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2026년 10월 14일 · 변호사 김영빈
마운자로 가격 — 가난하면 뚱뚱하게 살다 일찍 죽으라는 겁니까
마운자로 가장 낮은 용량 4주분의 국내 공급가는 27만 원이 넘고, 같은 약이 일본에서는 5,772엔입니다. 국가는 값을 낮추지 못한 채 식약처가 세관에 유해 의약품으로 통보해 싸게 들여올 길을 막았고, 그 금지를 위해 바뀐 법은 한 글자도 없습니다. 소득에 따라 갈리는 비만과 건강수명, 통관보류를 다툴 소송이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만의 길이라는 점을 짚습니다.
한 달 28만 원,
싸게 사 올 길은 막혔고
막은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운자로 가장 낮은 용량(2.5mg) 4주분의 국내 공급가는 27만8,066원입니다. 병원 진료비가 붙으니 환자가 내는 돈은 이보다 많습니다. 용량을 올리면 5mg이 36만9,307원, 7.5mg과 10mg은 52만1,377원입니다.
일본에서는 같은 2.5mg 4주분이 5,772엔입니다. 올해 8월 1일 보험약가를 25% 내린 값입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쓰는 보험약가라 바로 견줄 수는 없고, 거기서도 살을 빼려고 처방받으면 전액을 자기 돈으로 냅니다. 그래도 같은 회사가 만든 같은 약입니다.
일본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이 약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약은 지금 공항에서 반송되거나 폐기됩니다. 식약처가 세관에 이 약을 「유해 의약품」으로 통보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약값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몸과 수명을 돈으로 사는 나라에서, 국가가 어느 편에 섰느냐의 문제입니다.
8.67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 차이입니다(2020년 기준, 고려대 연구진, 대한의학회지 2024). 오래 사는 기간이 아니라 아프지 않고 사는 기간의 차이입니다.
이 격차는 2012년 6.72년까지 좁혀졌다가 그 뒤로 다시 벌어졌습니다.
돈이 수명을 삽니다. 정치 구호가 아니라 국내 연구진이 건강보험 자료로 계산한 숫자입니다. 8년 8개월 동안 누구는 걸어 다니고, 누구는 누워 있습니다.
몸은 이미 계급의 표지입니다
성형은 오래전에 돈이 됐습니다. 피부도, 치아도, 머리숱도 그렇습니다. 값을 알면 얼굴을 보고 대략 얼마짜리인지 짐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몸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 비만율은 2025년 39.5%로 10명 중 4명이고, 2016년에는 34.8%였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2023년 소득 하위 20%의 비만 발생률은 38%, 상위 20%는 31%였습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실 분석). 우리나라 여성은 소득이 높을수록 비만율이 낮습니다(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
의지가 강해서가 아닙니다. 시간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운동하고, 값싼 열량 말고 다른 것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관리합니다.
날씬함은 이미 살 수 있는 것이 됐고, 그래서 못 산 사람의 몸에 표시가 남습니다.
그걸 되돌릴 약이 나왔습니다
마운자로를 맞으면 체중이 실제로, 그것도 상당히 빠집니다. 국내에서 비만 치료와 당뇨병, 수면무호흡까지 허가를 받은 약입니다. 고도비만인 사람에게는 미용이 아니라 치료이고, 그 치료의 값이 한 달 28만 원부터입니다.
국가는 값을 낮추지 못했습니다
마운자로를 건강보험에 넣는 협상은 올해 5월 결렬됐습니다. 새 약가 방식(약가유연계약제)을 적용해 보려다 60일 협상 기한 안에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회사는 6월에 다시 신청했고, 업계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를 봅니다.
제도 실험이 마감을 못 지켰고, 그사이 환자가 더 내는 약값은 협상장에 앉았던 어느 쪽도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협상은 당뇨병 환자에게 쓰는 경우의 급여 협상이었습니다. 비만은 협상 대상에 들어 있지도 않습니다. 비만으로 이 약을 맞는 사람은 협상이 타결돼도 28만 원을 그대로 냅니다.
대신 싸게 사 올 길을 막았습니다
식약처의 「유해 의약품」 통보는 2024년 10월에 나갔습니다. 위고비·마운자로·삭센다를 이름으로 적어 관세청에 보냈습니다(경향신문 보도). 세관은 그 통보를 근거로 반입을 막고,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통관을 보류한 뒤 반송하거나 폐기합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세관에서 막힌 비만치료제만 5,030건입니다(관세청 9월 발표).

인터넷으로 사는 인도산 위조품도 그 안에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병원에서 진료받고 처방받아 온 정품도 똑같이 막힙니다. 그 사람에게 걸린 것은 가짜 약도, 무자격 유통도 아닙니다. 국내 값을 내지 않겠다는 선택 하나입니다.
