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7월 22일 · 변호사 김영빈
직원이 일하다 사망했습니다
근로자가 사망한 중대재해, 대표는 구속됩니까.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업무상과실치사가 한 사고에 걸리고, 경영책임자는 징역형에서 시작합니다. 실형과 집행유예를 나누는 것 — 등 돌린 유가족과의 합의 조율과 재범우려 소명으로 사업주 측을 방어한 사건의 기록.
대표는 구속됩니까?
제가 직접 사업주 측을 변호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한 사람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고, 며칠 지나지 않아 회사 대표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의 첫 질문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제가 감옥에 갑니까?”
한 가지 짚고 갈 것이 있습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해도 회사 대표가 형사처벌까지 받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사고의 책임은 대개 현장소장이나 안전담당자 같은 말단에서 멈췄고, 회사는 벌금 얼마로 마무리되곤 했습니다. 그 구조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이제 법은 사고가 난 현장이 아니라, 그 위에 앉아 있는 경영책임자를 곧장 겨냥합니다. 2024년부터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의 작은 사업장까지 전면 적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규모가 작으니까’, ‘나는 그날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니까’ — 이런 생각이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먼저 냉정하게 말씀드려야 합니다. 사업장에서 사람이 죽으면, 회사에는 세 방향에서 청구서가 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유가족의 민사 손해배상, 그리고 형사 처벌. 앞의 둘은 결국 돈으로 정리되는 문제입니다. 형사 합의와 민사 배상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형사 합의를 했는데, 민사 소장이 또 왔습니다 편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하나, 형사는 다릅니다. 그것은 회사가 아니라 대표 개인의 몸을 겨눕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 사건에서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 등 돌린 유가족과의 합의를 어떻게 조율했고, 대표를 법정 밖으로 걸어 나오게 한 마지막 열쇠가 무엇이었는지를 적겠습니다.
근로자 한 사람이 사망하면, 대표에게 죄명이 셋 붙습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안전사고 하나’로 생각하고 오시지만, 검찰이 들고 오는 공소장에는 대개 죄명이 세 개 적혀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과실치사. 하나의 사망사고를 두고 세 개의 법이 동시에 걸리는 것입니다. 안전난간이나 작업발판을 갖추지 않은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고, 그 관리 부실로 사람이 죽게 한 것은 업무상과실치사이며, 그 모든 것을 총괄해야 할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자체를 세우지 않은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입니다.
세 죄명은 하나의 행위에서 나왔으므로 법적으로는 ‘상상적 경합’으로 묶여, 그중 가장 무거운 하나의 형으로 처벌됩니다. 그리고 그 가장 무거운 하나가,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벌금이 아니라 징역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대표님들이 가장 먼저 오해하시는 지점이 있습니다. ‘벌금 내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아닙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벌금형도 조문에는 있지만, 사람이 죽은 사건에서 법원은 대체로 징역형을 선택합니다. 즉 출발선 자체가 ‘징역’입니다. 그래서 사망 중대재해에서 대표의 진짜 싸움은, 흔히 생각하는 ‘유죄냐 무죄냐’가 아닙니다. 결과가 명백한 이상, 싸움은 실형이냐 집행유예냐 — 법정에서 구속되어 나가느냐 걸어서 나가느냐에 있습니다.
회사 법인도 별도로 처벌받습니다. 대표 개인이 징역형을 지는 것과 별개로, 법인은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을 뭅니다. 사망사고의 경우 그 상한은 수십억 원에 이릅니다. 대표의 몸과 회사의 돈이, 각각 따로 저울에 오르는 것입니다.
무엇이 실형과 집행유예를 나누는가
그렇다면 같은 사망사고인데, 어떤 대표는 법정에서 구속되고 어떤 대표는 집행유예로 걸어 나옵니다. 그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요.
법원은 한쪽에 가중 요소를 올립니다.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전혀 하지 않았는지, 위험을 알면서 방치했는지, 사망이라는 결과가 얼마나 무거운지. 제가 맡은 사건도 여기서는 불리했습니다. 작업계획서도, 작업지휘자 지정도, 추락을 막을 발판도, 안전모와 안전대 착용 조치도 — 어느 것 하나 갖춰지지 않은 현장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억지로 부인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그래서 변호인의 일은 반대쪽 저울, 감경 요소를 세우는 데 있습니다. 진지한 인정과 반성, 유가족의 처벌불원, 사고 이후의 안전조치 시정, 초범이라는 점. 그런데 이 감경 요소들은 저절로 갖춰지지 않습니다. 누군가 사고 이후 몇 달 동안 발로 뛰어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제가 한 일이 바로 그것이었고, 그중 둘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등 돌린 유가족과의 합의를, 제가 직접 조율했습니다
감경 요소 중에서 가장 무거운 하나는 당연히 유가족과의 합의입니다.
