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절차 · 2026년 8월 21일 · 변호사 김영빈
불송치 뒤집기 - 혐의없음으로 끝난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했습니다
경찰의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은 판결이 아니라 반박할 수 있는 판단입니다. 지인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한 사기 고소 사건에서, 불송치결정서가 답하지 않은 질문 — 돈을 받을 당시의 말과 갚을 의사·능력 — 을 이의신청으로 다시 세워 검사의 보완수사 결정을 받아낸 기록입니다.
불송치결정서가 답하지 않은 질문을 다시 세웠고,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일부 사실과 순서를 바꾸고 압축했습니다.
결론보다 먼저 본 것은 이유였습니다
의뢰인이 가져온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불송치(혐의없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유는 별지와 같다는 짧은 문장도 붙어 있었습니다. 고소장을 낸 뒤 오랫동안 기다려 받은 결과였습니다.
불송치는 법원의 무죄 판결도, 검사의 불기소 처분도 아닙니다. 경찰이 수사한 뒤 내린 판단입니다. 고소인은 그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먼저 읽은 것은 ‘혐의없음’ 네 글자가 아니라 뒤에 붙은 이유서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경찰이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이 어떤 사실에서 어떤 결론으로 갔는지, 그 사이에 빠진 질문은 없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오래 믿었던 사람이 꺼낸 사업 이야기
사업에 익숙하지 않았던 의뢰인은 오래 알고 지낸 지인에게 사업자금이 잠시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동산 개발사업이 곧 진행된다. 필요한 준비는 거의 끝났고 외부 자금도 들어오기로 했다. 몇 달만 빌려주면 원금에 큰 이자를 붙여 갚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의뢰인은 모아 둔 돈을 건넸고, 뒤이어 추가 자금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변제기와 돌려받을 금액을 정한 공정증서까지 작성했습니다. 당시 만들어진 문서만 보면 돈의 성격은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투자가 아니라, 정해진 때에 돌려받기로 한 대여금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날이 지나자 설명이 달라졌습니다. 사업 진행이 늦어졌다고 했다가, 돈은 당초 설명과 다른 사업비로 사용됐다고 했습니다. 사업 관계자들의 역할과 자금 사정에 관한 말도 처음 들었던 내용과 맞지 않았습니다.
일부 돈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돈을 받은 사람과 사업 관계자들을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의 결론에도 근거는 있었습니다
경찰은 사업이 전부 허구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실제 사업을 추진한 이력이 있었고, 의뢰인의 돈이 사업 관련 계약금으로 지급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개발사업과 관련된 서류가 있었고, 피의자들의 진술도 대체로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처음부터 돈을 가로챌 생각으로 꾸민 사기가 아니라, 실제 사업이 지연되면서 생긴 투자 실패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 편취의 고의와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불송치 이유였습니다.
읽으면 그럴듯합니다. 사업이 실제로 있었고 돈도 그 사업에 들어갔다면, 단순히 사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결론에 이르기 쉽습니다.
다만 그 논리는 사업이 존재했는가에는 답하지만, 돈을 받을 당시 어떤 말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킬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가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사업이 가짜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이의신청에서 먼저 짚은 것은 돈의 성격이었습니다. 피의자들은 투자금이라고 주장했지만, 돈을 주고받을 당시 작성된 것은 변제기와 반환할 금액을 정한 공정증서였습니다. 별도의 투자계약서나 손실 부담에 관한 약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불송치결정서는 이 돈을 투자금으로 전제한 채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사기죄의 판단 시점이었습니다. 실제 사업이 존재하고 받은 돈이 사업에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받을 당시 어떤 용도와 진행 상황을 설명했는지, 약속한 기간에 원금을 돌려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는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도 투자금이 설명받은 사업에 실제로 사용되었더라도, 약정 당시 약속한 기간에 원금을 돌려줄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당사자의 관계, 거래의 상황, 피해자의 경험과 지식, 직업까지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놓고 하라는 것이 같은 판결의 기준입니다(대법원 2013도3631 판결).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사업 경험이 거의 없었고, 오랫동안 믿어 온 사람의 설명에 의존해 돈을 건넸습니다. 이것은 사정을 호소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말 때문에 돈을 지급하게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증거의 일부입니다.
경찰은 돈의 사용처와 사업 관련 서류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정해진 변제기에 원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말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돈을 받기 전후로 설명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지, 당시 실제 변제 능력이 있었는지는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이의신청서는 억울함을 늘어놓는 글이 아닙니다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이 이의신청하면 경찰은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검사에게 보내야 합니다. 절차와 기한은 불송치 이의신청을 따로 정리한 글에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이의신청서의 핵심은 고소장을 더 강한 표현으로 다시 쓰는 데 있지 않습니다. 불송치결정서가 근거로 든 사실을 확인하고, 그 사실만으로 결론이 나오는지 따져야 합니다. 기록에서 빠진 증거와 조사하지 않은 쟁점을 특정해, 검사가 무엇을 다시 보아야 하는지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여금과 투자금의 구별, 약정 당시의 설명, 정해진 기간 안에 반환할 의사와 능력, 의뢰인이 그 말을 믿게 된 경위를 수사기록과 맞물려 정리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보탠 것이 아니라, 이미 기록에 있는 사실을 사기죄의 판단 기준에 맞춰 다시 배열한 것입니다.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했습니다
이의신청 뒤 검사는 경찰의 기록을 검토했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습니다. 불송치결정서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은 부분을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보완수사 결정이 곧 유죄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의신청은 유죄를 받아 내는 절차가 아니라, 불충분한 수사와 판단을 다시 검토하게 하는 절차입니다. 이 사건의 위임 범위도 보완수사 결정까지였으므로, 그 이후의 결과를 성과처럼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변화는 있었습니다.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뻔한 사건이 다시 수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처음 판단에서 빠졌던 질문을 실제 수사기관이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불송치 이유서가 출발점입니다
수사결과 통지서는 표지에 가깝습니다. 실제 내용은 ‘이유는 별지와 같음’ 뒤에 붙은 불송치 이유서에 있습니다.
좋은 이의신청서는 억울함의 크기를 설명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경찰이 어떤 증거를 채택했고 무엇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그 사실에서 혐의없음이라는 결론이 바로 나오는지, 적용한 법적 기준이 맞는지를 기록으로 반박하는 문서입니다.
지금은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이 기한 제한 없이 이의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26년 10월 2일 이후 불송치 통지를 받는 사건부터는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이의신청해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에 따른 예외가 있지만, 처음부터 그 예외를 기대하고 미룰 일은 아닙니다.
불송치 통지를 받았다면 결과 한 줄만 보고 사건을 놓지 마십시오. 이유서에서 경찰이 답한 질문과 답하지 않은 질문을 나누어 보는 것. 거기서 이의신청의 가능성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