실력과 무관한 자리에서 터졌습니다. 누가 얼마를 가질 것인가 — 정해지지 않은 분배입니다. 세무 대리인은 정해진 분배를 계산할 수 있을 뿐, 정해지지 않은 분배를 정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건 협의서와 심판과 등기의 세계, 법률의 영역입니다.
이런 신호가 보이면 그 상속은 이미 법률 문제입니다.
- 상속인 중 한 사람이 협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고 있다
- 생전에 누군가 미리 받아 간 재산이 있고, 그 몫을 두고 말이 오간다
- 유류분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 부모를 모신 사람이 자기 기여를 인정해 달라고 한다
- 재산에 부동산·비상장주식·사업체가 섞여 있어 나누는 방법 자체가 다툼이 된다
- 빚이 얼마인지 아직 모른다
마지막 줄은 방향이 반대라 한 가지만 덧붙입니다. 빚이 재산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다면 위 계산 전부에 앞서, 상속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포기·한정승인부터 판단해야 합니다. 그 이야기는 지난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변호사를 찾아야 할 때
상속 사건에서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그 순간은 생각보다 일찍 옵니다. 장례를 치르고 재산 이야기를 처음 꺼냈는데 한 사람이 대답을 미룹니다. 협의서를 보냈는데 몇 주째 도장 없이 돌아옵니다. 그 신호가 보이면, 그 상속에는 세무 신고보다 먼저 정리해야 할 일이 생긴 겁니다.
이를수록 살아 있는 선택지가 많습니다. 다툼을 어떤 이름의 절차에 담을지 — 이름이 틀리면 기한 연장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것을 위에서 보셨습니다. 미분할 신고서를 낼지 말지, 낸다면 어떤 서류를 붙일지. 다툼이 끝나는 날 시작되는 마지막 6개월을 누가 세고 있을지. 앞의 사건들이 무너진 자리가 전부 여기이고, 전부 일이 벌어진 뒤에 잘하는 영역이 아니라 벌어지기 전에 짜 두는 영역입니다.
날짜로 기준을 원하시면, 상속세 신고기한 — 사망한 달의 말일부터 여섯 달 — 이 지나기 전입니다. 신고서에 공제를 얼마로 적을지가 그때 정해지고, 다툼을 어떤 절차로 시작할지도 대개 그 무렵에 갈리기 때문입니다.
저희 사무실에는 세무사 자격을 함께 가진 고문 회계사가 있습니다. 세금 계산과 신고는 그쪽에서 보고, 누가 얼마를 받을 것인지가 걸린 다툼은 제가 봅니다. 상속은 그 두 가지가 한 덩어리로 들어오는 일이라 어느 쪽 문을 두드려야 할지 처음부터 아시기 어려운데, 여기서는 그 고민이 필요 없습니다. 상황을 말씀해 주시면 어느 쪽 일인지는 저희가 나누고, 세무만으로 끝날 일이면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모르겠으면 물어보시면 되고, 모르는 걸 모르는 채로 답답함을 상담하셔도 좋습니다. 정확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 그게 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