다만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돈으로 형을 사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 죽었고, 그 죽음 앞에서 회사가 책임을 어떻게 마주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유가족이 법원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것 — 이것이 양형에서 가장 큰 무게를 가집니다.
문제는, 사고 직후 유가족이 회사에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대표가 직접 나서면 감정만 부딪치는 국면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제가 들어갔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하는지, 남은 가족의 생계가 실제로 회복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벌어진 감정의 골을 어떤 순서로 좁혀 가야 하는지 — 하나하나 조율했습니다.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고, 돈을 얹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 길고 조심스러운 과정 끝에, 유가족은 마침내 법원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 주었습니다. 제가 사건 초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곳은 법리가 아니라, 바로 이 자리였습니다.
재범의 우려가 없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자료로 소명했습니다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여기에, 대표를 법정 밖으로 걸어 나오게 한 마지막 열쇠가 있었습니다.
법원이 경영책임자에게 집행유예를 주려면, 하나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회사가 다시 같은 사고를 낼 회사인가.’ 재범의 우려가 크다고 보면, 합의가 되었어도 실형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세우지 않은 것 자체가 범죄의 핵심이기 때문에, 사고 이후 그 체계를 실제로 갖췄다는 증명이 곧 재범 우려를 지우는 열쇠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의 안전 관련 자료를 말 그대로 탈탈 털었습니다. 사고 이후 새로 만든 작업 절차서, 위험성 평가 기록, 근로자 교육 이수 내역, 보호구 지급 대장, 현장 설비를 손본 증빙 — 부서마다 흩어져 있고 더러는 정리조차 되어 있지 않던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끌어모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 회사는 더 이상 사고 당시의 회사가 아니다’를 한눈에 보여 주는 형태로 묶어 냈습니다. 재범의 우려가 없다는 것을, 반성한다는 말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자료로 소명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 소명을 받아들였습니다. 사고 이후 안전조치의 시정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대표의 형을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돌려세운 결정적인 무게추가 되었습니다. 급하게 꾸며 낸 서류였다면 오히려 심증을 나쁘게 했을 것입니다. 자료가 힘을 가진 이유는, 그것이 사고 직후부터 실제로 쌓인 진짜였기 때문입니다.
다툴 것은 다투되, 유가족과 싸우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균형이 하나 있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법적으로 다툴 지점은 정교하게 다툰다는 것입니다.
경영책임자에게 실제로 그만한 관리 의무가 있었는지, 그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도급이나 하청 구조에서 책임의 경계가 어디인지 — 이런 부분은 법리로 치열하게 짚어야 합니다. 무작정 엎드리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다만 이 다툼은 법원과 검사를 향한 것이지, 유가족을 향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유가족 앞에서까지 ‘내 책임이 아니다’를 다투는 순간, 어렵게 쌓은 합의도 반성의 진정성도 무너지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형량으로 돌아옵니다.
인정과 다툼을 같은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 — 어디서는 고개를 숙이고 어디서는 각을 세울지를 분별하는 것이, 이런 사건에서 변호인이 하는 가장 섬세한 일입니다.
사고는 순간이지만, 형은 사고 이후에 정해집니다
제가 맡은 사건은, 대표에게 징역형이 선고되었지만 그 형의 집행은 유예되었습니다. 법인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대표는 법정에서 구속되지 않고 걸어 나왔고, 회사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등 돌린 유가족을 다시 마주 앉게 하고 흩어진 자료를 소명으로 묶어 낸 몇 달의 결과였습니다.
형량의 숫자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정작 붙들어야 할 것은 그 숫자가 정해지는 방식입니다. 사망 중대재해에서 대표의 운명은, 사고가 난 그 순간이 아니라 사고 이후 몇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로 정해집니다. 유가족과 어떻게 마주했는지,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그것을 어떻게 증명했는지, 다툴 것과 숙일 것을 어떻게 분별했는지. 그 시간표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나눕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검찰 조사가 시작된 뒤가 아니라, 사고가 난 바로 그날부터 대응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사고 직후의 초동 대응 하나하나가 몇 달 뒤 법정의 저울에 그대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현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를 정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 그 첫 며칠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