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6년 9월 5일 · 변호사 김영빈

마운자로 금지 사태, ‘편리하기 그지 없는’ 제도 독재의 시대

식약처는 국민신문고 회신에서 위해우려의약품 지정 제도나 절차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고, 인천공항세관은 식약처가 판단하여 요청한 물품이라며 통관을 보류합니다. 관세청 고시 별표 11의 단서가 식약처장의 유해 통보를 요건으로 정해 두었는데 그 통보를 만드는 절차가 없다는 것, 회신이 든 약사법 4개 조문이 전부 업으로 들여오거나 파는 사람을 겨눈 조문이라는 것, 같은 식약처가 국내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에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심의와 20일 행정예고를 거쳤다는 대조, 그리고 통관보류 2,245건 가운데 다투는 사람이 없는 구조를 적었습니다. 결정한 기관이 없어 항의할 상대도 없는 금지를 두고, 막으려면 누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막는지를 국민이 읽을 수 있는 문서로 남기라고 쓴 칼럼입니다.

식약처는 절차가 없다고 답했고, 세관은 식약처가 요청했다고 적었습니다. 결정한 기관은 없는데 압수는 계속됩니다.

저는 지난 8월 초에 마운자로 금지를 두고 글 하나를 썼습니다. 그 금지가 법률에도 시행령에도 없고, 부처 간 공문 한 장이 전부이며, 항의할 상대조차 없다는 글이었습니다.

그 뒤에 저보다 더 열심히 뛰어서 진상을 알아낸 용자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국민신문고에 해외직구 의약품 유해통보의 법적 근거를 물었고, 식약처의 회신을 받았습니다.

그 회신은 8월 26일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열흘 만에 조회수가 68만을 넘었습니다.

제가 낸 민원이 아니라서, 회신이 진본인지 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회신의 문장은 관세청 고시와 세관 공문이 1년 가까이 해 온 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래서 진본으로 읽습니다.

회신의 검토 의견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 처는 위해우려의약품 지정 제도나 절차를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1. 3장의 문서, 3개의 말

인천공항세관은 2025년 11월 7일 여행업협회에,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해 통보를 받은 품목”**이라 국내 반입이 제한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협회는 11월 10일 회원사에 그 공문을 그대로 공지했습니다. 세관 관계자는 그달 25일 보도에서 지정한 쪽은 식약처이고 세관은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26년 8월 12일, 인천공항세관은 한 여행자에게 통관보류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그 통지서가 같은 커뮤니티 글에 올라 있습니다.

통지서의 통관보류 사유는 “08 국민건강 위해물품(관세법 제237조 제3호)“이고, 상세내역은 **“국민보건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식약처에서 판단하여 요청한 물품”**입니다.

이 통지서의 약은 인도산 세마글루티드, 위고비 성분입니다. 마운자로는 2025년 11월 공문에 위고비와 같은 줄에 적혔고, 같은 절차로 막힙니다.

식약처의 회신은 앞의 그 문장 뒤에 2가지를 덧붙입니다.

식약처는 온라인 모니터링 결과 등에 따라, 허가 없이 반입될 우려가 있는 의약품의 정보를 관세청에 제공하여 반입 제한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관세청이 그 정보를 근거로 고시의 자가사용 인정 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관은 식약처가 판단했다고 적고, 식약처는 판단하는 제도가 없다고 답합니다.

세관은 통보라 부르고, 식약처는 정보 제공이라 부릅니다. 세관은 요청받았다고 하고, 식약처는 세관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고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같은 행위에 이름이 3개인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결정을 자기 결정이라고 말하는 기관이 없습니다.

2. 요건은 고시에 있고, 절차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관세청 「수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 별표 11은 개인이 들여오는 의약품을 총 6병, 6병을 넘으면 용법상 3개월 복용량까지 자가사용으로 인정합니다.

그 범위 안이면 세관은 수입 요건 확인도 면제합니다. 3개월분까지는 이 기준 안입니다.

그런데 같은 별표는 단서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수입불허 또는 유해 통보를 받은 품목”**을 요건확인 대상으로 돌립니다.

요건확인 대상이 되면 개인은 식약처의 수입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갖출 방법이 없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희귀의약품센터는 희귀약이 아니라서, 지방자치단체는 국내에 허가된 약이라서 추천서를 써 주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반송과 폐기입니다.

결국 고시는 식약처장의 ‘유해 통보’를 요건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통보를 하는 식약처가, 통보를 만드는 제도도 절차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요건은 있고, 요건을 만드는 절차는 없습니다.

세관 쪽 근거는 관세법 제237조 제1항입니다. 세관장은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통관을 보류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재량입니다.

