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2026년 6월 15일 · 변호사 김영빈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단순 알바였는데 실형인가요
단순 알바인 줄 알고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을 맡았다가 사기·사문서위조로 기소된 사건. 실형이 흔한 자리에서 양형 변론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실제 기록입니다.
“당일 지급, 단기 알바 구함.”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한 청년이 구직 사이트에서 그 글을 봤습니다. 연락하니 저축은행이라고 했습니다. 고객을 찾아가 대출금을 받아오면 된다, 채권 추심 같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일당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깊이 따지지 않았습니다. 시키는 대로 사람을 만나 돈을 받아 입금했고, 며칠 만에 친구가 “그거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하자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고 그만뒀습니다.
그 며칠이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로 기소되어 법정에 서는 일이 됐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는, 본인이 혹은 가족이 비슷한 자리에 서 있는 분이 계실 겁니다. “나는 정말 알바인 줄 알았다”는 그 말이 통하는지, 단순히 돈만 전달했는데도 실형을 사는지가 가장 궁금하실 겁니다.
솔직하게, 가벼운 자리는 아닙니다
먼저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은 요즘 법원이 결코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노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범죄이고, 그 피해가 사회 전체로 번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거책은 조직의 맨 아래에 있지만, 피해자에게서 실제로 돈을 빼내 오는 마지막 손이라 “이 역할이 없으면 범행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게 매겨집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보이스피싱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엄격해졌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오래 묵혀 두었던 사기범죄 양형기준을 손보면서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더 무겁게 다루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실제로 공개된 판결들을 살펴봐도, 단순히 돈만 전달한 수거책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쪽이 더 많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 사건도 자리 자체는 무거웠습니다. 피해자는 두 분, 피해 금액은 합쳐서 2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게다가 청년은 조직이 보내준 가짜 ‘대출금 상환 증명서’ 이미지를 출력해 피해자에게 건넸습니다. 단순 전달을 넘어 위조 문서까지 행사한 셈이라, 죄명이 사기 하나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기 양형기준에 비춰 보면 형이 더해지는 무거운 구간, 실형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 출발점을 감추면 뒤에 나올 이야기가 거짓이 됩니다. 그래서 먼저 말씀드립니다. 이건 “알바였으니 당연히 풀려난다”는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도 결과는 갈립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공개된 판결들을 들여다보면, 같은 시기, 비슷한 수거책 사건이라도 누구는 실형을 살고 누구는 집행유예를 받습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죄명이 같다고 결과가 정해지는 게 아닙니다. 그 사이를 무엇이 가르는가 — 그것이 변호인이 붙잡아야 할 전부입니다.
법원은 죄명과 피해액만 보고 형을 찍어내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범행 뒤에 무엇을 했는지, 같은 일을 또 저지를 사람인지를 함께 봅니다. 이 사건에서 채워 넣어야 했던 것은 크게 세 갈래였습니다.
첫째, 역할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청년은 범행을 설계하지도, 누구에게 역할을 나눠주지도 않았습니다. 면접을 본 적도 없고, 자기가 일한다는 ‘저축은행’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전화로 지시만 받아 기계적으로 돈을 받아 옮긴, 가장 아래의 수거책이었습니다. 피해자를 직접 속이는 말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속아 있는 사람에게서 돈을 받아 온 것뿐이라, 기망의 정도가 약하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실제로 손에 쥔 돈은 수십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액의 1~2%. 나머지는 모두 조직으로 들어갔습니다. 합의금을 마련하고 나면 오히려 큰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는 사실이, 그가 이 범죄로 무엇을 얻었는지를 그대로 말해 줍니다.
둘째, 피해를 실제로 회복하는 것.
여기서 한 가지 현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피해자 두 분 중 한 분과는 진심 어린 사죄 끝에 합의에 이르렀고, 그분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법원에 전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분과는 끝내 견해 차이로 합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분은 엄한 처벌을 탄원하고 계셨습니다.
합의가 안 됐다고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형사공탁이라는 절차를 통해서라도 피해 회복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그리고 선고기일을 넉넉히 잡아 달라고 요청해 회복할 시간을 벌어 두는 것. 이것이 두 번째 갈래였습니다. 모든 피해자와 합의를 이뤄야만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사람이 달라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청년은 전과가 전혀 없는 초범이었습니다. 수사 첫 단계부터 자기가 기억하는 사실을 숨김없이 진술했고, 휴대폰의 문자와 이메일 자료를 스스로 냈으며, 조직원의 연락처까지 자진해서 알렸습니다. 여러 통의 반성문을 냈고, 보이스피싱 전달책을 위한 재범 방지 교육을 스스로 듣고, 상담 치료까지 받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모여, 재판부에 “이 사람은 다시 이 자리에 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그림을 그려 주었습니다.
결과
법원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그리고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형이 더해지는 무거운 구간의 가장 아래에서 멈춘 결과였습니다. 단순 수거책에게도 실형이 적지 않게 선고되는 흐름 속에서, 형의 집행을 유예받은 것입니다. 판결문은 초범인 점, 범행을 주도하지 않은 점, 얻은 이익이 크지 않은 점, 잘못을 인정한 점, 한 피해자와 합의하고 다른 피해자에게는 공탁한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적었습니다. 변호인이 채워 넣으려 했던 자리가, 그대로 판단의 근거가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수거책은 집행유예를 받는다”는 이야기로 읽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히려 실형이 더 흔하고, 보이스피싱을 보는 눈은 해가 갈수록 엄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죄명, 같은 피해액에서 누구는 실형을 살고 누구는 집행을 유예받습니다. 그 사이를 가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자기 역할의 실체를 정확히 소명했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달라졌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 줬는지입니다.
그리고 이 일들은 대부분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합의도, 공탁도, 교육 이수도, 선고 전에 끝나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자리에 서 계시다면, 늦기 전에 사실관계를 한 번 정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연락 주셔도 됩니다.