식약처는 합법적인 길이 있다고 안내합니다. 진단서를 들고 시·도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추천을 받으면 됩니다. 보도를 보면 정작 센터는 희귀의약품이 아니라서 안 된다고 했고, 지자체는 국내에 이미 허가된 약이라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식약처 고시를 열어 보면 자가치료용 추천에 「희귀약일 것」이라는 조건은 없습니다. 고시에 없는 이유로, 아무도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약 때문에 바뀐 법은 한 글자도 없습니다
국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쓰려고 들여오는 약을 막는 조문은 약사법에도, 관세법에도, 시행령에도 새로 생기지 않았습니다. 공청회도, 입법예고도, 표결도 없었습니다.
저는 법령을 찾고 읽는 것으로 밥을 먹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이 약을 막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렸습니다. 관세청 고시의 별표까지 내려가야 겨우 보입니다. 관보와 고시 별표를 뒤질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중간에 한 번 틀리기도 했습니다. 흔히 아는 「의약품은 6병까지 자가사용」을 세금 매기는 기준일 뿐이라고 읽었는데, 끝까지 보니 같은 표가 그 범위 안이면 수입요건 확인도 면제해 줍니다. 그대로라면 마운자로도 들어와야 합니다.
막는 것은 그 표 아래 붙은 단서 한 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수입불허 또는 유해 통보를 받은 품목」은 요건확인 대상이라는 문장입니다. 식약처가 한 일은 그 통보에 품목 이름을 적어 관세청에 보낸 것뿐입니다.
그 통보에는 심의도 예고도 없었습니다. 누가 결재했는지,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반대 의견은 있었는지 국민이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금지한 사람이 없는 금지가
가장 안전한 금지입니다.
명분은 오남용이라고 합니다
정상 체중인 사람이 미용 목적으로 맞는 일이 늘었다고 합니다. 맞는 진단입니다.
그런데 그 일은 국내 병원에서 벌어집니다.
식약처는 4월에 비만치료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기로 하고 6월에 예고했습니다. 10월 현재 고시는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정되더라도 바뀌는 것은 포장 표시와 일부 약국의 처방 없는 판매 금지이고, 누구에게 얼마나 처방하느냐는 그대로입니다.
오남용이 진짜 문제였다면 처방을 봤어야 합니다. 처방에는 손대지 않고 국경만 막았습니다.
이 규제가 지킨 것은 국민 건강이 아니라 국내 가격입니다.
다툴 길은 있습니다, 돈과 시간이 있다면
통관보류 통지를 받은 사람은 보류 사유가 없다는 자료를 내고 통관을 요청할 수 있고, 세관은 30일 안에 답해야 합니다(관세법 제237조 제4항). 거절되면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거쳐야 행정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119조·제120조).
대법원은 올해 2월 성인용 인형의 통관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세관장이 「풍속을 해칠 우려」를 이유로 통관을 보류하려면 그 물건의 수입 목적과 사용 주체, 사용될 공간과 방법 등을 조사해 구체적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1두49857 판결). 비만치료제를 막는 조문도 같은 관세법 제237조 제3호의 「우려」입니다.
커뮤니티에 공개된 비만치료제 통관보류 통지서에 적힌 근거는 「국민보건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식약처에서 판단하여 요청한 물품」 한 줄입니다.
그 한 줄은 다퉈 볼 거리가 있습니다. 다만 법원까지 가려면 세관의 답을 기다리고, 심사청구를 거치고, 그다음에 소송을 내야 합니다. 한 달 28만 원이 버거운 사람에게 그 시간과 비용이 남아 있을 리 없습니다.
이 문제로 저를 찾아오시면 저는 다툴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거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같이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 말을 하는 게 제 직업이라는 사실이 답답합니다.
저는 이 구조를 매일 봅니다
형사 사건을 하다 보면 돈이 사람의 인생 길이를 정하는 것을 계속 보게 됩니다.
벌금을 못 내서 노역장에 갑니다. 합의금을 못 만들어서 실형을 받습니다. 같은 행위를 하고도 통장에 얼마가 있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결정도 대개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내려집니다.
그래서 이번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 걸린 것이 자유가 아니라 몸과 수명일 뿐입니다.
가난할수록 살이 찌고, 살이 찌면 병이 오고 수명이 깎입니다. 그걸 되돌릴 약 앞에서 국가는 값을 그대로 둔 채 싸게 구할 길만 막았고, 그 결정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서 내려졌습니다.
몸은 살 수 있는
사람만 사십시오.
지금 이 나라가 하는 말이 그겁니다.
부자는 계속 날씬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뚱뚱하게 살다 8년 먼저 아프기 시작합니다. 그 격차를 좁히라고 만든 것이 건강보험인데, 지금은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규제를 하려면 하십시오. 다만 금지한다고 쓰고, 누가 금지했는지 남기고, 왜 금지하는지 설명하십시오. 그게 규제의 부담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지금처럼 아무도 금지하지 않은 채로 금지되어 있으면, 국민은 무엇에 화를 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 방식의 목적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