그 재량에 대해 행정절차법 제20조는 행정청에 처분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라고 하고, 제23조는 처분할 때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통지서의 이유란은 “식약처에서 판단하여 요청한 물품”입니다. 식약처 스스로 제도도 절차도 없다고 하니, 그 판단에 공표된 기준이 있을 수 없습니다.

식약처 쪽 근거는 회신이 든 약사법 제42조, 제44조, 제50조, 제61조입니다. 행정기본법 제8조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 법률에 근거하라고 하니, 이 4개 조문이 그 법률이어야 합니다.

4개 조문은 차례로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의 신고와 품목허가, 약국개설자가 아닌 자의 판매 금지, 처방전 없는 전문의약품 판매 금지, 무허가 의약품의 판매 금지입니다.

전부 파는 사람과 업으로 들여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조문입니다. 제 약을 제가 맞으려고 들고 오는 사람을 금지한 조문은 그 4개 중에 없습니다.

그러니 법률이 금지한 것이 아닙니다. 고시의 단서 한 줄이 식약처의 ‘통보’에 금지를 맡겼고, 식약처는 그 통보를 만드는 절차가 없다고 합니다.

3. 식약처는 절차를 압니다

식약처는 같은 약을 국내에서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일은 전혀 다르게 진행했습니다.

국내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해외 반입 차단
심의2026년 4월 8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참석 위원 전원 동의없음
예고6월 5일 행정예고, 6월 26일까지 의견 수렴없음
기준고시 제2조에 성분을 명시공표된 것 없음
상대방제약사와 약국, 의견 제출여행자 1명, 의견 제출 절차 없음
현재8월 고시 예정, 9월 4일자 고시 목록에는 미등재2025년 11월 공문 1장으로 시행 중

절차를 밟은 지정은 5개월째 진행 중입니다. 절차 없는 차단은 세관이 공문 한 장으로 그달부터 시작했습니다.

식약처가 절차를 모르는 게 아닙니다. 국경에서는 안 쓴 겁니다.

국내 지정에는 상대방이 있습니다. 제약사는 포장을 바꿔야 하고,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은 처방전 없이 팔 수 없게 됩니다. 그들은 의견을 냅니다.

반면 해외 반입 차단의 상대방은 여행 가방을 끌고 온 1명입니다. 그 1명에게는 의견 제출 절차가 없습니다.

4. 편리하기 그지 없습니다

심의가 없으니 국가는 위원을 모을 필요가 없습니다. 예고가 없으니 반대 의견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공표된 기준이 없으니 기준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을 일이 없습니다.

이유란에 “식약처가 판단하여 요청”이라 적으면 세관은 이유를 쓴 것이 되고, 식약처는 처분을 한 적이 없으니 이유를 댈 일이 없습니다.

결정한 기관이 없으니 항의할 상대도 없습니다.

그래도 통관보류는 다툴 수 있는 처분입니다. 통지를 받은 사람은 관세법 제237조 제4항에 따라 보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료를 내고 통관을 요청할 수 있고, 세관장은 30일 안에 답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제119조의 이의신청과 심사청구, 심판청구이고, 그것을 거쳐야 행정소송입니다. 절차는 있습니다.

그런데 다투는 사람이 없습니다. 약 한 상자 때문에 30일을 기다리고, 심사청구서를 쓰고, 행정소송을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관세청의 비만치료제 통관보류는 2024년 2건, 2025년 1,188건,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2,245건입니다. 그 가운데 법정까지 간 건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툴 수 있는 절차를 두되 다툴 값어치가 없게 만들면, 절차 없는 금지는 계속 유지됩니다.

독재에는 보통 독재자가 있습니다. 이 금지에는 없습니다.

누구도 결정하지 않았고, 모두가 집행하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결정한 사람이 없어서 끝낼 사람도 없습니다.

제도가 스스로 독재하는 시대이고, 그 독재는 편리하기 그지 없습니다.

5. 20일이면 됩니다

저는 마운자로를 풀라는 것이 아닙니다. 막아야 한다면 막으십시오.

다만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절차로 막는지를 국민이 읽을 수 있는 문서로 남기십시오.

행정절차법 제46조의 행정예고 기간은 20일입니다. 식약처는 국내 지정에 그 20일을 썼습니다.

그 20일을 아낀 대가로 국민은 알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채로 약을 빼앗기고, 국가는 그것을 편리라고 부릅니다.

저보다 더 열심히 뛴 그분의 민원 한 통이 1년 가까이 어느 기관도 하지 않은 말을 받아냈습니다. 원문은 위 링크에 그대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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